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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카테고리 제왕’들은 왜 평민으로 전락했나

로리 맥도날드(Rory McDonald),키스 크라크(Keith Krach) |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에어비앤비, 도큐사인, 세일즈포스같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 산업, 제품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창조한 기업들은 그 창업자가 가졌던 가장 대담한 꿈을 뛰어넘을 정도의 부를 창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카테고리의 제왕’들은 해당 카테고리와 사실상 동의어가 되고, 새로운 진입자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익성 높은 카테고리를 만든 회사가 왕국의 열쇠를 다른 기업에 넘겨주고 평민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평민의 저주’가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전략적 실수를 범하기 때문이다.

1. 기득권을 허술하게 공격하기
2. 과제는 정의하지 않고 카테고리만 홍보하기
3. 트렌디하지만 부정확한 꼬리표 붙이기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How Would-be Category Kings Become Common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가지고 새로운 카테고리의 사업을 창조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롭다. 이런 기업은 세상에 오랫동안 없었던 무언가가 이제는 꼭 필요하고 합법적으로 새로운 사업 카테고리에 속한다. 투자자와 고객, 언론,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새로운 카테고리에 대해 시장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와중에 기업을 꾸리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전구를 발명하면서 동시에 제너럴일렉트릭(GE)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쉬지 않고 TED 강연을 하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은 이런 도전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테고리를 창조한다는 것은 기업인들의 성배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도큐사인, 세일즈포스같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 산업, 제품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창조한 기업들은 그 창업자가 가졌던 가장 대담한 꿈을 뛰어넘을 정도의 부를 창출한다. 전리품이 워낙 훌륭해서 그 승자들은 종종 카테고리의 제왕이라 불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브랜드는 해당 카테고리와 사실상 동의어가 되고 새로운 진입자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일단 왕이 등장하면 잠재적 경쟁자들은 낙오자나 평민이 된다. 이런 평민 기업에는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이 좀처럼 관심을 주지 않는다. 투자와 고객도 감소하므로 지원을 계속 받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 이들은 냅스터나 알타비스타처럼 헐값에 팔리거나 완전히 해체된다.

이렇게 위험이 따르는 일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서의 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해졌다. 디지털 회사의 창업 비용이 닷컴 붕괴 이후 지난 20년간 90%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값싼 클라우드 컴퓨팅, 저가 광고 및 무료 홍보가 가능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덕분이다.1 창업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은 한정된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스타트업, 더 많은 카테고리, 더 많은 경쟁자와 겨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등장하자마자 임파서블푸드, 헝그리플래닛 등 식물성 고기와 유제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대여섯 개가 이 시장에 합류하고, 이들 모두가 카테고리의 제왕이 되려 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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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부하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소셜미디어로 저렴하게 고객에게 다가간다 할지라도 그들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 두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개척자 중 일부는 기자, 애널리스트를 만나는 자리나 무역 박람회 등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매년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다. 심지어 기술적, 경제적 혜택이 분명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조차 대중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알리고 자사를 선택해달라고 설득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단계에서 많은 회사가 길을 잃는다. 필자들은 이런 현상을 ‘평민의 저주’라 여긴다. 다시 말해, 고공비행하던 저명한 회사 하나가 수익성 높은 신규 카테고리를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만 왕국의 열쇠를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상황을 말한다. 잠재적 왕들이 어떻게 평민으로 전락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필자들은 수년간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기업들을 연구하고, 창업가, 기업의 혁신 책임자, 마케팅 애널리스트, 기자 등 수백 명을 인터뷰했다. 아울러 몇 년 치의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도 상세히 검토했다. 2 그 결과 많은 기업인이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단계에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거나 신규 카테고리 창출에 기본이 되는 전략을 잘못 실행함으로써 사업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존 기업을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다가 자멸하는 회사도 있다. 어떤 회사는 상품의 적법성, 자금 확보, 매체와 고객의 조기 지원을 얻으려 애쓰는 동안 프로모션에만 너무 치중하고 제품 개발을 등한시한다.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트렌디한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런 꼬리표 때문에 회사가 제품의 고유한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전략에 대한 통제력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필자들은 굉장히 유망한 기업들이 스스로 창조한 카테고리에서 소외되는 경우를 목격해 왔다. 이런 상황은 모두 일반적이고 쉽게 피할 수 있는 세 가지 실수로 인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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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내용

