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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48

‘인적분할+주식교환’ 첫 실험 LG그룹, 지주회사 전환 교과서가 되다

최종학 |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재무회계

LG그룹은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LG그룹은 먼저 LG화학을 인적분할해서 LGCI LG화학, LG생활건강으로 나누고 LG전자를 LGEI LG전자로 나눴다. LGCI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LGEI LG전자 지분을 취득해서 각각 지주회사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과정에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라는 방법을 활용해 자회사에 대한 보유 지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LG그룹의 방식을 참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그룹 사례는 한국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나는 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마흔여섯에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전 세월은 준비기였다. 해방이 되고 처음 택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스무 살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다녔다. 그러니 나는 이제 겨우 사십 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이 1960년 남긴 말이다. 이 말을 했을 때 박 회장의 연세가 환갑이었다. 환갑이 돼서도 일을 멈추지 않고 정열적으로 임한 셈이다. 이처럼 해방 후 어려웠던 시기에 지금의 대기업들을 창업해 발전시켜 온 경영인들 중에는 남들과는 다른, 한발 앞선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다. 박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박 회장이 한 일 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다른 회사들보다 수십 년이나 앞서 수행한 것이 있다. 1972 10금호실업을 세워서 금호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킨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이후이며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가 이제야 논의되는 것을 볼 때 박 회장이 얼마나 빨리 시대를 앞서갔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설립된 금호실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시에 종합무역상사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주회사의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아무런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주회사란?

금호실업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에 시작해서 2003년 작업을 마친 LG그룹이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들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이다.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수 기업들이 LG그룹의 방식을 참고했기 때문에 LG그룹의 전환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전환 방법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를 보는 셈이다.

 

우선 지주회사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은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영업활동(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기업 중에는 사업을 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해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이런 기업들을주식을 지니는 회사라는 뜻으로 지주회사(持株會社·holding company)라고 한다. 농심홀딩스, 대상홀딩스, 동성홀딩스, 풀무원홀딩스처럼 지주회사는홀딩스(holdings)’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붙여서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 대표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도 다수 보험회사 및 제조업체, 도소매업체 등의 주식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는 크게순수지주회사(pure holding company)’사업지주회사(operating holding company)’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다른 기업(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자회사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것만을 업무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즉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는 추가 사업을 하지 않는 형태의 지주회사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다수의 LG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는 역할만 하는 순수지주회사다.

 

‘사업지주회사’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면서 본연의 사업도 하는 지주회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두산은 지주회사로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의 자회사 지분을 소유한 동시에 인쇄회로용 원판, 유압장비, IT 서비스 등을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자체 사업을 가진사업지주회사.

 

지주회사에 대한 법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법 2조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자산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를 말한다. 여기서주된 사업의 기준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당해 회사자산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지주회사 관련 법에는 외국에는 없는 복잡한 규제가 많이 붙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하고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은 상장(등록)된 자회사의 경우 20%,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40% 이상을 소유해야 하며 증손자회사 이하에 대해서는 100%를 소유해야 한다. 또한 일반 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는 분리돼야 한다.

 

1986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 지주회사의 설립이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금지돼 있었다.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많은 종속회사들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1999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됐다. 그 후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오히려 장려하기 시작했다.1  대신 지주회사 체제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이나 주식 보유한도에 대해 강력한 제한을 뒀다.

 

당시 정부가 법을 개정한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보다 더욱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대주주들이 이미 기업 집단을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복잡한 지배구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해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자 했다. 또한 지주회사는 권한-책임 및 영향 관계가 명확해 경영투명성이 향상되는 장점도 있다.

 

