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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내부정보 유출 통해 대박났다고? 미국에선 ‘징역 + 벌금 + 주가폭락..’

최종학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미약품의 내부정보 주식차익 사건이나 CJ E&M의 실적정보 유출 사건 등은 내부정보의 불법적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공정공시제도 위반에 대한 기준과 처벌 수위는 낮기만 하다. 미국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사 스튜어트 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 회장의 경우 거액의 벌금 이외에도 신뢰도 추락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거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개선돼야 국내 자본시장의 전근대적 문화 역시 개선될 것이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년 말, 오래간만에 국내 제약업계에 기쁜 소식이 알려졌다. 한미약품이 오랫동안 노력해온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 그 결과 당뇨병 신약 포트폴리오인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약 5조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프랑스 소재 다국적 제약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와 체결했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당연히 한미약품의 주가는 폭등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자신이 보유한 시가 1100억 원가량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회장님에게 감사한다고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TV 뉴스마다 소개됐다. 이 일은 보기 드문 훈훈한 미담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 뒤 한미약품과 관련된 다른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아벤티스와 계약을 체결하기 10일 전부터 갑자기 한미약품 주가가 폭등하고 거래량도 대폭 늘어났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자본 시장에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보도 이후 비정상적인 주식 거래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그 결과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에 성공해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당한 숫자의 한미약품 및 계열사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 등이 이 사실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해서 큰돈을 벌었고, 또 일부 직원들은 평소 알고 있던 애널리스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정보를 몇몇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알려서 이들도 회사가 보유한 펀드의 자금으로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검찰이 판단하기로는 관련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해 얻은 이익은 최대 25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애널리스트들 중 개인 자금으로 직접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다수의 직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기소됐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사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준법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내부 감사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훈훈한 뉴스의 김을 빼는 악재였다.

 

빈발하는 내부정보 유출사건

 

한미약품 관련 내부정보 유출사건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벌어졌던 여러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 사건들 중 하나다. 한미약품 사건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사건은 CJ E&M의 실적정보 유출사건이다. 한미약품 사건의 경우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정보가 유출됐고, 그 정보가 우연히 친분관계에 있었던 애널리스트에게 흘러갔던 것이었다. 이 직원들 중 일부는 이런 일을 하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CJ E&M 사건은 공시 및 투자자 관련 업무(investor relation·IR)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CJ E&M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의도적으로 실적 관련 정보를 알려준 사건이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즉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행위였던 것이다.

 

IR 담당 직원의 임무는 회사의 중요한 소식을 외부에 제때 알려서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주주나 채권자들이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3 1분기에 CJ E&M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예측치와 유사한 4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 들어서는 이익이 대폭 늘어 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업적발표 이후 발표된 2013 3분기 업적(영업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는 대략 150∼2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CJ E&M 2013 3분기에는 영업이익을 150∼200억 원 정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2013 3분기 업적이 사내에서 집계되던 도중 IR 담당 직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85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와 회사의 실제 실적에 큰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영업이익이 예상과 달리 85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 분명했다. 이 소식이 나중에 자본시장을 통해 발표된다면 IR 담당 직원들은 실적과 관련된 중요한 소식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CJ E&M에 대해 보고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CJ E&M의 주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IR 담당 직원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3 1016일 아침, 담당 직원 2인은 친분이 있던 3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 3인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나중에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된 IR 담당 직원들은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서 주가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정보를 유출했다고 했다. 당시 이들 두 IR 담당 직원들은 짤막한 전화 통화가 주식시장에 얼마나 큰 여파를 가져올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3인의 애널리스트들은 각자 이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우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알렸다.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정보에 기반해 주식의 매수나 매도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소중한 고객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CJ E&M의 소식을 듣고 그 즉시 보유하고 있던 CJ E&M의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기 시작했다. CJ E&M 직원이 애널리스트들에게 전화로 정보를 알린 시간이 1016일 아침이었는데, 그날 저녁까지 주가는 10%가량 폭락했다. 다음날도 주식의 처분은 계속됐고, 그 결과 주가는 추가적으로 1%가량 하락했다. 이틀 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총 500억 원가량의 주식 물량을 처분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개인투자자들만 기관들이 갑자기 싼 가격으로 판 주식을 매수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펀드매니저들은 공매도(short sale) 거래에까지 뛰어들었다. 공매도란, 예를 들어 현재 기업 A의 주가가 100원인데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주식을 빌려서 100원에 파는 것이다. 미래에 기업 A의 주가가 실제로 8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공매도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주식시장에서 80원의 가격에 A의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된다. 그러면 주당 20원만큼 이익을 거두게 된다. 이 공매도 계약은 현재 큰돈이 없더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을 매수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공매도는 약간의 계약금만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에 약정된 미래시점에 도달했을 때 실제로 A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큰돈을 벌 수 있고, 그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서 A기업의 주가가 계약된 가격보다 높다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므로 손해를 보게 된다.

