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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명함 앱 ‘리멤버’의 신사업 진출 전략

7년 공들인 300만 직장인 인재풀의 힘
잡 포스팅에서 ‘인재 서칭’ 플랫폼으로

장재웅 | 317호 (2021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업 후 6년간 늘어나는 회원 수에 비해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는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선 2019년 7월, 인재 서칭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선보이며 채용 및 이직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리멤버는 국내 채용 및 이직 시장이 기존의 잡 포스팅 중심에서 인재를 직접 찾아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리멤버는 리멤버 커리어를 선보이며 기존의 채용 포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양질의 인재풀, 검색 편의성을 극대화한 UX/UI, 지원자가 속한 회사나 계열사는 지원자의 등록 여부를 알 수 없게 한 폐쇄성 등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 기존의 채용 포털을 누르고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편집자주
이 원고는 DBR 195호(2016년 2월 2호) ‘직장인 명함 관리 도우려 창업, 네트워킹이 시작되자 돈 보이더라’와 259호(2018년 10월 2호) ‘속도보다 방향이 애자일의 핵심, 애자일 문화가 변화에 대한 적응력 키워’를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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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스케일 업 vs. 빠른 수익화’

그럴싸한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바탕으로 얻은 대규모 투자금을 활용해 빠른 스케일업을 시도해 대마불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 고객이 모아지면 빠르게 수익 모델을 선보여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내실 있는 기업이 될 것인가.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하는 고민이고 뚜렷한 정답이 없는 문제다.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쿠팡의 경우 많은 사람이 그들의 무리한 투자와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보란듯이 72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 오아시스처럼 초기부터 철저하게 수익화에 집중해 흑자를 내며 성장하는 기업도 있다.

300만 명의 사용자, 2억 장 가까운 명함 데이터를 확보하며 국민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떠오른 드라마앤컴퍼니의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 역시 스케일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기 입력이라는 혁신적인 시도로 명함 입력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올리며 짧은 기간 사용자를 빠르게 모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익 모델 부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명함을 통해 확보한 유저 풀(pool)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리멤버가 최근 채용 및 이직 플랫폼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수익 모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멤버 커리어는 기업이 특정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면 지원자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공고를 보고 지원하던 기존의 ‘잡 포스팅(job posting)’ 형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직접 리멤버를 통해 자신의 회사에 맞는 인재를 검색하고 채용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인재 검색 및 스카우트 서비스다. 리멤버가 7년 가까이 공을 들여 모아온 전문직 중심의 300만 유저 풀 덕분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전체 300만 명의 리멤버 명함 유저 중 리멤버 커리어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한 유저가 70만 명이 넘어섰다. 또한 인재 검색을 통한 채용 제안 수는 누적 합산 50만 건을 넘어섰다.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오고 가는 제안은 한 주당 2만 건에 육박하고 구직자들의 평균 응답률도 52%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덕분에 리멤버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월과 3월, 연달아 역대 최고 월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리멤버 커리어는 특히 시장에서 수요는 많지만 기존 잡포털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전문직들의 이직 및 채용 수요를 해결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0만 명의 직장인 인재풀이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을 꿈꾸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최재호 대표를 만나 리멤버 커리어의 강점과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리멤버의 초기 창업 및 성장 과정은 DBR mini box 1 ‘명함을 직접 보고 수기로 입력, 다른 앱과 정확도 차별화’ 참고.)


DBR mini box 1
명함을 직접 보고 수기로 입력, 다른 앱과 정확도 차별화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가 명함에 주목한 계기는 컨설턴트 시절, 미국 출장 경험에서 출발한다. 최 대표는 미국에서 수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미국 경제활동 인구의 대부분이 실생활에서 ‘링크트인’을 당연하게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왜 미국에서는 비즈니스맨의 80%가 쓰는 링크트인이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시작한다. 최 대표가 분석한, 링크트인 침투율이 아시아에서 낮은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일단 링크트인은 이력서를 기반으로 서로의 정보를 공개하고 네트워킹을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담긴 이력서를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활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도 많다. 특히 이력서를 온라인에 올려놓는 행위 자체가 회사 동료들이 보기에는 ‘이 사람은 언제든지 회사를 떠날 준비가 돼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링크트인은 오픈형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링크트인에 프로필을 올리면 누구든 사용자의 프로필을 볼 수 있고 이 사용자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자신만의 네트워크가 이처럼 외부로 공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자체가 개인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최 대표는 링크트인의 한계를 보완한 서비스를 만들면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자세한 개인정보가 기재된 이력서가 아닌, 명함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이 스스로 명함을 등록하게 만들지였다. 사업 초기에 최 대표는 디지털 명함 서비스를 구상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디지털 명함이 종이 명함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모바일로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가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네트워킹에 비해 관계성이 약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명함이 레거시 시스템인 종이 명함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최 대표는 빠른 피벗을 통해 종이 명함을 모바일에서 관리해주는 서비스인 ‘리멤버’를 선보인다.

