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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a Good Shot

골프에도 분식회계가 있다?

김용준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골프에서 횡행하는 분식(粉飾)

컨스코어 카드를 플레이어의 실제 성적보다 더 좋게 기록. 자신의 드라이브샷 비거리(飛距離)를 부풀리거나 핸디캡을 실제보다 낮게 말하는 것도 해당.

골프에는 역()분식도 존재

핸디캡을 실제보다 더 높여서 말하는 경우.

프로 골퍼의 세계에선투명 회계만 존재

공식 대회에서 스코어를 줄여 기록했다가는 곧바로 실격. 실제보다 타수를 더 많이 기록할 경우 실격은 아니지만 고스란히 자기 손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진짜 스코어를 기록하는 게 프로의 세계. 

 

편집자주

골프는 더불어 하는 스포츠입니다. 늘 함께 라운드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굿 샷을 날리고 더 좋은 스코어만 낸다고 다 멋진 골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즈니스맨이자 골프 티칭 프로페셔널인 김용준 교장이 골프에서샷 이상의 그 무엇에 대해 연재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골퍼이자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하는 길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골프에도 분식(회계)이 있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뭔가 아는(?) 골퍼다. 골프에서 분식이란 스코어 카드를 플레이어의 실제 성적보다 더 좋게 기록하는 걸 말한다. 자신의 드라이브 샷 비거리(飛距離)를 부풀려 말하는 것도 분식의 일종이다. 핸디캡을 실제보다 낮게 말하는 것, 즉 더 잘 친다고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분식이다.

 

라운드 할 때는 보통 네 명이 한 조를 이루며 스코어 카드는 동반하는 캐디가 기록하는 게 보통이다. 스킨스 게임(홀마다 가장 적은 타수로 마무리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방식)을 할 때는 내깃돈도 캐디에게 맡기니 캐디가 기업의 회계 담당자인 셈인데 이런 캐디의 기본 임무(?)가 바로 스코어 카드분식이다.

 

캐디의 노련함은 스코어 카드분식(粉飾)’ 능력에 있다?

첫 홀은 실제 결과야 어떻든 팀 전원이 다 파(par)를 기록한 것으로 표기하는, 이른바일파만파는 가장 흔한 분식기법(!)이다. 자신은 골프장에 한참 일찍 와서 몸도 충분히 풀고 첫 홀에 굿 샷을 날려 유일하게 파를 기록했는데 티오프(tee off)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나온 동반자들은 첫 홀부터 보기(bogey) 또는 그보다 나쁜 스코어를 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캐디가첫 홀은 올 파(all par, 팀 전원이 파를 기록했다는 뜻)로 기록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좋다고 동의하는데 혼자만있는 그대로 적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침묵은 동의로 받아들여지고 스코어 카드에는 동그라미(파를 기록했다는 뜻) 네 개가 차례로 그려진다. 심지어 아무도 파를 못한 경우에도 첫 홀을 올 파 처리하기도 한다. 앞 팀의 누군가는 파를 했지 않겠냐는 너스레와 함께. 실제로는 더블 파(double Par, 홀 기준 타수보다 두 배를 치는 것으로 흔히양파라고도 한다)인 것을 슬쩍 트리플 보기로 기록하거나 OB(out-of-bounds, 필드 밖의 플레이 제한 구역)가 난 것을 세지 않고 두 타 줄여 스코어를 표시하기도 한다. 해저드(hazard)에 빠졌을 때 규칙이 정한 자리보다 훨씬 샷 하기 편한 자리에 드롭(drop)하고 쳐서 얻는 스코어를 진짜라고 기록하는 것도 분식이다. 맨 마지막 홀은 티 샷을 하기도 전에 스코어 카드에는 이미 다 올 파로 처리하는 경우도 흔하니 노련한 캐디의 서비스라고 할 것이다.

