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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기관투자가 주주행동주의 보여준 ‘SM 주총’

소수주주의 제안으로 내부 감사 선정
지배구조 투명성 움직임에 시장 환호

김진욱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라이크기획에 대한 SM의 일감 몰아주기는 전형적인 ‘터널링(tunneling)’이다. SM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0.91%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제안’으로 새 감사인을 추천했다. 0.91%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가 내부 감사 선임에 성공한 것처럼 주주들이 직접 기업 경영의 감시자로서 주주제안권 등을 통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주주관여’라고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자 감시 및 견제에 소요되는 비용 대비 효익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영자를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대리인 비용을 낮추고자 노력해야 한다.



2022년 3월31일 정기주주총회가 종료된 정오를 전후해 SM의 주가는 8만5600원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 대비 7.53%(6000원)가 오른 가격에 주식이 거래된 것이다. SM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뉴스 기사들은 속보로 ‘곽준호 감사 선임’을 앞다퉈 타전했다. GS홈쇼핑 해외사업팀 차장, SK하이닉스반도체 금융팀 차장, 케이씨에프테크놀러지스 경영지원본부 CFO 등을 지낸 전문 경영인. 그러나 자본시장이 반응한 것은 선임된 감사의 경력이 아니라 그가 선임된 배경이었다. 그는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의 0.91%1 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인물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사업 성과와 케이팝 선도 기업의 위상에 비해 SM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월등한 앨범 판매량과 다양한 신사업 분야의 성공에도 SM의 시가총액(2022년 2월25일 종가 기준)은 1조7000억 원으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의 시가총액 11조8000억 원의 7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SM의 시가총액은 매출 규모가 절반 이하인 JYP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자본시장이 SM을 저평가하는 이유로 대규모 특수관계자 거래에 따른 이익률 저하와 이로 인한 신뢰도 상실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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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라이크기획에 앨범 프로듀싱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거래 조건의 일부 변경을 거치며 수차례 연장돼 온 계약은 현재 SM 매출의 최대 6%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상장 이후 2021년까지 1400억 원 이상을 인세로 지급해왔다.2 이는 SM 영업이익의 30%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런데 문제는 라이크기획이 이수만 총괄의 개인 회사라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적하는 SM의 문제점은 SM의 프로듀싱 계약 거래 상대가 계약의 승인 주체이자 SM의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최대주주 본인(이수만)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로는 거래 조건의 적정성과 대안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어려운 점을 문제 삼았다. SM의 이사회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임원의 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역시 기업 내부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립적인 내부 감사인을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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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내부 감사 후보가 선임될 수 있었던 데는 ‘3%룰’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행사할 있는 의결권을 발행주식총수의 3%까지만 인정하도록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결권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16개 기관투자가가 얼라인파트너스의 감사 선임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주제안에 의한 감사 곽준호 선임의 건은 81.3%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SM의 일감 몰아주기는 전형적인 ‘터널링(tunneling)’이다. 기업의 지하 터널을 통해 기업 자산을 빼돌린다는 의미의 터널링은 소액주주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주주는 자신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부를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로 이전시키는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 만약 18.46%의 지분을 가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SM의 자산 100을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으로 이전한다면 100의 이익을 가지게 되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부담하는 비용은 18.46에 불과한 것이다. 소액주주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터널링을 통한 지배주주의 사적 편취는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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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부 감사인이 효과적인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을까?

내부 감사인은 경영자의 의사결정 및 결과 보고의 신뢰성과 관련된 제1선의 방어 수단으로써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건국대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내부 감사인의 모니터링 역할에 주목해 상법상의 내부 감사인의 특성이 타인 자본비용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내부 감사인이 재무보고 과정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면 채권자들은 낮은 정보 위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업의 타인 자본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내부 감사인을 둔 주권 상장 기업 및 코스닥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내부 감사로 선임된 첫해의 경우 타인 자본비용과 유의한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선임 첫해의 경우 통제 환경 및 업무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부족하며, 이에 따른 전문성의 부족으로 정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이사회 참석률이 높은 내부 감사인이 법률 전문가일 때 타인 자본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내부 감사인이 재무 보고 과정에서 모니터링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활동성의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시사점을 준다.