● 로리 맥도날드는 소프트웨어와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기업들을 수년간 연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창업가, 기업의 혁신 책임자, 애널리스트,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 키스 크라크는 산업용 로봇 공학, 기계 설계 자동화, B2B 전자상거래, 디지털 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창조한 4개의 기업을 설립하고 경영했다.

● 두 필자는 다중 사례 연구 방법을 사용했고 그 분석 결과를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과 비교함으로써 카테고리 창조 프로세스라는 이론을 개발했다.

● 또 조직이론 및 전략 분야에서 카테고리 창조와 시장 형성 과정을 다룬 이전 연구 내용을 검토했다.

첫 번째 실수:
기득권을 허술하게 공격하기

카테고리 창조자들은 기존 방식과 반대되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사업 초기 경쟁사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공격적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역풍을 맞기 쉽다. 특히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거나 잘못된 톤으로 공격할 경우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슬랙(Slack)은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과 대적할 만한 팀 채팅 제품을 출시하자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서 슬랙은 팀 채팅 카테고리에 진입한 마이크로소프트를 환영한답시고 좋은 커뮤니케이션 앱을 만드는 법에 대해 ‘친절하게’ 조언한다.3 이런 과시 작전은 의도한 대로 많은 언론 기사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기사 논조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평소에 슬랙에 우호적이었던 매체들조차 그들의 광고가 옹졸하고 음흉하며 자만심에 빠져 있다고 묘사했다. 일부는 슬랙이 제품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한다고 비난했다. 기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전략이 자사의 생산성 툴과 팀 채팅 앱을 연동한다는 점에서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굳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슬랙을 써야 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윽고 페이스북과 구글까지 이 카테고리에 뛰어들었다. 물론 슬랙에 ‘평민’ 딱지를 붙이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4년 전 시작된 홍보 전쟁이 언론과 슬랙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잠자는 거인들만 자극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쟁사를 공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IBM, 오라클, SAP 같은 거대 경쟁사에 수년간 대항해 온 세일즈포스가 증명했듯 기존 기업에 도전하려면 종종 업계의 결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허술하고 두서없이 공격할 때 생긴다. 필자들이 새롭게 연구하기 시작한 카테고리인 소셜 투자 산업의 두 핀테크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사업 초기, 대중적 홍보를 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의 목표는 일반 대중에게 새로운 유형의 소셜 투자 플랫폼을 이용하라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두 회사의 리더들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기존 투자 업계를 모두 싸잡아 ‘난해하고 낡은 수비대’라 폄하했다. 또한 기존 업체들이 고객들을 종용해 유식한 비전문가들에게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투자 자문 서비스를 값비싼 전문가들에게 받게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 매체는 호소력 강한 약자의 이야기에 동화됐고, 이 같은 공격은 소셜 투자 카테고리가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런 마구잡이식 공격이 가해지자 자산관리사, 재무 전문가, 증권사, 투자 전문가, 헤지 펀드사, 심지어 금융 전문 매체까지 관련자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그중 일부는 이 두 브랜드가 투자 전문가들을 전부 사기꾼으로 매도하는 데 불쾌감을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블룸버그는 그중 한 사이트를 ‘건방진 벼락스타’라 일축하며 애널리스트들을 위한 반격의 장을 마련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콘셉트는 잘 알겠지만 이 사이트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진술로 가득하며 똑똑한 사람들만 곁에 있으면 투자자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사기꾼들이 이용할 만하고 유명 자문가들의 명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이트라고도 덧붙였다. 또 해당 사이트가 “금융 자문가들을 순진한 대중이나 이용해 먹으려는 사기꾼으로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4

