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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여, 孟子로 돌아오라

권경자 | 35호 (2009년 6월 Issue 2)
70년 전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은 단지 희망이고 예언일 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젊은 이병철은 1938년 대구의 수동에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는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 완전한 것을 나타내는 ‘삼(三)’과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난다는 의미의 ‘성(星)’으로 상호를 지었고, 유학 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그 후 70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품었던 그의 꿈은 수많은 위기와 질곡, 역경을 넘기고 삼성을 세계에 우뚝 세웠다.
 
삼성의 부상(浮上)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음을 지향하는 민족의 동질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너와 나를 하나로 여기는 한마음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할 때, 삼성의 구성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했던 것은 이런 ‘내재적 동일시’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의 안목과 결단, 삼성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력, 국민들의 심정적 호의와 지지를 토대로 삼성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너·나·우리의 한마음 지향
한국인의 반기업 정서는 강한 편이다. 일본 식민지, 한국 전쟁, 군부 독재 등 굴곡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경제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의 역동적이고 저돌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관치 금융 등의 특혜와 정경 유착 등 비리, 도덕 불감증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그들의 업적까지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삼성에 대해서는 반기업 정서에서 나아가 ‘반삼성 정서’라는 독특한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반삼성 정서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유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삼성에 대한 호의와 같은 맥락이다. 즉 나와 너는 하나이기 때문에 너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동일시로 인한 ‘친삼성 정서’와, 나는 바르게 살아도 성공하지 못하는데 너는 비리를 저지르는데도 성공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거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이는 ‘인(仁)’의 정서에서 표출된 것이며, ‘나=너’의 정서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정서의 충돌 속에서 국민들은 삼성에 대해 호(好)·불호(不好)의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됐다. 그런 면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2가지 눈도 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삼성의 근본이념도 역시 仁이며, 삼성이 광고를 통해 강조하는 ‘가족’ 이미지의 토대도 仁이다. 한민족의 원류인 동이족(東夷族)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던 仁은 민족의 내면을 이룬 정신세계로 5000년의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으며, 삼성을 이루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족의 동질성, 仁
仁은 유학의 핵심 사상이다. 때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수시처중(隨時處中)을 기본 틀로 삼고 있는 유학은 시대에 따라 새롭게 거듭났다. 오래전 동아시아 문명의 터전인 중원(中原)은 동이족과 서부족(西部族)이 갈마들면서 문명의 꽃을 피운 곳이었다. 서부족은 물질을 중시하고, 합리적ㆍ직접적ㆍ분석적이며, 인본주의적 윤리 문화를 지향해 지(知)를 추구했다. 반면 동이족은 정신과 마음을 중시했는데 그로 인해 신비주의와 종교 문화가 발달했고, 인간 내면을 사고의 대상으로 삼는 추상 관념이 개발됐다. 그것은 仁에 대한 추구로 나타났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러한 두 사유를 통합해 조화를 이뤘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진리를 계승하여 조화를 통해 유교 문화를 이뤄냈다.1 공자는 仁을 핵심적 사유로 내세우면서 知를 통해 규범화시켰고, 정신세계를 중시했지만 물질 또한 버리지 않았다. 화(和)를 통합의 원리로 본 그는 이질적인 사상과 문화를 통합하고, 투쟁의 삶을 화합과 조화의 삶으로 환원시켰다. 仁을 통해 다양성과 통일성의 합일점을 찾았다. 이러한 사상의 정점이 중용(中庸)이다. 이는 인도(人道)와 천도(天道)가 만나는 길이며, 인도를 바탕으로 천도를 실현할 수 있는 통로다.
 
공자의 도(道)를 구체화한 맹자는 “만물이 모두 내게 갖추어져 있다”2 는 선언을 통해 ‘내’가 모든 것을 갖춘 초월을 함유하는 우주 중심의 인간이며, 도를 실현해 하늘과 병존(竝存)할 수 있는 존재임을 밝혔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 때 나는 만물을 기르는 주체가 된다. 따라서 자신의 삶이 성실하면 즐겁고, 누구에게나 있는 하늘마음을 힘써 행하면 仁을 구할 수 있다.3
 
그는 육체를 중심으로 보면 남남이지만 내면에 ‘같은 마음[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성선설의 근거를 마련했다. 즉 인간의 본질인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人皆有之]으로, 그렇기 때문에 만물이 일체이며 하늘과 사람이 하나임을 밝혔다. 즉 하늘과 인간은 공간적으로 다른 곳에 위치하고 역할 또한 다르지만 함께 동행하는 존재다.4
 
<논어>를 삶의 정수로 삼다
가장 감명을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바로 이 <논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족한다.”5
 
이처럼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생각과 생활의 근거가 <논어(論語)>였다고 고백했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당에서 <천자문(千字文)>과 <자치통감(資治通鑑)> <맹자(孟子)> <논어> 등을 공부했지만, 그는 진주의 지수보통학교, 서울의 수송보통학교, 중동중학교, 일본의 와세다대에서 신교육의 세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논어>를 삶의 길잡이로 삼았다는 것은 의외의 고백이다.
 
