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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Decade Management-재무회계

이웃과 환경, 쓸 돈은 써야 지속가능회계

김종대 | 74호 (2011년 2월 Issue 1)

 

 

 

많은 경영 서적들은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을 언급할 때 혁신적(innovative), 고객 중심(customer-centric), 시장선도적(first-to-market), 세계적 수준(world-class) 과 같은 어휘들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려는 기업들은 반드시 한 가지 특징을 더 추가해야 한다. 높은 윤리 지수(EQ)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경제, 사회, 환경적 성과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단어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자, 경영진과 이사회의 주요 의제이며, 성공하는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과 사활을 걸고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더욱 중요한 요소다. 즉 지속가능 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과 지속가능 보고(sustainability reporting) 21세기 경영의 큰 흐름(megatrend)이다.

지속가능 경영의 태동은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해관계자 혁명(stakeholders revolution)에 기인한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기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은 기업에 대해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던 경제적 역할뿐 아니라 환경 보호 및 사회적 책임 준수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영자 역시 이런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장기적인 주주가치의 극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의 재무 및 회계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지속가능 경영 분야의 석학이자 싱크탱크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의 창립자인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은 오래 전부터 기업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TBL(triple bottom line)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TBL은 기업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적 성과, 사회적 성과 등 3개 부문(triple)의 성과 모두를 중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이 주주 중심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경영 활동을 수행하면 성과를 낸다 해도 비윤리적 경영 활동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TBL 하에서는 기업 운영의 방식 또한 윤리적이어야 한다. 노동 및 환경 문제, 협력업체 및 경쟁업체와의 거래 등에서도 법규를 준수하고, 사회적 통념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며, 그 성과를 평가하고 공개하는 방법 또한 투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속가능 회계

지속가능성이 재무 및 회계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기업 가치, 이해관계자 참여, 보고 및 공시, 세무 및 규제 동인, 녹색 경영 강조, 전사적 위험관리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1) 

 

이 외에도 기존 최고 재무 책임자(CFO) 및 재무 부서의 기능도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해당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주요 전략의 실행 가능성(feasibility)을 분석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 CFO나 재무 부서는 회사의 전략 수립, 운영 등에 깊숙이 관여해야만 한다. 회계 및 재무 부서의 지속가능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기업 천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적 동인(driver)이 된다는 뜻이다.(그림1) 

 

지속가능 회계의 주요 방법론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은 자사의 경제적 성과 못지 않게 환경적, 사회적 성과도 중시한다. 환경 및 사회적 성과 보고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여러 환경 관리 회계(EMA·Environmental Management Accounting) 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환경 관리 회계는 해당 기업의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해당 기업이 환경 개선에 들인 노력의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해 그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해주는 과정이다.

과거 전통적인 관리 의사 결정에서는 환경 원가를 정확히 고려하지 않고도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환경 원가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커짐에 따라 환경 원가를 고려하지 않으면 최적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졌다. 환경 원가를 고려한 지속가능 회계의 방법론으로는 수명주기 원가 계산(LCC·Life Cycle Costing), 전부 원가 회계(FCA·Full Cost Accounting), 총 원가 평가(TCA ·Total Cost Assessment), 물질흐름 원가 회계(MFCA·Material Flow Cost Accounting) 등이 있다. (용어 설명 참조)

 



1) LCC

LCC는 제품의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폐기 처분에 이르기까지 수명주기 전체의 원가를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한 계산법이다. 제조업체의 공정뿐 아니라 전, 후 공정에 걸친 원가를 계산한다. 미국 국방부가 개발했으며 1970년대 미국 군사관련 물자 조달 프로그램에 도입된 후 널리 확대됐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LCC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제품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 문제의 소재 및 영향의 크기를 제품의 기획·개발·설계의 책임자에게 전달한다. 둘째,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품과 생산 프로세스에 대해 제품 계획의 재검토나 생산 중지 등의 필요성을 장기적이면서 전략적인 전망 하에 평가해 최고 경영진에 신속한 대응을 재촉한다. 셋째,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 측 노력의 성과를 일반적으로 비교 가능한 수준에서 평가하고, 환경정보의 공개를 목표로 하는 환경감사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상과 같이 수명주기원가계산을 실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업의 다양한 측면에서의 환경관리에 도움을 준다.