지주회사 제도의 장단점

지주회사 제도가 가진 장단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과거 우리나라에서 왜 이 제도를 금지했는지 알아보자. 국내 기업집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다.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는 복잡한 출자과정을 통해 적은 지분율로 다수 기업을 지배한다는 문제를 지닌다. 만약 기업 간 출자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기업집단의 지배 구조가 와해되면서 대주주의 통제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적대적 M&A 위험에 상시 노출된다. 실제로 2003년 해외 펀드인 소버린(Sovereign) SK㈜의 주식을 단기간에 집중매입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던 사례는 이런 위험이 현실로 드러난 경우로 볼 수 있다.2  당시 소버린이 SK㈜의 경영권만 차지하면 순환출자 구조에 의해 SK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형식의 피라미드로 기업구조가 재편되므로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분명해진다. 따라서 경영투명성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배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가져야 하고 규정에 따라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명확한 지배구조와 지분율 상승은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적대적 M&A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고 소액의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한다는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복잡한 지배관계의 연결고리 때문에 부실기업이 있어도 사업을 정리하기가 어려웠으나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간결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어 부실사업을 쉽게 정리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3 ::C::예를 들어 A기업이 B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B기업이 C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C기업이 A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를 순환출자라고 표현한다. 이때 만약 B기업이 위기에 빠져서 퇴출돼야 한다고 해도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B를 바로 퇴출시킬 수가 없다. B가 퇴출되면 C에 대한 지배권이 흔들리고 C에 대한 지배권이 흔들리면 A에 대한 지배권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출돼야 할 B를 퇴출시키지 못하고 다른 계열사인 A나 C를 동원해 B를 도와주려는 유인이 생긴다. 적절한 사업상 이유 없이 B를 부당하게 돕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A나 C의 소액주주 또는 채권자 등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C:지주회사 경영진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자회사 경영진은 일상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자회사의 독립 경영체제가 구축돼 책임경영이 정착되고 그 결과 시장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점은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가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 체제라고 해도 순환출자처럼 소규모 자본만으로 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만 갖고 있어도 지주회사를 통해 수많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가질 필요 없이 대주주가 지주회사의 지분만 충분히 보유하면 모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전술한 것처럼 부실 계열사 퇴출이 어려우므로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한 목적의 계열사 간 부당한 지원이 종종 발생하는데 지주회사 체제라고 해서 이를 반드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계열사들 사이에 출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더라도 지주회사가 지배권을 행사해서 특정 계열사로 하여금 다른 계열사를 도와주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 도입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경영자의 배임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매우 강해진 요즘,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라는 후자의 문제점은 지주회사든 아니든 거의 사라지는 추세다.

 

지주회사 관련 용어 정리

지주회사 제도를 살펴보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선 복잡한 용어를 정리해본다.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인적분할이나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법 등이 교과서에 소개돼 있다. 회사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회사들을 자회사에 편입해 지주회사 체제로 옮겨가는 방법으로는 공개매수, 주식이전, 주식교환 등이 있다.

 

 

분할방식은 기존 기업을 쪼개는 방식을 말하며 인적분할(spin-off)과 물적분할(split-off)이 있다. 물적분할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기존의 사업회사가 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로 만들고 자신은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주회사가 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을 분할해 B기업을 신설하고, B기업에는 사업을 담당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는 현물출자 방식과 마찬가지로 본래 A기업의 주주는 A기업의 주식을 갖게 되고, A기업은 B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2012년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 부서를 물적분할 형태로 분리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인적분할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기존 회사를 분할해 신규 자회사를 만드는데 분할해서 생성한 신규 자회사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주식보유 비율만큼 갖는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B기업을 신규 설립하면 신규 회사 B가 설립되면서 발행되는 주식을 기존 지분율에 따라 A기업 주주들에게 배분한다. 그 결과 A기업 주주들은 A B 두 기업 주식을 소유한다. A기업 주주들이 A기업의 기존 주식과 B기업의 신규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소유하기 때문에 두 기업의 지분구조가 동일해진다. 그러나 A기업과 B기업이 분리된 후 각 회사의 지분구조는 주식 거래를 통해 바뀔 수 있다. 이때 A기업이 B기업의 지분을 지주회사 요건에 맞게 충분히 획득한다면 A기업이 지주회사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종근당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와 사업회사 종근당으로 분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빈도가 가장 높다.

 

물적분할에서는 모기업이 분할된 자회사 지분을 모두 소유하므로 자회사는 비공개 회사가 된다. 따라서 분할된 자회사가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상장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본래 상장돼 있던 기업을 인적분할할 때는 기존 기업은 상장을 유지하고 분할돼 신설된 기업도 재상장 절차를 통해 상장할 수 있다. 이미 상장심사를 거쳐 상장됐던 기업을 일정 비율에 따라 분리한 것이므로 까다로운 신규 상장심사 절차를 새로 거치지 않는 것이다. 인적분할을 하든, 물적분할을 하든 기업의 기존 주주는 분할되는 회사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므로 분할 시점에서 보유주식의 총가치는 똑같다.