<논어>는 학(學)으로 시작해 지명(知命)ㆍ지례(知禮)ㆍ지언(知言)으로 끝을 맺는 20편 499장으로 이루어진 사상(思想)의 대(大)파노라마다. 2500년 전, 공자는 사상혁명(思想革命)의 문을 연 성인(聖人)으로서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6 라는 일성(一聲)으로 배움을 통해 내면에서 우러나는 기쁨을 체득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배운다’는 것은 ‘젖어들고 스며들어 몸에 배어 그 자체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이처럼 學을 통해 자유 의지를 획득하고 인간다운 인간이 될 때 하늘이 명하는 바를 알고[지천명(知天命)], 귀가 순해져 말을 알게 되며[이순(耳順)],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게 된다[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그러므로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알지 못하면 자립할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7 고 끝맺었다.
 
<논어>에 뿌리를 둔 이병철 회장이 가장 중시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는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믿음의 리더십’ ‘득심(得心)의 리더십’, 나아가 ‘仁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사람을 쓰는 데 기본으로 삼은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用人勿疑ㆍ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그는 1957년에 한국 최초로 공개 채용을 실시해 혈연과 지연 등 인맥을 배제하고 인재를 등용했다. 2년 뒤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비서실을 두어 비서실을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믿을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해 전적으로 맡기는 시스템 경영을 했던 셈이다. 요(堯) 임금이 순(舜)을, 순이 고요(皐陶)를, 탕(湯)이 이윤(伊尹)을 선택해 나라를 맡긴 것이나, 세종이 집현전(集賢殿)을, 정조가 규장각(奎章閣)을 중심으로 인재 그룹을 형성해 국가 경영을 맡긴 것이 대표적인 시스템 경영의 사례다. 이병철 회장 역시 비서실을 통한 시스템 경영을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집합적이며,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다. 즉 삼성은 우리 민족의 단점을 보강함으로써 민족의 특징인 仁의 요소를 보다 극명하게 살렸다고 하겠다.
 
仁, 순자와의 조화
하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삼성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인재 제일·합리 추구’의 이념으로 경영의 틀을 세웠다. 식민지와 전쟁, 민주화 운동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며 골격을 만들어가는 국가를 위해 기업인으로서 취해야 할 가치는 ‘사업보국’이었다. 맹자가 仁을 토대로 백성을 중시하고[민위귀(民爲貴)],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는[여민동락(與民同樂)] 왕도정치(王道政治)를 내세웠다면, 순자는 예(禮)가 인간과 사회를 이루는 규범이고 강한 나라를 만드는 근본8 이라 하여 예를 기본 철학으로 삼았다. 또 재화의 원천을 개발해 알맞게 조절하면 모두가 부유하게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보았다.
 
한때 국가를 잃었던 시련과 이어진 전쟁, 그리고 분단의 아픔을 겪으면서 우선시됐던 가치가 ‘국가’였다. 강한 나라, 부유한 나라는 정치뿐 아니라 기업 정신에도 나타나 사업보국을 통해 국가와 개인이 함께 성장해야 했다. 그를 위해 국민들은 교육에, 기업은 수출에 ‘올인’했고, 대한민국은 폐허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기적의 밑바탕에는 일본이 있었다. 정부는 최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금과 기계, 기술을 들여오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과 투자 정책을 추진했다. 상당수 기업은 일본을 교과서로 삼아 업(業)을 일으켰다.
 
삼성 역시 민족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순자적 틀의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우리와 심리적 거리가 너무도 먼 나라다. 따라서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심정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고, 폐허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함으로써 우리에게 길을 제시해준 나라 또한 일본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을 통해 미래를 보았고, 삼성이 나아갈 길을 예견했다.
 
