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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 사모펀드 시장의 충격 ‘라임 사태’가 주는 교훈

신뢰가 생명인 자본시장에 충격파
적합성 원칙 중시하고 내부 통제 강화해야

류혁선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라임 사태는 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이슈 외에도 운용사가 규제를 회피한 비정상적인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해 온 위법행위들이 드러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번 사태가 사모 제도의 부작용을 노출한 점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사모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정리돼서는 안 된다.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게’ 설정, 판매되고, 충분한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 책임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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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사모펀드와 관련한 문제들이 속속 터져 나오면서 사모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규제 강화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고령화 기조하에서 가계자산의 수익성을 높이고 혁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사모펀드에서 자본시장의 신뢰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발했다. 고난도 금융 투자상품을 판매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권유하는 몰염치한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가 하면, 그 단계를 넘어 운용사가 구조적으로 투자자를 기망하는 불법행위까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할 자본시장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저축에서 투자로’ 자산 관리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본시장 관련 제반 시스템을 정비함은 물론, 인재(人災)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분석과 책임 있는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라임 사태란?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의 대표 펀드가 줄줄이 환매가 연기1 되고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 배경으로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이슈 외에도 규제를 회피한 비정상적인 펀드 설계와 운용 내역 등 운용사의 위법행위까지 드러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에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의 금융투자업 등록을 취소했다.

2019년 처음 문제가 불거진 후 시행된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라임이 과연 내부 통제가 작동하는 금융회사가 맞는지 가히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라임은 사모펀드의 투자자 제한(49인)을 회피하기 위해 다수 자펀드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비중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모펀드에 집중하고, 실제로 투자 대상 자산을 취득•운용하는 것은 모펀드가 담당하는 모자펀드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공모 회피의 수단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자아낸다.

또 복잡한 순환 투자를 통해 규제를 회피하고 특정 펀드의 손실을 다른 펀드로 확산, 전이하는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 일례로, 라임은 A펀드가 투자한 코스닥 법인의 CB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 등에 따른 손실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법인(M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M사는 그 자금으로 A펀드의 부실 CB를 액면가에 매수해 결국 특정 펀드(B)의 이익을 해치면서 다른 펀드(A)의 이익을 도모했다. 또 라임은 환매 대응 등 자본시장법상 허용된 펀드 간 자전 거래 요건에 해당되지 않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D펀드가 다른 운용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2 에 가입하고, OEM 펀드가 라임 E펀드의 비시장성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임직원은 업무 과정에서 특정 코스닥 법인 CB에 투자하는 경우 큰 이익 발생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임직원 전용 라임 C펀드에 투자했다. C펀드는 다른 운용사의 OEM 펀드에 가입했으며 OEM 펀드는 라임 임직원의 자금으로 동 CB를 저가에 매수,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하는 등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냈다. 더욱이 라임 및 판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투자자가 오인케 해 동 펀드를 지속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3 이처럼 금융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자행된 것이다.

이는 자기자본(손해배상책임능력) 대비 막대한 비율의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운용사가 형식적으로만 준법감시인을 선임하고 내부 통제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에 실제로 어떻게 금융 시스템을 유린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DBR mini box I
사모펀드가 뭐길래

사모 vs. 공모

사모펀드란 법적 용어로는 사모집합투자기구를 말한다. 문제가 된 DLF, 라임 등은 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이다. 자본시장법상 사모집합투자기구란 집합투자증권을 사모로만 발행하는 집합투자기구로서 투자자의 총수는 49인 이하(개인 전문 투자자 포함)의 적격투자자i 로 제한되는 것으로 경영 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와 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로 대별된다.

