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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NFT 디지털 소유권 시대 대응법

지적재산 소유 증명에 NFT 기술 활용
고객에게 체험 기회 주되 혼란스럽지 않게

한재선 ,김원상 |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NFT의 등장으로 그동안 광고나 구독과 같은 간접적 수익 모델에 의존해왔던 디지털 재화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미 여러 기업은 디지털 아트나 가상 세계 아바타의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비롯해 현실 세계의 각종 지적 재산, 비상장주식 등의 소유 증명을 구현하는 데 NF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NFT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자산 중 NFT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소비자들이 NFT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가벼운 실험부터 접근하되 어려운 개념으로 기존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디지털 소유권 시대의 서막

블록체인의 데이터 저장 형식 중 하나인 NFT(Non-Fungible Token) 시장의 성장 추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NFT 관련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Nonfungible.com에 따르면 2021년 1분기(1∼3월)에 NFT 매출 총액은 20억 달러를 넘었으며 2020년 4분기(10∼12월) 9400만 달러에 비해 2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NBA Topshot1 과 Beeple 작품은 제외한 수치다). 그렇다면 NFT의 어떤 측면이 이런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NFT는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NFT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정보에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Uniqueness)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NFT의 대체 불가능성은 수많은 정보로 이뤄진 디지털 세상에 거래의 기본이 되는 소유의 개념을 부여해줄 뿐만 아니라 정보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가 지닌 비경합성(Non rivalrous)2 과 비배제성(Non excludable)3 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된다. 지금까지 디지털 정보는 쉽게 복제할 수 있기에 소유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디지털 세상에서 생성되는 재화는 그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사용자를 모아 광고나 구독과 같은 간접적인 수익 모델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NFT로 인해 디지털 정보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 내는 재화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최근 NFT로 만들어진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거래되면서 디지털 재화의 시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비단 디지털 아트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굿즈 등 NFT 형태로 포장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정보에 소유권이 부여되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디지털 소유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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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와 NFT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디지털 자산의 종류는 전통적인 비디지털 자산의 구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산은 크게 현금, 포인트와 같이 거래 가능한 최소 단위가 모두 동일한 가치와 교환 비율을 가진 대체 가능 자산(Fungible Asset)과 부동산, 미술품같이 거래 가능한 단위마다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지닌 대체 불가능 자산(Non-Fungible Asset)으로 나뉜다. 블록체인은 거래가 가능하도록 거래 대상이 되는 데이터를 토큰화하는데 이 토큰화 과정에서 저장되는 데이터도 본래 데이터가 지칭하는 거래 대상의 성격에 따라 대체 가능 토큰(FT, Fungible Token)과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 나눠 형식을 정의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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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과 NFT

실물이든, 가상이든 가치를 지닌 모든 재화는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 관리되는 순간부터 디지털 자산이라고 칭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을 담아내는 글로벌하고 투명한 장부(Ledger)로서 그 효용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대표적인 가상 자산은 이미 주요한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1년 4월 전 세계 가상 자산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일일 거래액은 코스피 전체 시장의 일평균 거래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단기적 투기로만 보기 어려운 이러한 거대 흐름은 이제 가상 자산을 넘어 NFT 자산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Opensea)의 2021년 3월까지 누적 매출은 한화 1120억 원을 넘어섰으며 NBA 선수들의 명장면을 짧은 동영상 NFT 카드로 제작해 판매하는 NBA 톱숏의 누적 매출은 한화로 6500억 원을 돌파했다.

특정 데이터가 NFT 형태로 블록체인에 기록돼 있다고 해서 다른 사용자가 그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데이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 원본이 조작 또는 위조, 변조되지 않았음을 블록체인이 보증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NFT의 소유권 부여 기능은 다양한 산업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아트와 디지털 수집품(Collectibles)과 같이 무형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디지털 자산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능한 자산의 영역도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정보에 소유자가 있고 그것을 개인 간에 거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생겨날 시장은 많다. 내가 인터넷에서 구매한 e북을 마치 종이로 된 책처럼 중고로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디지털 소유권이 생성, 증명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여러 가지 기능이 데이터 소유권 시대를 촉진시킬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다. 스마트 콘트랙트란 블록체인 내에 명시된 일종의 연산 프로그램으로 특정 계정의 요청으로 자동으로 실행돼 결괏값 또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예를 들면, 밥이 앨리스에게 가상 자산을 전송할 때마다 원금의 1%를 폴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스마트 콘트랙트가 블록체인에 명기돼 있는 식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NFT를 거래하는 데 있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작품 원작자의 지갑 주소가 기록된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해당 NFT 작품에 재판매될 때마다 판매 수익의 일부를 작품 원작자에게 자동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 증명과 스마트 콘트랙트는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것이며 특정 산업에 있어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 아트, 날개를 달다