<맹자>에는 사소(事小)와 사대(事大)가 나온다. ‘사소’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을, ‘사대’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을 뜻한다. 흔히 작은 나라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큰 나라를 섬길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섬김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취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맹자는 사대를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외천(畏天)]’이라고 했다. 반면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仁해야 가능하다. 맹자는 이를 ‘하늘을 즐거워하는 것[낙천(樂天)]’이라 하여 천하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삼았다.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 취한 방식은 사대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일본을 통해야만 일본을 극복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국내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싸구려 물건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장점에 일본 기업의 장점을 수용함으로써 중용적 조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위기의식과 신경영
우리 민족은 의견 차나 분열 조짐이 있을 때, 곧잘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 담긴 하나 됨은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긍정적이고 놀라운 힘을 발휘했지만, 책임감 결여라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즉 잘될 때는 자신의 공(功)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남 탓으로 돌린다. 이를 간파한 이병철은 구성원들에게 책임 의식을 강화시켰다. 자신의 역할과 맡겨진 일에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여 ‘사람=기업’의 정신을 갖도록 했다. 이는 ‘자신=삼성’이 되어 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또 교육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2대 기업주인 이건희 전 회장이 볼 때, 삼성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1등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위기의식이란 불안정한 의식 상태를 이른다. 우리 민족은 낙천적이라 위기의식이 부족한 면이 있다. 자신을 하늘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위기 앞에서 ‘어떻게 되겠지’ ‘설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미리 준비하지 않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허둥거리곤 한다.
 
이를 간파한 이건희 전 회장은 국내 1등에 안주하고 있던 삼성인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위기의식으로 그들이 분발하도록 했다. 이 위기의식의 발판이 된 게 신(新)경영이다. 신경영에 따라 회장 이하 임직원들은 ‘7·4 제도’ ‘6시그마 운동’ ‘line stop 제도’ 등 갖가지 실천적 움직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는 삼성의 변화에 기폭제가 됐다. 이후 삼성은 상생 경영과 창조 경영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서 위상을 갖췄다.
 
순자적 사유의 강화
삼성이 소니나 GE와 같은 세계 일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인가.” 1992년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에 불가능을 전제로 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삼성은 2002년에 소니를 제침으로써 외국 언론을 무색케 했다. 이제 소니뿐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들이 삼성을 따라잡으려고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최고조에 이를 때 꿈틀거리며 씨앗을 잉태한다. 이는 태극(太極)에서도 볼 수 있는데, 양(陽)이 극대화될 때 그 속에서 음(陰)이 움트고, 음이 극대화될 때 양이 싹튼다.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을 봐도 가장 추운 동짓달을 뜻하는 복괘(復卦)의 가장 아래서 양이 싹트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어떤 일이든 영원할 수 없으며 끝없이 변화함을 보여준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도, 초강대국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법칙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중용의 道를 지키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의 삶인 중용에 대해 “천하나 나라를 고르게 할 수 있고, 벼슬이나 녹도 사양할 수 있으며, 날카롭게 빛나는 흰 칼날도 디딜 수 있으나 중용은 불가능하다”9 고 했다. 이는 중용의 실천이 그만큼 어려움을 뜻한다. 즉 성(性)을 회복해 실천하는 자만이 가능하다. 고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추모 열기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적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은, 그가 자신을 비워 중(中)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中은 추기(樞機)로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지도리이며 중심이다. 그것을 지킬 때 어떠한 변화에도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그것이 순리(順理)이며 유학이 추구하는 정도(正道)의 삶이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 된 후 그에 대한 찬사도 따랐지만 견제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고, 반기업 정서에서 비롯한 반삼성 정서가 가시화됐다. 이는 삼성이 몸집이 커진 만큼 국제적 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나무는 키가 자라는 만큼 땅속에 깊숙이 뿌리내린다. 그래야 어떤 비바람도 견딜 수 있다. 삼성이 성장을 위해 택한 방법은 순자 사상에 기초한 일본의 경영 방식이었고, 그것은 삼성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성장한 이후에는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 측면을 강화하고 인의(仁義)를 추구해야 했는데, 삼성은 순자 사상을 견고하게 다지는 방향으로 나갔다. 인센티브제, 성과급 등의 물질적 보상과 경쟁 강화가 그것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신상필벌(信賞必罰)과 달리 ‘신상필상(信賞必賞)’을 내걸었지만, 그 역시 경쟁을 통한 보상으로 순자 사상에 기초한 이(利)의 추구다. 하지만 순자 사상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다. 그러므로 순자 사상의 강화는 구성원들을 과도한 경쟁 속에 밀어 넣어 조직을 피로하게 만든다.
 
