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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PR, 오해와 이해

김현진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팬데믹 기간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주인공 에밀리 쿠퍼는 파리의 마케팅 회사에 파견된 미국인 직원입니다. 콧대 높은 프랑스 상사와 동료들의 텃세 속에서 그가 그나마 인정을 받았던 영역은 SNS 마케팅이었습니다. 파리에서의 화려한 삶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공유해 스스로도 인플루언서가 된 그는 보수적인 기존 홍보 방식 대신 온라인 입소문 전략을 영민하게 활용한 덕에 고객사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습니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SNS를 통한 홍보•마케팅 자체가 곧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패션 잡지 보그의 뷰티 에디터 출신인 또 다른 에밀리(에밀리 와이스)는 ‘글로시에’를 설립해 창업 8년 만에 매출 2400억 원 규모의 화장품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만 활용해 일군 성과입니다.

매스미디어 시대의 유명 연예인 활용 광고나 홍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체적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할 때 모델의 외모는 호감도만 높일 뿐 구매 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들의 평소 언행이 브랜드 철학과 일치할 때 효과를 냅니다. 따라서 무조건 팔로워가 많거나 외모가 빼어난 인플루언서를 찾는 PR 전략을 써 왔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PR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활동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PR의 대상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는 지점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데이터가 아닌 통념을 따른 결과입니다. Z세대에 대한 분석만 해도 그렇습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에이전시인 에델만의 분석에 따르면 Z세대에 대해 사람들은 ‘캔슬 컬처(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나 기업을 끌어내려 명성을 잃게 하는 것)’를 주도한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실제 Z세대는 그저 잘못한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원할 뿐, 이들 중 3분의 1은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기만 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PR 전략에서의 또 하나의 오해는 오로지 소셜미디어, 뉴미디어에만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전 세계 소비자 중 60%는 “어떤 콘텐츠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같은 내용을 최소 3번에서 5번 이상 들어야 한다”고 답합니다. 심지어 10번 들어야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였는데 한국인 응답자는 이 비율이 전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인 27%에 달했습니다. 미디어와 취향이 다원화된 시대에 특정 경로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다양한 가용 채널을 총동원하는 저인망식 전략을 써야 최대한 많이, 지속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성장세에 힘입어 PR에 대한 니즈가 최근 눈에 띄게 높아진 업종은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입니다. 어떻게 하면 난해한 기술을 널리 알리면서도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믿음직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인지 세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졌습니다. 구글의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 역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조직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발굴해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 홍보에 그치고 마는 기존 테크 홍보 전략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실시간 자막 앱 서비스의 개발자는 인도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인도에는 지역 방언이 워낙 많아 사람들 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게 안타까워 이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이런 스토리가 발굴돼 ‘따뜻한 기획 의도’가 알려질 때 기술 홍보는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팬데믹 이후 PR 전략을 분석한 해외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공감(empathy)’이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 차가운 기술 영역서도 ‘따뜻한 메시지’는 충분한 어필 요소가 됩니다.

공중(public)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들이 만드는 평판이 브랜드와 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위력이 커진 시대, PR팀이 지원 조직이 아닌 전략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소셜미디어 애널리틱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ESG와 세대 변화 등 사회 흐름을 반영해 사내외 소통 키워드로 사용하는 노력은 기업 전략에 핵심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술과 감성을 넘나드는 것으로 홍보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PR 전문가들에게도 ‘문이과 통합형’을 넘어 미적인 감성도 읽는 ‘종합예술가’로서의 역량이 요구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PR의 미래는 물론 미래 소비자와 시대 정서를 읽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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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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