이호영, 김진욱, & 이양미. (2013). Internal Auditor Characteristics and the Cost of Debt Capital. 경영교육연구, 28(4), 227-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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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문제와 주주의 역할

이수만은 SM의 창업자이다. 창업 당시 SM의 단독 주주였던 이수만은 기업의 성장 기회에 따라 지분 매각 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 규모를 증가시키는 한편 투자 위험을 분산시켰다. 2000년 4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SM의 주인인 주주의 숫자를 세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 돼 버릴 만큼 주주의 숫자가 많아졌다. SM의 수많은 주주는 이성수와 탁영준 공동대표이사에게 기업 경영을 위임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주주들은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기업의 주인이며 이를 위임받은 경영자는 대리인이 된다. 그리고 정보 우위에 있는 경영자(대리인)가 주주(주인)의 부를 희생하며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때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대리인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여전히 SM의 지분 18.46%(2022년 9월30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사회와 경영진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SM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발생하는 경영자(대리인)와 주주(주인) 간의 대리인 문제보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소수의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이용해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한편 제한된 경제적 권리 이상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SM의 일감 몰아주기가 바로 그것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이해관계자 간 대리인 비용과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지배구조 메커니즘으로 이사회, 내부 감사 기구, 기업지배권시장, 기관투자가 등이 존재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모니터링 당사자는 바로 주주이다. 기업의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경영 성과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므로 위험 부담자인 주주가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계약의 주체이자 감시자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에 상법 및 자본시장법 등은 기업에 대한 다양한 주주의 권리, 즉 주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주주권은 단독주주권과 소수주주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독주주권은 1주만 소유해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신주발행 유치청구권, 주주명부 열람, 등사 청구권 등을 의미한다.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주주 또는 주주들이 모여 행사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은 회계장부열람권, 주주총회소집청구권, 이사해임 청구, 대표소송제기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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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주제안권’도 대표적인 소수주주권이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 사항으로 할 것을 이사에게 제안할 수 있다. 주주제안권에 대한 지분율 조건은 자본금이 1000억 원 이하(이상)인 상장기업의 경우 1%(0.5%)로 완화된다.

주주들이 직접 기업 경영의 감시자로서 주주제안권 등을 통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주주관여’라고 한다. 그런데 소액주주(개인투자자)들은 경영자나 기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수집 능력과 분석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개인투자자가 얻게 되는 효익이 불확실하고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영자 감시에 적극적인 유인을 가지지 못한다. 즉,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대한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나 이에 따른 혜택은 다른 주주들도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다른 주주들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린다. 모니터링에 대한 유인과 능력이 있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 표출을 하고 집단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은 얘기가 다르다. 이들은 정보 수집 능력과 분석 능력이 뛰어나 적극적인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자 감시 및 견제에 소요되는 비용 대비 효익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영자를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대리인 비용을 낮추고자 노력할 유인을 가진다.

사조오양의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

올해 기관투자가가 주도한 또 다른 주주관여의 사례로는 사조오양이 있다. (1) 기관투자가의 주도로 (2) 3%룰을 활용해 (3) 내부 감사기구라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을 다뤘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사조오양과 SM의 주주관여는 닮은 꼴이다. 다만 내부 감사인 제도를 채택한 SM과 달리 사조오양은 감사위원회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3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은 사조오양의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SM의 주주총회보다 일주일 앞선 일이다.

사조오양은 1969년에 설립돼 식품제조, 원양어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업계 최초로 맛살 제품을 국내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조오양이 사조그룹에 편입된 것은 2007년 6월이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사조오양의 주당 순자산 가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4년 동안 시가총액이 20% 이상 하락하며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to-Book Ratio, PBR)은 2021년 말 기준으로 0.5배 정도에 불과하다.