또 다른 시장 평론가들은 이 소셜 투자 아이디어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주식에 대한 소중한 팁을 일반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처음에는 우호적이었던 금융 전문지들도 두 브랜드를 맹렬히 비판하며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또 이렇게 논쟁을 벌이는 혼란을 틈타 잇속을 챙기려는 군소 경쟁자들이 몰려들었다. 카테고리를 키우는 데 기여한 다른 주자들로서도 짜증 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카테고리 개척자 중 한 곳의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홍보 효과를 남들은 거저 누리니 화가 났다. 매체는 우리가 따 냈는데 왜 그들이 무임승차를 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도발적인 두 기업을 비판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핀테크 업계의 잠재력을 고려해 덜 공격적이고 덜 눈에 띄는 소셜 투자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결국에는 소셜 투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여러 회사는 투자자들에 자금 손실만을 남기고 매각됐다. 그 대신 기회를 엿보고 대기했던 업체들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본 연구 결과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할 때는 보다 섬세하고 신중한 접근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기업 중 성공적인 핀테크 업체들은 공격을 보류한 곳들이었다. 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경쟁자들이 먼저 타격을 입고 역풍을 맞았다. 또 성공적인 카테고리의 왕들은 기존 기업들과 반대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되 덜 건방진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일부 업체는 폐기물이나 구태의연한 행동 방식 등 반격하기 힘든 부동의 타깃을 공격했다. 예컨대 혁신적인 스포츠웨어 제조사인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는 ‘면 소재’를 그들의 적으로 내세웠고, 전자 서명 부문의 제왕인 도큐사인의 키스 크라크는 ‘종이 낭비’를 그들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런 기업들은 신생 브랜드에 가해지는 위협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카테고리의 제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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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실수:
과제는 정의하지 않고 카테고리만 홍보하기

카테고리 평민들이 저지르는 또 다른 실수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채택’함으로써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과제’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새로운 카테고리 홍보에만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는 것이다.5 새로운 카테고리에 속한 창업가들은 자금을 모으고, 시장을 합법화하고, 고객을 유인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기업인은 제품의 장점을 예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본업을 잊는다. 카테고리를 창조하기 위한 초기 홍보 활동을 하다가 어느새 하루 종일 그 일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쉽게 납득할 만한 일이다. 기자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전문가 패널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목을 끄는 일은 매력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자가 회의장 붙박이로 매체만 따라다니다 보면 제품 개발과 고객 발굴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 유망한 창업가들조차 이런 실수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목표가 뒤바뀐다.

컬러랩스(Color Labs)는 제품보다 홍보를 우선시한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를 만든 빌 응우옌은 컬러랩스 창업 이전에도 애플에 사업체를 매각한 경험이 있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와 노련한 동업자는 사업 아이디어를 대중을 통해 테스트하거나 앱을 출시하기도 전, 4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제품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결과였다. 응우옌은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소셜 사진 공유 앱이 ‘페이스북 킬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6 카페나 미술관, 공원에 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컬러 앱에 포스팅할 것이라는 게 그의 핵심 아이디어였다. 그는 그렇게 되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따라 포스팅하면서 낯선 사람들끼리 서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1년에 마침내 컬러가 출시되자 앱은 버그투성이였고 사용자 반응도 썰렁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이 앱은 사용하기 복잡하고 특별할 게 없다’는 부정적인 리뷰들이 올라왔다. 결국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평론가들은 컬러랩스가 실패한 까닭은 그들의 과제를 만족스럽게 처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그 과제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7 카페나 미술관에 있을 때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 연결될 방법을 찾으려고 안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딕(Digg)도 우리에게 경고를 주는 또 다른 예다. 2004년에 딕은 링크 애그리게이터 웹사이트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케빈 로즈에 따르면 딕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헤드라인 페이지로 신문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딕 사용자들은 어떤 기사가 다른 사람들도 볼 만한 기사인지 투표로 결정한다. 이는 편집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기사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개념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포함해 오늘날 계속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투자자와 기자들은 로즈와 그가 들려주는 이 파괴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2006년 ‘비즈니스위크’는 20대의 케빈 로즈를 표지에 싣고 그를 사업의 귀재로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트래픽과 입소문을 일으키는 것을 탄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우선시했다. 이 전략의 단점은 2010년에 분명히 드러났다. 딕은 충성 사용자층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대신 주류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기획한 새로운 버전의 사이트를 서둘러 출시했다. 8 그러자 사이트 방문자 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고, 직원 40%가 해고됐으며, 로즈는 사임했다.9 매체들은 로즈를 마음에 들어 했을지 모르지만 고객들은 그가 소개한 최신 버전의 제품을 선택할 마음이 없었다. 그들 다수는 딕이 원래 갖고 있던 여러 특징을 결합한 작은 경쟁사, 레딧으로 옮겨갔다. 로즈는 결국 다른 회사들이 선도하게 된 카테고리만 새롭게 창조해준 셈이 됐다.

