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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캐피탈 해외 자금조달

확실한 목표?치밀한 계획?과감한 결단,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외국지갑을 열다

송기혁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황이석 교수)인 ‘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오창성(25·한국외대 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Make, Break, Make”
 
단순한 광고카피가 아니다. 현대캐피탈이 1996년 할부금융업을 시작하고 현대카드가 2001년에 시장에 진입한 이래 현대카드 캐피탈의 성장 과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문구다. 이 회사는 광고 카피대로 업계의 기존 상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표준을 창출해왔다. 고객 맞춤형 알파벳 카드 시리즈, VVIP카드 서비스, 슈퍼스타 콘서트 등 문화마케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여신전문금융업을 위한 핵심 필수 역량인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노력도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고객이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한 경우 가맹점에 거래대금을 우선 지급한 후 약 한 달 뒤에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한다. 캐피털 업계에서도 고객에게 자금을 우선 대출해준 후 일정기간 후에 대출금을 회수한다. 따라서 카드·캐피털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필수다.
 
2003년 카드 대란이 발발하면서 카드사, 캐피털사 등 국내 여신전문금융사들은 재무건전성 악화와 유동성 문제로 아픔을 겪었다. 일부 회사가 디폴트(default) 위기를 겪는 등 심각한 상황 속에서 관련 업체들은 자본 확충은 물론 부실 자산에 대한 과감한 상각을 단행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역시 2003년 말 기준 연간 당기순손실이 각각 6273억 원, 1873억 원 규모까지 커져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경영진은 다른 회사보다 빨리 대응에 나섰다. 사태가 악화되기 전인 2003년 5∼7월에 걸쳐 총 4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전환사채 포함)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해 유동성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는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 캐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성장을 위한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우선 시야를 해외로 넓혀 글로벌 선도업체인 GE캐피탈과 ‘피를 섞는 수준’의 깊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임과 동시에 선진 금융 노하우를 확보했다. (DBR 51호 스페셜리포트 Case Study ‘개방성과 신뢰, 혁신의 원천’ 참조) 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해외 자본 시장을 개척해 일본, 유럽, 미국, 말레이시아, 스위스 등 다양한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성공적인 장기 해외 자금 조달로 현대카드 캐피탈은 리파이낸싱 리스크(refinancing risk)1 를 해소하게 됐고 차입처의 다각화로 시장 경색 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나아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와 영향을 갖게 됐다. DBR은 서울대 CFO 전략과정과 공동으로 현대카드 캐피탈의 해외 차입 시장 개척 사례와 그 성공 요인을 심층 분석했다.
 