여기서 사모란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 중의 하나로서 공모에 해당하지 않는 방법을 말한다. 공모란 50인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 권유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다. 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자금 모집 전(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투자설명서 작성•공시 및 교부 의무)과 이후(분기•반기•연간 기업 현황 정기 공시, 기업 경영 주요 사항 수시 공시 등)에 지속적으로 기업 정보 등을 공시할 의무를 부담해야 하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수리된 후 15일가량의 효력 발생 기간이 경과된 후에 비로소 자금 모집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긴 효력 발생 기간 및 각종 공시의무를 자금 모집 주체인 발행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의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만약 불특정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경우가 아니라 소규모 특정된 투자자 내지 자위력이 있는 전문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굳이 공중(public)에게 정보를 공시하게 하는 것은 발행인에게 과도한 규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기에 실제 투자자에 대해서만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증권신고서 등 발행 공시 규제를 면제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 제도가 사모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모 방식으로 집합투자증권을 발행한 펀드를 소위 사모펀드라고 부른다. 즉, 사모펀드는 무조건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단지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금융 투자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는 오롯이 투자권유자인 금융투자업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모펀드는 운용 구조에 따라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도 있고, 위험성을 더 많이 추구하는 구조도 있다. 그러므로 금융투자업자는 사모펀드를 투자권유함에 있어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정확히 고지하는 것이 계약의 중요한 전제이다.

사모펀드 활성화와 부작용

사모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벤처•혁신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으며, 금융투자상품의 적시 생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JOBS Act(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를 통해 사모 자금 조달 시 공개적 투자 권유를 허용하고, 소액 공모 모집 금액을 대폭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으며, EU는 2017년 ‘Prospectus Regulation’을 통해 투자설명서 제출이 면제되는 다양한 사모 모집 경로를 신설하고, 비상장 중소기업용 투자설명서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소액공모 등 기업 발행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내 가계 자산의 70% 정도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으며, 가계 금융 자산도 50% 정도가 은행의 예•적금에 편중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기에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은 은행•정책금융 등 간접 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증권 등으로 조달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직접 금융 활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15년 가계 자산의 수익성 개선 및 혁신 기업의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자산운용사의 수는 2014년 87개에서 2020년 6월 기준 310개로 증가했고, 운용자산 규모도 2015년 200조 원에서 2020년 6월 기준 423조 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전문 사모운용사 사모펀드의 경우 2015년 34조 원에서 2020년 6월 기준 145조 원으로 4.3배 성장했다. 그 결과 전체 펀드에서 사모펀드의 비중은 2015년 43%에서 2020년 6월 기준 73%로 급증했다.ii

그런데 최근 사모펀드가 사회 문제를 일으킨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해외 금리 연계 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불완전판매), 라임자산운용 및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중도환매•상환연기 사례(운용사의 부당•불법행위) 등이 발생했다. 그 밖에도 P2P 업체인 팝펀딩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 등 사모펀드의 부실 사례가 증가하면서 사모펀드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으며 대규모 상환•환매 연기 등을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감독당국은 자산 운용 현황, 유동성 자산 보유 현황, 자사 펀드 편입 등에 따른 복층 투자 구조, 만기 미스매치 등을 점검하기 위해 52개사 1786개 펀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현재도 판매회사 및 수탁회사를 통해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자를 기망하는 펀드 설계

라임이 운용한 사모펀드의 첫 번째 문제는 사모펀드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 것이다. 사실상 공모에 가깝다. 라임은 모•자펀드 구조를 통해 49인의 투자자 제한이 있는 사모제도를 회피해 빠르게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했다. 사실 사모 방식으로 4조 원 넘는 자금을, 그것도 개인을 대상으로 조달하는 것은 결코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라임의 모•자 구조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사모 제도에 적합하게 운용된 것인지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동안 많은 운용사는 그와 같은 구조의 자금 모집은 공모 회피에 해당한다고 봤고, 감히 이렇게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모•자펀드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펀드 운용 자산의 특성상(비유동성) 폐쇄형 구조가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구조로 설정해 애초에 중도 환매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 라임은 투자 자산을 표면의 내재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시장성, 비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해 표면적인 기준가상으로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언제든 중도 환매가 가능한 상품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라임 펀드가 높은 수익률은 물론 중도 환매도 자유로운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게 했다. 그러나 라임의 투자 대상 대부분은 비시장성 자산이자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자산으로서 펀드의 중도 환매가 있는 경우 자산의 처분을 통해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다. 단기 자금을 장기 투자 대상으로 운용해 결국 부실로 이어졌던 과거 종금사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구조적으로 라임의 중도 환매 관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은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밖엔 없었고, 따라서 라임은 일부 판매사와의 결탁으로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라임 펀드의 표면상 기준가는 시장 수익률을 압도하는 구조였고, 저금리로 수익을 갈구하는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는 매력적인 상품이었기에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은 라임의 실질적 운용 실태 파악은 뒷전인 채 투자 권유에만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대상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공짜 점심에 독이 든 줄도 모른 채 맛있게 향유했다. 급기야는 일부 증권사 고객은 라임 펀드를 판매 대상 펀드로 설정해 줄 것을 오히려 판매회사에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와 같이 라임은 판매사에서도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았다.

