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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재무조직도 통찰력으로 무장하라

박종필 | 63호 (2010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기업의 비즈니스가 글로벌화할수록 복잡성과 비효율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 지속적인 혁신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다양한 사업 부문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 17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 IBM이 전세계 재무 부문의 조직 통합 및 업무 혁신에 성공한 비결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공개합니다.
  
CFO와 재무 조직의 역할 확대
글로벌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이제 더 이상 관리 중심의 백오피스(back office)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초기 CFO의 역할은 정확한 재무 결산을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단순 영역에 국한됐다. 이후에는 예산을 통제하고 성과지표를 모니터링하는 통제 중심의 경영관리 영역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기업의 성장 전략을 파악하고 실행을 지원함으로써 기업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CFO의 영향력은 전통적인 재무 관리 및 감독을 넘어 기업 전체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CFO는 더 이상 재무상의 위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략, 경영, 법률 등 다양한 종류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결국 기업을 둘러싼 모든 형태의 위험은 CFO가 관리해야 하는 손익 지표상의 영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선진 글로벌 기업의 CFO와 재무 조직은 기업 내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언자(advisor)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슬레는 ‘Co-Pilot’, 로레알은 ‘Biz Navigator’, 인텔은 ‘Full Partner’, 시스코는 ‘Catalyst for Business Trans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기업 내 재무 조직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즉 재무 조직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현업 조직과 함께 비즈니스 방향성을 결정해나가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IBM의 재무 조직 역시 ‘Trusted Business Advisor’로서 신뢰할 수 있는 재무 정보와 통찰력을 기반으로 전사 경영성과 극대화를 위해 의사결정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들 재무 조직의 공통점은 재무 정보를 포함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제공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함은 물론, 위험 관리, 비용 절감, 신규 사업기회 포착 등 기업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조언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회계 전표 처리 및 결산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분석 및 의사 결정 지원 등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업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CFO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재무 조직의 전략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 재무 조직은 조직 규모를 축소시키면서 거래 처리를 효율화하고 의사결정 지원 범위를 넓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무 영역을 비즈니스 재무(Business Finance), 프로세스 재무(Process Finance), 중앙 재무(Central Finance)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별 특성에 맞게 업무 활동을 차별화하며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비즈니스 재무란 재무 인력이 사업 현장에서 영업, 마케팅, 물류 등 현업 조직과 협업을 통해 기업의 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함께 결정해 나가는 영역이다. 즉, 일상의 비즈니스 활동에 참여해서 재무적 지식과 비즈니스 통찰력(insight)을 기반으로 특정 사건이나 활동이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분석하고 사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서 기업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비즈니스 재무 인력은 재무적 지식과 함께 사업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하며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업 조직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위치, 상시 협업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프로세스 재무란 반복적인 회계 거래 처리나 재무 결산 수행과 같은 전통적 회계 업무를 뜻하며 무엇보다 업무 효율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다. 기업들은 최소한의 인력과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회계거래 처리를 하기 위해 프로세스 표준화와 시스템 자동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공동서비스센터(Shared Service Center) 또는 아웃소싱(Outsourcing)과 같은 대체 운영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모아서 통합 운영을 하게 되면 노하우가 축적되고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가능하다. 전문성이 강화되면 그만큼 업무 수행 능력이 증대돼 자원 투입을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거래처리를 수행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즈니스 재무 영역은 비즈니스 성과 창출이 중요하므로 자칫하면 너무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성과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프로세스 재무는 기준과 규정 준수를 위한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으로 통제 중심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영역을 최적화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전사적으로 공통된 기준 및 방향성을 수립하고 제시하는 일이 바로 중앙 재무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본사의 재무기획 조직이 전사 차원의 재무 전략 및 방향성을 수립하고 일관된 정책과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재무 효율성과 비즈니스 통찰력의 중요성
기업 내에서 CFO의 역할과 영향력이 현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연 기업의 CFO와 재무 조직은 새로운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을까? 최근 IBM이 전 세계 1900여 명의 CFO와 재무 담당 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진행한 ‘2010년 글로벌 CFO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사적 의사결정 영역에서 재무 조직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반면 그 실행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기대와 역량 사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재무 조직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역량을 갖춰나가는 속도는 그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기대와 역량 간의 간극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타 재무조직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가치통합자(Value Integrator)’라 명명된 재무 조직들과 그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가치통합자는 ‘재무 효율성’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고루 갖춘 재무 조직을 칭하며, 가치통합자가 속한 기업의 재무 지표는 타 기업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림1)
 
