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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팬데믹은 주식 대박 기회 아닌 피해야 할 위험

곽승욱 |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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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rading from Home: The Impact of COVID-19 on Trading Volume around the World” by M. Chiah and A. Zhong Finance Research Letters, 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를 휩쓴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가지만 3차 대유행과 변이를 일으키며 우리의 일상을 한파보다 더 무섭게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활동 모든 영역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가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서학개미라고도 불리는 젊고 경험이 부족한 ‘로빈후드 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진입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동학개미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는 거대한 위기 상황인 동시에 팬데믹이 투자자의 거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할 기회이기도 하다. 호주 스윈번공과대학의 연구팀은 37개국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과 후의 주식 거래 행태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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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한 37개국 개인투자자의 일일 주식 거래를 2020년 1월23일 이전 약 1년(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약 4개월(코로나19 후)로 나누어 주식 거래량의 차이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경제적 요인들을 조사했다. 주식 거래량은 일일 거래 주식 수를 일일 총 거래 가능 주식 수로 나눈 거래 회전율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 거래 회전율은 코로나19 전에는 평균 0.27%였는데 후에는 0.44%로 증가해 약 63%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 가설에 따르면 주식 거래량의 증가는 ‘투자자 센티먼트(Sentiment)’와 주식 시장 평가에 대한 ‘투자자 간 의견 불일치’와 관련이 크다. 투자자 센티먼트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미래 수익과 위험에 대한 믿음을 일컫는다. 투자자 센티먼트가 아주 긍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이고 투자자 간 의견 불일치 현상이 팽배해질 때, 주식 거래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정적 센티먼트와 의견 불일치가 매우 커져서 주식 거래량의 증가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사회적 신뢰, 불확실성 회피 성향, 도박에 대한 접근성, 개인주의 성향과 같은 문화적 요인들은 코로나19 전엔 거래회전율과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문화적 요인들이 거래량을 유의미하게 변화시켰다. 투자자 간 신뢰가 높을수록,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낮을수록, 카지노가 많아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주식 거래량이 높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박을 즐길 기회가 줄어들면서 주식 시장을 도박의 대체재로 생각하는 듯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및 정치 시스템이 안정된 나라의 주식 거래 활동이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현저히 활발했다. 즉, 건전한 지배구조, 광범위한 법적 권리 보장, 불공정한 사적 이익 추구 금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한 나라의 투자자들보다 코로나19 이후 훨씬 왕성한 거래량을 보였다. 거래회전율이 증가할수록 시장수익률이 낮아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개인투자자는 거래 활성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행동경제학의 예측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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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주식 시장에서 센티먼트가 무르익고 투자자 간 견해차가 클 때 주식 거래는 보통 활발해진다. 치명적 전염성과 공포를 동반하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팬데믹은 센티먼트와 견해차를 확대시키는 최적의 매개체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주식 거래량 증가는 팬데믹의 매개 역할을 잘 보여준다.

특히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과 공격적인 투자 문화를 가진 선진국형 주식 시장의 거래량 확대가 두드러진다. 위기에 대처하고 적응하며 회복하는 능력이 후진국형 주식 시장보다 탁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피해야 할 위험에 달려드는 무모함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미숙한 젊은 층이 주식 시장에 급격히 뛰어드는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 참여 이유가 팬데믹이 대박의 기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라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그에 상당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 원칙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인생역전의 대박을 꿈꾸는 것은 도박에 재산과 영혼을 올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코로나19는 피해야 할 위험(Danger)이지 관리해야 할 위험(Risk)이 아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위험(Uncertainty)을 확실한 고수익의 기회처럼 여기는 것은 선진국형 투자자의 자세가 아니다. 주식 시장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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