 

인적분할은 분할된 두 회사의 주주와 지분구조가 변하지 않으므로 분할할 때 각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따라서 신속하게 분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물적분할은 회사를 신설하는 것이고 두 회사의 주주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며 회계적 가치 계산도 상대적으로 복잡해서 분할 과정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그러나 물적분할은 일단 분할이 되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모회사가 유지하는 데 반해 인적분할은 모회사가 보유자금을 동원해 자회사 주식을 취득해서 지배권을 확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공개매수(takeover bid, tender offer)는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인수·합병)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인데 매입기간, 매입가격, 매입수량 등 매입조건을 미리 공시해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 등을 매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공개매수방식을 이용해 특정 회사의 주식을 다량 매입해서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이용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주회사가 될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가 지배하려는 기존 사업회사 주식을 공개매수로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공개매수방식은 공개매수의 대가로 현금을 지급할 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므로 자금 조달의 문제가 있다. 현금이 충분히 없다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우선 마련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식교환제도는 두 회사가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이다. 주식 교환을 통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전체를 소유하는 회사를 완전모회사라고 하고, 다른 회사를 완전자회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A(완전모회사가 되는 기업), B(완전자회사가 되는 기업) 두 기업이 있다고 할 때 B기업의 주주가 주식을 A기업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A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아서 A기업의 주주가 되는 방식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B기업 주식은 A기업이 모두 소유하고 B기업의 기존 주주는 A기업 주식을 소유해서 A기업 주주가 된다.

 

주식이전은 A기업과 B기업이 존재할 때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3 C기업을 설립해서 기존의 A, B사 주주가 신설되는 C사에 주식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C사 주식을 받는 형태를 말한다. 결과적으로 C사는 A, B사를 거느린 지주회사가 되고 기존 A, B사 주주들은 새로 설립된 C사의 주주가 된다. 주식이전/교환 방식을 택해서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한다는 법적 제약이 있다.

 

그림 지주회사로의 전환 전후 LG그룹의 지배구조

 

LG그룹 지주회사 전환과정의 특징

LG그룹은 IMF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지주회사 체제의 일반적인 장점과 더불어 LG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허 씨 일가와 구 씨 일가로 구성된 대주주들의 지분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그룹 내 복잡한 출자 관계를 정리해서 지배주주들의 지배관계를 명확히 하고 후계구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을 또 다른 목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벌 2, 3세로 이어지면서 지배구도가 점점 복잡해져서 기존 순환출자 체계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후계자에 대한 경영권 승계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순환출자 체계에서는 누가 어떤 회사를 소유한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이 선택한 방식은 인적분할 방식과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이는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방식으로 LG그룹이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따라서 LG그룹이 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인적분할 방식은 현물출자 방식의 단점인 법원의 개입이나 영업양도 방식을 사용할 때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부담, 물적분할 방식의 단점인 사업자회사의 상장폐지, 공개매수방식을 이용할 때의 대규모 자금조달 필요성, 주식이전/교환 방식을 이용했을 때 자회사 지분 100% 취득 요건 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인적분할은 장점 중에 특히 분할로 신설된 회사들이 빠른 시일 내 거래소에 상장될 수 있다는 점이 중시된다. 분할된 기업이 바로 상장할 수 있어야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가 쉬워서 분할승인에 대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는 분할 후 신설되는 회사 중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는 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할 만큼 소유해야 한다. 다행히 당시 지분율 요건에 유예기간 2년이 있었기 때문에 LG그룹은 분할 이후 2년 동안 신주발행 및 주식교환을 통한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회사 주식을 취득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 가능한 현금을 대부분 동원해 자회사 주식을 사들여야 했기 때문에 상당기간 투자를 거의 하지 못했다.

 

교환 공개매수 방식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대가로 현금 대신 신주를 발행해 자회사 주주들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지주회사가 현물(주식)을 출자해 자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형태다. 이런 방식은 공개매수와 현물출자 규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막대한 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자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다. 따라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재무적 투자자의 힘을 빌려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이처럼 자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현금 동원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훗날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LG그룹 방식을 따라한 이유다.