 
현대카드는 2001년 10월 신용판매 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 1.8%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8년 만에 카드업계 강자로 발돋움했다. 국내 최초로 VVIP 카드인 블랙카드, 퍼플카드를 내놓아 시장을 개척했고 알파벳 카드로 카드 상품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필요(needs)에 맞춰 분류해 신용카드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컬처 프로젝트 등은 업계 내외부에서 상당히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996년 국내 최초로 할부금융업을 시작한 최대 여신전문금융회사다. 2004년 8월 GE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 이래 소비자 금융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을 바탕으로 중고차 할부, 주택담보대출(mortgage loan), 전세보증금 담보대출, 개인신용 대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해외 차입 최초 추진과 도전
카드대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이 채 가시기 전인 2004년 10월, 현대카드 캐피탈은 GE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지분 38%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GE캐피탈과 파트너십 제휴를 맺고 주택담보 대출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한편 기존 오토할부와 리스 서비스를 새롭게 브랜드화하고 본격적인 성장 계획을 수립했다. 새로운 목표를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장기 차입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내 채권 시장은 그 규모가 작았을 뿐 아니라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시장이 지나치게 경색돼 해외 시장 진출을 그 대안으로 고려했다. 현대카드 캐피탈 CFO인 이주혁 전무는 “당시 국내 채권 시장에서 현대카드 캐피탈의 상황은 ‘연못 속의 고래’와 같았다”며 “최초로 해외 차입을 고려하게 된 2005년 당시 현대카드 캐피탈 채권은 국내 민간 채권 시장 전체의 5.1%(은행채 제외)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여신전문금융업 채권시장만 놓고 볼 때는 무려 30.9%에 달하는 비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차입금을 국내 시장에서만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GE와 JV를 체결한 후 8년째를 맞는 지금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GE의 제휴는 가장 성공적인 JV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와 GE는 선진 리스크 관리 능력과 마케팅 역량을 공유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개발하며 확장해 나가고 있다. 상품개발과 손익분석, 시장의 분석과 세분화, 고객 분석 능력 등에 있어서도 현대와 GE의 합작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다양한 사내 조직문화까지 공유함으로써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GE의 성공적인 JV 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GE의 JV 사례를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첫 도전 무대는 일본(사무라이 본드 시장)이었다. 채권 시장의 규모가 국내보다 클 뿐만 아니라 도요타, 닛산 등 자동차 산업의 발달로 현대카드 캐피탈 같은 자동차 금융사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발행 절차 및 규제 환경이 한국과 가장 유사했기 때문이다. 또 소수의 대형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했고 주요 타깃 투자자 중심으로 역량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큰 도전에 직면했다. 채권 발행을 위한 주간사2 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0여 개의 주요 IB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나 단 1개사(JP모건)만이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 전무는 “무조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즉시 TF를 구성해 몇 달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주간사 업무를 담당했던 김경우 상무(현 모건스탠리)는 “IB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이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대카드 캐피탈 직원들이 펀더멘털 개선을 위해 정말 목숨 걸고 일하고 있다는 열정을 느꼈기에 ‘이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해외 차입을 위한 다음 단계는 해당 시장에서 적절한 ‘신용 등급’을 획득하는 것이다. 신용 등급이 일정수준 이하인 위험한 회사라면 아무도 채권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용 등급은 이자율 산정의 근거가 됨과 동시에 딜(deal) 자체의 성공·실패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대카드 캐피탈의 재무제표는 채권발행 직전인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전무는 현대카드 캐피탈의 최근 3개 년 재무제표를 가지고 신용평가기관들을 수없이 만났지만 외면당했다. 그러나 단순히 재무제표 그 자체가 아닌 미래의 비전과 사업목표를 제시하려 노력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했다. 특히 모회사인 현대 기아차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 금융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설득한 결과 일본 대표 신용평가사인 JCR로부터 A-의 등급을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김 상무는 “JCR이 S&P 등 타 글로벌 신용평가사 대비 2∼3단계 높은 등급을 주는 편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이 A0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공적 쾌거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채권발행 성공 직전 3년인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카드대란의 여파로 국내 모든 카드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카드 캐피탈도 직전 3년간 카드가 총 9900억 원, 캐피탈이 32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막대한 증자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의 상당 부분이 잠식돼 있었다. 따라서 재무제표만으로 판단해 보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시장을 확대해야 할 텐데 신규 자금 조달이 없었다면 시장확대를 위한 투자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카드 캐피탈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아냄으로써 2005년부터의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소수 대규모 연기금 운용 기관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IR 활동을 통해 현대카드 캐피탈은 2005년 3월 국내 여신전문사 최초로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440억 엔 규모였다. 이 딜(deal)은 현지 IR 활동과 일본 시장 진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닛케이위클리(The Nikkei Weekly)로부터 ‘2005년 일본 베스트 딜’에 뽑히기도 했다.
 
현대카드 캐피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향후 추가 발행 시를 대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시의무를 준수하고 정기적으로 IR 콘퍼런스콜을 실시한 것은 물론 일정 주기마다 NDR3 을 실시해 주요 투자자들에게 실적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이 전무는 “현대카드 캐피탈의 해외 NDR 담당 직원들은 초기부터 장기간 동안 해당 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키움과 동시에 주요 해외투자자들과 깊은 신뢰와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또 주요 IB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발행 전략에 대한 자문을 꾸준히 받는 한편 잠재적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그 결과 현대카드 캐피탈은 일본 사무라이 본드 시장에서 2010년 11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2490억 엔의 채권 발행(누적 기준)을 성공시켰다. 원금과 이자에 대해서는 스와프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없앴다. 특히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 중에도 5차 발행(440억 엔 규모)에 성공했으며 6, 7차 발행(각 150억 엔 규모)은 통상적으로 채권 발행 시 꼭 거쳐야 하는 주요 절차 중 하나인 로드쇼(Roadshow) 없이 성공해 NDR의 효과를 입증했다. 게다가 채권 발행 시 스프레드 가격(pricing)은 제1 금융권인 대부분의 은행보다 유리한 수준이었다.
 

