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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1000조 달러짜리 미래

김현진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은 ‘가능’이 될 수 있다).’

2021년 2월10일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자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에 LED 조명으로 새겨진 문장입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에 도착한 나라가 된 아랍에미리트는 2100년대에 화성 이주를 추진하는 등 파격적으로 우주 탐사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큽니다. 이 나라가 처음 띄운 인공위성인 두바이샛 1호와 2호가 사실은 우리나라 민간 기업을 통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신간 『우주미션 이야기』에서 “2006년부터 두바이샛 1호를 우리나라와 함께 개발하면서 우주 기술을 축적한 것이 아말 탐사선 프로젝트의 기반이 됐다”며 “우리보다 시작이 늦었던 국가도 화성에 가는데 우리는 왜 못 가고 있는지 묻는 질문을 받으면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고 털어놓습니다.

수십 년 전 초등학생 시절, ‘2020년의 우주’를 떠올리며 썼던 공상 과학 글짓기에서 달에 별장을 짓고, 화성행 우주선을 타는 상상을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2020년이 되고도 일상이 되기엔 아직 멀어 보였던 이 상상의 세계는 최근 다양한 민간 기업의 활약으로 한층 가까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설립한 기관 주도로 진행된 우주개발의 첫 번째 챕터, ‘올드 스페이스’ 시대가 끝나고 민간 투자 파트너와 혁신 기업들이 주도해 우주 비즈니스를 펼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 6월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및 위성 등의 기술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주 시대를 열었습니다. 자국 땅에서, 자국 인공위성을, 자국 발사체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우주 주권’을 가진 일곱 번째 나라가 된 것입니다.

1986년 한국우주과학연구소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30여 년이나 늦습니다. 출발이 늦다 보니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시장의 1% 미만에 그칩니다. 연구 인력도 미국 NASA(항공우주국) 대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5%에 불과하고, 미국의 우주개발 예산(2017년 기준) 대비 우리나라의 관련 예산은 1.2%에 그칠 정도로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공위성 개발만큼은 선진국에 버금갈 수준으로 도달했다는 사실을 보면 과학자 및 연구 기관들의 수고를 가늠할 만합니다.

뉴스페이스 시대, 하지만 국내 관련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첫 번째는 우주를 ‘과학’이 아닌 ‘산업’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의 우주에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지, 우주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국내 업체들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산업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세계 최초로 부분 재사용 가능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한 ‘스페이스X’ 등 선두 기업들의 활약으로 우주로의 접근 문턱이 한층 낮아졌습니다. 이에 최근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주 속(in-space) 서비스’ 시장에 우선적으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에서의 조립 및 생산, 인공위성 수명 연장, 우주 쓰레기 제거 등의 영역은 로켓 발사와 인공위성 증가 추세와 더불어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40년경 우주 경제 규모는 11조 달러(약 1경6000조 원)∼27조 달러(약 4경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주 투자 전략 컨설팅사인 스페이스어드바이저스의 로버트 제이콥슨 CEO는 이에 더해 “지구는 1000조 달러 경제가 될 수 없지만 우주는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1000조 달러면 요즘 환율로 약 145경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요즘 알파세대 초등학생들의 우주개발 관련 독후감을 보면 그저 동경과 공상으로 가득 찼던 제 어린 시절 독후감과 사뭇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우주를 ‘환경오염으로 회복할 수 없게 될 지구의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랍에미리트 총리 역시 “우주에서의 진일보는 지구의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우리는 미래 세대에 투자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초록별을 넘어 미지의 우주로 가는 여정을 착실히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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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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