디지털 아트는 가장 빠르게 NFT를 받아들이고 변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NFT가 등장하기 전에는 디지털 아트 작품에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거의 0에 가까운 비용으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는 소비자가 느끼기에 희소하거나 가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NFT와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디지털 아트에 희소성이 부여되면서부터 디지털 아트의 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4 , 슈퍼레어(Super Rare)5 등과 같이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NFT 아트 거래 플랫폼들이 생겨나면서 디지털 작품을 수익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 플랫폼은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의 판로를 열어줄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 유리한 수수료 정책을 펴고 있다. 전통적인 예술품 시장에서 경매 회사들의 수수료는 30∼50% 수준이다.

그러나 니프티게이트웨이의 경우 5%의 플랫폼 수수료와 1달러가 되지 않는 소액의 거래 처리 수수료만을 받는다. 게다가 NFT가 재판매될 때마다 판매 금액의 10%가 원작자에게 제공돼 아티스트는 작품이 거래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이렇게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와 NFT를 통한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으로 디지털 아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 마켓 점유율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니프티게이트웨이는 2021년 4월에만 약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해 1월부터 누적 매출은 2억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예술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자동차와 게임 회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주는 것을 생업으로 하던 미스터 미상의 경우 그의 작품 ‘#4. Birth of Mr Misang’이 슈퍼레어에서 4만1653달러에 판매됐다.

NFT는 특히 기존에 팬은 있지만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고정된 수익원이 없었던 디지털 창작자들에게 지속적인 작품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를 패트로니지(Patronage)라고 하는데 과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부 메디치 가문6 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재능 있는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인류의 예술과 지성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창작에 있어 이제는 대중이 NFT로 만들어진 창작자의 작품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함으로써 그들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NFT는 디지털 아트 시장뿐만 아니라 기존 예술품 시장도 변화시킬 것이다. 실물로 존재하는 예술품의 소유권을 쪼개 NFT로 발행, 이를 소유 또는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트 테크7 기업인 테사(Tessa)8 는 유명 화가의 작품의 소유권을 쪼개 판매하는 기업이다. 2021년 1월에 줄리안 오피(Julian Opie)9 의 작품을 판매했는데 작품 가격 2억1000만 원을 2214명의 개인에게 소유권을 나눠 판매했다. 2021년 5월13일 기준, 테사에서 판매된 작품 수는 약 13점으로 이 중 소유권 전부가 판매된 작품은 총 12개다. 본인이 소유권을 보유한 작품은 실제 관람도 할 수 있다.

입지 못해도 산다, 디지털 패션

최근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인 구찌(Gucci)는 유명 패션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NFT 기반 디지털 패션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패션 기업이 NFT를 이용해 디지털 패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왜 NFT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현실과 가상공간이 동일한 가치로 공존하는 메타버스(Metverse) 10 의 등장에 있다. 가상현실 속 또 다른 나를 위한 디지털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이 새로운 커머스 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NFT는 이와 같은 메타버스 속에서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소유하고 거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구찌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3D 아바타 게임 제페토11 전용으로 의상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총 60여 종의 아이템을 출시했다. 이용자들은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가상공간에서 아이템을 실제 착용해볼 수도 있다. 구찌는 작년에 모바일 테니스 게임 ‘테니스 클래시(Tennis Clash)’에서 게임 캐릭터를 위한 의상 아이템을 발매하기도 했다. 또한 구찌 스니커즈 개리지(Gucci Sneakers Garage)라는 앱은 실제 디자인과 똑같은 스니커즈를 구매해 수집, 보관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가상공간에서만 존재하는 제품이다. 가격은 한 켤레에 약 12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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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메타버스 속 패션에만 활용되지 않고 실제 패션 제품을 만들고 제공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 패션 기업 ‘더 파브리컨트(The Fabricant)’12 는 푸마, 아디다스, 타미힐피거, 언더아머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 NFT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유망한 패션 디자이너를 선별해 그들의 상품을 큐레이팅해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업 클로시아(Clothia)13 는 최근 디자이너들의 무형 자산인 디자인을 NFT화한 NFT 드레스를 NFT 거래 플랫폼인 파운데이션(Foundation)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제품은 약 7이더(ETH) 14 로 한화로 2000만 원이 넘는 가격이다. 이 NFT 드레스를 구매할 경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문 제작소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실물 가죽 드레스도 받을 수 있다.

