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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횡령 막는 시스템• 마인드 정비 전략

관리만으로 도덕적 해이 막는 데 한계
성과와 함께 정직의 가치 구체화해야

김성완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0년 횡령 건수는 약 6만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그 규모도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 단위로 급증했다. 사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공공기관에서도 횡령 사건이 만연해졌다. 이처럼 횡령 사건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일탈적 행위, 내부 통제 실패 등 기업 내부 요인과 물질을 숭배하는 물신주의, 약한 처벌 등 외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관리 감독, 회계감사, 인사관리 등 기업 시스템의 보완뿐 아니라 직원 개인의 마인드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성과만큼 정직, 성실 등 조직 가치를 구체화하고 직원들과 공유하며, 이러한 조직 가치를 리더 선발 과정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자기 절제력을 길러야 한다.



급증하는 직원 횡령, 무엇이 문제인가?

올해 초부터 매월 사기업과 금융권, 공공기관까지 직원들의 횡령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올해 상반기 동안 언론에 보도된 주요 직원 횡령 사건만 해도 12건에 달한다. (표 1) 언론에 나타난 직원 횡령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배임 횡령과 같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직원 횡령 사건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횡령 사고로 인해 해당 기업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조직 시스템과 직원들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나아가 고객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들이 정당한 방법이 아닌 공적 자금을 횡령하는 불법 행위로 부를 축적하거나 생활비로 유용하는 행위는 조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병리 현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댐의 붕괴는 작은 틈에서 시작한다. 일련의 직원 횡령 방지 대책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직원 횡령 사건의 특징과 의미, 그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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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직원 횡령 사건의 특징

최근의 직원 횡령 사건은 발생 횟수나 규모, 조직 형태 면에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기존에는 기업체 사장이나 임원들이 회삿돈을 배임 횡령하는 사건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횡령 주체가 일반 직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횡령 범죄 발생 건수를 보면 2011년 2만7882건, 2012년 3만3044건, 2013년 3만6214건, 2014년 3만8646건, 2015년 4만8795건, 2016년 5만2069건, 2017년 5만2610건, 2018년 5만7172건, 2019년 6만819건, 2020년 6만539건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1 횡령 사건의 급증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횡령 사건은 회사의 일을 수행하고 급여를 받는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다. 직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추구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횡령 금액도 수십억 원 정도에서 수천억 원까지 급증했다. 오스템임플란트 팀장이 2315억 원, 우리은행 차장이 614억 원, 계양전기 대리가 245억 원, 서울시 강동구청 7급 직원이 115억 원 등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금액이 100억 원대 이상을 넘었다는 것은 개인의 단순한 일탈 행위가 아닌 조직적 범죄마저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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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대•중소기업에서 금융기관, 정부 조직까지 전 조직을 망라해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다.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사회의 모든 조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 발생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성 매입 사건은 전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의 자금을 보관하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공공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기관까지 횡령이라는 부정의 그림자가 확산되고 있다.

2.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직원 횡령 사건의 원인을 종합하면 조직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내부 요인

먼저, 조직 내부 요인으로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에서 비롯된 일탈 행위이다. [표 1]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직원 횡령 동기는 주식이나 선물, 부동산 투자, 도박이나 생활비 유용 등 그릇된 욕망에 의한 일탈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 조직 내 직원 횡령 사건의 특징은 대체로 회사 근무 경력이 긴 관리자 이상의 직급에서 많이 발생한다. 또한 횡령 사건의 대부분은 자금을 다루는 영업이나 재경, 구매 조직에서 일어난다. 이 중에서도 실제 자금을 관리하는 담당자나 직책자인 경우가 많다. 회사 자금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이들은 조직 책임자가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고객과 조직의 신뢰를 뒤로 하고 횡령과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대표적인 모럴 해저드이다.

