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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DAO가 야기할 변화와 우려

자율-공정 깃발 든 탈중앙화 조직
혁신의 중심으로 한 발 한 발

박제정 | 348호 (2022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웹 3.0이 부상하며 탈중앙화 자율 조직 DAO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 소셜, 투자, 자선활동 등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다양한 DAO가 존재한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DAO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DAO가 부상하면서 기업은 일방향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의견을 수용하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웹 3.0이 부상하며 탈중앙화 자율 조직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전문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는 2022년이 DAO의 해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22년 초 첫 DAO가 탄생했다. ‘국보 DAO’가 그 주인공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 2점을 낙찰하기 위해 설립된 DAO다. 경매 시작일을 9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결성된 국보 DAO는 총 56명이 1주일 만에 900이더리움(ETH), 당시 기준 약 3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했다. 국보 낙찰을 위한 목표액이었던 50억 모금에 실패해 경매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9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국보 DAO의 결속력은 가히 놀라웠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DAO는 무엇이며, 이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걸까?

블록체인 기반의 자율 조직, DAO

DAO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에서 참여자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참여자들이 투표를 통해 규칙을 정하고 이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다. 2016년 이더리움(Ethereum) 창시자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시킨 벤처캐피털 펀드 형태의 조직 ‘The DAO’가 모태다. 분산형 자율 조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누군가가 운영을 책임지거나 조직을 대표하지 않고 토큰 보유자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용자들이 모여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참여자들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에 자원을 집중하고 창출된 가치를 공유하는 모델로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웹 3.0 서비스 대부분은 DAO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DAO는 암호화폐 시장이 가져온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DAO는 그들만의 가치에 부합하는 규칙을 스스로 결정하고 합의된 규칙은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로 구현되며 이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관리 규칙은 모두가 볼 수 있다.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중앙집중화된 소통 방식과는 달리 개인이 모여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DAO의 방식이다.

영리 추구의 목적을 가진 DAO의 경우 운영 자금을 필요로 한다. 보통 운영 자금은 토큰으로 조달되며 기존 토큰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토큰을 발행해 사용하기도 한다. DAO의 자금 확보나 사용에 관한 모든 내용은 사용자들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토큰은 대부분 조직 내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된다. 토큰에 투자한 사용자는 투표권을 갖게 돼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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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O의 장점은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참여자가 관심 있는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투자자와 사용자들에게 조직을 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여하는 모든 이가 자금의 사용 방법을 결정하는 데 일조하며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 또한 DAO는 계층 구조가 없기에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조직 전체가 이를 고려할 수 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거버넌스라 지칭되는 투표 제도다. 거버넌스는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제안과 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고 다수결로 의결해 운영하는 모든 절차를 통칭한다. 이 제도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 시 개선점 및 기타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한다. 모든 안건이 투표 제도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분쟁 발생의 여지가 적고 모든 규칙과 거래 내용은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

DAO가 가져온 변화

금융, 소셜, 투자, 자선활동 등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다양한 DAO가 존재한다. 구체적인 운영 사례를 통해 DAO가 업계에 가져온 다양한 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DAO는 컨스티튜션 DAO (Constitution DAO)다. 2021년 11월 세계 최대 경매 회사인 소더비(Sotheby’s) 경매에 올라온 미국 헌법 초판본을 낙찰받아 공동 소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DAO다. 대중이 헌법을 보유하고 국민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시작된 컨스티튜션 DAO는 그 취지에 맞게 피플(People)이라는 이름의 토큰을 자체 발행해 모금을 진행했다. 약 1만7000명이 참여해 967이더리움, 당시 기준 43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 모금됐다. 실제 경매에서는 아쉽게도 2위에 그쳐 낙찰에 실패했지만 DAO가 보여준 조직력과 자금 조달 속도는 상당했다.

경매가 종료된 후 컨스티튜션 DAO는 낙찰을 위해 모금받은 토큰을 기부자들에게 이더리움으로 환불해주고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피플 토큰의 인기가 지속되며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컨스티튜션 DAO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DAO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DAO는 투자 및 컬렉터 DAO다. 투자 및 컬렉터 DAO는 특정 자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자본을 구축한다. 이들은 DeFi1 프로토콜이나 NFT, 희귀한 역사 자료, 프로스포츠 구단 인수 등 투자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마치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며 기존의 벤처 투자 펀드와 달리 DAO는 빠르고 단순한 자본 조성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블록체인상의 모든 거래를 누구든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벤처 투자 펀드보다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 대표적인 투자 DAO에는 플레저 DAO(PleaserDAO), 메타카르텔 벤처스(MetaCartel Ventures), 플라밍고(Flamingo), 코메라비(Komerabi) 등이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단위로 자원을 모으고 함께 투자를 진행한다. 수익이 창출되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투자 이익을 분배한다.

다른 산업에서도 DAO를 만나볼 수 있다. 소셜 DAO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통찰력을 공유하고 모임을 여는 등 가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조직이다. 암호화폐 관련 뉴스 및 교육 사이트 디크립트(Decrypt)가 선정한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셜 DAO 프로젝트는 비츠 DAO(Beets DAO)다. 비츠 DAO는 음악 NFT를 매입하기 위한 DAO로 미래 온라인 커뮤니티의 모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비츠 DAO는 대표적인 음악 NFT 오일러비츠(EulerBeats) 커뮤니티에서 만난 58명이 주축이 돼 시작된 조직이다. 이들은 2021년 3월 희귀 NFT인 오일러비츠 ‘에니그마(Enigma)’ 4종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4월에는 오지리널 냥캣(Nyan Cat)2 아티스트와 유명 래퍼 스눕 독(Snoop Dogg)의 합작을 이끌어 NFT를 출시했다. 스눕 독과 함께 출시한 NFT는 25만 달러 상당의 수익을 냈다.