리멤버 서비스를 준비하던 2013년에도 이미 세상에 명함 관리 앱은 많았다. 특히 중국의 캠카드와 같은 서비스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하지만 당시의 OCR 기술 수준으로는 각기 다른 모양과 글자체를 가진 명함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기존 명함 앱들은 사용자가 추가적으로 명함과 앱을 대조해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수정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당연히 서비스 사용의 지속률이 떨어졌다.

보통의 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든 OCR 기술을 고도화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오히려 상식을 깨고 ‘수기 입력’ 방식을 택한다. 쉽게 말해, 사람을 써서 직접 명함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시 많은 투자자는 최 대표의 선택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초기 스타트업이 사람을 고용해 수기 입력으로 명함 관리를 하게 되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리멤버는 500여 명의 타이피스트를 활용, 업로드되는 명함 사진들을 직접 보고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결론적으로 리멤버는 이 방식으로 다른 명함 앱들이 가지지 못했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리멤버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명함 DB에 인공지능(AI) OCR 기술을 접목해 수기 입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정확도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 대표는 “수기 입력에서 시작해 OCR 기술 고도화와 AI 접목 등을 시도하며 명함 관리 분야의 노하우를 쌓아나갈 수 있었고 이는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리멤버만의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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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했던 수익 모델 찾기와 반성

리멤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명함’이다. 명함 관리를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멤버에 있어 명함은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했다. 오히려 리멤버는 초기부터 ‘비즈니스맨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창업 초기였던 2016년, DBR가 최 대표를 인터뷰했을 당시에도 그는 “단순히 명함을 관리하는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의 링크트인(Linkedin)이 되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최 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글로벌 서비스인 링크트인도 한국 시장에서 실패한 목표를 신생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멤버는 높은 정확도를 앞세워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10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2년 연속 구글 플레이 ‘올해의 앱’에 선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링크트인의 한계로 지적되던 이력서를 바탕으로 한 과도한 개방성(누구나 내 프로필을 볼 수 있고 내가 구직 중임을 알 수 있는 특성)을 명함을 매개로 한 제한적 개방성을 통해 풀어내면서 명함 관리 앱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에 오른다.

그리고 이때쯤부터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수익 모델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수기 입력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명함 데이터를 쌓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최 대표는 “사업 초기 당시에는 일단 명함 관리로 사용자 풀을 모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게 지상 과제였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한 겨를이 없었지만 사용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서자 본격적으로 수익 모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고민은 2017년을 전후해 리멤버가 세상에 선보인 서비스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리멤버 메신저’와 ‘리멤버 인맥 라운지’다. 이 중 리멤버 메신저는 2017년 3월경에 출시됐다.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끼리 리멤버로 곧바로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 메신저 지위에 오른 ‘카카오톡’과 달리 업무에 특화된 메신저임을 내세웠지만 당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굳이 카카오톡이 아닌 리멤버 메신저를 사용할 유인이 부족했다. 최근에는 업무용 메신저와 개인용 메신저를 분리하기 위해 슬랙이나 팀즈 등 업무용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이 대중화됐지만 이들 메신저 역시 같은 회사 혹은 같은 분야 사람들끼리만 주로 쓴다는 특징이 있다. 명함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리멤버 메신저로 주요 소통 채널을 전환하기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도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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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7월 출시한 리멤버의 ‘인맥 라운지’ 서비스 역시 기대 이하의 결과를 손에 넣었다. 인맥 라운지는 인맥을 통해 비즈니스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게시물을 작성하면 내 명함첩에 등록된 인맥들에게 게시물이 노출되고 댓글이나 메시지로 교류하는 방식이다. 게시물의 공개 대상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일부만 포함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인맥 라운지를 통해 업무상 필요한 전문가나 비즈니스 파트너, 회사에 필요한 인재 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고 서비스를 홍보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명함 관리 앱의 고도화 외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면서 가입자 증가세도 꺾였다. 또한 과도한 업무 로드로 인한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늘었다. 이때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호재도 있었다. 이 무렵 네이버가 리멤버에 인수합병(M&A)을 제안했고, 덕분에 리멤버는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스케일업에 집중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DBR mini box II : 링크트인(Linkedin)
AI-빅데이터 기술 활용, 전 세계 6억 명 정보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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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 사이트인 링크트인은 HR 분야 혁신을 이끈 대표 주자로 꼽힌다. 링크트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6억 명 이상의 구인 및 구직자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링크트인의 창업자는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이다. 그는 초창기, 최고경영자를 거쳐 현재는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호프만은 2003년 비즈니스 인맥에 집중한 소셜서비스를 표방하며 링크트인을 만들었다. 링크트인 창업 전에는 페이팔 설립 멤버로 페이팔 COO를 맡아 일했고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하자 페이팔에서 나와 링크트인을 만들었다.