우리 민족은 특성상 경쟁을 잘 못한다. 자신이 하늘이라는 의식 때문에 최고가 되고자 하고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하늘의 입장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늘이라는 생각은 스스로가 하늘처럼 살 수 있는 방향성이 주어져 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하늘을 찾는 길을 제시해줄 때, 하늘과 동일한 자아를 찾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해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지난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그것이었고,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놀라운 투혼과 하나 됨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경쟁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하늘이라는 ‘한마음’의 회복이 부여한 힘이요, 능력이다. 경쟁을 통해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것은 너와 나, 우리를 나누어 지치게 함으로써 한계를 지닌다. 또 경쟁력은 경쟁 속에서는 길러질 수 없다. 특히 한국인은 ‘남보다 뛰어나 남을 누르고 올라가는 사람’보다는 ‘仁하여 남과 하나 되는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인정한다.
 
그런 면에서 삼성이 시행하는 경쟁 중심 경영 방식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중진국을 거치면서 우리 앞에 넘어야 할 목표와 대상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권도(權道)10 이지, 선두기업으로서 앞장서야 하는 현재의 방법론은 아니다. 오늘날 삼성이 취해야 하는 방식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즉 진정한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맹자적 방식인데, 바로 우리 민족의 특성인 仁을 회복하는 것이다. 맹자는 “仁하지 않더라도 나라를 얻는 자는 있으나, 仁하지 않고서 천하를 얻는 자는 없다”11 고 하여 천하를 얻는 조건으로 仁을 내세웠다.
 
맹자의 회복, 仁의 경영
<맹자>는 양혜왕(梁惠王)과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맹자를 만난 양혜왕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는가?” 즉 국익(國益)을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하필 利인가?”라면서 “왕이 나라를 이롭게 할 것을 생각하면, 대부들은 자신들의 가(家)를 이롭게 할 것을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자신들의 몸을 이롭게 할 것을 생각해 결국 나라 전체가 이익을 위해 다툴 수밖에 없다”고 대답한다. 맹자가 중시한 것은 仁과 義였다.12
 
仁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고 하나 됨이라면, 義는 그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원리다. 즉 전체를 이롭게 하는 방법론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억울하지 않으며, 남이 잘돼도 진정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맹자는 문왕(文王)을 예로 들어 仁義가 행해지는 사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문왕이 영대를 짓자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일했고13 , 70리나 되는 왕의 동산을 작다고 여겼으며14 , 왕이 음악을 즐기거나 사냥을 나가면 그의 건강을 기뻐했다.15 또한 문왕의 분노는 천하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했다.16 이것이 仁義를 행하는 임금의 모습이며, 그에게 보내는 백성의 마음이다.
 
즉 仁義를 행하면 나의 利를 위해 남을 해코지하지 않으며, 남이 잘된다고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잘하는 사람은 축하와 격려를 받고, 힘든 사람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전체의 利를 추구하기 때문에 올바름으로 하늘의 이치를 따르며, 백성과 더불어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이다[與民同樂]. 그럴 때 백성들이 물이 아래로 쏟아지는 것처럼 돌아온다.17
 
이것이 맹자가 지도자들에게 제시한 왕도(王道)다.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마음으로 기뻐할 뿐 아니라 진심으로 복종하며, 스스로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올바른 도를 행하며 仁義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의 위기는 仁義의 위기다. 권력과 힘과 물질을 가진 자가 자신들의 利만을 추구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옳고 그름을 떠나 사회를 원망하고 적대시한다면 그 누구도 편안할 수 없다. 이것은 利의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도 해당된다.
 
그렇다면 세계적 기업을 추구하는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다. 먼저 세계의 중심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변화의 바람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한계에 부닥친 세계, 그리고 삼성 앞에 놓인 길이며 해결책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맹자는 ‘현자(賢者)를 높이고 재능 있는 자를 부릴 것[尊賢使能]’을 요구했다. 즉 仁의 경영이다. 인품을 갖춘 뛰어난 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 천하의 뛰어난 자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그들만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부모를 찾아오듯 온다.18 인자는 적이 없다’는 인자무적(仁者無敵)은 仁의 경영을 행할 때 가능하다.
 