2) FCA

FCA는 캐나다의 전력회사 온타리오 하이드로(Ontario Hydro)가 지속가능 에너지 개발(sustainable energy development) 계획을 추진하면서, 경영 계획과 의사결정에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개발한 방법이다. FCA는 개별 제품의 총 직·간접 비용을 규명하는 방법으로 내부 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환경 비용)을 의사결정 시스템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본 예산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므로 대안 평가엔 부적절하다는 단점이 있다. 온타리오 하이드로가 제시한 FCA 도입의 기대 효과는 1)환경 피해를 감소시키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찾는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2)선택 대안들의 현재 및 미래의 환경 영향을 명시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도록 유도 3)자원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유도 4)수요 측면의 관리를 할지, 공급 측면의 관리를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등이다.

3) TCA

TCA는 환경 및 건강 관련(E&H·environmental and environmentally related human health) 원가 정보를 인식, 편집, 분석하고 사용하면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내부 및 외부 원가를 포함한 의사결정의 틀이다. 자본적 예산을 계상할 때 환경 비용을 합쳐서 산정하며 기업의 투자에 대한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장기적인 재정 분석법을 말한다. TCA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모든 내·외부의 환경 및 건강원가를 계량화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본질적으로는 수명주기원가계산법에 기초하고 있다. 2000년 미국 화공학기사 협회가 표준화된 TCA 도구를 개발했다. FCA와 달리 TCA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사적 비용만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회계 시스템에서는 밝혀낼 수 없었던 환경 관련 투자의 재무적 이익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최근 학계와 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방법이 바로 MFCA.

MFCA 1992년 독일에서 고안됐다. 유럽 및 일본 기업들이 특히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폐기물과 원가를 동시에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통적으로 원가회계 영역에서 투입 원재료의 원가는 대부분 원재료비로 처리됐다. 하지만 투입된 원재료의 일부는 제품을 구성하지 않고 폐기물(또는 불량품)이 돼 원재료의 손실(loss)이 된다. 이러한 폐기물의 원가는 현행 원가계산방법에서 별도로 계산되거나 관리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원재료비나 영업외 비용에 포함된다. 즉 현행 체제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비와 폐기물로 변는 원재료비를 정확히 구분해 측정하지 않는다. 결국 세부공정별 물질의 흐름을 고려한 정확한 원가계산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원재료의 손실은 단순히 원재료 중 일부가 손실된다는 점 외에도 발생한 폐기물의 재활용, 자가처리 또는 위탁처리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그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손실 등을 야기한다. 이에 기업의 오염 배출 물질 감소 및 환경 원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발전된 환경경영 기법이 바로 MFCA. 현재 일본에서는 100여 개의 기업이 MFCA를 도입한 상태다. 일본의 경제산업성 지원 하에 2000년부터 10년간 확산사업을 진행 중인 바 첫 5년간은 기업 연구와 기반 조성에, 그리고 그 후 5년간 확산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계속적으로 확대 도입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1단계 시범사업(2005∼2007) 9개 대기업이 참여해 MFCA의 기초 개념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2단계 사업에는 14개 기업이 참여해 MFCA를 시범 적용했다. 국내 기업의 사례를 보면, 불량률이 아주 낮은 기업이라 해도 폐기물을 포함한 손실(loss)률은 업종에 따라 최대 30%에 이른다. 이는 총 제조원가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 제조원가(971조 원) 71.8% 697조 원이 원재료비다. 이 같은 상황에서 MFCA는 물질뿐 아니라 원가의 흐름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기업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기업 차원에서 보면 자원 생산성 향상의 잣대다. 최근 다수의 기업에서 발간하고 있는 탄소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하기 좋다.

앞서 언급했듯 환경 회계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일본 기업들이다. 이들은 지속가능경영, CSR 차원에서 환경 회계를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사 제품(자동차)의 최종 사용자, 즉 고객 사용에 따른 영향을 포함한 실질적 영향을 측정하는 경제적 영향(economic effects and eco-efficiency)과 환경 효율성(eco-efficiency)에 대한 사항을 환경 회계를 통해 환경성과에 반영하고 있다.

