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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의 차세대는 불안하다

박형철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통계청은 2008년 10%인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0년 15.6%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4세 이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노령화 지수(지수가 100을 넘으면 65세 이상 인구가 14세 이하 인구보다 많음을 의미) 또한 2008년 59.3에서 2020년 125.9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한국이 2020년 중반에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초(
) 고령 사회’에 진입함을 의미한다. 출산율 저하로 노동 인구 역시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내 기업은 향후 상당한 인력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인력의 양적 부족보다 질적 부족이 더 심각해질 거라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역량 공백(Capability Gap)’이라 표현한다. 첫 번째 문제는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해마다 이공계 전공 졸업자가 줄고 있고, 작업장에서 제품 및 공정 개선에 앞장서던 인력들은 자연 및 조기 퇴직 등으로 산업 현장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지속적인 제품 개발 및 공정 혁신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리더십 공백이다. 기업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을 이끌어나가야 할 임원 후보군과 핵심 인재 계층이 부족해진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은 관리직 및 사무직 직원 채용을 꾸준히 억제해왔다. 이 과정에서 핵심 직무를 수행한 관리자급들은 과도한 업무를 담당해왔다. 본인 업무를 처리할 시간도 모자랐기에 자신이 은퇴한 후 조직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갈 후임자 양성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재 관리자층의 본격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많은 기업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노인 1명당 생산가능 인구 수는 7명이다. 2020년에 이르면 이 수치가 4.6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한 사람당 부양해야 할 노령층이 급증한다는 뜻이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관련 직간접 지출이 커지고, 경제활동 인구의 근로의욕 상실도 불가피하다. 이는 한국 기업의 비약적 성장에 발판이 된 성실, 창의, 도전과 같은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고 경영층과 인사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현재 조직 구성원과 은퇴자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 정년을 연장하거나 은퇴자를 재취업시켜 회사의 비핵심 업무를 맡기는 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은퇴자가 오랫동안 쌓은 직무 지식과 경험을 현 구성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즉, 관리자급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전문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오랫동안 조직에 남아 조직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 트랙을 만들고, 이공계 전문 인력에 대한 차별적인 인사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무와 직위에 맞는 후계자 육성, 장기 성장을 강조하는 보상제도 및 퇴직연금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30∼40대인 조직 구성원이 2020년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조직 성과에 기여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인구 노령화에 관한 논의는 노령화에 진입하는 세대에게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노령화의 진짜 문제는 노령화 세대가 아니라 이들을 부양해야 할 차세대 인력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노령화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인사 전략 역시 은퇴 예정자나 은퇴자만을 염두에 둬선 안 된다. 이들의 공백으로 큰 영향을 받을 차세대 인력의 체계적인 육성과 확보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박형철 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 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의 한국 지사장 겸 공동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M&A 후 인사통합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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