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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이익 조정해 전임 CEO 실적 낮춰라" ‘Big Bath 회계‘ 왜 자주 일어날까?

최종학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재무회계

특정 연도의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해 다음 연도 이익이 늘어나도록 하는 방식을 두고빅 배스(Big Bath) 회계처리라고 한다. 건설사나 조선사처럼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이런 업종이 아니더라도 경영자가 교체되는 시점에 자주 발생한다. 국내 기업 중에 대표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회계상 이익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기업들의 인사동정이 들린다.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은 승진인사 소식이, 성과가 부진한 기업은 문책성 인사 소식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올해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마 문책성 인사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되고 새 CEO가 임명되는 경우가 예년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CEO가 퇴진하는 시점은 기업 성과가 매우 부진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부진한 성과의 책임을 지고 CEO가 물러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몇몇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언론 보도를 살펴보자.

 

 

포스코와 KT CEO가 교체된 직후 발표된 실적에서 나란히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결과도 있겠지만 전임 CEO 시절 발생한 부실을 모두 손실로 처리한빅 배스가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파이낸셜뉴스 2014. 1. 28.

 

 

이 기사에서빅 배스(big bath, 큰 목욕통)’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회계처리 방법이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 이익을 하향 조정하는 회계처리를 대규모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연도에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하면 다음 연도에는 이익이 늘어나 정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돌아온다. 이익이 마치 ‘U’자 형태로 변하므로 ‘U’자 형태로 생긴 큰 목욕통의 모습에 빗대 표현한 용어다.

 

 

빅 배스 회계처리를 하는 이유

 

빅 배스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하거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때도 빅 배스가 나타날 수 있다. 위 신문기사에서는전임 CEO 시절 발생한 부실을 모두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빅 배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전임 CEO시절 발생했지만 숨겨놨던 손실이라면 이는 전임 CEO 시절 분식회계를 수행했다는 것을 말한다. 전임 CEO 시절 숨겨놨던 손실이 없더라도 당기 비용을 크게 늘리거나 수익을 크게 줄여 기록해서 이익을 크게 줄이는 (또는 손실을 크게 늘리는) 회계처리를 한다면 모두 빅 배스에 해당한다. 수익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늘려 기록함으로써 빅 배스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래에 대한 추정을 보수적으로 변경해서 비용을 많이 기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CEO 교체가 없어도 빅 배스는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GM 2008 CEO 교체가 없는 상황에서 자산에 대한 특별상각을 대규모로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빅 배스는 경영자 교체 시점에 자주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빅 배스의 결과에 따라 재무제표, 특히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는 열악한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전임 CEO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를 살펴보자.

 

 

현대중공업 주가가 8년여 만에 처음으로 10만 원 밑으로 내려가자 저가 매수 시기가 언제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략) 지난달 20일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에 1934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 기록을 경신한 것. 지난 3개월 동안 현대중공업 주가는 30% 넘게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잇단 실적 부진으로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이제 더 이상의 주가 급락은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빅 배스효과 때문이다. 지난 9월 중순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권 사장의 경영능력은 4분기부터 반영되고 3분기까지는 전임자의 몫이다. 신임 대표이사로선 미래 가능한 부실을 3분기 실적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 매일경제 2014. 11. 03.

 

 

위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가 교체됐을 때 교체 직후의 부진한 경영성과는 보통 전임자의 책임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신임 CEO는 빅 배스 회계처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빅 배스를 하게 되면 그 다음 연도 또는 분기부터 이익이 증가한다. 비용을 한꺼번에 몰아서 반영했으므로 그 다음 연도 또는 분기부터 인식해야 할 비용이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손익계산서에서 보여줄 수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과거의 빅 배스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임 CEO가 경영을 잘해서 기업 실적이 실제로 개선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전임 CEO가 연초가 아닌 중반 이후에 교체됐다면 빅 배스가 더 빈번히 수행될 수 있다. CEO가 연초부터 경영을 맡아왔다면 당해연도의 부진한 업적을 전임 CEO의 잘못으로 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들이 발견한 사실이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전임 CEO가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교체되고(즉 문책성 인사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CEO가 외부로부터 영입됐을 때 기업 내부에서 새 CEO가 승진했을 때보다 빅 배스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내부 승진한 CEO는 전임 CEO의 수하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수행해 왔으므로 전임 CEO와 긴밀한 친분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 CEO로 부임한다고 하더라도 빅 배스를 통해 재무제표에 보고되는 이익을 낮추면서 이를 전임 CEO의 경영실패로 몰아가기가 힘들 것이다. 외부 영입된 CEO는 전임 CEO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런 걱정 없이 빅 배스를 행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포스코와 KT의 사례를 보면 포스코는 내부 승진, KT는 외부 영입한 경우다. 이 두 기업이 어떤 차이를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과 조선업종 기업들의 빅 배스 회계처리