둘째, 기업 내부의 감시와 관리 감독 등 내부 통제 시스템 요인의 허점이다. 회사 자금을 다루는 직원들은 내부 관리 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잘 알기에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 시스템의 속성상 자금의 성격이 허위인지, 실제인지 판별할 수 없다. 시스템은 사용하는 담당자의 행위를 반영할 뿐이다. 따라서 회계 및 감사 시스템의 문제는 이를 관리 감독하는 책임자의 문제도 포함된다. 특히 은행이나 금융기관,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횡령 사건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과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한 예로 새마을금고의 직원 횡령 사건은 16년에 걸쳐 상사와 공모해 이뤄졌으며 최근 금융권 직원 횡령 사태로 압박감을 느낀 직원이 자수해서 밝혀진 사건이다. 16년간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금융권의 관리 감독 시스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외부 요인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조직 외부적 요인으로 최근 부동산 투자, 가상 화폐 투자 열풍과 같은 한탕주의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자산의 유동성은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도박 등을 통한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소식이 들렸다. 이러한 한탕주의 풍조가 직장인들의 사적 욕망을 극대화시키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는 일탈 행위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러한 한탕주의는 그릇된 이익 추구라는 이기심과 경쟁심을 바탕으로 한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탐욕과 경쟁심은 동료와 조직, 고객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탈법적 행위를 정당화한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액을 벌겠다는 한탕주의 풍조가 직장인 사회에서 급격하게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끝으로 횡령 범죄의 양형이 낮다는 점이다. 현행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특경법(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죄(횡령액 5억 원 이상)는 부당 이익이 50억 원 미만 시 3년 이상 징역, 50억 원 이상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법 자체가 제각각이며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많다. 법령에도 불구하고 기존 횡령 및 배임 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사람들로 하여금 횡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와 물신주의 풍조

직원 횡령에는 앞서 지적한 네 가지 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출발점에는 ‘개인의 탐욕’이 있다. 그릇된 욕망이 한탕주의 사회 풍조 속에서 자신의 업무 전문성을 활용한 일탈 행위로 번진다. 개인의 그릇된 욕망이 비즈니스에 투영되면 모럴 해저드가 일어난다. 횡령 사건은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불러온 대표적인 일탈 행위이다.

1. 횡령과 모럴 해저드

형법 355조1항에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횡령죄는 다른 사람에 대한 신임 관계를 배반한다는 점에서 배임죄와 본질이 같다. 앞서 조직 내 횡령 사건의 핵심 문제로 조직 내 신뢰의 상실을 꼽았다. 횡령 사건은 조직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회사 자금과 관련한 업무를 맡긴다. 이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고객과 조직의 돈을 횡령했다는 것은 조직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심각한 일탈 행위이다. 따라서 횡령 사건의 본질을 조직 내 신뢰의 파괴라는 관점에서 봐야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직원들은 고객이나 회사 자금을 횡령할까? 앞서 [표1]의 직원 횡령 사건 개요에서 살펴봤듯이 횡령의 동기는 주식, 가상 화폐, 부동산 투자나 도박, 사치품이나 생활비 유용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월급이라는 정당한 수입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자금에 손을 댔다는 점이다. 직원 횡령은 조직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직과 책임감, 고객 중시의 가치를 망각한 전형적인 탈법 행위이다.

원래 모럴 해저드는 보험 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법 또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모든 행동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비즈니스는 개인과 조직, 고객 간의 신뢰를 기초로 한다. 과도한 부를 추구하고자 하는 개인의 탐욕이 모럴 해저드를 낳고, 그 결과 횡령과 같은 신뢰 파괴 범죄를 양산한다. 직원들의 횡령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봐서는 조직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만약 횡령과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그 조직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 다가옴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전 조직적으로 만연해 있다면 그 사회는 신뢰가 붕괴하는 야만의 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경고등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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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럴 해저드를 양산하는 물신주의

그렇다면 직원들이 횡령과 같은 모럴 해저드에 빠지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의 시대는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싶고 더 많은 소비를 추구한다. 산업의 발달은 풍요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절대 빈곤층은 줄었음에도 상대적인 격차와 빈곤감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계 재무 상태가 적자인 가구 수는 전체 2052만 가구 중에서 354만 가구로 17.2% 수준이다. 이들 적자 가구의 연간 평균 경상 소득은 4600만 원이지만 이 중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500만 원으로 98%에 달한다. 적자 가구는 수입으로 빚을 갚고 나면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적자 가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투기성 자산이나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불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에 적자 가구뿐 아니라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려는 많은 일반인도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급증하는 횡령은 정당한 방법으로는 부를 취득할 수 없는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이며 부의 욕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회병리적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의 한 예로 MZ세대의 ‘낮은 미래 지향성’과 ‘높은 소비 성향’을 지적하기도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입사를 해도 평생직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 수명은 짧아지고 경제 성장률은 2%에 머물러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브랜드 선호도나 소비 열망은 높다. 현재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없으니 쾌락적 소비에 집중하고, 그러다 보니 기회주의와 한탕주의에 빠지는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라고 현 세태를 진단했다.

