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 꼭 공정한 건 아니다

230호 (2017년 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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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같은 학교에 다녔던 직장 초년생 3명이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회포를 풀기 위해 삼겹살집에서 만나 삼겹살과 소주를 마음껏 마신 결과, 20만 원이 적힌 계산서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좋았겠지만 다들 직장 초년생인지라 누구도 “내가 쏠게!”라고 외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과연 어떻게 가격을 산정해 배분하는 것이 서로에게 합리적이며 특정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끝까지 즐거운 회식 자리로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1/N’ 법칙이다. 즉, 총서비스 가격을 모인 사람 수대로 나눠 가격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일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회계적 관점에서 보면 해당 금액은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원가’1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식비를 회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일반적으로 회계에서는 간접원가를 원가대상(사례에서는 돈을 내야 하는 직장 초년생 3명)에게 배분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현 사례를 가지고 간략하게 설명해보도록 하자.

우선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당연히 각자가 정확하게 몇 점의 삼겹살을 먹고, 몇 잔의 소주를 마셨는지를 아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 또는 평소에 식성이 좋은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데(이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먹기 때문에) 이런 기준을 인과관계(Cause and effect) 기준이라고 한다. 인과관계 기준을 사용할 때 자원 사용(여기서는 삼겹살과 소주)의 원인이 되는 변수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과관계가 되는 변수를 잘못 찾아낸다면 큰 감정적 상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은 회식 당시에 삼겹살과 소주를 무척 먹고 싶었던 사람이 돈을 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소에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싶었는데 이번 회식에서 충분히 즐겼다면 그 사람의 만족도(경제학 용어로 이야기하면 효용)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또는 삼겹살과 소주가 아니더라도 이번 회식으로 만족도가 더 높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수혜(Benefits received) 기준 또는 수혜자 부담 원칙이라고도 하는데, 원가배분 대상이 간접원가로부터 제공받은 경제적 효익 또는 각 수혜자가 받은 수혜비율의 정도에 비례해 원가를 배분한다는 기준이다.

세 번째로 고민해볼 방식은 월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또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순자산에 비례해 부담하는 방식이다. 20만 원이라는 돈이 주는 상대적인 가치는 모든 사람에게 다를 것이다. 월급이 많거나 월급 외 수입이 많은 사람에게는 20만 원이라는 돈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혼자 자취를 하고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월급마저 적은 사람에게는 20만 원이라는 돈은 무척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원가를 배분하는 것을 부담능력(Ability to bear)기준이라고 하는데, 원가 대상의 부담 능력에 비례해 배분하는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쪽이 간접원가를 더 많이 부담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방식은 공정성 혹은 공평성(fairness of equity) 기준인데 공정성과 공평성에 의해 간접원가를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포괄적인 기준이다. 서두에 언급한 ‘1/N’ 법칙도 여기에 해당한다. 각 원가 대상이 되는 3명의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에 있는 공정성 또는 공평성은 다 다르다는 게 이 방법의 한계로 지적된다.



김범석 회계사 ah-men@hanmail.net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MBA 과정을 이수했다. 삼일회계법인 및 PWC Consulting에서 13여 년간 외부 감사, 재무전략, 연결경영관리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CEO Agenda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았다. 연결 결산, 자금 관리 및 회계실무 등에 대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 글로벌 패션회사의 Group Accounting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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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배분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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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무에서 원가배분은 의외로 중요한 이슈다. 특히 분권화 정책에 따라 세분화된 책임회계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간접비 또는 공통비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책임단위의 손익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이러한 간접비 또는 공통비의 배분에 큰 이슈가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절에는 간접비 또는 공통비의 분배원칙에 따라 해당 책임 단위의 손익이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i) 안타까운 점은 필자가 책임회계 또는 구분회계라는 명목으로 경영컨설팅을 하게 되는 경우 해당 회사의 이익이 낮아지거나 손실로 전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필자가 과거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정확한 원가동인을 찾아 간접비를 최소화하고, 간접비를 배분하는 경우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 부서와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을 없애고자 했다(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i) 경기가 어려운 경우,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낮게 산출되는데 만약 이에 간접비 또는 공통비를 과다하게 배분되는 경우 영업이익이 손실로 전환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39호 2017 Business Cases 2017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