 
재무 효율성이란 재무 조직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와 데이터의 표준화와 자동화를 통해 보다 적은 자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여전히 단순 거래처리 업무가 전체 업무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재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대체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재무 효율성이 높은 조직들은 공통적으로 △프로세스 오너를 통한 전사 표준 프로세스 관리 체계 △전사 공통 거래처리 시스템 및 공통계정과목(Chart of Account) △공동서비스센터 또는 아웃소싱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프로세스 및 데이터의 전사적 표준화와 단순화를 통해 중복을 제거하면서 일관성을 강화하고, 공통 시스템 및 대체 운영모델 도입을 통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즈니스 통찰력이란 과거에 대한 정보 및 미래에 대한 예측력을 기반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있어 해답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통찰력을 갖춘 재무 조직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포착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다. 높은 비즈니스 통찰력을 지닌 재무 조직은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비()재무 데이터의 표준화 △경영지표 취합 및 리포팅 자동화 △비즈니스 분석을 위한 역량 및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재무 정보뿐 아니라 비()재무정보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정의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통해 이 정보들을 보다 자주,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 역량 있는 재무 조직이 재무적 분석 기법을 활용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기업이 효과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 효율성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동시에 갖춘 CFO와 재무 조직이 필요하다. IBM의 CFO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 글로벌 기업의 재무 조직들은 재무 효율성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지닌 가치통합자로 변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 재무 조직의 진화
IBM의 재무 조직은 10년 이상의 변화 과정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변모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Trusted Business Advisor’를 비전으로 하는 IBM 재무 부문의 혁신은 1994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IBM은 재무 조직 내에 혁신 전담 부서를 두고 지속적으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IBM의 재무 조직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그림2) 첫째, 전사 재무 전략 및 정책을 가이드하고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본사 재무 조직, 둘째, 전 세계 최적 위치에서 공동서비스 제공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문가그룹(Center of Excellence), 셋째, 비즈니스 현장에 위치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사업부 및 지역의 재무 조직이다. 각 업무 영역 특성에 따라 위치 및 조직 형태를 차별적으로 운영하지만 모든 재무 조직 구성원들은 ‘Trusted Business Advisor’라는 공통된 재무 부문의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1994년까지만 해도 IBM의 재무 조직은 24개 이상의 독립된 단위 조직으로 구성된 매우 분산화된 조직이었다. 전사적 관점의 데이터 관리가 되지 않음에 따라 사업부마다 관리하는 지표가 각기 달랐으며, 프로세스에 대해 전사적으로 오너십을 가진 주체가 없어 조직별로 각자 요구에 맞는 각기 다른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결산 업무 또한 수작업 중심으로 매우 느리게 진행됐고, 노후화한 재무 시스템에서 수십 개 원장(ledger)을 관리하고 있어 글로벌 재무 정보의 취합 및 취합된 재무 정보의 정합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재무 분석가(financial analyst)들은 그들의 업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정보를 취합하는 데 써야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IBM의 재무 조직은 ‘하나의 IBM(One IBM)’으로서 기능하지 못했으며 경쟁사 대비 2배 규모의 인력이 단순 거래처리 및 관리업무에 치중하는 저()부가가치 조직으로 인식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IBM의 재무 조직은 프로세스와 데이터,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세 가지 측면에서 재무 혁신(finance transformation)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IBM의 재무 혁신은 크게 다음 3단계로 구분된다. △전 세계 프로세스와 데이터, 시스템을 통일하고 단순화하는 표준화(basics) 단계 △공통 업무에 대해 공동서비스(shared service)를 실시하는 전사 통합(enterprise integration) 단계 △비용과 역량을 고려해 글로벌 최적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통합(globalization) 단계다.
 