 

드라이브 비거리 분식은 스코어(혹은 핸디캡) 분식보다 더 흔하다. “지난 주말 라운드에서 300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는 아마추어의 무용담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300야드라니! 사실일까? 필자는 주변이 인정하는 장타자(長打者). 그런데도 보통 조건(평평한 홀에서 뒷바람이 불지 않는 등)에서 300야드를 칠 수 있다고 장담 못한다. 장타를 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300야드를 날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보통 체격의 아마추어 골퍼가 300야드를 쳤다는 무용담, 소위비거리 분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내리막 경사인 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볼이 뒷바람을 타고 날아간 뒤 뭔가(예를 들면 스프링클러 따위)에 맞고 실컷 굴러갔을 확률이 크다. 또 다른 가능성은 도그렉(dog leg, 개의 뒷다리처럼 휘어져 있는 홀)에서 샷을 날린 뒤 남은 거리만 따져 비거리를 계산했을 경우다. 예를 들면 380야드짜리 도그렉 홀에서 벼랑을 넘겨 치고 나니 80야드가 남았다면 300야드를 날렸다고 착각(?)하는 식이다. 홀의 총거리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선을 기준으로 표시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250∼260야드 비거리면 벼랑을 넘어가는 것을 두고 300야드를 때렸다고 믿는 것이다.

 

 

 

분식과 역()분식을 하는 이유

골프에서 분식은 왜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골퍼들의 자존심 때문이다. 분식을 기준으로 주장하는 핸디캡이나 비거리 무용담이 통한다는 얘기다. 골프 얘기를 나눌 때면 상수나 장타자가 주도권을 쥐기 마련이니 분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또 라운드 하려면 서너 명이 모여야 하는데 초청을 하든, 초청을 받든 잘 치거나 장타자가 인기가 있기 마련이니 평소에 자랑을 해놓을 수밖에 없다. 과연 핸디캡을 줄이거나 평균 비거리를 부풀려 말해보지 않은 골퍼가 있기는 할까?

 

분식을 아는 골퍼라면 역()분식도 알 것이다. 핸디캡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실제보다 더 높여서 말하는(더 못 친다고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 예를 들어 화이트 티(일반적으로 남성 아마추어들이 평상시 사용하는 앞쪽 티박스)에서는 이븐 파(even par, 더도 덜도 아닌 규정 타수를 치는 것으로 보통 72) 가까이 치는 고수이면서도 누가 물으면 그냥 ‘80대 초반 정도 칩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 실제로는 핸디캡이 2∼5 정도이면서도 10 정도 겨우 된다고 말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역분식 사례다.이런 플레이어라면 티샷이 OB가 나면 멀리건(mulligan, 최초의 샷이 잘못 되도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이나 OB티 플레이는 거부하고 룰대로 제자리에서 다시 티샷 하기 마련이다. 워터 해저드(water hazard)에 빠졌을 때도 빠진 곳 후방에서 규칙대로 드롭하고 치는 것은 물론이고, 애매한 거리가 남은 퍼팅에 컨시드를 줘도 정중히 거절하고 플레이할 것이다. 또 분식의 기본 수법인첫 홀 일파만파마지막 홀 올 파서비스도 고사하고 있는 그대로 스코어를 기록할 터이다. 규칙대로 플레이하고도 어울릴 수 있으니 이미 고수이거나 고수로 가고 있는 골퍼다. 이런 골퍼일수록 멋진 샷을 치고도오늘은 그 님(?)이 오셨다거나신들렸다고 겸손해 한다.

 

지난해 어느 주말 라운드에서 장부상 79타를 기록해 동반자들이 싱글패(첫 싱글을 기록한 것을 기념하는 패)를 만들어 주겠다며 축하해도첫 홀에 보기한 것을 일파만파로 기록했으니 실제 점수는 80타이고 첫 싱글은 진짜로 기록하고 싶다며 거절한 선배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라운드를 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선배의 골프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골프에서 역분식은 왜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더 잘 치기 위해서다.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할수록 발전할 여지가 있기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역분식 하는 골퍼일수록 목표가 분명하고 노력도 많이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실속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핸디캡을 줄여 말할수록 내기에서 덤을 덜 주고 더 받게 된다. 또 비거리 자랑을 하지 않으니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무리한 샷을 하지 않아도 된다. 행여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망신을 덜 당한다.