仁의 경영은 윗사람의 자세가 중요하다. 仁의 결정적 태도가 극기복례(克己復禮)다. ‘사사로운 자기를 이겨 예를 회복하는’ 극기복례는 마음을 다하는 충(忠)과, 나와 너를 같게 여기는 서(恕)의 실천적 행위이다. 공자는 백성이 복종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애공(哀公)에게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라”19 고 말했다. 또 정치를 묻는 제경공(齊景公)에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20 고 제시했다. 공정한 인사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다. 위에서부터 자신의 역할을 바르게 하는 것이 충서(忠恕)를 이루고 인도(人道)를 실천하는 길이다. 이것이 민족의 모습인 仁과 함께 경(敬)과 효(孝)와 자(慈)가 살아나는 길이다. 안타깝게도 애공과 제경공은 공자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곧지도, 공정하지도, 제 역할을 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현자(賢者)ㆍ능자(能者)ㆍ준걸(俊傑)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고, 멀리 있는 자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가까이 있는 자는 능력자가 되게 하고, 덕 있는 자는 후대하고, 우수한 자는 믿고, 간사한 자를 멀리한다면 반대자들의 마음까지도 얻어21 그 조직은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먼저 위에서부터, 경영주의 마음을 비우는 변화로부터 가능한 일이다.
 
삼성의 신경영이 성공한 바탕에는 결정적으로 자신부터 바꾸겠다는 이건희 전 회장의 낮은 자세가 있었다. 이것이 仁의 시행이며 왕도를 이루는 열쇠다. 순 임금이 즉위 후 사방의 눈을 밝히고 귀를 통하게 하여22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된 것은 백성과의 하나 됨을 중시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아름다운 말이 드러났고, 버려지는 현자가 없게 됐다. 어진 사람이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본받고, 모든 기술자들이 때에 맞게 일을 하여 업적을 이룰 수 있다.23
 
인재를 얻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제대로 봐야 하고, 제자리에 둬야 하며, 합당한 일을 맡겨야 한다. 그럴 때 불이 바람을 일으키며 타오르듯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고, 높은 곳의 빛이 사방을 비추듯이 세상을 밝힐 것이다. 그 전제 조건이 지도자의 곧음과 열린 마음, 仁에 기반한 변화다.
 
삼성의 利, 세계의 利
<주역>의 철학적 원리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다. ‘만물이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삼성이 우리의 DNA에 갖춰져 있는 맹자적 정서에 순자 사상의 옷을 입혀 한계를 보완해 중용적 경영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데 성공했다면, 순자적 방식을 강화할 게 아니라 맹자를 회복해야 한다. 맹자적 요소를 살리면 순자 역시 오롯이 살 수 있지만, 순자가 강화되면 순자도 맹자도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 주고 모두가 상처 입는 게 우리 민족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에서 맹자를 회복해야 보다 창조적인 기업이 되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7년 전, 삼성은 천재 경영을 화두로 신경영 2기를 출범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미래는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천재를 키워야 한다고 외쳤다. 시간과 공간이 소멸되고 세계가 통합된 지금, 천재의 역할과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심화되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 문제, 종교와 국가 간 갈등,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해결하고 인류에게 평화를 안겨줄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천재는 어디에 있는가. 수많은 천재들이 예상 못한 위기 앞에서 갖가지 대책을 내놓지만 ‘이것이다’라고 할 시원한 방법이 없다.
 
예측이 가능한 때에는 천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예측이 불가능할 때에는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자신을 닦고 성찰할 때 자신이 속한 가정이 가지런해지고, 나라가 다스려지며, 천하가 평화로워진다”24 는 <대학(大學)>의 제시는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한 위기 극복의 실천적 방법이다.
 
우리 민족에게 수신은 자신과 마주함으로써 하늘이 되는 방법이다. ‘단군신화(檀君神話)’에는 이에 대한 답이 제시됐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이 세상에 내려온 환웅(桓雄)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곰과 범을 만난다. 환웅은 그들에게 동굴 속에서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으며 살 것을 명령한다. 동굴이란 세상과 단절된 곳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고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생명이 잉태되는 자궁이다. 또 마늘과 쑥은 오염된 몸을 정화하고 기본적 건강을 유지시키는 음식이다. 즉 어둠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마늘과 쑥으로 몸을 정화할 때 비로소 새 생명, 새 사람이 될 수 있다.
 