링크트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이다. 링크트인 사용자는 ‘프로필’ 메뉴에서 자신의 경력을 자세히 적어 올려놓을 수 있고, 지인들과 ‘1촌’을 맺을 수 있다. 나와 1촌인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됐는지 볼 수 있으며, 친구의 친구를 ‘2촌’ ‘3촌’ 형식으로 보여준다. 사용자에 대한 평가도 함께 남길 수 있어 상사나 동료가 경력 밑에 추천 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e메일 주소, 출신 학교, 기업명 등으로 기존 SNS보다는 나와 연결된 사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개인 정보가 공개된 사람이라면 검색을 통해 특정인의 경력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그 덕분에 헤드헌팅 업체나 기업 인사 담당자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 입사 제안을 하기도 한다. 아예 별도로 ‘채용 공고’ 메뉴도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이용자는 구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셜 기능이 강화됐다. 긴 글이나 발표 자료를 링크트인에 올리고 이에 대한 덧글을 남기며 소통하는 식이다. 뉴스를 공유하고 ‘추천’ 및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기능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링크트인은 초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성장해 201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후 2016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에 30조 원에 인수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로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절치부심 후 스케일업에 집중, 300만 유저 달성

네이버의 품에 인수된 후 한동안 리멤버는 스케일업에 집중했다. 150만 명 유저로는 사업 초기부터 꿈꿔 온 비즈니스 전문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은, 2017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결과였다. 섣부른 수익 모델화가 오히려 조직의 성장 동력을 해칠 수 있음을 체감한 드라마앤컴퍼니는 기존의 명함 관리 사업 고도화에 더욱 집중한다. 최 대표는 “2017년 시도했던 인맥 라운지 등은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애초에 그리던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됐다”며 “결국 우리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객이 리멤버를 사용하도록 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길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케일업에 집중한 덕분에 리멤버 사용자는 2018년에만 2배가량 늘었다. 2018년 7월에는 200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명함 관리 서비스도 끊임없이 개선됐다. 초기, 수기 입력 중심으로 시작해 높은 정확도를 확보한 이후에는 OCR 기술을 고도화해 명함 정보를 자동으로 주소록으로 저장해주는 알고리즘도 함께 제공했다. 또한 완벽에 가까운 명함 정보 입력의 정확도뿐 아니라 등록 명함들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함 지도’, 각종 모임이나 동호회에서 주소록으로 쓸 수 있는 ‘모임 주소록’ 등의 기능도 무료로 제공했다. 그 덕분에 리멤버는 2018년과 2019년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9년 중반에는 3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등록된 명함 수는 1억5000만 장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리멤버는 수익 모델 마련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창업 후 지속적으로 회원 수 늘리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집했다. 6년 이상을 사용자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그 사용자들을 만족시켜 서비스에 머물게 한 뒤, 리멤버에 록인(lock-in)된 사용자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한 것. 여기서 핵심은 ‘충분한 양질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300만 명 이상의 양질의 사용자는 이후 리멤버가 선보이는 수익 모델에 핵심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 플랫폼을 위한 첫발 ‘리멤버 커리어’