 

분식하는 골퍼와 역분식하는 골퍼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대면이라면 우호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역분식을 하는 골퍼일수록 평소에는 동반자에게 분식을 잘 허락한다. 첫 홀과 마지막 홀 파 기록은 물론이고 컨시드도 후하게 준다. 규칙을 어기는 것도 웬만하면 눈감아준다. 특히 내기가 작거나 스킨스 게임을 할 때 그렇다. 이런 배려에 분식하는 골퍼는 우쭐해지기 십상이다. 실제보다 훨씬 적은 타수로 기록한 성적표를 자신의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다.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100타를 깼다라거나 “8자를 썼다(80대 타수를 기록했다는 뜻)”는 식으로 말이다. 하수의 비극은 이 가짜 장부에 스스로 현혹되는 데서 시작한다.

 

분식과 역분식 골퍼가 제법 친해져서 스트로크 방식(정해진 라운드의 스코어 합계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날이 왔다고 하자. 한쪽은 평소에 후하게 매긴 스코어를 기준으로, 다른 한쪽은 짜디짜게 매긴 점수를 기준으로 덤을 주고받고 내기를 한다. 타당 내기 금액을 정하고 치면 스코어 카드에 얼마라고 기록하든 내깃돈은 실제 점수를 바탕으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흉흉한 민심 때문에 그 후하던 컨시드 인심이 사라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평소에 해놓은 드라이버 비거리 자랑 때문에 티잉 그라운드를 더 뒤로 옮겨서 화이트 티가 아닌 블루 티나 챔피언 티에서 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분식한 거품은 사라지고 역분식의 진면목이 드러나면 한쪽은 비극을 겪고 반대쪽은 쾌재를 부를 터이다.

 

프로 골퍼들은 분식도 역분식도 없는 투명회계를 한다

행여나 공식 대회에서 스코어를 줄여 기록했다가는 곧바로 실격이다. 사실대로 기록했다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이라고 해도 땡전 한 푼 못 받고 탈락이다. 설령 실수로 스코어를 적게 적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만약 점수를 기록하는 마커(Marker, 프로 골프대회에서는 선수끼리 서로 상대방 플레이어의 점수를 기록해 주고 이를 확인한 뒤 제출한다)와 짜고 고의로 스코어를 줄여 기록하고 제출했다가 발각되면 훨씬 더 심각하다. 대회 영구 출장 금지는 물론이고 아예 프로 자격 자체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반대로 실제보다 타수를 더 많이 기록한 실수는 실격은 아니지만 기록한 대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고스란히 자기 손해다. 또 라운드 할 때 규칙을 어긴 것은 실수로 그랬다고 해도 페널티를 받고 정정해야 하며 그냥 넘어갔다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바로 대회 실격이다. 공식 대회를 기준으로 보면 한 경기에 많게는 140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를 심판들이 일일이 따라다니며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규칙을 아주 엄하게 적용하는 게 골프다. 아울러 프로 골퍼들은 비거리를 부풀려 말할 이유도 없다. 프로 골퍼라면 자신의 비거리를 드라이버부터 웨지까지 클럽별로 거의 다 야드 단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클럽별 비거리를 기준으로 홀을 공략할 작전을 짜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핸디캡도 줄이거나 늘려 말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핸디캡이 없으니 말이다.공식 대회 때 실력 차이가 난다고 덤을 주고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핸디캡은 1800년대에 영국인들이 처음 만들었는데 바로 도박을 위해서였다. 100타도 넘게 치는 골퍼와 80타를 치는 골퍼가 같은 조건으로 내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하수 쪽이 피눈물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게 핸디캡이다. 이렇게 탄생한 핸디캡이 골프를 더 공정하고 재미있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영국인들의 발명이 쓸 만했던지 1900년대 초반에는 미국골프협회(USGA)도 이를 도입했고 USGA 공식 핸디캡 인덱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USGA 핸디캡을 기준으로 서로 내기를 하기도 하고 각종 아마추어 대회 출전 자격으로 삼기도 한다. 분식과 역분식의 핵심 기준인 핸디캡이 생긴 이유 자체가 승부 때문인 걸 알았다면 분식과 역분식 중 어느 것을 택할지 마음을 정해야 할 것이다.

 

 

김용준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 교장 ironsmithkim@gmail.com

필자는 땅끝 해남(海南)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신문사를 떠난 뒤 컨설팅과 건설업을 하며 골프에 푹 빠져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소속 티칭 프로페셔널이 됐다. 지금도 투어프로를 꿈꾸며 수련하고 있으며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에서 일반인 골퍼들을 지도하고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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