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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unting

골프 많이 치는 CFO, 재무 보고 품질 떨어져

김진욱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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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CFO Effort and Public Firms’ Financial Information Environment” (2021)
by L. E. Biggerstaff, D. C. Cicero, B. Goldie, & L. C. Reid in Contemporary Accounting Research, 38(2), 1068-1113.



무엇을, 왜 연구했나?


대리인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학 이론의 근원적인 명제로 첫째, 경영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면 경영자의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과 둘째, 경영자가 투입하는 노력이 직무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경영자의 노력은 관찰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명제들을 실증적으로 검증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마이애미대 등 공동 연구팀은 여가를 더 많이 소비할수록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해 경영자의 여가 소비(leisure consumption) 수준을 노력에 대한 역(逆) 측정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경영자의 여가 소비는 골프 라운딩 횟수였다. 18홀을 플레이하는 데 5시간가량 소요되는 골프는 상당한 시간 투자를 수반한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 라운딩 횟수는 경영자의 여가 소비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여가 소비 수준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이 경영자 중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CFO)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CFO는 기업 내 재무 분야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가장 높은 직급으로 이들의 주된 업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업 성과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목적 적합성1 이 높은 재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CFO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그들의 골프 라운딩 횟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CFO의 골프 라운딩 횟수가 기업의 재무 정보 품질에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골프협회는 골퍼가 라운드 일시와 스코어를 등록해 핸디캡을 산출할 수 있도록 골프 핸디캡 & 인포메이션 네트워크(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2 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GHIN에 자신의 골프 라운딩을 기록한 385명의 CFO를 표본으로 삼았다. 표본의 CFO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20번의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 시간과 5시간의 라운딩 시간을 가정하면 표본의 CFO들은 연중 2.5주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골프장에서 보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리인 이론은 주주들에게 경영권을 위임받은 경영자들이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CFO를 포함한 경영자들에게 주가와 연계된 인센티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과도한 여가 소비를 피하는 한편 업무에 충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구팀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CFO들이 직무 수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경제학의 오랜 명제를 검증했다. 실증 분석 결과, CFO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의 델타(delta)3 는 CFO들의 골프 라운딩 횟수와 음(-)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CFO에게 제공된 경제적 인센티브가 강할수록 골프 라운딩 횟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CFO 스톡옵션의 델타가 한 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이들의 골프 라운딩은 3.45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에서 CFO는 재무 보고 과정을 관장하며 회계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활용 가능한 지식과 능력이 업무에 실제로 투입되는 수준은 경영자의 노력으로 결정된다. 이에 연구팀은 CFO들이 투입하는 노력이 그들의 직무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경제학의 명제를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재무 보고 품질의 측정치는 발생액의 추정 오차인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의 재무 보고 품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CFO들의 골프 라운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라운딩 횟수는 발생액의 추정 오차와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CFO들이 골프장으로 향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재무 보고의 품질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골프 라운딩 횟수가 한 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발생액 추정 오차는 1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CFO의 골프 라운딩 횟수가 증가할수록 CFO의 콘퍼런스콜 참여 정도와 이익 예측 공시의 정확성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 라운딩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CFO가 속한 기업은 정보 환경이 악화돼 재무분석가의 예측 분산 수준이 높아지며 외부 감사인들에게 지급하는 감사 보수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CFO가 최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기업에 실제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CFO는 자본 조달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현금흐름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재무 보고를 관장하는 책임을 가진다. CFO가 이런 복잡한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경우 기업이 자본시장에 제공하는 데이터는 기업이 창출하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해석과 미래 가치 창출에 대한 전망을 반영할 것이다.

본 연구는 CFO의 경제적 인센티브, 그들이 기울이는 노력, 기업이 생산하는 재무 정보 품질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구체적으로 골프 라운딩 횟수를 기준으로 상위 10%에 속하는 CFO의 경우 연간 45회 골프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모든 CFO가 재무 보고 의무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CFO에게 주어진 경제적 인센티브가 증가할수록 골프 라운딩 횟수가 감소한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FO들의 라운딩 횟수가 재무 보고 품질과 음(-)의 관계를 가진다는 분석 결과는 CFO의 직무 수행 품질이 단순히 그들이 받은 훈련과 체득한 경험뿐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는 노력의 함수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CFO가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기업들은 우선 CFO가 노력에 대한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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