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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力’ 일본 장수 기업의 힘

이우광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일본에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장수하는 기업이 많다. 장수 기업이 많기에 이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그중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발표한 ‘장수 기업의 조건’을 보자. 

2008년 3월 말 기준으로 일본의 닛케이 종합주가지수는 1만 2525를 기록했다. 이는 1985년 4월 말 1만 2609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버블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말 닛케이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3만 8195를 기록한 적도 있다.
 
결국 일본 기업은 지난 23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엔고 불황과 극복, 버블 형성과 붕괴 등 극심한 경제적 변화가 여러 차례 나타나면서 일본 기업들이 장기적, 지속적으로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수 기업을 만든 요인
하지만 이 와중에 발군의 성장을 거듭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 예가 닌텐도다. 닌텐도의 주가는 지난 23년 동안 무려 30배나 올랐다. 과연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도요게이자이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23년간 주주 가치(주가 상승 + 배당) 상위 100대 기업의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장수 기업의 7가지 공통점을 제시했다.
 
장수 기업의 첫 번째 힘은 최근 2년 연속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능력, 즉 ‘돌파력(突破力)’이다. 이들은 세계 경제 불황, 원자재 가격 급등, 엔화 가치 상승 속에서도 남다른 돌파력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미쓰비시 상사가 대표적이다. 미쓰비시 상사의 돌파력은 에너지 사업의 성장에서 나온다. 미쓰비시 상사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예측이라도 한 듯, 꾸준히 에너지 관련 사업의 비중을 높여왔다. 이에 따라 현재의 돌파력을 가질 수 있었다.
 
두 번째 힘은 높은 영업이익률, 즉 ‘획득력(獲得力)’이다. 이는 자사의 핵심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뜻이다. 기업이 획득력을 높이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거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비싸게 팔아야 한다. 계측 제어기기 생산회사인 키엔스는 생산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해 저비용을 실현했다. 동시에 본사는 개발 업무를 집중 담당해 신제품 개발과 신규 수요 발굴에 힘쓰고 있다.
 
세 번째 힘은 ‘연속력(連續力)’이다. 증수(增收), 증익(增益), 증배(增配)를 지속하는 능력, 즉 매출, 수익, 배당을 계속 늘릴 수 있는 힘이다. 연속력을 통해 장수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이 바로 히사미쓰 제약이다. 히사미쓰는 ‘사론파스’라는 히트 상품으로 잘 알려진 제약회사다. 이들은 일본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의료용 진통제 ‘모라스’를 내놓았다. 모라스의 대히트로 매출과 이익을 장기간 꾸준히 높일 수 있었다.
 
네 번째 힘은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 많아야 한다는 ‘인간력(人間力)’이다. 특히 연구개발(R&D)에 능한 기업들은 인간력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어 상품을 많이 선보인 파칭코 업체 산쿄, 발상의 전환으로 게임기를 가족 필수품으로 만든 닌텐도의 ‘위(Wii)’는 바로 인간력의 결정체다. 히트 상품의 핵심은 바로 ‘창의적인 인재’다.
 
다섯 번째 힘은 연구개발 효율이 좋아야 한다는 ‘레버리지력(leverage力)’이다. 연구개발 효율은 과거 5년간의 영업이익을 과거 6∼10년간의 연구개발비로 나눈 수치다. 이 부문에서 정상을 차지한 기업은 반도체 웨이퍼 세계 1위 업체인 신에츠 화학공업이다. 신에츠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에츠는 세계 염화비닐 수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야 역시 연구개발비 비중이 3% 정도지만 굳건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 기술을 확보한 덕이다.
 
여섯 번째 힘은 설비 투자 수익성이 좋아야 한다는 ‘회수력(回收力)’이다. 기업 성장에서 효율적인 설비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회수력이 좋은 기업은 공작기계 업체 파낙이다. 파낙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40.5%에 달한다. 수치제어(NC) 장치에만 주력해 고부가가치 전략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힘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력(進出力)’이다. 진출력은 얼핏 보면 주가 상승과 낮은 상관관계를 지닌 듯 보인다. 하지만 내수 시장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수출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보면 진출력의 의미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진출력이 좋은 기업은 유압기기 생산업체 히타치 건기와 식품업체 닛싱이다. 히타치 건기는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정비, 광산 개발 수요를 독점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중국에서 콩기름을 생산한 닛싱은 세계 유명 식품업체에 이를 수출하며 성장했다.
 
장수 기업에서 배워라
도요게이자이는 7가지 요건을 종합 평가한 결과, 장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은 신에츠 화학공업이라고 분석했다. 2위는 히타치 건기, 3위는 에어컨 세계 2위 업체인 다이킨 공업이었다. 물론 상위에 오른 기업들이 반드시 장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극심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도 이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 이우광 |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wklee@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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