반면 왓츠앱은 처음부터 카테고리 홍보를 하지 않았다. 왓츠앱 공동 창업자인 얀 쿰은 앱을 각종 광고로 띄우는 대신 창업 한 달 만에 조용히 제품을 출시했다. 이 앱의 초기 버전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었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후 왓츠앱 이용자가 늘어났지만 쿰과 동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피했고 언론과 투자자까지 따돌리면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소재의 간판도 없는 건물에서 사업을 해 나갔다. 2014년 4월 한 언론에 실린 쿰의 프로필을 보면 그는 어떤 것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그것을 개발하는 데 더 관심이 많고 매체의 승인을 받는 것보다 사용자들이 입소문으로 지지해주는 것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긴다고 밝혔다. 10 이런 간단한 취재 내용도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후에야 등장했다. 당시 왓츠앱은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면서 이미 세상에서 인기 많은 스마트폰 앱 중 하나가 돼 있었다.

그렇다고 프로모션과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마케팅 활동 없이는 그런 카테고리들이 존재할 수 없다. 필자들이 얻은 핵심 교훈은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광범위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의 설립자인 마크 베니오프는 언론과 자주 시간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도 세일즈포스를 처음부터 탄탄히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이 아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사업 초기부터 현 고객과 잠재 고객을 초대해서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고, 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게 하고,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피드백은 그들이 해결하려고 하는 과제에 더 잘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됐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열어두고 해결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은 오늘날에도 세일즈포스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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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얻은 교훈(Lesson from the Field)

이 글의 공동 필자인 키스 크라크는 4개의 회사를 설립해서 각각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들고 지배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카테고리 창조자들에게 아래의 지침들을 전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시장 창출에 기여한 회사를 지지한다. 당신이 가진 경쟁 우위의 원천은 고객이 해결하려는 과제를 경쟁사보다 더 잘 처리하고, 그 지식을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해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디지털 조달 솔루션인 아리바(현재는 SAP 아리바)를 경영했을 때 우리는 고객의 주요 고충을 이해하고 그들이 다음 제품에서 쓰고 싶어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분기마다 고객 자문위원단 회의를 했다. 우리는 고객 자문위원단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그중 최고의 아이디어는 제품에 녹여 넣었으며, 핵심 고객과 상호 유익한 관계를 다졌다. 이 자문위원단은 아리바 초창기 고객 사이에서 아주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분기마다 그 규모가 두 배씩 커지면서 사업 성장을 도왔다. 우리는 곧 새로운 잠재 고객을 위원단 회의에 초대하기 시작했다. 아리바라는 새로운 상품이 회사가 해결하려는 과제를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를 고객이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더 강력한 영업 방식이 있을까?

전략적 틈새에 집중하고- 안착하고 확장하라. 신규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권을 얻으려면 첫 번째 교두보를 공격하고 기세를 확장하기 위한 방어진을 확보해야 한다. 전자 서명 업체인 도큐사인의 경우 잠재적으로 공략할 하위 시장이 꽤 많았지만 회사는 일단 부동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계약은 다른 B2B 계약과 달리 버젓한 사무실이나 법무팀, 보조 직원이 없는 영세 업체나 개인들이 처리한다. 계약 당사자나 대리인 다수가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업무를 하기 때문에 팩스나 프린터, 스캐너를 설치하고 확인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게다가 부동산 계약은 물량이 많아서 도큐사인 입장에서 제품과 구독 서비스 모델을 반복하고 다듬어서 다른 문서 교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에 적당했다.