MZ세대의 투자 열풍을 잘 나타낸 한마디가 바로 ‘영끌’이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자신의 급여로는 평생 집 한 채도 살 수 없다는 강박감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과도한 부채와 투기 열풍으로 빠지게 한다. 횡령죄를 범한 직원들 역시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넘어선 투자로 결국 자신과 조직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

이처럼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한탕주의 사회 분위기를 들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한탕주의는 ‘한 번의 시도로 큰 재물을 얻거나 성공하려는 태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다수의 직원 횡령 사건이 큰 재물을 얻으려는 목적은 맞지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과 반복성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횡령했다는 것은 부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자 집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한탕주의에서 더 나아가 사람이 사물에 종속되는 물신주의(物神主義) 현상으로 해석하는 편이 적합해 보인다.

물신주의란 사람이 상품이나 화폐 따위의 생산물을 숭배하는 현상으로 물신숭배라고도 한다. 경계를 넘어선 과도한 소비와 물질적 욕구 충족은 개인과 사회를 불행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내몰리게 한다. 사회 저변에 깔린 한탕주의 풍조는 바로 물신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풍부한 물자와 상품 소비를 유혹하는 물신주의 풍토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물신주의 풍조는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낳고 횡령과 같은 일탈 행위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직원들의 횡령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차원의 회계감사 시스템의 보완이나 횡령 형량의 강화도 중요한 것은 물론 직원들의 과도한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마인드 차원의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대응 방안

1. 시스템 차원의 대응법

지금까지 살펴본 직원 횡령의 특징과 원인을 토대로 효과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먼저, 조직 차원의 대응법은 직원들의 횡령을 방지하는 관리 감독 시스템의 강화이다. 관리 감독 시스템의 강화에는 첫째, 엄격한 내부감사나 외부감사제도의 운용이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감사를 통해 횡령 사건을 적발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횡령 사건을 사전에 막기보다는 발생한 후의 사후약방문과 같은 한계가 있다.

둘째, 전산 시스템의 입출금 과정에 대해 이중으로 관리하는 회계감사 시스템 운영이다. 대표적인 예가 3차 방어선 모델을 활용한 방법이다. 3차 방어선 모델이란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나 통제와 관련한 특정한 직무를 조직 내에 할당하고 조율하는 방안이다. 3차 방어선 모델을 활용해 조직의 목표와 내부 통제 프레임워크를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횡령 방지를 위한 3차 방어선 모델로 예를 들면, 1차 방어선으로 현업 부서에 자금 통제 담당자를 둔다. 자금 흐름에 수상한 거래가 발생하면 경영진에 보고를 한다. 이어 회계나 재무부서가 2차 방어선을 담당한다. 매월 거래 내역을 검토하면서 횡령이 발생하는지 점검한다. 3차 방어선으로 내부감사 부서가 최종 점검을 한다. 이때 내부감사 부서의 독립성을 강화해 횡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며 내부 교차 확인을 통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한편 엄격한 회계감사 시스템이나 이중적 관리 체계는 직원 간 불신을 야기하거나 감사 업무량이 증가라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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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사관리 시스템의 보완도 필요하다. 기업에서 직원 횡령 사건이 밝혀지면 회계감사 시스템의 보완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횡령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탐욕과 조직 가치의 전도에 있다. 횡령 사건을 일으키는 다수가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 직원이다. 직원 선발과 포지셔닝에서 개인의 인성과 태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평가 과정에서도 업적 이외에 조직 가치의 실현에 대한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재무나 구매 자재 등 회사의 자산이나 자금을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 개인별 역량 평가 항목에 정직과 청렴에 대한 평가 문항을 필수로 포함한다. 인사평가 과정에서 1차 자기 평가와 2차 상사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스스로 청렴과 정직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재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조직을 책임지는 팀장 이상 리더의 선발 과정에서는 실적 중심의 성과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정직과 책임감, 성실성, 협력과 같은 조직 가치 항목을 함께 평가해 조직의 가치와 목적 실현에 부족함이 없는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다음은 사회제도적 차원의 횡령 사건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원 횡령 사건에 조직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은 민형사상 처벌이다. 그러나 그 처벌이 솜방망이라면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몇백억 원을 횡령해도 5년 정도 징역을 살고 나와 은닉한 범죄 수익을 다시 찾아 생활할 수 있다면 오히려 범죄를 저지를 동기를 제공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연방검사를 지낸 이숭헌 미국법 자문사는 “미국에서는 횡령을 대단히 무거운 죄로 보기 때문에 변제했다고 공식처럼 집행유예를 주진 않는다. 배상 명령과 함께 벌금형을 추가로 얹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범죄 규모에 따른 형량 강화와 범죄 수익의 철저한 환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범죄의 형량을 높인다고 해도 범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다양한 동기를 형량 강화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물신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 속에서 조직과 개인의 마인드 차원에서 모럴 해저드와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근본적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

