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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100만 원의 보너스, 소비할까 저축할까?

박세영 |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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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Optimal Consumption and Savings with Stochastic Income and Recursive Utility”(2016) by C. Wang, N. Wang, and J. Yang in Journal of Economic Theory, 165: 292-33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여러분에게 갑자기 100만 원의 보너스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은 다음의 두 가지 선택 중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100만 원을 대부분 써버려 현재 느낄 수 있는 행복, 다시 말해 현재의 효용(Utility)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두 번째, 100만 원을 대부분 저축하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에 더 큰 소비를 할 예비 자금으로 씀으로써 효용을 늘릴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선택이 맞고 더 좋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경제학의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면 추가적인 수입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만큼을 더 소비하고 저축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0.5라면 100만 원의 보너스 수입 중에서 50만 원을 추가적으로 더 소비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위축된 소비 심리를 개선하려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위의 100만 원의 보너스를 예로 들었듯 사람들은 지급받은 재난지원금 중에서 얼마만큼을 더 소비하거나 저축하고 있을까? 실제로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 이론을 중심으로 스토캐스틱(Stochastic) 소득 1 과 한계소비성향 간의 관계를 규명한 미국 해군대학원(Naval Postgraduate School), 컬럼비아경영대, 상하이재경대(Shanghai University of Finance and Economics) 공동 연구진의 연구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항상소득가설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소비 함수(Consumption Function) 이론으로, 소비는 개인이 생애주기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의 총합, 즉 항상 소득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일시적인 소득의 증가 또는 감소가 현재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꿀 수 없다. 항상소득가설은 100만 원의 보너스 예시에서 두 번째 선택을 지지한다. 이는 저축과 자산 배분을 통해 미래 소득이 영구적으로 증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합리적 선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즉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상황은 항상소득의 관점에서는 소득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 동일하다. 항상소득가설은 미래 소득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증가하기를 기다리면서 항상소득이 이전보다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추가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현재 소비 및 저축 태도는 일시적인 소득 또는 부의 증가와 감소에 의해서도 크게 달라졌다. 학계에서는 사람들의 한계소비성향을 적게는 20%에서 크게는 60%로 추정하고 있다.2 다시 말해 10만 원의 일시적인 소득 증가분에 대해 사람들의 실제 소비가 적게는 2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6만 원까지 늘었다는 사실이다. 반면 항상소득가설을 기반으로 예측한 한계소비성향은 겨우 4%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론(4%)과 현실(20∼60%)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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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항상소득가설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연구와는 달리 스토캐스틱 소득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을 개발해 한계소비성향을 이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스토캐스틱 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이론에서는 소득 자체를 무위험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서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자산의 총 크기는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추가 소득 중 소비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한계소비성향 또한 낮게 추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토캐스틱 소득을 고려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득이 위험 주식처럼 변동성을 갖고 시간에 따라 증가하거나 또는 감소하기 때문에 생애주기 동안의 소득 흐름도 불확실성을 갖는다. 또한 일시적인 소득의 증가 또는 감소가 스토캐스틱 소득의 변동성 효과 때문에 미래 소득을 크게 증가시키거나 또는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따라서 스토캐스틱 소득을 고려하게 되면 금융자산의 총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시변성(Time-Variation)을 갖게 돼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한 단위 금융자산의 증가 또는 감소분에 대해 추가적으로 소비되는 비율, 즉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학계에서는 항상소득가설 이론의 예측과 반대로 실제 소비가 일시적인 소득의 증가 또는 감소에 의해서도 크게 변할 수 있는 현상을 놓고 소비가 과도한 민감성(Excess Sensitivity)을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소비는 스토캐스틱 소득의 큰 변동성과 비교했을 때는 과도한 평탄성(Excess Smoothness)을 갖는 특징이 있다. 본 연구는 스토캐스틱 소득을 고려한 항상소득가설 이론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소비가 과도한 민감성을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개인이 소비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출하면서 소비 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3 를 실현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 경제 정책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올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기업의 투자 및 생산 확대를 유도해 경제 전체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소득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를 먼저 성장시키고(선성장) 생산성을 크게 늘려 나중에 소득을 분배하겠다(후분배)는 이른바 ‘낙수효과’와는 상반되는 경제 정책이다. 소주성은 근본적으로 항상소득가설에 기반해 중•장기적인 미래 소득과 현재 소비와의 긍정적인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소주성의 연장선상에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통한 소득 증대가 실제로 소비 진작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비에 미친 영향’ 보고서(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약 65.4∼78.2%로 추정된 반면 경기연구원(29.1%), KDI(26∼33%) 등 다른 국책 연구기관들이 추정한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훨씬 낮다.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해 10만 원의 재난지원금 중 실제로 소비가 적게는 2만6000원에서부터 많게는 최대 7만8000원까지 늘었다는 다양한 추정치가 존재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대만의 소비 쿠폰 지급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24.3%), 미국의 세금 감면 방식의 소득 지원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20∼40%) 등 외국의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데 그칠 뿐 아니라 본 연구 결과에서 시사하는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항상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소주성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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