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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이익만 본 ‘평가’가 위기 초래

최종학 | 26호 (2009년 2월 Issue 1)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촉발한 신용위기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것은 19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재직하며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재임기간 내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사람들은 저축 대신 소비에 나섰고, 소비할 돈이 부족해지자 은행에서 돈을 빌려 물건을 사들였다. 은행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것이 바로 소비 증가의 대표적 형태였다.
 
게다가 미국은 저가 상품은 중국과 남미, 고가 상품은 유럽, 에너지는 중동 및 중앙아시아에서 수입해 끊임없이 소비했다. 이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미국에 상품과 자원을 공급하는 각국 경제 또한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갑자기 팽창하는 거품에 휩싸였다. 이 와중에 미국은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할 달러가 부족해지자 기축통화인 미국달러를 계속 찍어내 구입 자금을 충당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에는 유동자금이 넘쳐났다.
 
유동자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배회했다. 때마침 수학과 통계학을 금융상품에 접목한 금융공학이 발달하면서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단 하나의 기초자산(underlying assets)으로 다수의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를 놓칠세라 각국에서 넘쳐나던 유동자금은 파생상품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이번 신용위기로 파산한 투자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빌려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화를 당했다.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빚을 내 투자하더라도 돈을 벌기만 하면 이자를 갚은 뒤에도 충분히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관련 파생상품이 부실화되는 등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어려워지니 미국 시장에 저가 상품을 수출하던 중국 및 남미 경제 상황도 악화됐으며, 미국에 직접 투자하던 유럽 경제 또한 나빠졌다. 미국의 경제 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진 것이다.
 
신용위기 원인은 저금리가 아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신용위기의 원인을 쉽게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전 세계 수많은 금융기관이 쓰러진 근본 이유가 과연 이것 뿐일까. 항상 회계를 중심으로 경제 현상에 접근하는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필자는 이번 경제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성과급 지급과 단기 성과평가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기관이 소비자들의 신용을 정확히 평가해 불량 대출자를 가려내고 이들에게 대출해 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빚을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투자은행 또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적절히 갖췄더라면 위험한 파생상품을 설계해 판매하거나 위험한 자산에 무모하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파산한 몇몇 미국 투자은행의 경우 부채가 자기자본의 20, 30배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원인을 저금리에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저금리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더 많은 부채를 빌리도록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자율이 낮은 것만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금융기관들은 이런 공격적인 행동으로 내 몬 인센티브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인센티브가 바로 과도한 성과급과 단기에 치중한 성과평가제도다.
 
과도한 성과급,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전체 보수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고정급 비중이 작은 반면에 성과급 비중이 엄청나게 크다.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성과급 비중이 높아지므로 최고 경영진이 수천 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이 성과는 대부분 당기순이익, 총자산이익률(ROA),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의 회계지표로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최고 경영진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통한 지표 개선을 시도한다.
 
한국적 견해로는 최고 경영진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어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100억 원 증가시켰다면 그 경영자는 1억 원 정도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잘 되면 당기순이익 100억 원 증가가 가능하다 해도 실패하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위험을 지녔다면 1억 원의 보너스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다르다. 회계보고서에 공시된 미국 경영자 보수를 조사한 결과 최고 경영진 5명이 받은 평균 보수가 회사 당기순이익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신용위기에 문제를 일으킨 투자은행들은 이 비율이 더 높았다. CEO의 연간 성과급이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사례도 많았다.
 
실제로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2주 전에도 2명의 이사에게 2000만 달러(약 3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리먼의 CEO 리처드 풀드는 파산 전 4년 동안 총 4억8000만 달러(약 700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미국 CEO들의 평균 보수는 자사 평직원의 400배에 이른다. 한국 기업도 회계보고서에 이 수치를 공개하지만, 조사 결과 그 수치는 겨우 11배에 불과했다.
 
이런 막대한 보수 때문에 많은 미국 CEO 들은 위험관리에 소홀했다. 또한 막대한 성과급으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 생활도 즐겼다. 사치에 한 번 익숙해지면 다시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현재 누리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이미 받은 막대한 성과급 외에도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을 더 벌어야 한다. 때문에 투자 위험을 방관한 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신용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경영자들의 이런 행태 때문에 신용위기 초기에 많은 미국인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반대했다. 의회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처음에는 부결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에서 쫓겨난 금융 거물들의 불행을 기뻐하는 사람도 많았다.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전 CEO는 회사가 파산을 발표한 상황에서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즐기다가 분노한 시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이 경영진에 상당 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분기별 업적평가의 폐해
물론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성과급 비중이 높은 것만으로 신용위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미국 기업 대부분이 분기별 실적 평가를 통해 성과급 지급 여부나 성과급 금액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니 CEO는 자신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단기 실적을 끌어올려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보너스 금액이 얼마인지에 집착한다. 지금 자신의 결정이 2∼3년 뒤 회사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보다 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수천 억 원의 성과급만 생각하는 것이다.
 
설령 2∼3년 뒤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도 CEO는 막대한 성과급을 챙겨 회사를 나가면 그만이다. 이직이 보편화된 금융업계에서는 한 회사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학계에도 이 여파가 미쳤다. 최근 2∼3년 동안 미국 일류 대학에서는 30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유능한 회계학 교수들이 100만 달러를 받고 월가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일이 허다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CEO로부터 중간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단 성과급부터 챙길 만큼 챙기고 보자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미련 없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무사안일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에게는 애사심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탓이다.
 
장기적 성과평가를 단행했다면 경영자들이 좀 더 긴 안목으로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투자 수익과 위험을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기별로 단기간의 업적만 평가해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다 보니 경영자는 당연히 단기 이익만 높이겠다는 생각에 빠진다.
 