라임 사태는 단순히 사모펀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운용사가 투자자를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기망한 사건으로 자본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라임 사태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4 등에서 드러난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문제다. 라임 펀드는 애초에 중도 환매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가졌으며 사모 방식임에도 4600개가 넘는 계좌로 자금을 조달했다. 비교적 안전성을 갖는 메자닌을 대상으로 투자한다고 하면서도 그 규모에 대한 통제 없이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한 것은 애초에 합리적이고 바른 투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펀드 구조였다. 어찌 보면 이번에 해외 투자 자산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기에 아찔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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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이 된 감독 강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실태 점검(2019년 11월∼2020년 1월)을 통해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 개선 방향”(2020.2.14, 4.27)을 발표하고, 모험자본 공급 등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운용의 자율성은 지속 보장하되 제도적 미비 사항 및 일부 취약한 운용 구조를 보완하는 필요 최소한의 규율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첫째, 각 시장참여자가 효과적으로 상호 감시•견제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문제의 본질인 운용사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손해배상책임 능력을 확충함과 더불어 운용사의 운용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판매사와 수탁사에 부과하기로 했다. 둘째, 라임과 같이 펀드가 설정 단계에서부터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구조로 설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경우 개방형 펀드로 설정되지 않도록 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련 투자자 정보 제공 및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사 펀드 편입 등을 통한 복잡한 복층•순환 투자 구조로 인해 펀드 간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셋째, 사모펀드의 보고의무를 강화하고, 운용사 동향, 펀드별 판매 동향 등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징후 발견 시 사전 예방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등 사전 예방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5

사모펀드의 문제는 전문가다움을 잃은 운용사와 판매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자본시장의 내부 통제를 담당해야 할 금융당국의 전문성 부족도 한몫을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자동차가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좋아야 한다.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의 육성을 통한 생산적 금융 내지 혁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와 병행해 한 축에서는 내부 통제를 전문가답게 추진해 줘야 한다.

최근 발표된 규제 강화 방안을 보면 과연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이슈가 생긴 이후에서야 비로소 문제가 인식되고 조치될 만한 것들인지 아쉬움이 크다. 대부분은 금융당국이 충실히 업무에 임했다면 사전에 인지하고 정책으로 반영했어야만 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사전 예방 검사 등 감독 강화 방안은 현재도 당연한 금융감독원의 가장 본질적 업무여야 한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육성은 금융회사의 도덕성에만 맡겨 놓을 사안이 아니다.

모든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뤄진 다음에 그에 맞는 적합한 치료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작금의 라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조치라고 본다면 큰 오진에 해당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통금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통금이 해제된 다음에 아무래도 도둑이 더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도둑이 많이 발생한 원인을 통금 해제에서 찾는다면 적합한 진단에 해당하는 것일까? 통금을 해제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시점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합당한 경찰이라면 그로 인한 부작용을 대비하기 위해 야간 순찰을 강화한다든지 다양한 보완 대책을 강구해 시행했을 것이다. 오히려 규제 완화와 동시에 자본시장에 대한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인재(人災)가 아닌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사모 제도의 부작용이 노출됐다고 해서 정책 방향이 사모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쪽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사모 제도는 정형화되지 않은 금융 투자상품의 생산뿐 아니라 기업이 창업•성장•회수하는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민간 모험 자본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계가 잉여 자금을 은행에 저축하고, 이를 산업의 육성에 사용하던 간접금융 방식은 저금리인 현 구조에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가계가 사모 제도를 통해 직접 금융 방식으로 지분증권, 메자닌(CB, BW 등) 등 기업의 장기적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향후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은 경제 성장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사모펀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특히 벤처•혁신 기업의 경우, 자위력이 있는 다수의 전문 투자자가 적은 금액을 나눠 함께 투자하고 기업의 성장을 독려하는 시스템이 저성장 국면에 있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을 살펴본다면 적격 일반 투자자의 최소 투자 금액 요건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분산 투자를 오히려 저해하고, 한 사모펀드에 소위 몰빵투자를 유도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투자 금액의 과다가 투자의 적합성 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투자자를 제한하고자 의도하는 것이라면 전문 투자자(개인 포함)로 투자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불완전 판매를 줄이는 방책이 될 수 있다. 또 판매회사 및 수탁사에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은 수탁사들이 수탁 보수를 인상 내지 거부하거나 또는 판매사들이 운용사의 불법행위 위험 차단을 위해 자칫 계열 운용사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집중하는 식의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실태 점검 결과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최근 대규모 상환•환매 연기가 발생한 펀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위험한 운용 형태나 투자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인 일이다. 이제 사모펀드가 순기능을 제대로 발현되도록 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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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의 핵심은 충실한 정보 제공

