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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협상 성공법

메일 보냈다고 협상 끝? Oh, No!

DBR | 38호 (2009년 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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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로 의견을 조율해야 할 일이 많다면, 반드시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알아둬야 한다. 얼마 전 한 전문직 종사자 모임에서 e메일 협상이 화제에 올랐다. 그러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e메일에 얽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새리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팀원들은 하루 종일 서로 e메일을 날려댑니다. 그런데 저는 늘 이동 중이거나 고객과 만날 때가 많아요.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메일을 확인할 수가 있죠.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제가 관여하는 일인데도, 제 의견은 듣지도 않고 결정을 내려버리지 뭡니까. 이러니 제가 화가 안 나겠습니까!”
 
피터도 이야기를 이었다. “하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아랫집 사람이 잔뜩 화가 나서 메일을 보낸 겁니다. 우리 집 라디에이터에서 물이 새어 자기네 집이 엉망이 됐다면서요. 일단 라디에이터부터 고치고 수리비 문제를 아랫집에 상의했지요. 저는 해결책을 같이 찾아보자는 의도였는데, 그쪽에서는 화가 잔뜩 나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메일을 연신 보내지 뭡니까. 그러다 한참 만에 하는 얘기가 수리비는 300달러쯤 된다는 겁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음 오죽 좋았겠습니까?”


 
크리스틴도 가세했다. “가고 싶은 직장이 있어 면접을 봤습니다. 그 뒤 장차 상사 될 분이 구체적 사항을 협의하자며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입사를 허락한 건지, 메일에 관한 제 태도를 보고 생각해본다는 건지 파악할 수가 없더군요. 그분이 워낙 메일을 짧게 쓰는 데다, 거기다 대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묻자니 성가신 사람으로 비춰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그쪽에서 답장을 뚝 끊어버리지 뭡니까. 지금도 영문을 모르겠어요.”
 
최근 업무 협상과 e메일이 애증관계로 얽히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e메일은 분명 간편하고 돈이 안 드는 효과적인 통신 수단이다. 하지만 e메일 때문에 컴퓨터나 PDA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을 만큼 언짢은 순간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메일을 직접 대면이나 전화와 병행하면, 매우 유효한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 e메일을 주고받을 때 생기는 3가지 문제점과 해결책을 살펴보자.
 
문제점 1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낳는다
 
각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와 달리 e메일 협상에서는 참신하고 흡족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협상 상대가 증발해버린 크리스틴의 경험처럼 직접 대면 협상과 달리 협상이 답보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특히 직접 대면 협상 시 중요한 힌트로 작용하는 상대의 표정, 목소리 등이 e메일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변호사이자 협상가인 노암 에브너와 그의 동료들이 최근 발표한 책에 따르면, e메일의 이 ‘상호 비대면성(非對面性)’ 탓에 우리는 e메일 협상에서 종종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지나치게 자기 입장만 내세우며, 상대가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지도 못한다. 결국 만족스러운 합의점도 찾을 수 없다.
 
새리타의 예처럼, e메일은 언제든 상대가 편한 시간에 답장을 보내거나 또는 보내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협의가 진행되는 속도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면 협상의 주도권이 e메일을 자주 확인하는 사람에게 가기도 한다. 이 사람이 협의 결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중요한 e메일 협상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직접 만나야 한다. 직접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전화 통화라도 해서 친밀감을 쌓는 게 좋다. 제니스 노들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자동차 구매 의사를 타진하기 전에 짧게라도 전화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쪽이 사전에 대화를 전혀 하지 않은 쪽보다 의견 조율에 성공할 확률이 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맥락에서 e메일 첫머리에 가벼운 농담만 써줘도 새로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자기 나름의 e메일 협상 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만장일치를 미덕으로 삼는 집단에서라면 모든 이들이 신중히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루나 이틀을 기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전화 회의나 직접 대면 자리를 마련해 모두가 사안에 동의하는지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
문제점 2 불화와 불신을 낳는다
 
피터의 사례에서 보듯, e메일 협상은 종종 더 큰 분란과 적개심을 낳는다. 답은 간단하다. 컴퓨터 화면 뒤에 숨어 있을 때는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메일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 신뢰도는 당연히 직접 대면 협상 때보다 낮다. e메일 메시지로는 다 함께 같은 방에 모였을 때처럼 서로 눈을 맞출 수도,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감정을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에브너의 연구에서 보듯, 이러한 불신은 종종 자기만족적 예측을 낳는다. 피터의 사례를 보자. 애초에 아랫집 사람은 피터가 수리비를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상황에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피터의 태도가 어영부영 시간이나 끌면서 돈을 안 낼 속셈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이때 해결책은 뭘까? 직접 만나거나 수화기를 집어 든다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화나 불신도 덜 수 있다. 피터가 이웃집에 전화를 걸어 한 번 만나자고만 했어도 상호 신뢰 회복이 훨씬 빨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e메일 협상 때는 종종 메일로 현재 상황을 알려줘라. 상대가 어떤 부분을 염려하는지 물어봄으로써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라. 에브너의 충고처럼 e메일로 어떤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을 하더라도 그 즉시 거절 의사를 밝히면 안 된다. 시간을 둔 후 거절해야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
 
문제점 3 오해를 낳는다
 
우리가 단 몇 초 만에 e메일을 휴지통에 버릴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정보를 부주의하고 설렁설렁 다룬다는 뜻과 같다. 피터의 일화에서 집수리 얘기를 꺼내야 했던 이웃은 아마 이전까지는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 중요한 점을 피터 역시 놓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e메일로 근무 조건을 협상했던 크리스틴 또한 주변 정황을 놓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고객의 e메일을 잘못 읽어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의 고객이 아파트 구매 가격을 5000달러 더 낮게 불렀지만, 이 중개업자는 오히려 5000달러 더 높게 불렀다.
 
이번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먼저 e메일을 쓸 때 이게 초안이라 생각하고 신중히 메일을 작성하라. 지금 여러분이 쓰고 있는 메일은 이후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영원히 남을 서면 기록을 함부로 작성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보낸 메일을 읽을 때도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야 함은 물론이다. e메일 협상 때는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 이는 직접 대면과 다른 e메일의 최대 장점이다. 에브너 등의 보고처럼 e메일로는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상대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보낸 메일을 읽고 당혹감을 느꼈다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데 절대 주저하지 말라. 크리스틴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했으면서 장래의 상사에게 어설픈 답장을 보낸 탓에 일을 그르쳤다.
 
이동 거리가 길고 일정은 날로 바빠지는 현대인에게 e메일은 직접 대면 협상을 보완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제대로 파악했는지를 확실히 해두려면 e메일에 100% 의존해서는 안 된다. 수화기를 들거나, 상대를 직접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하지 말라.
번역 |박연진 815jiny@hanmail.net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www.pon.harvard.edu)’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Negotiation)>에 실린 ‘Make The Most of E-mail Negoti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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