 
현대카드·캐피탈 CFO 이주혁 전무는 “해외 채권 발행 시장 개척 시 5%의 성공 가능성만 보여도 과감하게 의사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탓하지 않는 기업 문화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전했다. 현대카드·캐피탈의 기업 문화는 ‘전략경영’ ‘스피드경영’ ‘혁신경영’ ‘변화경영’의 4대 경영방침으로 대변된다.
 
전략경영(Strategy)
“전략이 곧 비전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먼저 올바른 전략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된 사업전략과 기능전략을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전략이 곧 전사의 비전이 되는 셈이다. 전 직원이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전략과 연계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에만 부서 간, 개인 간 시너지가 발휘될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스피드경영(Speed)
“스피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유일한 변수다.”
했는지 안 했는지의 여부만큼 ‘언제’ 했는지도 중요하다. 완성도를 80%에서 100%로 올리기 위해서 두 배의 시간이 든다고 가정하면 100%의 완성도를 추구하기보다는 80%의 완성도로 최대한 신속히 전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속도를 저하시키는 최대의 장애 요인인 불분명한 지시와 초점 없는 결정, 단선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양해야 한다.
 
혁신경영(Innovation)
“혁신은 기업의 유일한 존재와 성공의 이유다.”
어느 부문이건 정해진 관행이란 건 없다. 어느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매너리즘을 두려워하는 자세, 크건 작건 간에 모든 업무를 혁신적인 시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생각 없이 실험정신만으로 덤비는 도박이 아닌 항상 생각하면서 창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변화경영(Never-Ending Changes)
 
“존재하는 한 전략도, 조직도, 목표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나 위협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재빠르게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관행에 따라 일 처리를 하다가 뒤늦게 ‘변화’ 따라잡기에 나선다면 회사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살기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사의 변화의 질과 속도에 있어 경쟁력을 갖추느냐 만이 회사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한다.
 
 
글로벌 조달 포트폴리오 강화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한 현대카드 캐피탈은 주요 해외 자금 시장마다 대내외 여건에 따른 수급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차입 안정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자금 조달처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위해 대외 신인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2005년 11월, 현대캐피탈에 대한 GE캐피탈의 보유지분을 43%까지 확대함과 동시에 현대카드의 지분 43%에 대해서도 GE캐피탈이 인수하게 하는 등 GE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전략적 장기투자 및 직접 경영 참여 체계를 구축했다. 또 유사시 자금 지원을 의미하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 현대카드 캐피탈 합산 12억 달러 규모)’을 보장받는 계기가 돼 대외 투자자들에 대한 소구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또 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좋은 신용평가를 받기 위해 담당 평가장(Rating Head)을 만날 때마다 모회사이자 주요 협력사인 현대 기아차의 성장성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으로 현대카드 캐피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5년 11월 국내 여신전문사 최초로 S&P로부터 투자 적격 등급(BBB)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모회사인 현대차의 당시 신용등급(BBB-)보다도 높은 것이다.4
 
이후 개선된 재무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에 높은 평가를 받아 여신전문금융업 최초로 두 차례에 걸쳐 8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인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고 그 후 현대카드는 카드업계에선 최초로 4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2007년도에 발행했다. 2009년 11월과 올해 1월에는 최대 채권시장인 미국에서의 각각 5억 달러, 7억 달러 규모의 양키본드(144A 본드5 )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로써 현대카드 캐피탈은 주요 국제 채권 발행 시장을 ‘완등’하면서 정기적 발행자(regular issuer)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 전무는 “첫 번째 유로본드 발행 때 아시아에서의 첫 이틀간6 주문량이 너무 적게 나와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단 한숨도 자지 못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12시간 이상 괴로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행했던 직원들과 ‘발행에 실패하면 함께 템스강에 빠져 죽자’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던 것이 이제 추억이 됐다”면서 “당시의 진심 어린 노력들이 밑거름이 돼 지금의 위상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채권발행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기에는 많은 준비사항과 애로점이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 중 해외 채권발행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공기업과 은행들이 대부분이다. 2008년 이후 공기업과 은행권 이외에 해외 채권발행을 실시한 기업들은 기아자동차, 롯데쇼핑, 신세계,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카드·캐피탈, GS칼텍스, KT, SK 에너지 등이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해외 채권 발행은 마음만 먹는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획 단계부터 실제로 채권을 발행할 때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 수요를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주요 조달 시장의 발행 환경이 악화되자 현대카드 캐피탈은 말레이시아와 스위스 등의 틈새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말레이시아 신용평가사 RAM으로부터 초우량 등급 Aa18 를 확보해 2008년 5월부터 6차에 걸쳐 총 29억 MYR(한화 약 6070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2010년 6월에는 남유럽 재정 위기로 유럽계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 속에서도 스위스 채권 발행 시장에서 발행 금액(150만 CHF, 한화 약 1630억 원) 대비 두 배의 공모액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성공 요인과 시사점
현대카드 캐피탈의 해외 차입 시장 개척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확실한 목표 의식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계획과 치밀하고도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카드 캐피탈은 2004년 GE와의 업무 제휴를 계기로 신규 사업 진출 및 성장 목표를 수립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차입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자금 시장의 크기와 변동성에 한계를 느끼자 일본, 유럽, 미국의 순서로 해외 차입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작성했다. 사전에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 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각 시장 특성에 맞는 발행 전략을 수립했다.
 