클로시아와 같은 플랫폼은 현재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고 있지만 만약 패션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NFT로 제작돼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오픈형 마켓 플레이스에서 거래될 수 있다면 패션 기업들은 더 이상 디자이너를 직접 채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NFT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해 제품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NFT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인기 디자인을 골라 실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수익을 디자인 창작자, NFT 소유자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패션 창작에서 제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발생하는 단계별 부가가치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분배될 수 있는 혁신적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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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 자산과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다

디지털 아트와 디지털 패션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NFT는 디지털 재화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최적의 기술이다. 하지만 NFT는 디지털 재화나 자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의 소유 증명을 디지털 세상으로 연결하는 데 NFT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상장주식 소유 증명을 NFT로 구현한 엔젤리그(Angel League)와 쿼타북(Quotabook)을 들 수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 캡박스가 출시한 엔젤리그는 엔젤 투자조합을 구성해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때 투자자들에게 조합 증명서를 NFT로 발행해 카카오톡에 탑재된 클립(디지털 자산 지갑)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까지 마켓컬리, 토스, 쏘카 등의 비상장주식 클럽딜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약 3000여 개의 NFT가 발급됐다. 국내 증권 관리 플랫폼인 쿼타북은 비상장 주식회사의 증권 관리 플랫폼 서비스로 서류 형태로 관리되던 주식 미발행 확인서를 NFT로 발행해 카카오톡 클립에서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현실 세계의 자산인 비상장주식의 소유 증명을 NFT로 발행함으로써 디지털 세상에서의 트윈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와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현실 세계 제품의 정품 인증 역시 블록체인과 NFT의 또 다른 활용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종이 형태로 발급되는 정품 인증서를 NFT로 대체해서 위•변조를 방지하고, 중고 마켓에서 정품 인증을 쉽게 하고, 거래 경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우선 명품 브랜드에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LVMH 시계 브랜드인 위블로는 전자 보증 앱으로 전자보증서를 제공하는데 휴대폰을 통해 시계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정보는 AURA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AURA 블록체인은 LVMH, 카르티에, 프라다 등의 명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진품 인증과 구매 이력 등을 관리한다. 국내 업체인 블록오디세이는 블록체인과 NFT를 이용해 명품 중고 거래 앱을 준비하고 있다. 정품 인증이 된 명품에 NFT를 발급하고 거래 시 NFT도 이전해 정품 인증 기능이 자연스럽게 이전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NFT를 이용한 정품 인증 사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NFT는 디지털 정품 인증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NFT 자체가 제품이 정품임을 증명하는 기술은 아니다. 제품이 위조품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제품 자체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블로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각각의 시계에 지문과 같은 인식 표기를 심어 전자 보증 앱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품 여부를 판별해 준다. 블록오디세이는 복제가 어려운 전자 서명 QR코드를 제품에 부착함으로써 제품의 진품 여부를 보장한다. 블록체인은 저장된 기록에 대해선 위•변조를 막고 거래 추적을 쉽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저장되는 기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 세계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할 때는 정보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 과정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서 외에도 현실의 재화를 NFT로 발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품교환권이나 쿠폰 등을 NFT로 발행할 경우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쉽게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NFT 지갑만 설치돼 있다면 별도의 앱 없이도 쿠폰이나 상품교환권을 관리, 거래할 수 있다. 쿠폰 번호가 노출돼 생기는 이중 지불 이슈도 없다. 그리고 NFT 이미지나 영상을 디자인해서 수집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대카드는 그라운드X와 협력해 디지털 쿠폰을 NFT로 발행해 카카오톡 클립 지갑에 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보통 SMS나 MMS로 쿠폰을 받게 되는데 이 쿠폰을 NFT로 발행하면 클립에서 모아서 관리되고 타인에게 전송도 할 수 있다. 쿠폰이나 상품교환권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하고 가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대중에게 접근하기 쉬운 NFT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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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부작용과 개선 과제

