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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스 전략

금융관행의 벽, 확실한 프로젝트로 넘자

공세일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프로젝트파이낸스(PF)’라고 불리는 금융조달방식은 전문적이고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PF 때문이다. PF의 일부 특성을 부동산사업에 적용해 탄생한 부동산 PF PF의 본질적 의미와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은 PF라고 하면 의례 부동산 PF만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원래 PF는 개별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 또는 현금흐름만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방식을 일컫는다. 1930년대 미국 텍사스의 석유 개발업자들이 미래의 석유판매대금을 대출금 상환재원으로 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에서부터 발전, 에너지, 자원개발, 통신, 플랜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2010년 말 현재 시장규모가 3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2003년 말 시장규모가 1000억 달러대의 규모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7년 만에 3.5배나 성장한 셈으로 PF 시장이 얼만큼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 PF시장은 1994년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 제정된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을 시발점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책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한 PF 시장은 부족한 정부재정을 보완하면서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현재는 발전, 에너지, 플랜트 등으로 그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최근 국내 대형 수주형 산업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정유공장, 가스설비 플랜트, 원전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끊이지 않는데 2010년 국내 기업들의 해외수주액은 사상 최대치인 716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향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지역에서의 관련 산업 성장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 산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금융조달이다. 이에 최근 PF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고 PF 기법을 활용해 성공한 대형 프로젝트들의 예시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해보는 것은 해외 대형 수주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PF시장 동향

세계적인 국제금융정보 분석·제공사 딜로직(Dealogic)이 집계·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 세계 PF 시장 규모는 3546억 달러로 2009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이는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던 2008년과 비교하더라도 11%나 커진 것이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PF 시장을 주도하던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자산부실화와 금융기관 간 인수합병 등을 겪게 되면서 중장기 PF 신규 대출을 회피해 일시적으로 시장이 침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각국이 양적 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신흥시장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금융 수요가 증가해 에너지/발전 분야 관련 PF가 활성화된 데 힘입어 2009년 중반 이후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역별로는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최근 2년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에너지/발전 분야가 주도하고 있으며 인프라스트럭처와 석유/가스 분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PF 시장에서 에너지/발전 분야가 33% 2007년 이후 4개 년 연속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발전 에너지와 풍력발전이 전년 대비 각 22% 25% 증가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약 10% 감소했다. 또 인프라스트럭처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는데 그중 도로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철도 부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세계적인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PF 시장의 성장축이 인프라스트럭처 중심에서 점차 에너지/발전 분야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는 발전 공기업이 기존 자금 조달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하고자 새로운 금융방식으로서 PF를 적극 활용함에 따른 면이 있으나 최근 도로, 철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의 수익률 악화와 정부 재정지원의 대폭 축소로 인한 위험 증가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또 전통적인 분야를 탈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시도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통신 및 플랜트 등의 분야에 PF를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산업은행은 현대제철소에서 소요되는 산소, 질소 등 산업용 가스를 생산, 공급하는 플랜트에 대해 PF 방식의 금융 주선에 성공했는데 새로운 분야에서 PF의 활용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의 시장개척 시도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례를 통해 본 PF 활용방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참여 형태에 따라 프로젝트의 주주, 관리운영사, 기자재공급업자, 건설도급 업체 등으로 다양하게 추진된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는 금융패키지형 발주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도적 사업주가 아닌 단순 도급 형태의 EPC 사업자라 하더라도 발주자의 요청에 따라 금융 조달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효과적인 금융조달 방안을 가장 먼저 강구해야 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투자비의 70% 이상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것을 고려하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곧 금융조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사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 조건 및 성공요인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시장동향 파악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최근 금융조달이 완료된 프로젝트의 성공요인 및 의의를 < 1∼4>를 통해 간략히 정리했다.





PF 기법을 활용해 금융 조달과 사업 성과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해외 대형 수주형 프로젝트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필수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다. PF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꼭 짚어주고 싶은 부분이다.

첫째, 전쟁, 국가몰수, 환전 및 송금제한, 테러, 정부의 의무불이행 등 프로젝트 소재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 완화를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S&P 기준 BB+ 이하)인 경우에는 국가위험보험(Political Risk Insurance) 확보, 다자간 국제금융기구와 협조융자 추진 등을 통해 정치적 위험을 경감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개별 사업주의 프로젝트 수행경험 및 능력, 자금조달 능력 등을 미리 체크해야 하며 컨소시엄 구성단계에서 상호 협력관계를 통한 적절한 위험의 분담 등이 논의돼야 한다. 셋째, 건설기간 중 공사비 초과, 공사지연, 시운전 실패 등으로 인한 준공 위험을 경감하기 위해 경험 있고 신용 상태가 양호한 시공회사를 선정해야 하고 고정가격부 일괄도급계약(Fixed Price Lump-Sum Turn-Key Contract)을 체결한다거나 공사지연 시 지체상금 부과(Liquidated Damage) 등의 계약도 검토해야 한다. 넷째, 생산 제품의 안정적인 판매를 통한 현금흐름(Cashflow) 창출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위험(Market Risk)의 경감을 위해 생산물의 장기판매계약(Offtake Agreement, Power Purchase Agreement), 정부의 최소 매출 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채택된 생산기술과 제조공정의 타당성, 원재료 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기구매 계약 및 관리운영계획의 적정성 등도 점검해야 한다. 여섯째, 생산공정이나 운영실태가 현지국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파악해 필요한 대책을 사전에 철저히 마련함으로써 사후에 큰 피해를 보는 사례를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에 대한 대책, 법률체계나 담보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점검도 필수사항이라고 하겠다.


향후 전망 및 맺음말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고 실물과 자본의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시점에서 과거처럼 담보나 기업의 축적된 신용에만 의지하던 금융방식으로는 다양하고 고도화된 금융 수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때다. 미래 현금흐름을 활용한 PF 방식은 기존 금융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의 금융 수요 증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유용하면서도 효과적인 금융방식 중 하나다.

최근 다시 불거진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산돼 PF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의 인프라스트럭처 수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꾸준한 자원 개발 관련 수요, 그리고 기타 향후 대체 산업 육성 수요 등 경제 개발 욕구의 폭발적 증가를 고려할 때 해외 PF 시장의 성장기조는 전반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이나 상업금융기관이 국제금융시장 및 PF 시장 동향 및 유사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PF라는 효과적인 금융방식을 활용할 줄 아는 능력과 경험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공세일 한국산업은행 PF센터 부행장 sikong@kdb.co.kr


필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법학 학사를, KDI 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산업은행에서 20년 가까이 프로젝트파이낸스 업무를 담당해온 국내 대표적인 PF 전문가다. 1990년대 초부터 정부와 협력해 국내 민간투자사업 제도 도입을 도왔으며 국내 PF 시장 형성 및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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