[1994∼1997년] 표준화(Basic) 단계
초기의 재무 혁신은 국가별로 개별적(silo)으로 운영되던 프로세스와 데이터, 시스템을 글로벌 전사 관점에서 표준화하고 통합하는 작업에 집중됐다. 이는 전 세계 여러 개 조직으로 쪼개져 각기 운영되던 재무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①프로세스: IBM은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해 자금관리와 결제, 청구-수금, 일반회계 등 전사 재무 프로세스 영역별로 각 사업부 및 지역의 대표 인력을 선발해 영역별 프로세스 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각 팀의 리더들을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오너로 지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외부 벤치마킹을 수행하고 그 결과 도출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적용한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실시했다. 프로세스 오너는 국가별로 상이하게 정의·운영되고 있는 프로세스를 전사 관점에서 단순화·표준화하고,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하며 거래처리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공통된 거래처리 기준을 정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전사 프로세스 오너십 체계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글로벌 프로세스 오너 및 지역별 담당자들이 글로벌 전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②데이터:데이터의 표준화는 글로벌 표준 계정과목표(Chart of Account)를 정의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했다. 기존에는 국가 수준, 지역 수준, 전사 수준별로 각각 요구사항에 맞게 계정과목표를 정의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전 세계 국가에서 작성된 시산표(Trial Balances)를 글로벌 전사 수준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주로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데이터 통합 과정에서 데이터 일치성을 검증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취합된 정보들 또한 본사에서 전 세계 경영 성과를 분석하기에는 충분치 않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가공 작업과 많은 수작업을 필요로 했다. 단적인 예로 당시 IBM은 독일 법인의 경영 성과가 어떤지는 알 수 있어도, 특정 제품 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IBM은 회계규정을 준수하고 경영성과 분석 목적을 충족시키는 글로벌 전사 표준 계정과목표를 정의하고, 지역별 법률 및 규정 준수 목적을 제외한 다른 예외 항목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운영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재무적, 비재무적 지표들의 의미를 전사적으로 통일함으로써 조직 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기반을 마련했다.
 
③IT 시스템: IBM은 전사 글로벌 재무 시스템 통합을 위한 청사진(blueprint)을 설계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산돼 있는 데이터 센터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새로 정의된 재무 시스템의 구조는 전사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 체계를 기반으로 회계 처리를 하기 위한 공통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통 회계원장(ledger)을 통해 전 세계 재무 데이터를 일관된 관점으로 취합·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산재된 정보를 자동 취합 관리하는 통합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 구축을 통해 수작업을 제거하고 재무 결산 보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켰으며 IBM 내의 모든 조직이 동일한 정보를 언제든 필요한 시점에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998∼2001년]
전사통합(Enterprise Integration) 단계
전사통합 단계에서는 재무 업무를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구분하고 변화 전략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즉, 해당 업무의 핵심 정도와 정형화 정도를 평가해서, 정형화 가능 업무는 공동서비스 센터로 통합하고, 비핵심업무는 외부로부터 제공받는 아웃소싱 운영 모델을 도입했다.
 
<그림3>과 같이 재무 업무는 정형화 및 자동화 정도와 핵심·비핵심 여부에 따라 다섯 가지 활동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핵심업무는 조직 내부적으로 반드시 유지하고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영역이다. 반면 비핵심업무는 무엇보다 비용 효율성이 강조되는 영역으로 조직 내에 굳이 운영 자원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IBM은 단순 반복적이면서 비핵심업무에 해당하는 고정자산관리와 지급(Payment)과 같은 업무 기능을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IBM은 아웃소싱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BTO(Business Transformation Outsourcing) 사업부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BTO 사업부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내부 아웃소싱 구조를 택했다. 반면 정형적이지만 핵심 업무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영역은 통제(control)를 목적으로 내부에 조직을 유지하되 대신 공동서비스 운영을 통해 비용 구조를 낮췄다.
 