우선 ‘사모펀드는 사모펀드답게’ 설정•판매되고, 충분한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자칫 사모펀드는 금융 시스템 밖에 있는 것으로 오인해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책임이 없다거나 투자 권유자가 투자자에게 정보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돼서는 곤란하다. 사모펀드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및 투자설명서 작성•게시•교부 의무가 면제된다는 이유로,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정보 불균형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기 책임하에 더 많은 수익률을 얻고자 그 위험을 감수한 상품이므로 감독당국이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판매사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하지만 사모가 불특정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을 대상으로 투자 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 또한 투자 권유의 대상이 되는 특정된 투자자에게는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공정의무(제37조 제1항)에 따라 금융투자업자가 권유 대상 상품에 대한 합리적 조사를 바탕으로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투자 권유해야 하며, 신의성실하게 투자자에게 해당 금융 투자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6

물론 투자성(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하에 진행되는 게 맞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이 없는 상태에서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당연한 전제다. 사모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사모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므로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는 오롯이 투자 권유자인 판매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은 전문 투자자(개인 포함)에 대해서는 적합성 원칙7 과 설명 의무를 배제하고, 더 나아가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적격투자자)에 대해서도 적합성 원칙을 배제한다. 반면, 미국은 은행 등 전문적 지식에 기반한 기관투자가를 제외하고는 재산 정도에 따른 자위력이 있는 전문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와 유사한 기준임)에게도 당연히 적합성 원칙을 요구한다.

사모펀드 영역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다수 개인투자자 대상의 대형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상 투자 권유 단계에서 요구하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가 최소한 선택적 전문 투자자(개인, 법인)8 에게는 준수되도록 법령이 우선 정비돼야 한다. 전문 투자자라 할지라도 신의성실공정의무에 의해 금융투자업자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야 하지만, 보다 명확히 불완전판매에 대한 억지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의 적용대상을 확대해 판매회사가 먼저 사모펀드를 정확히 이해한 후, 적합한 투자자에게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갖고 적절한 조언과 충실한 정보 제공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아울러 불완전 판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동시에 모험자본 투자 등 사모의 순기능이 더욱 발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을 전문 투자자(개인 포함)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모 제도가 발달한 미국도 실질적으로는 전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개인 포함)를 대상으로만 사모를 판매하고 있으며(숫자 제한 없음), 일반 투자자의 경우에는 자금 조달 대상 기업의 내용을 잘 알 만한 연고자(기업 임원 등)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부 허용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자가 사모펀드의 투자를 원하는 경우에는 분산 투자된 재간접 펀드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라임 사태는 운용사의 위법행위가 문제가 된 것으로 판매사와 수탁사에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는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운용사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우선 모색돼야 한다. 운용사는 자기자본(손해배상책임능력) 대비 투자자로부터 몇 배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해 운용한다.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구조라면 언제든 사고의 개연성은 있기 마련이다. 운용사의 대주주와 준법감시인에 대한 요건 및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hsryu11@kaist.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과 석사, 금융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또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와 법학 박사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 글로벌부문 대표, 미래에셋증권 투자솔루션부문 대표, 경영서비스부문 대표로 재임한 후 현재 KAIST 경영공학부 초빙 교수로 자본시장 관련 이론 및 법적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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