 

공매도 거래는 미래의 주가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 등의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거래로서 평소에는 거래 금액이 많지 않다. CJ E&M의 공매도 금액은 하루 평균 1억 원 정도였는데 실적이 유출된 날은 무려 125억 원으로 급등했다.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무죄 판결

 

이런 이상한 거래행태는 금융당국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고, 사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우선 갑자기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 펀드매니저들이 소환됐다. 펀드매니저들이 정보를 몇몇 애널리스트에게 받았다고 고백하자 해당 애널리스트들도 줄줄이 소환됐다. 그 결과 기업-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CJ E&M과 애널리스트들 소속 증권사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고, 이들을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1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을 통해 불법적인 이득을 올렸다는 혐의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로 이 정보를 사용해서 주식투자를 한 펀드매니저들은 고발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당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거나 미공개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해서 그 타인이 해당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도록 한 경우 그 두 당사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즉 미공개 정보를 외부로 전달한 정보전달자와 그 정보를 취득한 1차 정보수령자에 대해서만 법률의 규정이 있었고, 그 외 관계자들에 대한 조치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이 사건의 경우 정보전달자는 CJ E&M IR 담당 직원 2인이며 1차 정보수령자는 애널리스트 3인이다.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수령자가 된다. 자본시장법에는 2차 정보수령자를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2차 정보수령자에 해당하는 펀드매니저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법률상의 문제점 때문에 금융당국은 CJ E&M 사건 이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서 미공개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을 알았다면 2차 정보수령자도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행한 것으로 간주해 금융위원회가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규정을 바꿨다. 그 결과 앞으로는 CJ E&M 사례의 펀드매니저들도 제재를 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생긴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유출사건에서도 정보를 유출한 내부 직원과 이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직접 받은 사람들은 처벌을 할 수 있었지만 이 사람들로부터 다시 정보를 전달받은 2차 정보수령자들은 처벌을 할 수 없다. 법률 개정이 한미약품 사건이 벌어진 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 2016 1월 법원은 CJ E&M의 두 직원과 세 명의 애널리스트 중 두 명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법률 규정에 따르면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이익을 봤어야처벌할 수 있는데 직원 둘은 정보를 전달했을 뿐 그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2 거래를 직접해서 금전적인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이용해서 이들 개인이나 회사가 이익을 얻었다면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직원들은 법정에서 회사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연착륙하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정보를 전달해서 회사나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회사의 간부가 정보를 유출하라고 지시한 사항도 아니었으며, 정보의 수령자가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애널리스트였다.3 따라서 타인이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또한 정보를 전달받은 애널리스트 셋 중 두 명은 그 정보를 받아서 펀드매니저들에게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보고를 하고 다른 거래처나 투자자들에게도 알리는 등 애널리스트의 직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정보를 이용해서 개인적인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한 명의 애널리스트는 그 정보를 몇몇 소수의 가까운 펀드매니저들에게만 알렸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소수의 펀드매니저가 불법적인 이익을 얻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유죄판결을 받았다.

