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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P2P 금융의 법제화, 투기 억제에 초점을

이정 | 304호 (2020년 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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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When Online Lending Meets Real Estate: Examining Investment Decisions in Lending-Based Real Estate Crowdfunding” by Yang Jiang, Yi-Chun (Chad) Ho, Xiangbin Yan, Yong Tan(Information Systems Research,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는 싶지만 저금리 시장이 썩 기쁘지 않았던 사람들(투자자)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존의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게 썩 내키지 않았던 사람들(차입자)을 인터넷에서 만나 P2P 금융시장(온라인으로 대출-투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핀테크 서비스)을 만들었다. 돈과 시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만나 생겨난 이 P2P 금융시장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 2020년 6월 기준 대출 규모 2조3000억 원의 거대 금융시장이 됐다. 그리고 8월이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하지만 성장세에 비해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에게 P2P 금융시장은 생소하다. 언뜻 생각할 때 P2P 금융시장은 마치 C2C의 이베이나 아마존처럼 수요와 공급이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안내해주는 플랫폼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P2P 금융은 다른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위험과 현재의 이자율에 의해 불확실성을 안고 움직인다. 여기에 다수의 투자자와 차입자가 실시간 비대면으로 만나는 플랫폼 구조가 더해져 그 역동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P2P 금융을 활용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난징대와 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은 중국의 유명 P2P 금융시장, 그중에서도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P2P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의 행태를 분석했다. 2014년도부터 수행된 2332개의 투자 프로젝트 데이터를 수집해 투자자가 차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제시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검토해,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이 투자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얼마나 빠르게 내리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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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첫째, 투자자들은 당연히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은 대출이 있는 부동산에 비해 대출이 없는 부동산 담보를 확실히 선호하며 이러한 선호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 부동산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특히 P2P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전인 초기 시장 단계에서는 상대방(차입자)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는 온라인 시장의 특성 때문에 위험 회피 성향이 두드러진다. 둘째, 투자자들의 이러한 본능적인 위험 회피 성향은 투자에 대한 경험이 쌓일수록 빠르게 줄어든다. 즉, 투자를 하면 할수록 투자액은 증가하고 투자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또한 대출이 있는 부동산에 대한 비선호도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처음에는 위험 회피적이었던 투자자들도 경험을 통해 위험은 실현되지 않고 이윤이 실현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공격적인 투자자가 돼 간다는 것이다. 이 역시 투자 행위의 본성이 P2P 금융시장에서도 빠르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자의 신용, 담보물의 가치 등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인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 주식시장 경기 등 프로젝트와 직접 관련이 없는 요인들도 투자자들의 결정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 결정은 빨라지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 결정은 느려진다. 이는 P2P 금융시장이 이미 다른 금융시장들과 동일한 생태계 내에서 투자자들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P2P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위험을 회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어쩌면 평이하고 꽤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왜 중요할까? 이 연구가 단순히 투자자들의 행태를 검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러한 결과가 P2P 금융시장의 본질에 대한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P2P 금융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적응하는 투자시장이다. 빠르게 적응하는 투자자들은 투자가 아닌 투기에 빠지는 것이 더 쉬울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비해 아직 불확실성이 큰 P2P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욕망도 더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올린다. 그렇다면 정부와 사회는 어떻게 P2P 금융을 바라봐야 할까? 오는 8월27일부터 시행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P2P 시장을 본격적으로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한다. P2P 금융의 법제화는 차입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차입자의 부담은 덜어주되 투자자의 투기는 억제하고 대신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본 연구와 같은 투자 행태의 직접적인 분석은 그러한 과정에서 행해지는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정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 jung.lee@hufs.ac.kr
이정 교수는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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