2. 마인드 차원의 대응법

조직 단위에서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와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마인드 차원의 대응법은 조직과 직원들의 신뢰와 행복을 중시하는 선한 조직문화 구축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관리 감독 시스템의 강화만으로는 직원들의 횡령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횡령과 같은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직과 협력, 성실과 같은 조직 가치를 구체화하고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소통과 협력의 조직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조직 분위기가 성과지상주의적이라면 직원들은 성과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 행동을 관행처럼 여길 수 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과도한 성과 압박에 시달릴 때, 자신의 경제적 위기와 맞물리면서 횡령과 같은 일탈 행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이처럼 조직 단위에서 성과 창출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행복을 함께 중시한다면 조직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개인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선한 조직 풍토를 형성할 수 있다. 선한 조직 분위기는 개인의 모럴 해저드와 일탈 행위를 억제하는 직원 상호 간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또한 행복한 일터는 직원들의 조직 만족감과 업무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신뢰와 행복의 선한 조직 문화는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그 첫걸음은 리더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리더가 직원들에 대한 믿음을 주고 권한을 부여해 줌으로써 직원의 헌신을 이끌어낸다. 또한 신뢰와 행복을 업무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일하는 규범을 마련해 직원들이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행동 규범을 마련할 때는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인사 평가 시 조직 구성원들이 정직과 신뢰, 협력의 조직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평가 제도 운용도 도움이 된다.

끝으로 개인 단위에서 모럴 해저드와 일탈 행위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자기통제력을 기르는 것이다. 특히 사회 전반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도박, 과소비와 같은 물신주의가 확산되는 풍토에서 자기 내면의 탐욕을 걸러내는 자기통제력을 길러 횡령과 같은 일탈 행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DBR minibox Ⅰ ‘마음 챙김으로 자기통제력 강화’ 참고.)


김성완 통코칭 대표 coach@tongcoaching.com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에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DBR mini box

마음 챙김으로 자기통제력 강화

자기통제력 강화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음 챙김과 명상을 꼽을 수 있다. 마음 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i 마음 챙김의 태도를 확립하는 수행법이 마음 챙김 명상이다. 마음 챙김 명상 수련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감정, 생각과 사고 작용을 알아차리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의 대표적인 수련법이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이란 자기 몸의 안과 바깥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긴 숨이 들어오면 긴 숨이 들어옴을, 짧은 숨이 들어오면 짧은 숨이 들어옴을 인지한다. 그 과정에서 내 몸과 자연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과정을 통찰한다. 자연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자연이 있는 선순환의 과정에서 평온과 행복을 체득한다. 이러한 평온과 행복감은 일과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대상과 공감하며 선순환하는 관계를 형성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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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마음 챙김의 태도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을 객관화하고 통제하는 절제력을 향상시킨다. 만약 과소비의 충동이나 그릇된 투자 욕구가 일어날 때, 마음 챙김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는 내적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일과 생활에서 순간순간 마음 챙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절제함으로써 선한 관계와 결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에서 2016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 전역에서 그 전 4년의 추세를 기반해 예상한 것보다 자살이 8157건, 강력 범죄가 18만2744건 감소했다.ii 연구진은 미국 마하리시경영대에서 2006∼2010년 동안 1725명이 참가한 단체 명상이 미국 사회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펼친 결과라 해석했다. 이 연구는 SSCI 저널에 소개됐으며 연구를 진행한 미카엘 딜렉(Micael Dilleck) 박사는 “단체 명상과 사회의 폭력 감소 사이에 높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은 범죄 예방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은 타인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단체 명상 인원이 증가하면 그 효과는 전체 사회로까지 확장되고 그 효과 역시 또 측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iii

명상이 범죄율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와 횡령 방지에도 효과적임을 유추할 수 있다. 조직 단위의 명상 수련이 구성원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 개인들의 자기통제력을 강화하는 유용한 방법임을 보여준다. 또한 조직 단위의 명상 수련은 구성원 간 신뢰와 협력의 조직 풍토를 형성함으로써 모럴 해저드로 인한 개인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다. 미국 산타클라라대 상담심리학 교수인 샤우나 샤피로는 그의 저서 『마음 챙김』에서 “마음 챙김이 당장 벌어지는 일을 바꿔주지 못할지라도 그 일과 우리의 관계를 바꿔준다”라고 말했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사회 풍조에서 그릇된 욕망을 억제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적 마인드를 가지는 것만으로 일탈적 생각과 행위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직원 횡령과 같은 일탈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차원과 마인드 차원의 대응이 병행될 때, 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 김성완 김성완 | 통코칭 대표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coach@tongcoac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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