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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국제회계기준, ‘양날의 칼’이 온다

최종학 | 60호 (2010년 7월 Issue 1)


현재 한국 최대 기업은 과연 삼성전자일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최대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떠올린다. 과연 그럴까? ‘최대’라는 말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최대 기업을 정하는 기준은 매출액일 때가 많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자국 500대 기업이나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매출액이다.
 
만약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국 최대 기업을 정하면 누가 1위일까. 삼성전자의 자산은 2008년 말 기준 약 100조 원으로 국내 기업 중 8위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로 따지면 국내 최대 기업은 우리은행이다. 1위에서 7위까지 모두 금융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매출액 기준으로 살펴봐도 우리은행이 1위라는 사실이다. 2008년 우리은행의 매출은 75조 원이었고, 삼성전자는 73조 원이었다. 매출액이나 자산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최대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우리은행이다.
 
하지만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는 삼성전자가 한국 최대 기업(세계 40위)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기업을 평가할 때 개별 기업 그 자체로 평가하느냐,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들을 모두 합한 연결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에선 개별 기업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다른 많은 국가들은 자회사들을 모두 모회사에 합해 작성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연결 재무제표를 부 재무제표로 작성해 발표하긴 한다. 하지만 실무에서 연결 제무제표를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은행이 대출을 결정할 때,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과세당국에 지급할 법인세를 계산할 때,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미래 이익을 예측할 때, 언론에서 기업별 순위를 매길 때도 모두 개별 재무제표를 사용한다. 해당 기업 내부에서 투자나 자금조달, 내부통제 등의 목적으로 회계자료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이 1 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기업평가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의 도입으로 이런 추세가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IFRS는 2011년에는 상장 기업, 2012년부터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최소 2개 연도의 자료를 동시에 공시하는 비교식 재무제표를 발표해야 하므로 한국 상장기업은 사실상 올해부터 IFRS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폐지하고 IFRS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언어인 회계제도에 혁명적 변화가 온 셈이다.
 

 
그렇다면 기존 회계기준과 IFRS의 차이는 뭘까. 가장 기본적인 차이가 바로 IFRS는 연결 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국내 1위 기업은 당연히 삼성전자다. 연결 재무제표 하에서 삼성전자는 2008년 121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위인 ㈜LG의 90조 원을 훨씬 앞섰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73조 원에 불과했지만 국내외 수많은 자회사들의 매출액까지 합산한 연결 재무제표 하에서는 삼성전자의 매출이 월등히 늘어난다. 반면 개별 재무제표 기준 1위였던 우리은행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가하면 5위로 떨어진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우리은행이 아니라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린 우리금융지주가 매출액 87조 원을 기록해 국내 5위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가하면 기업마다 명암이 엇갈린다. 수익성이나 안전성이 오히려 더 좋은 것처럼 표시되는 기업도 생기고, 수익성이나 안전성이 더 나쁜 것처럼 보이는 기업도 생긴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수익성 및 안전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기업의 수익성이나 안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 성장성은 약간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달리 말하면, 대다수 자회사가 모회사에 비해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성 및 안전성은 떨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새로운 회계제도의 도입이 기업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일까.기업의 순위가 변한다는 건 얼핏 보면 경영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상적인 상황일 수 있다. 기업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가하면 재무제표상 수익성이나 안전성이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약간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도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신규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실적에 연동하는 주가도 약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과세당국에 내야 한다. 연결납세제도가 2010년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 제도는 이름만 연결납세제도일 뿐 실제 상당수의 중요한 내용들은 개별납세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세금은 계속 개별 기준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세후 기준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다. 이런 불합리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일부에서 건의를 했다. 하지만 세수 감소를 염려한 과세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과거엔 기업들도 이런 문제점을 거의 알지 못했기에 조직적인 건의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사안이 연결 기준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개별기준 세무 체계를 유지하는 일도 자연스럽지 않다.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앞장서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투자자나 주주의 관점에서 IFRS 도입을 보면 어떨까.자회사의 실적까지 포함해 어떤 회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으므로 기업 정보의 투명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연결 재무제표 하에서는 자회사에 모회사의 부실을 숨겨놓는 일이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 2
원칙중심 회계 vs 규정중심 회계
많은 사람들이 IFRS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기존 제도는 규정 중심의 회계 기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대체 원칙 중심과 규정 중심이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규정 중심 회계기준이란 현행 한국의 법조문과 같은 형태라는 의미다. 즉 법에서처럼 어떤 상황이면 어떻게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으로 정리돼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계처리 담당자는 규정을 참조해서, 규정에 적혀있는 대로만 회계처리를 하면 끝이다.
그러나 원칙 중심 회계 기준에서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 IFRS에는 구체적인 회계처리 절차를 규정한 사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 어떻게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지 ‘원칙’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는 기업이 다양한 회계처리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준 사례도 빈번하다. 따라서 기업별로 다양한 자율적 선택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사실 이런 다양한 선택권을 허용하는 일에 대해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미국이 계속 IFRS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IFRS를 옹호하는 쪽에선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경제적 실질가치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회계방법을 알고 선택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이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율권이 늘었으므로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회계처리방법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반대로 공인회계사 측에선 더 엄격한 감사를 해야 할 동기가 생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공인회계사가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IFRS 하에서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판단이 특히 중요하다. 기업이나 회계사 모두 자신의 자율적 판단이 당시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놓아야 한다.
 