사조오양은 장부 금액 349억 원의 투자 부동산(서울시 중구 정동 2-1 외)을 가지고 있는데 2021년 사업보고서는 해당 투자부동산의 공정 가치를 683억 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사조오양의 시가총액은 741억 원4 수준이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투자부동산의 공정 가치와 현금 보유액(253억 원)의 합계액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최근 20년 동안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사조오양의 주주들에게는 의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조오양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가운데 1.7%를 보유하던 차파트너스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사조오양의 주식시장 가격이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이유로 기업 지배구조를 꼽았다. 사조산업 → 사조대림 → 사조오양의 소유 구조에서 사조오양의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주주 가치가 전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인식한다는 주장이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위원의 선임을 주주제안했다. 3%룰이 적용된 가운데 일반 주주들의 지지로 12.7%의 의결권을 확보한 차파트너스는 69.6% 득표율로 주주제안을 관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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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와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경영에 만족하지 못할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1970년대까지 기관투자가들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에 대해 주식을 매도해 버리는 ‘월스트리트 룰’로 대처해왔다.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얻는 효익보다 경영 감시에 드는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CalPERS,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주식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적극적인 경영 감시 활동을 통해 투자 가치를 높이려는 주주행동주의가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까지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기관투자가의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2013년에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기관투자가의 충실 의무를 명시하고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도록 제도화했다.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자율 지침인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것은 2017년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은 기관투자가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일곱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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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가치를 증가시키는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소액주주들은 기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이 부족하고 낮은 투입 대비 효익으로 경영자 감시에 대한 유인을 가지지 못한다. 반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모니터링에 대한 유인을 가지는 동시에 적극적인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관투자가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까?

이에 대해서는 혼재된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의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된 기업들은 (1) 이에 대한 공시만으로 주가가 23bp5 상승했다는 연구6 와 (2) 공시 이후 1년 동안 수익률이 S&P 지수보다 14.79%포인트 더 높다는 연구7 가 보고됐다. 미국 듀크대 공동연구팀8 은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가 발표된 후 투자 기업은 7%의 초과 수익률을 보였으며 경영 성과와 연동된 경영자 교체의 민감도가 높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들 연구의 결과는 기관투자가의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와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연구도 존재한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의 타깃이 된 51개 기업을 분석한 연구9 는 대상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브래튼 교수10 는 헤지펀드들의 주주 행동 형태가 다양하므로 이들이 타깃 기업으로부터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와 같은 상반된 결과에 대해 미국 오레곤대 공동연구팀11 은 기관투자가의 투자 전략에 따라 투자 목표 및 행동주의 전술에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시사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2022년 2분기 말 기준으로 132조 원에 이르고 있다. 연금 가입자와 수급권자의 재산을 수탁받은 신인의무자로서 국민연금은 연금가입자 및 수급자와 신인관계(fiduciary relationship)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 기업과의 직접적인 영업 거래나 이해관계가 거의 없으며 장기 투자가 가능한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할 유인과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주 관여는 주주들이 기업 경영의 감시자로서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이사회가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장기 투자자로서 기관투자가의 대체적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주 관여가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기관투자가는 별도의 기업이므로 그 자체에서 소유-경영 분리로 인한 대리인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이 경우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가 항상 대상 기업의 장기적 가치 증진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들이 최소 지분을 확보한 후 기업 경영에 관여하거나 주요 자산 및 사업을 매각하도록 유도해 단기 주가 상승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투기성 펀드 중에는 경영진에 압력을 가해 고액 배당을 끌어 내고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후 지분을 매각해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헤지펀드들이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단기 실적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R&D 투자를 줄이는 경향을 보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SM과 사조오양의 주주 관여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주행동주의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분석 연구들은 혼재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의 주주행동주의를 ESG(환경, 사회 및 기업지배구조) 관련 주주 관여로 한정하는 경우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다수의 논문12 에서 확인된다. ESG 이슈처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주주 관여가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 당국은 소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주주의 보유 기간 제한을 미국과 같이 1년 이상으로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레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대 경영대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 및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조세 회피이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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