 

국내에서 빅 배스 회계처리 관련 뉴스가 언론에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2014년 한 해만 해도 빅 배스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언론에 언급된 기업이 CJ, GS건설, KB캐피탈, LIG손해보험, 계룡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 무수히 많다.

 

 

이들 기업의 명단을 보면 건설사나 조선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이 두 업종은 완성품을 만드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는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완성품을 소비자에게 인도하고 대금을 청구하는 시점에서 회계상 수익(매출)을 인식하며 이 시점에서 동시에 비용(매출원가)을 인식한다.1 또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매출원가 계산에 미래에 대한 추정이 필요한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건설사나 조선사들은 제품을 제조해서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익과 비용의 인식을 위해공사진행 기준이라는 특수한 방법을 사용한다. 제품(빌딩이나 선박)이 완성된 후 구매자에게 인도될 때의 가격을 이용해 전체 가격 중 당기의 공사진행률에 해당하는 부분만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공사 첫해의 공사진행률이 20%고 전체 계약금액이 100억 원이라면 100억 원의 20% 20억 원을 첫해의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첫해의 공사진행률이 20%라는 말은 전체 예상 공사비용이 80억 원일 때, 첫해에 80억 원의 20% 16억 원의 공사비용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첫해에는 20억 원의 매출과 16억 원의 매출원가가 발생해서 4억 원의 매출총이익이 발생한다.2

 

 

그런데 공사비용 예상액은 시간에 지나면서 변할 수 있다. 원래 8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듬해 경기가 급변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비용이 12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고 하자. 그리고 두 번째 해에 사용한 공사비용은 44억 원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공사진행률은 50%(=(40+16)/120)가 된다. 이때 두 번째 해의 매출액은 30억 원이다. 공사진행률이 50%이므로 두 번째 해까지 발생한 총수익은 계약금액 100억 원의 50% 50억 원이다. 그중 20억 원의 매출이 첫 번째 해에 기록됐으므로 50억 원과 20억 원의 차이인 30억 원이 두 번째 해의 매출이다. 그런데 여기서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두 번째 해의 매출원가(공사비용) 44억 원이다. 공사비용 44억 원은 예상 총공사비 120억 원의 50% 60억 원에서 전년도에 이미 인식한 공사비 16억 원을 차감한 금액이다. 또 미래에 추가적으로 인식될 나머지 손실 부분, 즉 남은 공정 50%에 따른 추가 손실 예상액 10억 원도 즉시 공사손실충당금 전입액(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두 번째 해에는 총손실 24억 원이 발생한다.3 두 번째 해의 이익이 첫 번째 해의 4억 원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셈이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이 보수적으로 변하면 과거 회계처리의 효과를 예측이 변한 시점에 모두 반영하므로 이익이 급감(또는 손실이 급증)한다.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은 예상이 가능해진 시점에 즉시 회계장부에 기록한다는 보수주의(conservatism)적 회계원칙에 따라 이렇게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 사례를 보면 빅 배스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건설사나 조선사처럼 장기간에 걸쳐 공사의 수주, 제품의 생산, 제품의 최종 인도가 진행되는 업종에서는 그 기간 동안 경기나 미래에 대한 추정이 변하면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분식회계를 통해 빅 배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불황기에 신사업 분야인 플랜트 공사를 다수 수주했다. 그런데 해당 분야의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한 탓에 원래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 늘었으므로 이를 반영해서 2014년 공사손실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했다고 알려진다.

 

 

KB국민은행의 빅 배스 사례

 

건설이나 조선업종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 중 빅 배스 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업은 KB국민은행이다. 다음 언론 보도를 보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88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10일 발표했다. 적자는 면했지만 23000억 원의 높은 당기순이익을 낸 신한금융지주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이다. 각각 1조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실적 부진이 CEO 교체를 계기로 이전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빅 배스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한국경제 2011. 2. 10.