만일 시간이 흘러 과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다면 투자자나 채권자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그런 회계처리 방법을 택했다는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시의 판단이 가장 합리적이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회계를 잘 모르는 법조계 인사들은 현재의 잘못된 결과만을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계사들도 바로 이런 소송 가능성 때문에 보수적으로 감사를 수행할 것이다. 특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은 소규모 기업이나 현재 경영 상태가 어려운 기업일수록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개별 투자자나 채권자 같은 회계정보 이용자는 앞으로 재무제표만 봐서는 기업을 정확히 평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회계처리 방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에 쓰이는 수치가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계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무제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를 설명한 부속명세서도 주의 깊게 공부해야 한다.
 
차이 3공정가치 평가 vs 역사적 원가주의에 의한 평가
현행 회계기준 하에선 토지를 제외한 유형자산에 대해 매년 감가상각을 실시해왔다. 예외적인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유형자산은 원가, 원가에서 감가상각 누계금액을 뺀 장부금액으로만 평가했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면 유형자산 또는 무형자산은 회사의 선택에 의해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즉, 공정한 가격으로 평가하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일이 전면 허용된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목적은 물론 공정가치로 자산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과연 무엇이 공정가치인지 IFRS에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평가대상 자산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된다면야 공정가치를 결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의 자산은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지 않는다. 당연히 공정가치를 신뢰성 있게 결정하기도 어렵다. 주관적 추정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의 매매가, 호가, 실거래 가격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 주식의 공정가치는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비상장주식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삼성그룹이 과거 파산한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대가로 채권단에 지급한 삼성생명 주식을 보자. 과거 거의 10년 동안 채권단은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가 채무 및 이자금액의 합계보다 낮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삼성그룹에 차액을 추가 지급하라며 소송도 제기했다. 2010년 들어 삼성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구체적인 주식 가격이 논의되자 이 논란은 정 반대로 바뀌었다. 오히려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가격이 부채와 이자를 다 청산하고도 충분히 남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주식도 이 정도인데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 무형자산을 평가할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막막한 실정이다. 특히 무형자산 중 영업권 평가는 가장 어려운 대상에 속한다.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공정한 시가보다 더 많이 지급한 프리미엄을 영업권이라고 한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영업권은 정해진 기간 동안 균등하게 나눠 상각처리(비용으로 배분하거나 수익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IFRS에 따르면 영업권은 상각하지 않는다. 다만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의 가치를 매년 평가해서 영업권의 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낮다고 판단하면 그 차이만큼 평가손실(전문 회계 용어로는 ‘손상차손’ 이라 부른다)을 인식해야 한다. 이 때 평가이익을 인식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이렇지만, 사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2009년부터 IFRS를 조기 도입한 모 기업은 IFRS 기준에 따라 영업권 상각을 하지 않았다. 수백 억 원의 이익을 증가시켜 흑자로 전환시킨 사례다. 

 

 

한국에서 이런 복잡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서울대 경영연구소는 법원의 요청으로 공정가치를 둘러싼 소송에서 전문가 판단기관의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다수 있다. 분쟁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똑같은 자산에 대한 평가 수치가 천차만별이다. 분쟁 당사자들이 직접 평가한 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이 평가한 수치인데도 상당한 차이가 나니 직접 평가한다면 차이가 더 벌어질 게 뻔하다.
 