비정형적이며 핵심활동에 해당하는 업무는 기업 내부에 그 기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업무 재설계를 통해 개선하는 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부 조직(business unit)의 재무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사업부를 지원하는 사업계획 인력은 해당 사업부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해당 시장에 대한 통찰력(insight)을 기반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해줘야 한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부의 재무 인력은 별도로 통합 운영하지 않고, 해당 조직에 특화된 업무 지식을 익히고 전문화할 수 있도록 사업부 조직과 동일한 위치에 배치 운영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2002년∼현재]
글로벌 통합(Globalization) 단계
전사 통합 단계의 공동서비스가 공통된 기능을 단순히 지역별로 통합해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글로벌 통합 단계에서는 비용과 역량을 고려해 지역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최적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그룹 개념이 도입됐다.
 
현재 IBM은 전 세계 10여 개 지역에서 재무 전문가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전문가그룹에서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금관리 업무는 더블린을 포함해 전 세계 5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출채권 관리 업무는 마닐라 등 전 세계 10여 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글로벌통합 단계에서는 지역적 경계선을 뛰어 넘어 자산과 인재, 자원, 시장과의 거리를 고려해 최적의 위치에서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위치 최적화가 중요하다.
 
기존의 공동서비스 업무 영역이 단순 반복적인 거래처리 활동에 치중된 반면 최근에는 점차 사업계획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IBM은 전통적으로 사업부 조직에서 수행되던 사업계획 업무를 과업(task) 단위로 세분화해서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정형화될 수 있는 업무들을 점차 전문가그룹으로 이양하고 있다. 기본적인 재무 성과 보고서 제공, 단순 목표 대비 실적 차이 분석, 단순 지표 취합 업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이슈 중심의 재무 분석, 비즈니스 의사결정 지원, 사업부 투자 및 자원운영 계획 수립 등과 같이 비즈니스 현장 조직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사업부 조직에서 운영한다.
 
이와 같은 글로벌 통합 운영 모델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사적으로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데이터,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가 수행되고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적 장벽을 허물고 실질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IBM 재무조직 혁신 성과 및 시사점
10년 넘게 지속해온 재무 혁신 노력을 통해 IBM 재무 부문의 성과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1994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에 달하던 데이터 센터를 2005년에는 10개 미만으로 통합했고, 백여 개의 분산된 재무 애플리케이션을 대폭 줄였으며, 재무 결산에 소요되는 시간도 절반 이하로 단축시켰다. 재무 운영 비용 또한 50% 가까이 절감했다. 그에 따라 매출 대비 재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4년 대비 2005년에는 2% 정도 줄었다.
 
뿐만 아니라 1994년에는 재무 부문의 의사결정 지원 업무 비중이 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2005년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즉 재무 업무가 단순 반복작업에서 점차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의 재무 인력은 손익 지표와 영업, 시장, 물류 등 비즈니스 운영 지표들을 연계 분석해 문제 영역을 도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업무에 더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일관성 및 정확성을 확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사업 부문에 좀 더 자주, 보다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경영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이고 의사결정 소요시간을 단축시켜 IBM이 시장의 변화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했다.
 
10년 넘게 지속된 혁신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시사점은 혁신은 절대 끝이 없다는 것이다. 혁신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점진적인 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IBM의 재무 혁신은 표준화에서 출발해 통합화 및 공동서비스 제공 단계를 거쳐, 글로벌화 단계로 계속 진화했다. 이러한 장기간의 혁신 노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강력한 지원 △명확한 목표와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 설정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전담 인력 지정 △비용 절감을 위한 데이터와 프로세스, 시스템의 지속적이고 균형 잡힌 개선 △변화 과정에 대한 명확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혁신 과정은 조직과 문화의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재무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관리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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