미술 분야의 DAO 구성원들은 아티스트 성장에 직접 기여하면서 보상을 받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팬덤이 아티스트에게 일방적으로 금전을 지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아티스트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구성원들이 구매한 NFT 아트의 가치도 함께 오르는 특징을 가진다. 전통 미술 시장에서는 기성 작가의 작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한 후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면 DAO 구성원들은 신진 작가를 직접 발굴하고 지원한다. 작가와 함께 성장하고 수익을 취하는 형태로 작가를 응원하는 팬을 넘어 갤러리 큐레이터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마이바이어스(MYBIAS) 등 K팝 신인 그룹의 커뮤니티가 DAO로 만들어지고 있다. DAO에 가입해 아티스트 성장에 힘을 보태고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소셜 DAO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AO의 한계

점점 다양해지는 DAO는 소통하고, 일하고, 투자하고, 창조하고, 기부하는 방식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DAO가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DAO가 현재 당면한 한계는 다음과 같다.

1. 취약한 보안

무엇보다 큰 단점은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The DAO 해킹 사태3 가 대표적이다. 2016년 6월 발생한 DAO Contract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으로 당시 시세 64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 약 360만 개가 도난당했다. 도난당한 코인은 전체 이더리움의 약 10%다. 이 사건으로 당시 이더리움 가치가 21달러에서 13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뱃져 DAO(Badger DAO)가 1억3000만 달러를 해킹당했다. 이처럼 해커들의 공격 등 보안 문제가 DAO의 큰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2. 비효율적인 운영

DAO는 운영권이 불명확하다. 거버넌스(투표 제도), 의사 전달, 자금 관리 방식 등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운영이 미흡한 경우가 있다. 또한 물리적 장소가 없고 회사처럼 운영되지 않아 현재의 규제 체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분야에서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DAO의 자율성이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DAO는 ‘하나의 토큰=하나의 투표권’이라는 규칙에 기반해 운영된다. 많은 토큰을 보유한 대형 DAO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사안 하나하나를 모두 투표로 진행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 소모 역시 상당하다. 다수의 생각이 늘 옳은 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운영되거나 개인의 선동으로 인해 방향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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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현존하는 유명 블록체인 커뮤니티들은 내부 분열로 쪼개진 전례가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의 분리는 블록 크기에 대한 기술적 논쟁에서 비롯됐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의 분리는 The DAO 해킹 사건의 대응 방법에 대한 의견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일어났다. 이처럼 DAO는 조직 내부 분열로 해체되거나 주도 세력이 나뉠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성장기를 지나 약세장에 접어들었을 때도 DAO가 지금과 같은 결집과 유대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DAO의 토큰 가격이 하락하고 자본금이 감소해 참여자와 활동 빈도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DAO가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다.

DAO가 바꿀 아트 시장

DAO는 몇몇 한계가 있음에도 미래 조직 구조에 혁신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다양한 DAO가 도입됐고 그 형태가 발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통 시스템의 규제를 받는 조직이 아닌 블록체인상의 스마트 콘트랙트에 기반한 거대 조직, 벤처 투자 회사, 미디어 등이 생겨날 수 있다.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예술 산업에서도 DAO 흐름이 일고 있다. NFT 아트 플랫폼의 대표 주자인 슈퍼레어(SuperRare)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투자를 진행한 슈퍼레어는 자체 심사를 통과한 아티스트만 사이트에서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큐레이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진입이 까다로운 만큼 아티스트와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고 승인받은 작품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운영자들이 플랫폼에 업로드될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는 큐레이션은 중앙집중화된 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슈퍼레어는 블록체인 정신을 위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1년 상반기 슈퍼레어에서 불거진 큐레이션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래픽 아티스트 롭니스(Robness)가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쓰레기통 이미지를 변형해 제작한 작품 ‘64 GALLON TOTER’를 업로드하자 슈퍼레어가 저작권을 문제 삼아 삭제하는 사건이 있었다. 롭니스는 슈퍼레어의 큐레이션 방식을 비판했고 이에 동의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에서 만들어졌다. 일부 아티스트는 롭니스의 작품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결국 슈퍼레어는 작품을 복원했고 세계 최대 NFT 마켓인 오픈시(OpenSea)에서 해당 작품은 25만2000달러에 판매됐다.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트렌드가 더욱 강력해질 것을 체감한 슈퍼레어는 향후 더욱 열린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크레인(John Crain) 슈퍼레어 CEO는 자신과 다른 취향, 배경을 가진 다른 큐레이터에게 권한을 부여해 더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겠다며 참여자 중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슈퍼레어는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큐레이션에서 벗어나 거버넌스 위원회와 토큰 소유자, 커뮤니티가 함께 아티스트와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독립 갤러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정신에 걸맞은 탈중앙화된 조직 구조와 체제를 기반으로 참여자와 함께 만드는 아트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DAO와 비즈니스의 미래

부상하고 있는 웹 3.0은 탈중앙화를 지향하며 생태계의 독점적 주인을 없애고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한 분배가 가능한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DAO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 일방향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의견을 수용하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개인이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자유로운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DAO가 시장에 올바르게 안착하려면 개개인의 성숙한 윤리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록체인이 처음 태동했을 때의 건강한 방향성 또한 잃지 말아야 한다. 웹 3.0과 함께 현재 당면한 문제를 보완하며 성장할 DAO를 기대한다.


박제정 갤럭시아에스엠 NFT 팀장 9237124@gmail.com
필자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옥션의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아트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갤럭시아에스엠 NFT팀에서 NFT 아트와 마켓을 비롯한 블록체인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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