 

갑을관계에 의해 잘못 형성된 문화와 공정공시제도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사이의 관계를 흔히 이야기하는 갑을 관계로 표현해보면 펀드매니저가 갑이고 애널리스트는 을이 된다.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이기 때문이다.4 펀드매니저들이 매년 투표를 통해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는지 여부는 애널리스트의 연봉이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펀드매니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라도 제공하려고 하는 강력한 유인이 있다. CJ E&M 사건이나 다른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사건에서 애널리스트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펀드매니저들이 이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 현상이 매우 자주 나타나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IR 부서의 직원들의 관계에서는 애널리스트가 갑이고 IR 부서의 직원들은 을이 된다.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한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다. 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보고서가 계속 나오면 IR 담당 직원은 사내에서 좋은 인사고과를 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IR 부서의 직원들의 임무 중 하나는 애널리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도록, 또는 발표하더라도 강도를 낮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IR 부서의 직원들이 애널리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친밀한 몇몇 애널리스트들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살짝 제공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IR 담당 직원 입장에서 정보의 제공 자체가 직접적인 효익을 가져다줄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의 주가를 관리한다거나 사내 인사고과점수를 잘 받는 등의 간접적인 효익은 충분히 가져다줄 수 있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부정적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적시에 제공한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손해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정보라도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발표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시장에 알려주는 것이 주가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5

 

이번 법원의 판결은 내부정보의 유출 관련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하려다 내려진 결과다. 그런데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없이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공정공시제도 위반 혐의다. 공정공시제도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의 중요한 사업계획이나 이익 등의 중요한 정보를 공시할 때 특정 집단에게만 선택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소수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에게만 선택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서 이들이 이 정보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고 정보를 접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진 제도가 공정공시제도다.6

 

공정공시제도는 2000년 미국에서 ‘Regula tion Fair Disclosure(공정공시에 관한 규정)’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말부터 실시됐다. CJ E&M의 경우를 살펴보면, 중요한 정보를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동시에 공시(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한 것이 아니라 몇몇 애널리스트에게만 살짝 전화로 알려준 것이므로 공정공시제도를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공정공시제도 위반에 대해서는 개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해당 기업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해서 벌점을 부과하고 1억 원 미만의 공시위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 공정공시제도를 이용해 정보를 유출하거나 이 정보를 이용한 사람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마사 스튜어트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사건

 

이 사건과 관련돼 널리 알려진 미국의 유명 여성 CEO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사건을 살펴보자. 마사 스튜어트는 미국의 백만장자로서 자신이 설립한 Marth Stewart Living Omnimedia(MSLO)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기업인이다. 미국에서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으로 뽑히기도 했다. MSLO는 출판, 방송, 인터넷 거래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마사 스튜어트는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방송에 출연해 우아한 자태로 꽃꽂이나 실내장식, 패션 등에 대한 강의를 해서 전 미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유명 인사(celebrity)였다. MSLO에서 출판하는이나등은 널리 알려진 월간잡지다. 마사 스튜어트의 이름 그 자체가 MSLO의 브랜드이자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2001 1227, 마사 스튜어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 기업 임클론(ImClone)의 주식 4000주를 모두 매각했다. 동일한 날 임클론의 CEO 샘 왁슬도 자신이 보유하던 5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샘 왁슬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경영진도 주식을 팔았다. 그런데 이틀 뒤인 29,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클론이 신청한 암 신약에 부작용이 있으니 허가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있자마자 임클론의 주가는 단 하루 동안 16% 폭락했다. 미리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버린 마사 스튜어트 입장에서는 약 45000달러 정도의 손실을 회피한 셈이다.7

 

다수의 경영진이 회사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알려지기 이틀 전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했다는 것은 관계당국의 의심을 받기 충분했다. 이들은 모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수감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에서는 임직원들에게 법률교육을 계속 실시하므로 이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중소기업에서는 경영진이 법률을 잘 알지 못하므로 종종 유사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이 사건을 보면서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거래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를 잘 알았으면 한다. 샘 왁슬은 7년형을 선고 받았고,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을 내게 된다.