300만 유저 달성에 성공한 리멤버는 2019년 7월, 사업 초기부터 꿈꿔온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그 출발점이 채용 및 이직 플랫폼인 ‘리멤버 커리어’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초기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해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비즈니스 기회 확대, △커리어 기회 확대, △전문가 검색이 그것이다. 이름도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로 정했다. 이는 애초에 드라마앤컴퍼니가 리멤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오픈형 프로필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 플랫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연결하는 것이 리멤버의 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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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타 서비스를 선보일 때 등록한 2만여 명의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이 방향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당시 베타 서비스 사전 등록자 중 대부분이 커리어 기회 확대를 등록의 동인으로 꼽은 것.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플랫폼 가입자를 늘리려던 리멤버는 이 심층 인터뷰를 계기로 서비스를 다수의 고객 니즈에 맞춰서 재설정했고 그래서 비즈니스 플랫폼화를 위한 첫 번째 서비스로 ‘리멤버 커리어’가 탄생하게 된다.

리멤버 커리어는 기업 인사팀이나 헤드헌터가 인재들을 직접 찾고 채용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단순히 채용 공고를 올려 지원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기존의 잡포털들과는 다르게 명함을 등록한 지원자 풀을 대상으로 기업 인사팀이나 헤드헌터들이 직접 자신의 회사에 맞는 인재를 검색해 제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멤버 커리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국내 채용 및 이직 생태계는 크게 신입과 아르바이트를 대상으로 잡포털 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과 경력직 스카우트 중심의 헤드헌팅 업체들의 시장으로 양분돼 있었다. 그리고 이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레드오션이란 인식이 강했다. 실제 잡코리아, 사람인 등 기존 시장의 강자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원티드와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 스타트업들도 등장해 각자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링크트인 등 해외 서비스 역시 진출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다양한 채용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기업에서 진정 필요로 하는 ‘높은 전문성을 지닌 소극적 구직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채용 플랫폼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최 대표는 “기존의 채용 포털은 신입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경력이 짧은 경력직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였고 정작 기업이 원하는 긴 경력과 높은 전문성을 자랑하는 인력에 대한 접근성을 갖춘 서비스는 없었기에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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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인재 채용 시장에서 잡포털이 차지하는 시장은 적극적 구직 의사가 있는 아르바이트생부터 이력이 짧은 경력직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이 시장은 이른바 ‘잡 포스팅 모델’이 통하는 시장으로 적극적 구직 의사가 있는 구직자가 잡포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높은 전문성을 자랑하는, 이른바 하이엔드 경력직을 대상으로 한 시장은 지금까지 헤드헌팅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이들 헤드헌팅 업체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일단 자체 인재풀이 없거나 빈약했다. 알음알음 인맥을 이용하거나 링크트인, 사람인 등에 올라오는 이력서를 등록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채용 제안을 보내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 살 깎아 먹기식 수수료 경쟁이 벌어져 서비스의 품질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기업들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뽑아서 배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데 반해 헤드헌팅 시장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가설 검증을 통해 최적의 모델을 찾다

