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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의 협상 마스터

문화의 차이 넘는 협상 노하우 3가지

김의성 |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협상을 하는 데 문화적인 차이, 특히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협상의 구조를 이해하고 협상 기술을 바탕으로 대화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1) 모두 발언을 통해 협상의 분위기와 의제를 설정하고 2) 좋은 질문을 통해서 중요한 정보를 취득한 뒤에 3) 전략적인 정보 제공으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는 협상적 대화법을 활용하면 목표 달성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고맥락 vs. 저맥락 문화적 차이

인류학에서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와 저맥락 문화(Low context culture)는 의사소통에서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구체적으로는 소통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명시적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고맥락 문화는 메시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간접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반면 저맥락 문화는 직접적인 언어적 의사소통과 명시적인 언어 기술에 의존한다.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를 처음 소개한 저명한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교수는 그의 저서 『침묵의 언어(The Silent Language)』에서 고맥락 문화의 의사소통은 눈을 마주치거나 심지어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신체적 행동과 특징을 활용해 대부분의 정보를 전달하기에 고맥락 문화의 사람들끼리는 서로 간의 역사와 배경지식 없이도 의사소통이 꽤 명시적이고 정교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특징은 언어 그룹, 국가, 지역 커뮤니티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한국, 중국, 일본, 중동, 남미국가 등은 고맥락 문화의 국가로 분류될 수 있고 미국, 독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저맥락 문화의 국가라 할 수 있다. 1

한 나라 안에서도 문화적 맥락은 집단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문화 자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진화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는 서로 다른 집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게르트 호프스테데는 고-저맥락 문화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에 적용했다. 집단주의 사회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며 개인주의 사회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가치와 집단의 독립적인 발전,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기에 상호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명확한 의사소통 방법이 요구된다. 여기서 언어는 목표를 달성하거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다. 반면 고맥락 문화에서 언어는 관계 형성을 돕고 유지하며 관계를 맺는 과정에 활용된다. 고맥락 문화에서 사람들은 친구와 가족 관계에 의존하며 관계를 공동체의 일부로 파악한다. 2 즉 가족, 하위문화 및 내집단같이 공통된 환경 배경을 가진 집단에서는 서로 이해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적다. 반면 대도시나 다국적 기업과 같이 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환경 및 문화는 저맥락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3

이런 문화적 차이는 비즈니스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까? 일례로 사내 규칙상에 호텔을 선정하는 기준이 없는 어떤 기업에서 출장 준비 차 호텔을 고른다고 가정해보자. 고맥락 문화의 직원은 ‘관계’와 ‘맥락’을 중요하게 보고 ‘얼마의 호텔이 적절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전 사례(직급별, 부서별 호텔 선정)를 조사하고, 주변 직원에게 물어보며 가격 범위를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 반면 저맥락 문화의 직원은 1박에 100만 원이 넘거나 10만 원이 되지 않는 호텔을 고르는 등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높다. 직원의 개인적인 시각에서 적절해 보이는 호텔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고맥락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적절한 선’은 저맥락 문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맥락 문화에서는 ‘금지’라고 돼 있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명시적인 계약 및 정책을 수립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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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와 협상

이런 고맥락-저맥락 문화의 차이는 협상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서로의 대화를 다르게 이해하는 데서 비롯한다. 고맥락 문화에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저맥락 문화의 화법보다 훨씬 덜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고맥락 사회는 듣는 사람에게 메시지의 의미를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4 예컨대 ‘가격 인상이 어렵다’라는 표현은 저맥락 문화에선 말 그대로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는 의미지만 고맥락 문화에선 ‘불가능하다’라는 의미를 에둘러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폴 퍼만 교수는 저서 『다양한 문화에서의 협상』에서 고맥락-저맥락 문화에서는 ‘어떻게 말하는가? (How it’s said)’와 ‘무엇을 말하는가?(What is said)’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맥락 문화에서는 말이나 문장뿐 아니라 화자의 제스처, 톤, 얼굴의 표정 또한 중요하다.5