리코(Ricoh) 역시 환경 경영을 통한 경제 효과를 중시한다. 리코는 특히 환경 경영을 통한 효과를 다음의 5가지 세분화된 효익으로 구분해 측정한다. ·간접적 수익과 절약 효과를 의미하는 실질적 효과(substantial effect), 추정 실질적 효과(estimated substantial effect), 간접적 기여를 재무 효과로 산정하는 부차적 효과(secondary effect), 환경 부하 발생을 방지해 환경 위험을 줄이는 우발적 효과(incidental effect), 소비자의 환경친화적 제품 사용으로 인한 혜택 등을 의미하는 사회적 효과(social effect) 등이다.

 

 

회계 투명성과 기업 가치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의 저평가(Korea discount)의 원인으로 한국 기업들의 낮은 회계 투명성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주가로 측정할 수 있는 기업 가치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기업의 위험(business risk)에 의해 좌우된다. 이때 기업 가치를 좌우할 위험은 경제적 측면의 위험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위험도 포함한다.

, 기업의 위험 관리에서 중요한 4가지 위험, 즉 전략 위험(strategic risk), 영업 위험(operational risk), 재무 위험(financial risk), 법규 위반 위험(compliance risk) 외에 지속가능성 위험(sustainability risk) 또한 최근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그림2)  

 

 

나이키가 개발도상국에 설립한 공장에서 대규모로 미성년 아동들을 혹사시키고, 환경 파괴를 야기해 큰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나이키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나이키는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다하지 않았다. 지속가능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생긴 기업 가치 하락의 전형적 사례다.

리콜 사태로 인한 도요타의 기업가치 하락은 운영 위험과 지속가능성 위험이 결합돼 발생한 전형적인 사례다. 브레이크나 엔진 등과 관련한 문제 등은 자동차 산업에서는 흔히 발생하는 품질 결함이다. 리콜 제도 또한 업계에서는 건전한 관행으로 인식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그런데 도요타의 리콜이 그처럼 큰 기업 가치 손실로 이어졌던 이유는 도요타가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직성(integr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이 결여된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사례는 세계 초우량 기업에 가까워진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 위험도 키운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해당 기업의 인지도와 위상이 높아지고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에게 노출되는 가시성이 커짐에 따라 해당 기업을 바라보는 감시의 눈초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바로 가시성 위험(visibility risk)이다. 이는 점점 세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 기업, 특히 선진국 수출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우리 기업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위험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환경 및 사회적 책임 관련 사건이 대부분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에 발생한다는 사실은 지속가능성 위험에 대한 기업의 대응 능력을 더욱 요구하는 부분이다.

 

통합 보고와 지속가능성 보고의 강화

기업의 전통적인 재무 보고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투자자와 채권자를 위한 보고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성과 외에 환경적 성과,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공시하는 부분은 많이 미흡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나 여러 감독기관이 경제적 성과의 공정하고 투명한 공시에 관해서는 여러 기준을 만들고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적 책임, 윤리 경영 성과 등에 대한 정보 제공에는 여전히 소홀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 보고서, 사회 책임 보고서, 지속가능 보고서 등의 이름으로 재무보고의 구조와는 독립적으로 환경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성과를 보고하는 기업들이 증가해 왔다. 1999년 포천 250에 속하는 기업 중 35% CSR 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그친 반면 2008년에는 그 비율이 80%로 대폭 증가했다. 또 소수의 선도기업들은 환경 및 사회적 책임 성과를 재무 보고서 안에 통합시켜 공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가능 경영 또는 윤리 경영과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이 보고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경영 그 자체에 통합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전략, 운영, 시스템 차원에서 경제, 환경 및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합하지 않고, 단순히 기존의 여러 독립적인 정보 보고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은 진정한 의미의 통합 보고(integrated reporting)가 아니다. 통합 보고의 움직임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경영을 촉진하고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부문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공 부문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2009 ‘King III Code(King Report on Governance for South africa 2009 and King Code of Governance Principles)’ 법규를 제정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를 재무 보고서에 통합하라고 규정했다. 투명성에 관한 EU 지침(EU Direcrive on Transparency) 또한 기업으로 하여금 CSR 정보를 공시하도록 강제화했다.