기회 요인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리멤버 커리어 출시 전, 최 대표를 포함한 드라마앤컴퍼니 직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리멤버 커리어는 링크트인의 ‘탤런트 솔루션(Talent Solution)’과 유사한 모델이다. 링크트인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이 탤런트 솔루션으로 나올 정도로 회사의 핵심 수익 모델 중 하나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검증받은 사업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한국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6억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링크트인도 한국에서는 실패했는데 300만 유저로 리멤버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유저들을 설득하지 못해 프로필 등록을 거부하면 말 그대로 낭패였다. 그렇다고 프로필 등록을 유인하기도 어려웠다. 어떤 리워드를 줘야 자발적 등록할지 명확하지 않았다. 자칫 너무 좋은 리워드로 등록을 유인했다가는 비자발적 프로필 등록이 늘어 오히려 인재를 찾는 헤드헌터들이나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내부에서도 이견이 생겼다. 과연 사람들이 아무 리워드도 없이, 그리고 구체적인 서비스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프로필을 리멤버 커리어에 등록해 줄 것인지, 직원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일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결국 리멤버는 과거 리멤버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바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며 수정해 나가는 ‘린 방식’의 문제 해결이다. 이는 리멤버가 창업 초 명함 서비스를 선보일 때부터 ‘리멤버가 일하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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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유저들을 대상으로 2019년 2월15일 [그림 3]과 같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오픈 명함첩’이라는 가상의 서비스를 론칭 예정이라고 설명한 후 “모두에게 명함을 공개해 공개적으로 자신을 PR할 수 있는 명함첩이 있다면 등록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다. 또한 등록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등록의 이유와 직업 및 직책 등을 물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데이터가 확보되면서 내부의 분쟁은 사라졌다. 여기에 2월22일부터 시작한 ‘프로필 사진 등록’에 일주일 사이 1만 명이 모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엄청난 성공까지는 몰라도 한 번 해볼 만한 정도의 시장의 니즈를 확인한 것이다. 이때부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내부에서 싸우느라 시간을 버리기보다는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빨리 고객에게 보여주며 리멤버가 그리는 서비스의 모습을 제시해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 나가는 것이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직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 유인을 위해 리워드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도 사라졌다. 서비스의 실체도 없이 사전 등록 기간 4개월 동안 10만 명이 프로필을 등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후 11월 말까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며 50만 명의 프로필을 모은 리멤버 커리어는 2019년 11월, 유료 서비스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수익 실현에 나선다.

인재풀, 보안성, 편의성… 리멤버 커리어의 강점

채용 및 이직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드라마앤컴퍼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성공 가능성을 예감한 여러 기업이 리멤버 커리어처럼 인재 스카우트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세대 잡포털 업체인 사람인은 물론이고 2세대인 원티드와 블라인드 등이 발빠르게 인재 검색 및 스카우트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람인은 지난해 6월 ‘인재Pool’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존 헤드헌터 전용 상품 대신 기업 채용 담당자가 원하는 인재를 검색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원티드의 운영사 원티드랩 역시 지난해 ‘매치업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기업 인사팀을 대상으로 원티드의 인재풀에서 이력서를 열람하고 채용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블라인드 역시 직장인 가입자를 무기 삼아 ‘블라인드 하이어(Blind hire)’라는 경력직 이직 플랫폼을 선보였다. 하나같이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이지만 리멤버의 상대적 경쟁력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어디에도 없던 인재풀

리멤버는 300만 명의 직장인 가입자를 자랑한다. 국내 직장인 대상 서비스 중 최대 가입자 규모다. 특히 리멤버 사용자의 85%는 과차장급 이상이다. 다시 말해, 관리자급 의사결정권자가 가장 많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리멤버 커리어 인재풀의 80%는 국내 주요 채용 포털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이다. 이 지점이 리멤버 커리어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든다.

리멤버 커리어는 구직자들의 ‘언멧니즈(unmet needs)’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링크트인이 지난 2015년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 의향 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즈니스맨의 60%가 이른바 ‘잠재적 구직자(Passive job Seeker)’다. (그림 4) 여기서 잠재적 구직자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은 하지 않지만 좋은 제안이 오면 검토할 의향이 있는 구직자를 말한다. 이들의 특징은 현재 직장에서 높은 업무 성취도와 만족도로 활발하게 근무 중이라는 점이다. 그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직을 알아보지도 않을뿐더러 기존의 잡포털에 이력서를 등록해 놓지 않아 채용 담당자나 헤드헌팅 업체가 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리멤버 커리어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해서 자신의 이력서를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평소 업무에서 자주 쓰는 리멤버 앱을 통해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적극적인 이직 의사가 없어도 내 프로필을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좋은 이직 제안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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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리멤버 커리어를 이용해 기존 채용 포털에서는 찾기 어려운 인재를 채용한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 헤드헌팅 업체가 리멤버 커리어를 활용해 증권사에서 파생상품을 다루는 전문가를 찾아 새로운 곳에 이직시키기도 했다. 시장 규모가 작아 일반 잡포털에서는 찾기 어려운 전문성 강한 포지션에 적임자를 찾아낸 사례다. 또 지난해에는 수원에 새로운 지점을 개원하는 병원 부원장을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채용한 사례도 있다.