 

 

이 기사에서는 2010년 어윤대 회장의 취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CEO 교체시점에도 빅 배스가 행해졌다고 소개한다. 김정태 행장이 주택은행장(후에 국민은행과 합병해서 국민은행으로 통합된 현 KB은행의 전신)으로 취임하던 1998, 강정원 행장이 취임하던 2004,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던 2010년 모두 빅 배스가 발생했다고 언급한다. 경기대 김한수 교수와 성균관대 최관 교수 등4 이 저술한 사례연구 논문에서는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하나은행 및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설정률과 비교했다.5 그 결과 국민은행의 빅 배스 증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림 1>에 정리한 내용을 살펴보자. 국민은행은 행장 교체 직전 연도인 2009년 영업수익 대비 대손상각비6 비중이 7.68%였으나 교체 연도인 2010년에는 12.35%로 급증했다. 교체 이후인 2011년에는 다시 9.99%로 대폭 감소한다. 대손충당금 비율이나 대손충당금 전입비율 같은 다른 지표를 살펴봐도 동일한 추세가 나타난다. 비교대상 기업인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에서는 이런 추세가 국민은행만큼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다. 별도 그래프로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이때뿐만 아니라 1998년과 2004 CEO 교체 전후 기간에도 동일한 추세가 나타난다.7

 

 

이런 회계처리의 결과로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09 6300억 원에서 2010 900억 원 정도로 감소했다가 2011년에는 2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참고로 회계처리와는 관계없는 영업현금흐름의 추세를 보면 2009 - 2500억 원, 2010 - 12000억 원, 2011- 45000억 원으로 3년간 오히려 영업현금흐름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의 이런 차이를 보면 필자가 여러 글에서 계속 강조한 것처럼 이익만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국민은행의 대손비율(세 가지 중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든)이 다른 두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빅 배스와 관계가 없을 CEO 교체 전이나 교체 후 모두 동일한 추세가 나타난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다.

 

 

 

 

 

KB금융의 미래

 

왜 다른 은행은 그렇지 않은데 KB금융에서만 경영자 교체 시마다 빅 배스가 반복될까? 국민은행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최소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자주 틀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자.

 

 

KB금융은 전임 CEO와 새 CEO가 서로 다른 정권에 의해 임명돼 철저히 단절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전임자를 존경하거나 예우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KB국민은행에는 상당기간 정치권이나 행정부와 친밀한 인사가 행장으로 부임해왔다. KB금융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기업이나 주인이 불명확한 대기업들의 CEO 자리는 대부분 정치권이나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해왔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야당은보은 인사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언제 그런 비난을 했었냐는 듯 아무 부끄러움 없이 다시 자기편 사람을 임명하곤 한다. 이런 임명 과정 때문에 KB금융은 전임 CEO와 새 CEO가 서로 다른 정권에 의해 임명돼 철저히 단절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전임자를 존경하거나 예우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빅 배스를 하고 전임자의 경영실패 탓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빅 배스를 견제할 수 있는 감독 조직인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은 모두 대주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CEO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KB국민은행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하는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종종 뽑힌다는 점이다. 앞에서 빅 배스를 한 것으로 소개한 기업들 중 다수도 역시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곤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사회를 포함해 지배구조 구성요소의 형식을 평가해서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것 같다. KB의 경우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사회 등 CEO를 견제하는 감독기구는 잘 마련돼 있지만 그러한 지배구조가 제대로 된 감독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사회의 형식적인 구성보다는 제대로 된 운영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말 KB금융지주 겸 KB국민은행의 새 CEO로 윤종규 전 부사장이 선임됐다. CEO 선임에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이사회에서는 큰 논란 없이 여러 명의 후보자 중에 윤종규 부사장을 골랐다. 1990년대 말 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돼 국민은행이 출범한 이후 최초로 정치권이나 정부의 간섭 없이 선출된 CEO.

 

 

윤종규 CEO가 어려운 경제 환경이라는 거친 풍랑을 헤치고 슬기롭게 KB금융지주를 이끌어 가길 바란다. 2014년 동안 KB은행 이사진이 CEO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산 시스템 교체 의사결정을 내린 점이나 KB금융지주의 이사진이 정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새 CEO를 선택한 것을 보면 2014년 들어 이사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사회와 새 CEO가 힘을 합쳐 환골탈태한 KB금융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언론에서는 KB금융지주의 새 CEO가 또 빅 배스를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를 두고 금융권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숫자로 경영하라 2>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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