업계 표준을 빠르게 확립하라.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을 창조하면 초기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표준, 규칙, 승인된 절차 등을 확립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철도 계측기의 경우를 보자. 철도산업 초창기에는 업체마다 본인들의 계측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여러 노선에 걸친 철도 운행이 어렵고 돈도 많이 들었다. 미국 철도산업은 1886년에야 비로소 계측 방법을 국가표준으로 통일했다. 이런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거의 어김없이 발생한다. 이런 각개 전투 양상이 너무 심하면 이후 기술 전개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따라서 카테고리 창조자들은 업계 협의와 신뢰 구축의 선봉에 서야 한다. 최선의 전략은 업계 전문가들과 손을 잡고 조기에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리바에서 처음으로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발했을 당시 우리는 어떤 언어나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 통용될 표준 언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cXML 표준을 개발한 후 밀어붙였고 업계,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장기적인 이점을 제공했다. 도큐사인도 마찬가지였다. xDTM이라는 표준 프로토콜을 개발해서 디지털 거래의 신뢰 수준을 정량화했다. 이처럼 업계 표준을 빠르게 확립하면 신시장 참여자들에게 당신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진심을 다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세 번째 실수:
트렌디하지만 부정확한 꼬리표 붙이기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가 등장하면 언론과 애널리스트 같은 관측가들은 그 카테고리를 설명하는 꼬리표를 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핀테크의 경우에는 ‘판타지 투자’와 ‘소셜 투자’ 같은 꼬리표가 많이 달리는 것을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보통 이런 호칭은 유명 브랜드로 짧게 비유되기도 한다. 가령 사람들은 어떤 회사를 ‘투자의 페이스북’이나 ‘변호사 업계의 우버’라고도 부른다.

시장 개척자들도 신규 카테고리를 합법화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 트렌디한 꼬리표를 붙이는데 문제는 그런 표현이 카테고리에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도 그대로 채택하고 너무 자주 그렇게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창업가가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화장품 업계의 우버, 세탁 업계의 우버, 전용 제트기, 아이스크림, 의료용 대마 업계의 우버 등 ‘○○ 업계의 우버’라는 꼬리표를 사용해 왔다. 12 이런 표현이 신흥 카테고리에 속한 스타트업을 정확히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일부 창업가는 이런 상투적인 비유를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용한다. 문제는 그 호칭이 사업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더 심각한 상황은 한때는 적절한 꼬리표였지만 원래의 전략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아 다른 모델, 보통은 경쟁에 덜 매력적인 모델로 사업 방향을 틀어야 할 때다. 맙소사, 회사는 이제 덫에 걸린 셈이다. 대중의 마음속에는 창업자가 그들에게 심어준 회사의 정체성,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트렌디한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거부하던 경쟁사들은 더 유망한 모델로 바로 갈아타게 된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는 음악 공유 산업의 초창기 플랫폼으로, 여기에도 외부 관계자들이 쓰던 ‘오디오 업계의 유튜브’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런 형태의 호칭은 사운드클라우드가 음원을 낸 언더그라운드나 아마추어 아티스트 중심으로 사업을 하던 시장 초기에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 유명 아티스트들을 공략하고 월간 구독 서비스를 추가하며 주류 음악 산업으로 편입을 모색하자 사운드클라우의 반골적 기질에 매료됐던 초기 고객들이 이탈해 버렸다. 이런 문제에 저작권 이슈와 경영 실수, 과도한 적자 등 다른 불운들이 겹치면서 회사는 2017년에 직원의 40%를 해고했고 샌프란시스코와 런던 사무실까지 닫아야 했다.13

사업 초기, 특히 새로운 산업 카테고리에서 귀에 쏙 박히는 그럴듯한 꼬리표를 붙였을 때 직면하는 근본적인 리스크는 전략이나 제품은 대개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사운드클라우드는 이후 콘텐츠를 업로딩하고 공유하고 홍보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툴을 바탕으로 인디 아티스트나 팟캐스트 진행자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유치함으로써 그들의 뿌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들의 험난했던 여정을 보면 사업의 꼬리표를 너무 성급하게 달면 실험과 방향 전환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회사의 리더들은 청중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꼬리표에 집착하거나 더 심한 경우 회사의 비전이 그 호칭과 상충된다는 사실이 자명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호칭에 맞게 제품과 시장 전략을 변경한다.