둘째, 각 단계별 회사의 역량 상황에 따라 외부의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최초로 일본 시장을 개척할 때는 자동차 금융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여건을 감안해 현대자동차가 주요 주주이자 협력사인 점을 강조해 신인도를 제고했고 유럽 및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GE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투자 안정성을 강조했다. 또 주간사와의 꾸준한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외 발행 시장 동향을 파악하면서 중장기 투자자를 발굴해냈다.
 
셋째, 기회가 포착될 때마다 과감하게 의사 결정했고 열정적으로 실행했다.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거나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면 우선 실행했다. GE와의 지분 투자 협상이 그랬고 최초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때도 그랬다. 주변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남들보다 먼저 과감하게 움직였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실적발표를 위한 해외 IR은 보통 9개 국, 13개 도시에서 약 2주에 걸쳐 진행된다. 2개의 팀으로 나누어 하루 평균 6∼7개 기관과의 미팅을 소화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투자가를 만나, 무슨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현대카드·캐피탈에서는 GINI(Global Investor Network Information)라는 투자자 관리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GINI에는 전 세계 800여 개 투자기관들에 대해 미팅 횟수, 채권 투자 현황, 유통 물량 등의 정보는 물론 특정 이벤트 시점에서의 물량, 미팅 때 나온 질문, 미팅자 등의 세부적 데이터가 기록된다. 또 투자자별 차별화된 맞춤형 IR을 위해 투자자들의 성향을 체계적으로 유형화시켰다. buy and hold(장기 보유) 타입의 투자자인지, 아니면 run and hit(단타 위주의 치고 빠지기) 성격의 헤지펀드형 투자자인지, 혹은 발행물량을 지속적으로 사온 투자자인지, 미팅은 했으나 한번도 발행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인지, 더 세밀하게는 국내 다른 발행사의 채권발행에 참여하는 한국 선호 성향인지까지 유형화했다. 현대카드·캐피탈 이형석 IR팀장은 “투자자와 다시 만났을 때 지난 미팅 때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우리가 당신을 기억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면 상당히 고마워한다”며 “한번은 한 투자자가 깁스를 하고 미팅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다음 미팅 때 ‘아, 그때 농구하다가 다쳤다던 발은 다 나았군요’라고 말했더니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다음 번 발행 때 바로 참여한 적도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발행사 입장에서 요식행위로 그칠 수 있는 투자자 미팅의 질을 높여 주고 각 투자자들에게 맞는 전략적 IR 활동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GINI는 요술 램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7
 
 
 
향후 과제
미국의 경제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그리고 중국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업계는 상당한 경영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금융업에서는 연체율 수준이 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좌우한다. 앞으로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업계는 대출금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는 미국 시장에서 국한돼 발생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의 자본시장은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한 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 다른 시장으로 옮겨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동시다발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 이외의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 캐피탈은 과거 급격한 성장을 해오는 동안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채를 통해 조달했다. 그 과정에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불경기가 다가오는 만큼 앞으로는 재무안전성 향상을 위해 신규 부채의 발행을 적정수준에서 조절하고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권 투자자인 외국인들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위험을 분산하려고 할 것이므로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황인이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hiny72@snu.ac.kr
황인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 학사 및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대-댈러스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및 드렉셀대에서 회계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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