 

또한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에 모든 주주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므로 최대 주주와 우호주주가 보유하던 자회사 주식을 모두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하면 지주회사에 대한 최대주주 및 우호주주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즉 지주회사에 대한 경영권이 강화된다. 이런 과정이 회사 측 힘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구조를 계획하는 동안 회계법인과 회사가 함께 팀을 이뤄 외국 사례를 연구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여러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므로 변호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정 4단계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2001 4 LG화학을 인적분할해서 지주회사인 LGCI, 화학 부문을 담당할 LG화학, 생활건강 부문을 담당할 LG생활건강 등 3개 회사로 나눴다. LG화학이 LGCI로 이름을 바꾸고 나머지 두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였다. (2) 2002 4 LG전자를 인적분할해서 LGEI LG전자로 나눴다. LGEI가 존속법인, LG전자가 신설법인이다. 분할 후 사업회사인 LG전자는 데이콤, LG텔레콤, LG-Philips LCD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전자업계와 산업군이 다른 데이콤과 LG텔레콤은 LGEI가 주식을 취득해 LGEI의 자회사로 편입했다.4  (3) (1) (2)의 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 LGCI LG화학과 LG생활건강의 주식을 취득하고 LGEI LG전자 지분을 취득해서 지주회사가 됐다. 기존 자회사 주주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이되 현금 대신 모회사 지분을 발행해서 지급했다. 즉 자회사 주주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에 팔고 그 대신 현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회사가 추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았다. 현물(자회사 주식)로 모회사에 출자한 셈이다. 이렇게 하면 모회사는 자본금이 증가하면서 자회사에 대한 지분비율이 높아지고 자회사 주주는 자회사 주식 대신 모회사 주식을 받아 모회사 주주가 된다. 자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식으로 교환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구본무 회장 일가가 공개매수에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지주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비율이 상승해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했다. 반대로 자회사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은 대폭 하락했다. (4) 화학 부문의 지주회사 LGCI 및 전자 부문의 지주회사 LGEI가 완성되고 남은 일은 두 지주회사를 합해서 단일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2003 1월 주주총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 안건이 승인됐고 3월에 비로소 LGCI LGEI가 합병을 마쳐 ㈜LG가 설립됐다. 이로써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LS GS그룹의 탄생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대주주 지분들이 지주회사인 ㈜LG로 집중될 수 있었다. 대주주는 지주회사만 지배할 수 있으면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들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별도로 보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대주주는 지주회사의 경영권을 충분히 확보하기만 하면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주식 가치나 교환비율을 정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회계법인의 공정한 가치평가나 조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주회사 전환 이후 이 문제와 관련해 몇 건의 소송이 발생했고 이 중 LG그룹이 일부 패소하기도 했다.

 

2003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후 LG전선 관련 기업들이 LG그룹에서 분리돼 2003 11월에 LS그룹으로 독립했다. LS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 독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지배주주 가족들의 지분을 지주사인 ㈜LS에 집중시켰다. 지배주주 가족들 중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만큼 지분비율이 높은 개인이 없었으므로 지배주주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를 통해 LS그룹은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협력에 의해 회사가 경영되는 독특한 지배구조 체제를 갖고 있다. LG그룹 사례도 좋지만 가족의 화목까지 유도한 LS의 사례도 국내 다른 그룹들에서 배워볼 만한 모범 사례라고 생각된다.

 

또한 2004 7월에 순수 지주회사인 ㈜LG가 다시 2개의 순수 지주회사 ㈜LG 및 신설 GS홀딩스로 분할됐다. GS홀딩스 계열사들은 2005 4월 공식적으로 GS그룹으로 분리 독립했다. 이렇게 계열 분리가 손쉽게 가능한 것도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오늘날 범LG계의 여러 그룹들이 탄생했다.5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많은 기업들이 LG그룹의 전례를 따랐지만 LG그룹이 처음 지주회사 전환에 착수했을 때 시장의 우려는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주회사 LGCI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율이 낮은 상태에서 법적으로 강제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비율 요건을 어떻게 만족시킬지에 우려가 컸다. 유예기간 2년 내에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6  결과적으로 LG그룹은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라는 방법을 통해 추가 자금을 예상보다 덜 동원하고도 지주회사 전환을 이뤄내 시장의 우려를 걷어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해 성공적으로 전환한 LG의 저력에 찬사를 보낸다. 물론 전술한 것처럼 지분비율 확보를 위한 주식 매입에 자금을 대부분 사용해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는 기간 및 그 전후의 상당 기간 동안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할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았던 것은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제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LG그룹 사례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실질적인 시발점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가진 회사가 무려 120개 정도나 된다. 앞으로 다른 회사들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경영권 강화뿐 아니라 경영 투명성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종학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숫자로 경영하라 2>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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