많은 ‘평민 회사’가 이제는 한물간 꼬리표를 택하는 실수를 저질러 카테고리 전체에 낙인을 찍고 그 업계에 속한 회사들을 전부 구식 아이디어를 좇는 기수로 만들어 버린다. 그루폰(그리고 소셜 커머스 태동기에 등장한 다른 스타트업)을 잘 대변했던 ‘날마다 특가 찬스’라는 구호는 해당 산업이 저물어가고 쿠폰도 과거의 뉴스거리로 퇴색하면서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됐다. 매출이 감소하자 그루폰은 할인 쿠폰 사업에서 벗어나려 애썼고 사업 초기의 호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14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보다 더 생산적인 방법이 있다. 시장 관측가들이 붙인 꼬리표를 거부하고, 빠른 의미 전달이라는 유혹을 뿌리친 기업들은 대개 사업 초기에는 언론의 조명을 못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이미지, 내러티브, 전략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다시 비욘드 미트의 설립자인 에단 브라운의 경우를 보자. 그는 관측가들의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브라운은 그의 사업을 ‘가짜 고기’ 카테고리로 묶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이의를 제기했다. 자동차가 가짜 마차가 아닌 것처럼 비욘드 미트 제품도 닭고기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가 시장 방정식에서 말을 몰아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15 브라운의 목표는 식감은 고기 같지만 아미노산, 지질, 미량 무기질, 비타민, 물로 이뤄진 식물성 단백질로 동물성 고기를 밀어냄으로써 대세로 자리 잡는 것이었다.

혁신가들은 자체적으로 정한 꼬리표와 이야기를 고수함으로써 외부인들이 강요하는 전략을 거부한다. 브라운과 그 외 기업가들 덕분에 언론도 이제는 비욘드 미트 카테고리를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고기 브랜드’로, 그리고 전통적인 육류 제품을 ‘동물로 만든 고기’로 부른다. 실제로 브라운은 열심히 싸워서 비욘드 미트 제품을 더 전문적이고 덜 대중적인 채식주의자 코너 대신 일반 슈퍼마켓의 육류 코너나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주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카테고리의 왕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시장에 첫 번째로 진입하거나, 가장 대담하거나, 가장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이 연구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데 있어 고유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들은 시장 초기에 다른 경쟁자들이 업계 기득권 회사들을 공격하든 말든 시간과 자원을 들여 카테고리를 신중하게 정의하는 데 몰두했다. 이들 역시 공격은 하지만 자신들이 정한 적시에, 주로 반격할 수 없는 목표물을 선택해서 한다. 이들은 초기 언론 활동을 자제하고 대신 회사 솔루션을 고객들이 그 제품을 통해 실제로 해결하려는 과제에 부합하도록 조정한다. 이들은 트렌드한 꼬리표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해 나중에 원치 않는 모델에 스스로를 가두는 위험을 피한다. 그리고 더 체계적이고 입증된 접근법을 통해 존재감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경쟁자들보다 더 큰 호감을 이끌어 낸다. 그러다 초기에 사랑받던 업체들이 경고를 받을 즈음 진짜 왕이 돼 왕좌를 차지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로리 맥도날드(Rory McDonald)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기술과 오퍼레이션 관리 분야(타이-하이 T. 리(Thai-Hi T. Lee) 후원)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Keith Krach)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냈다. 그전에는 GMF 로보틱스(GMF Robotics)와 라스나(Rasna)를 창업하고 도큐사인(DocuSign)과 아리바(현재는 SAP Ariba)에서 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221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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