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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간의 딴 생각이 생산성 올린다?

변지석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직장에서 업무 시간의 20% 정도를 여유 있게 ‘레저 브라우징(leisure browsing)’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더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한다. 여기서 레저 브라우징이란 자기 일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레저 브라우징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레스큐 타임( www.rescuetime.com)’이라는 사이트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브라우징 활동을 모니터해 레저 브라우징 등 인터넷 사용 내역을 알려준다.
 
지식 노동자라면 업무 시간의 20%를 인터넷뿐 아니라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구글에서 시행하고 있는 ‘20% 타임 룰(Time Rule)’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구글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 시간의 20%, 즉 일주일에 하루를 현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전혀 관련이 없는 활동에 쓰도록 한 규정이다. 한마디로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구글 뉴스’,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 포 콘텐츠(Adsense for Contents)’,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인 ‘구글 서제스트(Google Suggest)’,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오르컷(Orkut)’ 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3M에도 이와 비슷한 규정이 있다. 3M은 모든 기술직 인력이 15%의 시간을 자신이 스스로 정한 R&D 분야에 사용한다는 ‘15% 룰’과 모든 사업부는 매출의 25%를 신규 사업에서 만든다는 ‘25% 룰’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마케팅 전문가인 존 카델은 컨설턴트들을 예로 들면서, 미래를 위한 R&D에 일부 시간을 할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컨설턴트가 한 클라이언트를 위해 2, 3년을 R&D 없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나면,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직원들의 작업 생산성을 감독하는 외부 전문가가 공장의 한 사무실 직원이 항상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빈둥대고 있다고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자 포드는 “그 직원은 우리에게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했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이 혁신적인 생각을 떠올리도록 여유도 허용했다.
 
사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과거의 R&D 투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R&D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에 풀타임으로 투입되고 있는 컨설턴트들은 ERP 프로젝트 이외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쉽지 않다. 언제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한 R&D가 필요하다. 특히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한편 인지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멍하게 생각할 때 장기 기억을 정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멍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두뇌를 스캐닝(scanning)하면 전두엽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전두엽은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곧 멍하게 생각할 때 우리가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뜻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산책을 하거나 샤워할 때 멍하게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참고 자료
http://freakonomics.blogs.nytimes.com/2009/04/03/if-youre-reading-this-at-work/
http://www.wired.com/magazine/2009/10/st_thompson
 
http://googleblog.blogspot.com/2006/05/googles-20-percent-time-in-action.html
http://creativityandinnovation.blogspot.com/2006/12/3m-innovation-machine.html
 
필자는 현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이며, 경영 혁신, 정보기술(IT), 창의성, 신경영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담은 블로그 ‘Creativity, Innovation, and Tech’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영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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