 

관계당국은 마사 스튜어트도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거래를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마사스튜어트와 샘 왁슬이 서로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기록을 뒤져봤으나 이 거래가 발생했던 날 전후로 둘이 서로 통화한 적이 없었다. 그날 마사 스튜어트가 샘 왁슬의 사무실로 전화를 하긴 했는데 샘 왁슬이 회의 중이라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사 스튜어트가 주식을 모두 팔기로 결심했을까? 공교롭게도 둘의 주식 거래 중개인이 메릴린치(Merrill Lynch) 소속의 유명한 주식중개인 피터 바카노빅(Peter Bacanovic)이었다. 피터 바카노빅과 마사 스튜어트는 바로 그날 오전에 전화통화를 했다. 검찰은 이 점을 주시했다.

 

마사 스튜어트와 피터는 둘 사이에 임클론의 주가가 60달러 이하로 하락하면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피터가 전화를 하자 마사가 그 약속에 따라 주식을 팔라고 해서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널리 보도되자 마사 스튜어트는 억울하다면서 수차례 광고를 하기도 했다. 부정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고객들과 주주들은 안심하라는 내용이다. MSLO의 경영성과가 마사 스튜어트의 인지도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만약 마사 스튜어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면 경영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그렇지만 조사가 지속되자 마사 스튜어트와 피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검찰의 추궁에 둘의 비서가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피터는 왜 샘 왁슬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샘 왁슬이 주식을 매도한다는 사실을 마사 스튜어트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그래서 마사 스튜어트가 샘 왁슬에게 내부정보를 얻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통화를 할 수 없자 피터에게 주식을 매도하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한 고객의 주식거래에 대한 정보를 다른 고객에게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므로 피터는 불법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나 마사 스튜어트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로 처벌할 근거는 없었다. FDA가 신약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마사 스튜어트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를 얻으려고 샘 왁슬에게 전화를 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실제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엄중한 처벌사례

 

검찰은 다른 사실에 주목했다. ‘위증죄로 마사 스튜어트를 기소한 것이다. 마사 스튜어트가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해서 조사에 혼란을 끼쳤다는 것이다. 2005년 법원은 그녀에게 5개월 징역형과 추가적인 5개월 자택연금, 그리고 2년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증권거래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검찰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결백하다면서 광고를 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을 소개한 것이 거짓 정보를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한 허위공시라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8 마사 스튜어트라는 CEO의 평판이 MSLO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허위 공시를 해서 주주들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2006년 들어 마사 스튜어트가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의 4배와 그 이자를 벌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SEC가 기소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익의 4배라고 해도 마사 스튜어트의 전체 재산 규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신분에 상관없이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 평균적인 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조사과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것과 허위공시를 했다는 것은 마사 스튜어트의 화려한 명성에 금을 가게 한 행위다.9 이런 유명 인사들에게는 벌금과 징역형보다도 더 큰 것이 명예훼손이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위 사건의 결과를 살펴보면 주주들이 마사 스튜어트의 거짓말을 믿었다가 손해를 보았다고 집단소송을 제기해서, 마사 스튜어트는 무려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주식 거래를 통해 불과 45000달러 정도 손해를 덜 본 것에 비교하면 불법행위의 결과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MSLO의 매출액이 급감해 회사의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도 큰 피해다. 주가가 무려 70%나 하락했다. 마사 스튜어트 전체 자산의 약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전화 한 통화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사건이 적발돼 큰 처벌을 받은 것은 이 사건뿐만 아니다. 2009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매니저이자 대부호인 갤론그룹(Gallon Group) CEO 라지 라자라트남(Raj Rajaratnam)이 내부정보 이용사건으로 적발돼 2011년에 11년 형과 15000만 달러의 막대한 벌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내부정보 이용사건의 형량과 벌금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일 것이다. 라자라트남 CEO IBM, 맥킨지, 인텔,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던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MBA 동문들로부터 M&A, 기업매각, 신사업 진출 등 중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주식투자에 활용해서 큰돈을 벌었다. 이 사건이 적발될 때까지 월스트리트 최고의 헤지펀드 운영자로서 각광받고 있었던 비결이 바로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였던 것이다. 재판 결과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도 대부분 4년 형과 벌금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라자라트남 CEO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나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MBA에서 동급생으로 만나 쌓은 인맥을 잘못 이용한 결과 친구들이 함께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마사 스튜어트 사건이나 라자라트남 사건을 한국에서 벌어진 CJ E&M 사건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처벌이 경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약 미국에서 CJ E&M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관련자들은 당연히 감옥에 갔고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공시제도를 만든 취지를 생각해보면 이들 제도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원의 판결로 정보를 유출한 직원이나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유출한 애널리스트들이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금융당국이 유출된 정보로 거래를 해서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이익을 얻었다든가, 혹은 유출 그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가 개선해야 할 점

