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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의 편지

황수 | 29호 (2009년 3월 Issue 2)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3월 전후로 연차보고서를 발간한다. 상세한 재무제표와 경영 계획에 도표·사진을 곁들인 이 보고서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의 주요 판단 자료가 된다. 연차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해당 기업에 투자를 계속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연차보고서를 투자자 관계 유지의 핵심 도구로 활용한다.
 
일반인들은 간혹 간과하지만, 사실 연차보고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최고경영자(CEO)의 서한이다. 이것은 CEO가 기업의 전략과 사업 운영 방향을 직접 밝히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CEO 서한은 향후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알려주며, 주주들은 이를 근거로 해당 CEO를 주주총회에서 재신임할지 판단한다.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차보고서에 들어가는 서한을 본인이 직접 작성한다. 투자자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회사 이야기에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이기도 한다.
 
버핏의 투자 실패 고백
미국 버크셔해서웨이의 CEO 워런 버핏은 올해 2월 28일 발송한 투자자 연례 서한에서 지난해 투자 실적과 향후 투자 전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에너지 회사인 코노코필립스의 주식 매입 등 자신의 투자 실수를 고백했으며, 이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을 때 좋은 주식을 사야 한다’는 가치 투자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버핏의 편지는 자신의 투자 원칙과 방향, 그리고 투자 실적과 향후 계획을 소상히 소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를 받는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역시 투자자들의 이해와 지속적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서한을 직접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3월 4일 발간된 연차보고서의 투자자 서한에서 GE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을 무려 8페이지에 걸쳐 관련 도표와 함께 설명했다.
 
CEO 서한에 좀더 많은 지면 할당을
지금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업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CEO의 개인적인 생각과 목소리는 아직도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필수적이다. CEO 개인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은 지금도 아주 흔하다.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과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주가가 계속 하락할수록 CEO는 자신의 목소리를 외부에 분명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전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2008년 연차보고서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CEO 서한에 이전보다 훨씬 많은 지면을 할당했으면 한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투자자들에게 ‘아, 이런 경영자가 있다면 나는 이 회사에 계속 투자하겠다’란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CEO의 솔직함과 미래를 보는 혜안, 생생한 현장 경험담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것이다.
 
필자는 건국대에서 농경제학을 전공한 후 미국 미시시피대에서 농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GE코리아 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GE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글로벌 기업의 역할 모델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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