프랑스 역시 약 2500개의 민간 기업과 수백 개의 공기업에 대해 통합 보고를 강제화한 The Grenelle Act를 발표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민간 기업에 다음 사항을 반드시 지키라고 강제화했다. “500명 이상 규모의 업체는 사회적 환경적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소비재에 탄소 비용과 그 외의 환경 영향을 표기한다. 물자, 승객 교통서비스에 관계된 탄소 방출량을 표기한다. 회사가 재정 정보 외에 주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환경 사회적 정보를 제3자에게서 확인 받는다. 모회사가 결함 있는 자회사에게 돌아오는 환경 피해 복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즉 통합 보고는 기업이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며, 사회로부터 운영 허가를 받아 경영 활동을 영위(corporate citizenship with license to operate)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기업의 회계 책임(accountability) 또한 자본 제공자들에 대한 수탁 보고(stewardship) 수준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창출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과정이 기업 경영의 최상위 목표가 됐다는 사실이야말로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물론 통합 보고가 지금보다 대중화하려면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이해관계자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무,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의 정보 통합을 절실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멀지 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재무 보고 관련 기관이나 조직 예를 들면 금융감독기구(SEC), 회계기준제정기구(IASB, FASB ), 회계사협회(IFC, AICPA )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향후 보고 기준과 감사 기준의 제정 등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때 기업의 가치평가에 미치는 비재무적 성과(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의 영향은 현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한국들 역시 이 점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윤리 경영의 중요성과 3단계 전략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World’s Most Ethical Companies)을 평가하고 선정하는 기업 윤리 연구소 에티스피어(Ethisphere) ‘It can pay to be ethical’이라는 신조를 강조한다. 말 그대로윤리적이어서 득을 본다는 말 즉, 윤리적인 기업이 비즈니스 성과도 좋다는 뜻이다.

에티스피어는 이 윤리 지수(EQ)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매년 약 3000여 개의 기업을 평가한 후 이 중 100개 정도를 윤리적인 기업으로 선정한다.(그림3)  

 

 

2010년에는 파타고니아, 나이키, 포드 등이 뽑혔다. 리콜 사태로 커다란 곤욕을 치른 도요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윤리 경영은 단순히 경영의 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해야 하는 과업이 아니라, 기업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기업 윤리 및 투명성을 저해하는 부정 행위(fraud)나 부패(corruption) 사건의 후폭풍은 단순히 수익 감소로만 끝나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평판, 고객 충성도, 자본 조달 능력, 브랜드 파워, 시장 점유율, 경쟁 우위, 핵심인재 확보 능력 등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끼친다. 이 부분의 손실은 수익 감소처럼 유형의 손실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에도 복구하기 어려울 만큼의 엄청난 유무형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엔론이나 월드컴처럼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이를 방지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기업의 부정 행위나 부패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윤리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속도는 상당히 미흡했다. 실제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봐도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고, 강도 높은 수사나 고액의 법적 소송이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부정 행위나 부패 위험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쓰러지는 대형 부패 사건이나 윤리 문제와 마주해도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기업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IBM, GE, 브리티시 텔레콤처럼 위험 관리를 잘하면서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부정과 부패의 가능성을 애써 간과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퇴치하려고도 않는다. 대신 이들은 치밀한 위험 평가 결과를 기초로 예방(prevention), 적발(detection), 대응(response)이라는 3단계 부정 방지 프레임워크를 수립해 이를 잘 실행하고 있다. 

1)예방 전략:적절한 계획과 정책 및 절차를 통해 부정사건의 발생 건수를 감소시킴(윤리적인 기업 문화 정착, 위험이 높은 사업 분야로의 진출 지양 등)

 

2)적발 전략:조기 경보 시스템과 발견된 부정 사건의 처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 부정 사건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킴(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익명성이 보장되는 내부 고발 제도의 구축 등)

 

3)대응 전략:신속하게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및 절차를 수립해 부정 사건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자체 조사 및 내부 보고 절차를 통한 문제점의 식별, 엄격한 재발 방지 조치 수립 등) 

즉 윤리 경영에 성공한 기업은 부정 부패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기업이 아니라,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효과적인 대응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부정 행위가 발생한 후에도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이 크다는 점은 자사의 경영 원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해당 기업만의 역량이다. 이는 결국 고객, 감독기관, 임직원,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적시에, 효과적으로 회복하게 도와준다. 당연히 업계 내의 경쟁력 및 수익 창출 능력을 유지하는 힘도 커지고, 이 부분에 타격을 입었을 때 회복하는 속도도 남들보다 빠르다.

