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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이해 충돌로 인한 편향적 의사결정 줄이려면

곽승욱 |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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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Behavioral Framework for Managing Conflicts of Interest in Professional Accounting Firms”(2021) by Ishaque et al., in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pp. 1-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 회계의 기본 가정 중 하나는 회계 전문가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회계 및 감사업무를 윤리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회계감사 시 발생하는 이해 충돌은 회계 전문가가 회계 기준과 윤리 강령에 충실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편향된 의사결정을 조장한다. 회계 법인은 이해 충돌 위험의 관리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회계 전문가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엔 역부족이다. 기존 회계 기준과 규제 체계가 회계 전문가의 실질적 독립성보다는 피상적, 형식적 독립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가 회계 전문가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지적 편향과 휴리스틱1 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계 기준 개선이나 규제 강화 이상의 노력이 절실하다. 즉, 경제 및 제도적 모형보다는 회계 전문가의 행동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적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회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적, 정서적 요인을 고려해 실제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보완적인 조치를 내린다면 이해 충돌을 효과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기본 가정에 충실한 회계 업무의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영국 에식스대 이샤크 교수팀은 사회인지이론(Social Cognitive Theory)을 정보처리 의사결정 모형(Throughput Model of Decision Making)과 결합해 이해 충돌과 회계 전문가의 독립적, 원칙적, 윤리적 의사결정 가능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편향과 휴리스틱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이해 충돌 위험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인 행동경제학적 접근법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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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회계 전문가의 주된 책임은 회계감사의 독립성과 재무제표의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투자자, 은행, 신용 및 규제 기관, 자본시장의 공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규제적 관점에서 회계 업무는 무결성, 객관성, 전문성, 적법성, 기밀성, 도덕성 준수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회계 업무의 이러한 공익적 책임과 기본 원칙에 충실한 의사결정을 독립적, 원칙적, 윤리적 의사결정(Compliant Decision-Making), 간단히 최적 의사결정이라고 한다.

에식스대 연구팀은 영국의 4대 회계 법인에 근무하는 회계 전문가(파트너, 경영진, 감사) 105명에게 이해 충돌의 네 가지 유형과 관련된 가상의 상황을 요약한 글을 읽게 한 후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네 가지 이해 충돌의 유형에는 1) 사적 이익(Self-Interest) 침해 2) 위력을 이용한 위협(Intimidation) 3) 사적 이익 침해와 감사의견 상충 동시 발생 4) 사적 이익 침해, 위력을 이용한 위협, 감사의견 상충에 더불어 친밀성(Familiarity) 오류가 더해진 조합이 포함됐다. 설문 조사에서 참가자는 이해 충돌 유형별로 자신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과 다섯 종류의 개인 특성(세 종류의 상황 인지적 특성과 두 종류의 기질적 특성)을 다섯 단계 리커트 척도(Likert Scale)2 를 이용해 평가했다.

세 종류의 상황 인지적 특성은 최적 의사결정에 따른 긍정적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보다 클 것이라는 기대감(POE), 최적 의사결정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판단(PD), 최적 의사결정의 도덕성 평가(EJ)다. 최적 의사결정이 가져올 긍정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최적 의사결정이 윤리적이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 POE와 EJ 수치는 높아지고, 최적 의사결정에 이르는 것이 수월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면 PD는 낮아진다. 기질적 특성은 직업적 자기효능감(OSE)과 윤리적 이탈 성향(PMD)으로 측정했다.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고,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큰(윤리적 이탈 성향이 낮은) 개인은 높은 OSE와 낮은 PMD 수치를 갖게 된다.

연구팀은 설문 조사로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이해 충돌의 유형을 독립변수, 개인 특성 다섯 가지는 매개변수와 통제변수, 최적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종속변수로 하는 경로분석(Path Analysis)을 통해 이해 충돌이 어떤 개인 특성을 거쳐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특히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구했다.

연구 결과, 이해 충돌은 회계 전문가의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편향성이 의사결정의 독립성, 원칙성, 윤리성을 침해했다는 뜻이다. 상황 인지적 특성인 POE, PD, EJ의 매개 효과도 확연했다. 회계 전문가가 최적 의사결정의 긍정적 결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높은 POE), 최적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판단(낮은 PD), 그리고 최적 의사결정이 매우 윤리적이라는 평가(높은 EJ)를 형성하면 이해 충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적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컸다. 상황 인지적 특성 간 상호작용도 활발했다. 즉, POE가 높아지면 PD는 낮아지고 EJ는 높아졌다. PD만 낮아질 때도 EJ는 상승했다. 이러한 모든 상호작용은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기질적 특성 중에서는 PMD의 영향력이 눈에 띄었다. PMD가 감소할 때 최적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증가했다. 개인 특성은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편향과 휴리스틱의 원천이 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새삼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이해 충돌 상황에서 동일하게 관찰됐다. 다양한 유형의 이해 충돌이 유사한 방식으로 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어 이해 충돌과 개인 특성이 유발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첫째, 개인 특성의 긍정적인 개입을 독려해 이해 충돌을 개선하는 기업지배구조를 마련한다. 보상과 처벌이 명확한 윤리 강령 및 기업 문화 구축이 좋은 예다. 둘째, 이해 충돌을 평가하는 단계부터 개인 특성의 긍정적 역할을 포함한다. 개인 특성이 융합된 이해 충돌 평가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을 정확히 평가해 이해 충돌 상황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이 크면 이해 충돌의 위험을 수용하거나 낮추는 정책을 펴고,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이 적으면 이해 충돌을 회피하는 데 주력한다. 넷째,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지적 편향과 휴리스틱을 비롯한 최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각종 노이즈를 제거해 편향적, 비합리적 의사결정 사례를 줄여나간다. 다섯째, 앞의 네 가지 이해 충돌 위험 관리 노력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개선한다. 이러한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은 개인 특성의 매개적, 상호보완적 개입 효과를 활성화해 회계 전문가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이해 충돌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할 위협 요소를 최소화할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해 충돌은 법적 파급 효과가 큰 경영적 위험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유무형의 비용을 유발한다. 기존의 기업 지배구조 강화나 법률 규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이해 충돌로 말미암은 기업 스캔들의 발생과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연구팀이 제시한 행동경제학 접근법은 개인 특성의 매개적, 상호보완적 역할을 십분 활용해 회계 업무의 실질적 독립성과 최적 의사결정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이해 충돌의 근본적 원인(인지편향, 휴리스틱, 노이즈)을 제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의 전략적 판단 주체를 인간에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려는 혁신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이해 충돌을 줄이고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발생시키는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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