만약 어떤 기업이 특정한 이유에서 고의로 실제 가치보다 높거나 낮게 공정가치를 평가해 표시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유형자산은 공정가치 평가를 할 수도 있고, 기존 방법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서로 다른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그냥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 즉 보여주는 수치를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그 수치를 어떻게 계산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선 재무제표의 이용자 스스로 회계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로 다른 회계처리 방법의 차이점을 숙지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재무제표의 뒤에 포함된 부속 명세서에 설명이 나와있다. 정보 이용자가 회계에 대해 잘 안다면 이 부분을 살펴봄으로써 차이점을 판별할 수 있다.
 
공정가치 평가를 계속하는 일은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평가기관에 상당한 평가 비용을 계속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 년마다 한 번씩 재평가를 통해 회계수치를 바꾸려면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재평가를 실시한 후 나중에 이를 점검하면 틀린 점을 발견할 때가 많다. 당시 이를 고의적으로 왜곡하지 않았더라도 사후 잘못된 평가수치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가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이 때 소송의 승소 여부를 떠나 회사의 명예 손상 등 여러 기회 비용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공정가치 평가는 잠재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도 자산의 평가방법을 결정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무조건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산 가격을 올리는 식의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장은 자산 및 자본 가치가 커져 부채비율이 낮아지지만, 장기적으론 늘어난 자산 가치 때문에 미래 기간의 감가상각비가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말 정부는 현행 회계기준을 개정해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모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 때 많은 기업이 자산과 자본을 증가시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유형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했다. 당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래 감가상각비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감가상각을 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서만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토지 외 다른 자산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국내 모 기업은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후 해당 자산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늘려 전체 연간 감가상각비는 거의 변하지 않도록 조정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과 자본이 증가하는 상황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자산재평가를 정기적으로 하다 보면 자산가치가 하락할 때도 있다. IFRS에 따르면 자산가치가 증가하는 재평가를 할 때,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이익으로 처리돼 당기순이익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반대로 자산가치가 감소해 평가손실이 발생할 때, 해당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 계산에 반영된다. 즉 자산재평가를 한다고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사례는 없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자산가치가 증가하면 감가상각비라는 비용 항목이 증가한다. 반대로 평가를 통해 자산가치가 감소하면 평가손실이라는 비용 항목이 증가한다. 어떤 사례에서든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자산재평가의 장단점을 신중히 비교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왜 국제회계기준인가?
최근 필자가 만난 많은 분들이 회계기준을 전면 개정하는 일에 대해 거부감을 토로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언어가 완전히 바뀌는 셈이니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모든 회계 시스템을 바꾸려면 상당한 비용도 필요하다. 회계시스템이 바뀌는 데다, 같은 일을 해도 새로운 제도 하에 계산되는 이익 수치가 바뀐다면, 기업의 행동도 점점 바뀌어야 한다. 이익을 근거로 계산하는 보상 기준을 재검토하는 식이다. 투자자들 중에서는 이익 수치만 보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이므로, 기업의 내재가치에는 전혀 변화가 없더라도 이익 수치가 달라지면 주가도 달라질 것이다. 즉 제도가 바뀌면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런 미래의 불확실성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한국이 지금에서야 IFRS를 채택하는 게 이미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세계에서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 중 아직 IFRS를 쓰지 않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도 최근 IFRS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 심지어 중국까지도 IFRS를 채택했다. 이미 IFRS가 국제적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공통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독단적으로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면 한국만 고립될 뿐이다. 따라서 IFRS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IFRS 도입이 모두에게 번거로운 일은 아니다. 국제화된 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위치한 지점이나 자회사들이 앞으로는 모두 동일한 회계기준을 사용하게 되므로 상당한 비용 및 시간 절감이 가능해진다. 본사의 자회사 통제 또한 용이해질 것이다. 각국에 위치한 모든 자회사들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사내 의사소통이 과거보다 활발히 이뤄질 거라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초창기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새 제도가 정착된 후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전 세계의 회계감사 시장이 점점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능력 있는 회계사라면 앞으로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한국 기업이 점점 세계로 진출함에 따라, 한국의 공인회계사 또한 세계로 자신의 업무 영역을 확대할 기회가 커질 것이다. 공정가치 평가라는 새로운 업무영역이 창출되므로, 공인회계사의 업무 범위도 넓어진다.
 
모든 제도에는 항상 장단점이 존재한다. 결국 모두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경영자가 바뀐 제도의 세부 내용을 열심히 공부하고, IFRS 도입이 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분석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기업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다. IFRS 도입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결국 치밀한 준비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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