 

금융당국의 법률 개정 움직임 이외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제 활동 전반에서 애널리스트, 기업과 주식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업계의 문화가 변할 필요가 있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글로벌 수요나 공급의 변화, 매출이나 원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해 정확한 기업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보고서의 정확성에 의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꼼꼼한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기업 IR 담당자와 친분관계를 맺어서 비공식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 정보에 짜맞추는 보고서를 만드는 관행이 만연했다. 또 이익이 얼마라는 숫자 정보만 살짝 제공받아서 펀드매니저들에게 먼저 알려준 애널리스트들은 펀드매니저들에 의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익을 예측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논리 없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얻은 정보나 기업의 보도자료만을 이용해 작성된 보고서와 차별화되고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펀드매니저들도 애널리스트가 쓴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판단을 해서 주식 매매 활동을 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애널리스트를 가장 우수한 애널리스트라고 뽑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개인 주식투자자들도 풍문을 통해 얻은 정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 그리고 애널리스트가 분석해 놓은 보고서를 이용해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10

 

상장기업은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기업이다. 대주주가 혼자 소유한 기업이 아니다. 기업이 주식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주주는 기업의 소유주들인 다른 주주들(소액주주들이라고 불리는)을 위해 기업의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렇지만 일부 상장기업들은 상장할 때나 신주 또는 채권을 발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IR 활동, 즉 주주들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는다. IR 활동을 할 때도 기업에게 유리한 정보를 필요한 때만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애널리스트가 불리한 보고서를 쓰면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일부 집단에게만 몰래 제공하기도 한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분통터지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정보의 불균형이 커지고, 그 결과 주식시장에서 정보를 가진 집단과 가지지 못한 집단 사이에 투자성과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배신감을 느낀 주주들은 그 기업의 주식을 외면하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기업설명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워런 버핏도내가 기업에 대해 궁금할 것 같은 정보라면 주주들이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사전에 자세히 알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회사의 상황을 잘 알려주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더 좋기 때문에 자본조달비용이 낮아진다.

 

그런 면에서 CJ E&M 직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주가를 연착륙시키고자 한다면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 즉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부정적인 뉴스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숨겼다가 나중에 분기보고서가 발표될 때 알리는 것보다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주가를 덜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뉴스도 사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 이 뉴스를 숨겼다 나중에 발표하는 것보다 주가를 더 오르게 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뉴스와 부정적인 뉴스 공시를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적게 가지게 돼 위험(불확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이다.

 

 

 

 

최종학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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