NFT의 등장이 촉발시킬 디지털 창작물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는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 디지털 창작물이 늘어날수록 작품을 복제해 유사한 2차, 3차 유사 창작물을 양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NFT는 기술적으로 원본성을 보장해주지만 작품의 콘텐츠적인 성질까지 구분하지는 못한다. 누군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다른 작품을 모방해 NFT로 제작했다면 NFT 기술만으로는 이를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 이것을 구분해내 표절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급격히 늘어나는 수많은 디지털 작품을 모두 검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NFT 창작물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특허권,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데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련 규제 내용 및 규제 대상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NFT의 법적 기준 역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NFT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지만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유권이 가지는 권리 역시 명확하지 않다. NFT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NFT가 디지털 자산으로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현재 일반적인 NFT의 구현 방식은 대부분의 정보를 블록체인이 아닌 외부 저장소에 저장하고 그 위치 정보만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이 비싼 저장소이기 때문에 소유권 증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기록하는 것이다. 따라서 NFT 자체는 영속적일 수 있지만 NFT가 담고 있는 정보는 저장소와 운영 주체에 따라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갤러리에서 NFT 디지털 아트 작품을 구매했는데 실제 작품 파일은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디지털 갤러리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클라우드에 문제가 생기면 NFT에는 문제가 없으나 더 이상 작품을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PFS15 와 같은 독립적이고 탈중앙화된 저장소가 활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나은 개선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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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대를 준비하라

NFT는 2∼3년 전부터 게임 산업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해 게이머들이 자산화할 수 있도록 하면 새로운 게임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NFT로 게임 아이템 규격이 표준화되면 게임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런 새로운 요소들은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NFT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언서, 설레브러티 등이 지닌 모든 이미지, 동영상, 2차 머천다이징 제품들을 NFT화해 수익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NFT로 인해 팬과의 양방향 소통이 일반화될 수 있다. 이는 이미 디지털 아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티스트는 작품 설명과 홍보를 위해 클럽하우스 클럽을 개설하거나 NFT 구매자들과 그룹 채팅을 오픈해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NFT를 굿즈를 판매하는 채널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수단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커머스 영역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확대로 인해 실물 제품뿐만 아니라 디지털 제품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최근 이커머스 기업인 이베이는 NFT 판매를 추가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처럼 기존 커머스 서비스에 NFT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패션 기업의 경우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동시에 이들의 NFT에 열광하는 팬들의 선호를 읽어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고민해야 할 때다. 패션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기업마저도 가상현실에서 기업의 기존 제품을 디지털화해 판매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NFT는 모든 산업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웹의 등장으로 인해 시작된 정보 혁명이 현재의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냈다면 블록체인으로 인해 정보에 가치를 더함으로써 다음 차원의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NFT가 정보에 가치를 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NFT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1) 가벼운 실험부터 접근하자.

너무 복잡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우선 간단하게라도 NFT를 발행해 보면서 시작해 보자. 일례로 미국의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타코벨은 타코 이미지로 5종의 NFT를 발행해 30분 만에 완판했다. 판매 금액은 대부분 기부했다. 작은 실험이지만 NFT에 대해 확실히 체험하고 다음 기획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2) NFT로 포장할 수 있는 기업 내 자산부터 고민해 보자.

NFT라고 꼭 아트나 콘텐츠가 재료일 필요 없다. 기업의 로고나 브랜드를 NFT화할 수 있고 고객들의 멤버십 등급을 NFT로 만들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의 보상으로 애저 히어로즈라는 배지를 NFT로 발행해 개발자들과 소통했다. 그라운드X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표현하는 NFT 이미지를 만들어 직원들의 카카오톡 클립에 발행했다. NFT 발행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모든 유무형의 자산이 재료가 될 수 있다.

3) NFT를 위해 기존 사용자 경험을 망치지 말자.

NFT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설계하면 블록체인의 복잡한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기존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망칠 수 있다. 프라이빗키, 지갑 주소 같은 어려운 개념 없이 NFT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

4) 가볍게 시작하되 장기적으로 고민하자.

NFT는 초기 단계 기술이고 시장도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NFT가 줄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NFT에 대해 한껏 달아오른 관심은 점차 식을 수 있지만 NFT가 보여준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의 관심 정도를 따라가지 말고 NFT의 본질을 이해하며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재선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기술 기반 서비스 회사 그라운드X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부산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이터 분산 처리 업체 넥스알(NexR)을 창업했으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공동 창업자 겸 CTO를 거쳤다.

김원상 팀장은 경희대 경제통상학부를 졸업했으며 신한카드에서 재무/전략/경영혁신, 디지털 전략 및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디지털 신사업 추진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그라운드X 전사전략담당 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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