펀드매니저의 행태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설령 회사의 위험관리 담당자가 이의를 제기해도 CEO가 앞장서서 고수익 고위험 상품 투자를 독려하는 회사 분위기에서 매니저들이 신중한 투자를 할 리 만무하다.
 
물론 월가 CEO들도 현재와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 짐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 역시 회사에 어느 정도의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알았지만, 그들이 이 위험에 신경쓸 만큼 회사의 성과평가제도가 훌륭하지는 않았다.
 
학자들이 이 단기 성과평가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면 경영자들은 ‘이 정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두 다른 회사로 떠난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성과급 비중부터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그렇지 않다. 과도한 성과급 비중이 문제이긴 하지만 필자는 성과급 비중을 줄이는 것 또한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금융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성과급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문제다. 성과급 비중이 낮으면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성과급 비중이 아니라 성과급을 어떻게 계산해서 지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때문에 반드시 장기간 동안의 평가를 종합해 성과급을 지불해야 한다. 분기 평가가 아닌 연도별 평가를 실시하고, 연도별 평가 역시 당해연도의 업적이 아니라 과거연도의 업적을 모두 종합해 성과급 액수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 3년의 성과와 당해연도의 성과를 합산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이 경우 경영진은 1년이 아닌 좀 더 긴 시각에서 기업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업적에 의해 미래의 성과급이 달라지는 만큼 능력 있는 직원의 이직률도 낮출 수 있다.
 
성과급을 3년 정도로 나눠 지급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계속 그 회사에 근무할 요인이 발생한다. 3년이라는 재직기간에 추가로 우수한 실적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래에 받을 성과급이 더욱 증가하므로 이 직원이 회사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회계수치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해 동안의 업적을 모두 합해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자가 발생하거나 성과급 지급 기준에 미달하는 이익을 보고한 연도에는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록한 뒤 비용 요인이 사라진 이듬해에 이익을 올려 실제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차후연도에 이익을 올렸다 해도 과거 미달금액을 모두 보충할 정도의 이익이 아니라면 보너스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 적자를 발생시킬 정도로 경영이나 투자를 잘못했다면 그 책임이 없어질 때까지 보너스도 받지 못한다는 벌칙이 필요하다. 누적 이익이 과거 손실을 보충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난 뒤에야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위험관리의 중요성
우리가 배워야 할 또 한 가지는 위험관리의 중요성이다. 기업 내 신사업 및 기획 담당 부서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물론 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부서들은 예상 투자 성과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CEO는 투자를 결정할 때 반드시 위험관리를 담당하는 다른 부서에도 의견을 구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위험관리 부서의 최고책임자는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의 최고책임자와 달라야 한다. 그래야만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 몇몇 금융회사에서는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를 반대하는 위험관리 담당자가 투자 담당 부서의 책임자와 수 차례 논쟁을 벌인 뒤 다른 부서로 보내지거나 심지어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투자 담당자가 위험관리 담당자보다 높은 직책에 있을 경우 이런 현상이 빈번했다.
 
CEO가 앞장서서 위험관리 담당자의 반대를 잠재우고 고위험 투자를 독촉한 사례도 있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이번 신용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도 불량 고객에게 앞다퉈 카드를 발급해 준 많은 카드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그 생생한 교훈을 겪은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도 않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면 딱할 지경이다.
파생상품의 안전성에 대해 맹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설계에 따라 파생상품의 투자 위험을 확률적으로 최소화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위험 확률이 낮다 해도 그것이 투자 위험 ‘제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키코(KIKO)라는 환율 헤지 상품 때문에 많은 기업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이 좋은 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펀드(ELF)에 투자한 수많은 개인 투자자 또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키코나 주가연계증권이란 파생상품은 모두 원금을 손해 볼 가능성은 매우 낮고, 다소나마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거의 전무하다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 실제로 일어난 현 상황을 보라. 엄청난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투자 위험이 전무했다면 은행이 왜 개인이나 기업에 이 상품을 열심히 팔았겠는가. 은행 스스로가 전부 다 구입하고 외부에는 팔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 조건이 너무 좋다면 이를 맹신하는 것은 오히려 지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주의
수학적으로 낮은 투자위험을 맹신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사람들은 흔히 기대값을 의사결정의 지표로 삼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댓값이 설령 무한대로 상승하더라도 누구도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소위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역설’을 생각해 보자.
 
과거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어떤 도박장이 이런 규칙을 내걸었다. 동전을 던져 n째 처음 앞면이 나오면 게임이 끝나고 2의 n승만큼의 상금을 지급하며, 도박의 참가비는 1만 루블이다. 사람들이 기댓값에 의해서만 도박 참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고 기댓값을 계산하면 무한대가 나온다. 예를 들어 30째 처음 앞면이 나오면 상금이 10억 루블을 넘는다. 그러나 수학적 기대치가 매우 높아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게임임에도 이 도박에 참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역설처럼 실제 가치가 없고 매우 위험한 투자일지라도 통계적으로는 아주 유망한 투자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키코나 다른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 예다.
 
필자는 필자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금융상품이나 기업에는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품의 위험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또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인수합병(M&A) 조건으로 6가지를 꼽고 있다. 그 다섯째 조건이 바로 ‘이해하기 쉬운 사업구조(simple business)’를 가진 기업이다. 사업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야 그 업체의 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파생상품도 마찬가지다. 키코를 설계한 금융기관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자신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을 설계했을 것이다.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2차 금융기관들은 개별 기업에 키코를 팔면서 소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투자 위험을 거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 환율이 아니라 현재 환율만을 보고 키코 매입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이를 최종 구입한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본 것이다.
 
전대미문의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지 겨우 10년 만에 다시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많은 국민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경제는 언제 다시 고속 성장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을 보면 걱정만 앞설 뿐이다.
 
편집자주 서울대 최종학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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