IBM기업 행위 지침(Business Conduct Guidelines)’을 마련해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 수행뿐 아니라 근무시간 외의 개인 행동(on your own time)에 대한 지침까지 내리고 있다. 임직원 개개인이 직면하는 여러 이해 상충(conflicts of interest) 상황, 그들이 윤리적 혹은 도덕적 갈등을 겪을 때 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준을 회사에서 일일이 제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브리티시 텔레콤은 직원들이 기업 윤리 지침을 위반해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기업 책임(corporate responsibility) 위험에 관한 방지책 외에도 통신업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후변화, 직원 다양성, 보건 안전, 사생활 등에 관한 문제도 규정하고 있다.

맺음말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저성장 기조, 회계 빅뱅으로 불리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전면 도입, 불확실성 및 경쟁 강도 심화 등 한국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직면해야 할 위험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금융위기 이후 기업 윤리, 투명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기대 수준 또한 매우 높아졌다. 이제는 단지 주주, 투자자, 감독기관뿐 아니라 고객, 공급업체, 일반 대중들까지도 기업의 부정이나 부패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해당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 또한 점점 늘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원가 우위, 품질 우위, 서비스 우위 등에서만 경쟁력 강화 요인을 찾으려 했다. 이런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도 않거니와, 설사 우위를 확보한다 해도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재무, 환경, 사회적 성과를 적절하게 공유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창출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종합적으로 보고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장기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기업만이 향후 10년 동안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종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회계, 환경/지속가능경영 및 전략, 환경/지속가능경영 교육 분야의 전문가로 인하대학교 지속가능경영연구소와 환경/지속가능경영 MBA 과정을 맡고 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유종기 이사는 고려대 국제대학원(GSIS)에서 국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IBM 전략 컨설턴트 등을 거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Sustainability & Climate Change 서비스 리더로서 지속가능경영, 위험관리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 표준원 ISO/TC223 전문위원,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A4S(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네트워크 파트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태동
부장은 한양대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글로벌 MBA 과정을 졸업했다. 아모레퍼시픽 기획재경부문 경영전략팀 부장으로 지속가능경영 전략 및 비전 수립을 맡고 있으며, 2010년 아모레퍼시픽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DJSI) 월드지수 편입을 담당했다.

 

 

참고 문헌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Creating the Risk Intelligent Enterprise, April 2010, Frederick Funston and Stephen Wagner

Global Risks 2011, Sixth Edition, An Initiative of the Risk Response Network, World Economic Forum, 2011.01.12

CFO insights, Sustainability: developing key performance indicators - Measuring sustainability is the bottom Line

Integrating your financial and non-financial performance into a single report, Deloitte Perspectives, Eric Hespenheide

Deloitte Sustainability & Climate Change Group http://www.deloitte.com/green

Energy and resources management / Human capital and stakeholder engagement / Information technology for sustainability / Sustainability and climate change strategy / Sustainability governance and risk intelligence / Sustainable operations and supply chain / Sustainability reporting, assurance, and compliance

Corporate Resiliency: Managing the Growing Risk of Fraud and Corruption, Toby Bishop, Frank Hydoski (Deloitte Forensic Center), Wiley, 2010

Future risks take shape in 2011, 360 Risk Insight, Lloyds

Globalization and risks for business - implications of Globalization in an increasingly interconnected world, 360 Risk Insight, Lloyds

2010 Global 100: The Definitive Corporate Sustainability Benchmark

Next Generation of GRI Guidelines on the Horizon, News 2010, Global Reporting Initiative

2010 Edelman Trust Barometer, Annual Global Opinion Leaders Study, Edelman

Tomorrow’s Value Rating, Two Tomorrows (Towards Sustainable Business)

The Prince’s 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Project (A4S) - Connected Reporting, Embedding Sustainability, Accounting Bodies Network (ABN) and wider A4S Forum activities

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Decision Making Tool, 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 Practical Insights, Anthony Hopwood, Jeffrey Unerman, and Jessica Fries, 2010

 

  • 김종대 김종대 | - (현) 한국환경경영학회장·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 지식경제부 지속가능경영포럼 위원장
    -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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