이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오해가 비극으로 끝난 협상 사례가 있다. 1991년 1월, 미 국무장관인 제임스 베이커는 이라크 외무장관인 타리크 아지즈와의 협상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평소의 대화 방식으로 차분하게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은 공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회의장에 있던 사담 후세인의 이복동생은 이를 듣고 회의가 끝나자 후세인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미국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약하고, 차분하고, 화나지 않았다. 미국은 말만 그렇게 한다.” 그리고 6일 후 그 유명한 미국의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됐고 이라크 시민 17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6 저맥락 사회인 미국과 달리 중동은 고맥락 문화의 사회로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확실한 메시지로 전달되는 사회다. 이런 고맥락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달하려면 목소리의 크기와 톤, 얼굴의 표정, 책상을 내리치는 등의 제스처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고맥락-저맥락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언어뿐 아니라 제스처와 톤, 얼굴 표정까지 파악해 상대방의 적확한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의사소통의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든 문화적인 차이를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맥락의 차이는 언어나 국가의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미국이라도 다문화 도시인 뉴욕은 저맥락, 텍사스는 고맥락 사회로 분류되고, 같은 언어를 쓰는 사회에서도 과학기술 커뮤니티는 문화예술계보다 상대적으로 저맥락 커뮤니티인 것처럼 맥락의 차이는 언어, 역사뿐 아니라 커뮤니티 구성원의 다양성과 업계의 특징 등의 차이에서도 발생한다. 문화적 차이가 적은 집단 간의 협상에서도 협상 목표를 항상 달성하기 쉬운 것은 아닌 것처럼 맥락 차이의 이해는 협상에 일부 도움을 줄 순 있지만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일단 머릿속으로 협상의 구조를 익혀야 한다. 협상의 구조는 바게닝 어레나(Bargaining Arena) 7 , 힘의 균형(Power Balance) 8 , 8단계 협상 접근법(8 Step Approach)9 과 같이 협상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는 뼈대를 말한다. 구조를 익힌 이후에는 협상 기술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행하더라도 내가 컨트롤을 유지하며 협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려면 많은 기술이 체득되도록 이해하고 반복해서 실습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협상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협상적 대화법(Negotiating Dialogue)은 특히 협상 중 의사소통에서의 오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방의 정보와 내 정보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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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협상적 대화법

협상적 대화는 스캇워크의 8단계 협상 접근법 중 탐색(Argue) 단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대화법으로서 모두 발언(Opening Statement),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 질문, 정보 제공을 통해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하는 방법으로 구성돼 있다.

1. 모두 발언

첫 번째로 모두 발언은 협상을 시작하면서 상대에게 건네는 첫 문장으로 협상 내내 분위기를 결정하고(Set the tone), 협상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의제(Agenda)와 나의 입장(Position),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결과물(Expected outcome)을 명확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Structure expectation)하는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오늘 회의에서 논의할 의제는 공급 단가와 결제 방법의 조정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협의에서 유의미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며, 본사에서도 이번 주 안에 완료되지 못하면 새로운 파트너를 확보하라고 독촉을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귀사와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며 장기적이고 건강한 파트너 관계로 키우길 원합니다만 적어도 이번 주 내에는 협상이 마무리가 돼야 합니다. 저희의 단가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으나 결제 방법에 대해선 유연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 한 단락은 오늘 회의의 의제, 나의 입장, 기대하는 결과물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전달하면서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일정 부분 구조화하는 역할을 한다. 협상은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준비한 전략과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은데 모두 발언은 준비한 대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기에 정성 들여 준비할수록 협상 내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Why, How, What으로 시작하는 질문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취득

협상적 대화의 두 번째 부분은 유용한 질문을 활용해 상대방의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공격하고, 방어하고, 해명하고, 재공격하는 논쟁의 덫에 빠져서 쳇바퀴를 돌리지 않으려면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왜(Why), 어떻게(How), 무엇(What)으로 시작하는 열린 질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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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적 대화의 질문은 상대방의 관심사, 우선순위뿐 아니라 동기와 제약사항 등의 중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함으로써 협상이 진전되도록 도움을 준다.

3.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정보 제공

세 번째로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수인 협상가들은 정보는 무조건 아껴야 하고, 특히 나에게 중요한 정보나 나의 약점은 무조건 숨기려고 한다.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상대방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정보는 제공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내가 해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면 협상은 깨지기 쉽다. 반대로 내가 잠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미래의 기회를 언급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정보에 기반해 이번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게끔 한다면 내가 원하는 바에 가까운 제안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 준비 중인 특허가 마무리되면 신규 사업의 매출은 3년 안에 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에 맞춰 생산 시설의 확장을 도와줄 수 있는 퀄러티와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위 발언은 추가 매출에 대한 기대치와 가격 등 조건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나의 기대를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본사에서 비용 절감에 대한 압력이 매우 강해서 모든 공급업체와 공급 단가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고 현재까지 90%는 단가가 조정된 계약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단가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장기적인 계약 관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비용 인하에 대한 강한 기대치를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장기 계약’이라는 상대방 입장에서의 이익을 언급하며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한 것이다.

많은 사람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협상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 협상의 어려움은 문화적 차이보다 협상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협상적 대화의 부재에서 온다. 모두 발언을 통해서 협상의 분위기와 의제를 설정하고, 좋은 질문을 통해서 중요한 정보를 취득한 뒤에 전략적인 정보 제공으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구조화는 협상적 대화법을 활용하면 나를 잘 컨트롤하면서 협상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는 BAT, 네슬레, 펩시 등 글로벌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했으며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BAT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최고의 글로벌 협상 전문 교육 업체인 스캇워크 코리아(www.scotwork.kr) 대표를 맡고 있다.
  • 김의성 |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필자는 BAT코리아 대표이사와 베링거 인겔하임, 사노피에서 사업부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총괄(Head of Sales),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을 맡아 다양한 커머셜 직무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 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info.kr@sco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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