물질적 삶에 오염된 몸을 정화해 새롭게 거듭나 정신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동굴에 들어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자신을 닦는 수양을 할 때 동물적 삶에서 벗어나 참다운 인간으로 바뀔 것이다. 그것은 범처럼 뛰어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곰처럼 우직하고 진중하며 사람이 되기까지 참고 견딜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럴 때 경쟁이 아닌 전 인류가 함께 사는 삶을 살 수 있고, 이를 통해 홍익인간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믿음을 얻고 인류의 마음을 얻는 길이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먹을 것, 병력, 믿음 3가지 중 끝까지 지켜야 할 덕목을 믿음이라고 한 것은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반삼성 정서를 극복하고 ‘인류에의 공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 삼성은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반삼성 정서의 밑바탕인 불호(不好)가 호(好)의 뒷면이라는 점에서, 믿음을 회복하면 대중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그 조건이 덕(德)이다. 맹자는 덕으로 복종시키면 진심으로 복종한다25 고 말했고, 공자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르게 된다26 고 했다. 우리 민족은 신바람이 나면 요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순식간에 하나가 되어 놀라운 변화를 실현한다. 그 힘이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역사를 이룬 원동력이며, 그 바탕에 仁이 자리잡고 있다.
 
문명이 바뀌는 위기를 거친 후 펼쳐질 미래는 몇 명의 천재가 아닌, 仁으로 무장한 사람에 의해 열릴 수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 그들은 활을 쏠 때의 자세처럼 자신을 바로잡고, 잘못되더라도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으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27 또 남에게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으며, 책임감 있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을 자신처럼 여긴다.
 
仁은 삼성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회복해야 할 가치다. 仁을 추구하고 회복할 때, 삼성만이 아닌 세계가 이롭게 되며 세계의 마음을 얻게 된다. 따라서 공기처럼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기업, 존재할 기업은 仁할 때 가능하다.
 
소강사회의 道
 
삼성의 성공에는 여러 요소를 통합해 선(善)을 이끌어낸 소유주의 혜안이 있었다. 서구의 경영 방법을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경영학에서는 소유주 경영이 폐해와 비리를 낳는 방법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가 단기적인 효과와 과시적 성과에 집착한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소유주 경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 경영인 경영은 대동사회(大同社會)의 도(道)다. ‘크게 하나 된 사회’를 뜻하는 대동사회는 고대 요순(堯舜)이 다스리던 시대를 말한다. 대동사회는 능력 있는 천자가 나라를 다스리고, 천자의 지위가 현자(賢者)에게 선양(禪讓)됐던 시대다. 맹자는 이를 “하늘이 준 것[天與之]”이라고 했는데, 요 임금이 순을 추천하자 하늘이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하늘에 받아들여져 천자가 된 순 역시 이후 우(禹)를 하늘에 추천한다. 하지만 선양은 여기에서 끝난다.
 
대동사회에서 ‘조금 편안하다’는 의미를 지닌 소강사회(小康社會)가 되자 더 이상 선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 임금의 뒤를 이은 것은 아들인 계(啓)였다. 이후 세습은 소강사회의 도가 됐다. 즉 소강사회에서는 백성 모두를 하나로 아우르는 현자가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왕자 교육을 받은 사람이 왕이 될 때 나라가 다스려진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투고 견제하며 자리를 빼앗는 하극상이 연출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비록 전통적인 경영 수업을 못 받았다 할지라도 혼신을 다하는 열정을 가진 소유주가 전문 경영인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또 어릴 때부터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훈련받은 자가 제 위치에 섰을 때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할 수 있다. 소유주 경영은 소강사회의 도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삼성은 대부분의 계열사에 노조가 없다. 대신 노사협의회를 두어 노동자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미리 알아 해결해줌으로써 노조가 필요 없는 기업, 즉 비노조(非勞組) 기업을 만드는 것이 삼성의 목표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를 억압하고, 노동자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은 18세기 서양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없던 시절에 노동자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맹자 사상이 기반인 한국에서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없다. 물론 “마음을 쓰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사람은 남에게 다스려진다”28 고 하여 오늘날 노(勞)와 사(社)에 해당하는 개념을 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유가에는 노동자의 개념이 없다. 모두가 한 가족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노동자, 혹은 社라는 입장과 틀에 가두고 자신의 영역에 한계를 긋는 것은 유가의 도가 아니다. 가족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유가가 추구하는 가치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내세우는 비노조 경영은 유가의 지향성과 같다. 하지만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너와 나를 분리하고 나누는 것이 아닌, 너와 내가 하나 되는 仁의 실현이다. 그럴 때 비노조 경영은 삼성의 구성원뿐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는 목표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지면 개편을 맞아 이번 호부터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을 소개하는 ‘Fresh Idea’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경영자들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창의적 관점을 소개해 드립니다. 첫 번째 원고로 유학을 전공한 권경자 박사의 글을 싣습니다. 이 글은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한국 기업들이 이념적 뿌리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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