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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속의 평화

현용진 | 26호 (2009년 2월 Issue 1)
큰 돈을 벌려면 돈을 벌 때 돈을 안 쓰고, 돈을 못 벌 때 돈을 써야 한다. 호경기 때 알뜰하게 경영하고 불경기 때 투자하는 기업이 대업을 이룬다는 의미다. 조금만 어려우면 구조조정이니 인력 감축이니 요란을 떤다면 사람이건 기업이건 어떻게 대인의 풍모를 지닐 수 있겠는가.
 
이 원칙 아닌 원칙을 지키기는 참으로 어렵다. 성공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적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돈을 번다고 보너스를 마구 나눠주고 여기저기 투자하다 보면 돈은 없어지고 곧 어려운 시절을 맞는다. 이는 결국 해고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상황이 좋아져 돈을 벌면 여기저기 또 헛돈을 쓰는 사례가 많다.
 
‘돈을 벌 때 돈을 안 쓰고, 돈을 못 벌 때 돈을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소위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자각해야 한다. 경영자는 자신이 왜 기업을 운영하는지, 종업원은 왜 이 회사에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갖고 살아야 한다. 이 답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돈을 쓰고 싶은 욕구를 절제할 수 있고, 위험이 크다 해도 필요하면 돈을 쓸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그 답을 확실히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는 기업은 잠깐 호사스럽게 살다가 긴 겨울을 힘들게 버텨야 하며, 그러다가 힘을 잃고 사라져 버린다.
 
기업이 어떻게 하면 존재의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간단하다. 늘 절약하고 절제하면서 사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절약과 절제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고, 필요하면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아낌없이 쓰는 것’이다.
 
주인 행세를 하면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를 용인하는 회사는 존재의 이유를 자각하지 못하는 조직이자, 절약과 절제를 모르는 조직이다. 그런 회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 그런 방식이 좋다고 하는데 자유 국가에서 누가 뭐라고 말리겠는가. 다만 대업을 이룰 회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이자 성장하는 사회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사회다. 절약과 절제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면 곳간에는 곡식이 가득해지고,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학교는 학교대로 존재의 이유를 찾고, 기업은 기업대로 존재의 이유를 찾으며, 정부는 정부대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건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와 기업과 정부에 겉으로는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도 실제로는 개혁의 걸림돌인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삶의 태도에 변화를 갖고, 절약과 절제를 통해 존재의 이유를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이지 긴 개발 독재의 시대를 벗어나 참된 선진국으로 비상할 때가 왔다. 필자는 한 사람의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대인의 풍모를 갖춘 사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대·아주대 등을 거쳐 2002년부터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관련 공정거래, 정보처리 이론을 응용한 촉진 효과, 브랜드 자산 분석, 조직 문화 이론을 응용한 유통 경로 상의 지배구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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