2. 보안성 및 높은 응답률

채용 트렌드를 ‘인재 검색’ 방식으로 바꾸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링크트인의 경우 개방형 구조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이력서 등)을 올려두면 누구든 나의 프로필을 검색하고 나에게 연락할 수 있다. 이는 구직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직 의사가 외부로 노출된다는 리스크도 있다. 리멤버 커리어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리멤버 커리어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면 그 사람이 현재 소속된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이 사람을 볼 수 없다. 검색을 해도 채용 담당자가 속한 회사의 직원들은 검색에서 제외된다. 또 단순히 같은 회사를 넘어 그 회사의 계열사나 그 회사가 속한 그룹 전체에도 적용된다. 이직자의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할 때 유용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리멤버 커리어는 리멤버를 평소에 사용하는 고객들이 가입을 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높다. 평소에도 명함을 등록하거나 등록한 명함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리멤버에 자주 들어오기에 자신에게 온 이직 제안을 확인하기 용이하다. 일반 잡포털의 경우, 마음에 드는 이력서를 발견해 연락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거 이직을 위해 올려놨지만 지금은 그 잡포털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리멤버 커리어는 제안에 대해 1주일 내, 응답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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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검색 용이성

리멤버 커리어를 실제 사용하는 고객들의 VOC를 보면 사용 검색 용이성을 강점으로 뽑는 글이 많다. 그만큼 내가 원하는 인재 검색이 잘된다는 뜻이다. 리멤버 커리어는 일단 ‘키워드 검색’으로 인재를 검색하기 용이하다. #사업기획, #마케터, #개발자 등 내가 찾고자 하는 인재를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직무, 직급, 업종 필터를 통해 후보군을 걸러내는 검색 필터 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리멤버는 내부에 10여 명의 헤드헌터를 두고 이른바 ‘채용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받아 리멤버의 헤드헌터들이 직접 적합한 인재를 찾고, 제안을 보내고, 연락을 주고받아 채용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다. 일본의 헤드헌팅 인재풀 검색 서비스 기업 ‘리쿠르트’의 경우 전체 매출액 20조 원 가운데 10%가 헤드헌팅 사업부를 통한 채용 대행 서비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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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포스팅에서 탤런트 서칭으로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HRM(Human Resources Management)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국내 HRM 시장 규모는 연 8000억∼1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 1세대 잡포털들이 전체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업체가 치열하게 수수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향후 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인 그랜뷰리치에 따르면 글로벌 HRM 시장은 2025년 30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더디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재 검색 중심의 채용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리멤버 커리어의 발전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채용 및 이직 시장 트렌드 변화를 예상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일단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가 눈앞에 와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채용 시장에서 구직자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질 정도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대기업들마저 인재를 찾고 모시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본에서 인재 검색 모델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RM 플랫폼 ‘비즈리치’의 경우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개인 가입자 수 200만 명, 고객 기업 등록 수 1만5000건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215억 엔(약 22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 대비 38% 성장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올해 들어 지방 대학교들의 정원 미달이 속출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의 사례가 그리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이직이 잦은 지원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로열티가 낮고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중심의 채용과 평가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오해도 차츰 얕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인재 쟁탈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IT 업계에서 불고 있는 개발자 영입 전쟁이다. 흔히 IT 업계에서 고연봉을 주는 기업의 앞 글자를 딴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에다 최근 게임사들과 핀테크 업체들, 그리고 대기업들까지 참전하면서 개발자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현재는 개발자 등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소수의 실력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한 기업들의 인재 전쟁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리멤버 커리어와 같은 인재 서칭 비즈니스 모델에는 호재일 수 있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리멤버 커리어는 현재 ‘채용 1.0’에서 ‘채용 2.0’으로 이동하는 단계에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채용 1.0은 공고를 올리고 구직자들이 찾아오는 단계다. 기존 잡 포스팅 단계가 이 단계다. 그런가 하면 채용 2.0은 기업이 인재를, 구직자는 좋은 기업을 직접 찾아 나서는, 보다 적극적인 단계다. 리멤버 커리어나 다른 채용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재나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이 2.0 단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리멤버 커리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채용 3.0’으로 기업과 구직자에게 최적의 인재를 매칭해주는 단계를 말한다. 현재 리멤버 빅데이터센터 연구원들은 AI를 활용해 채용 3.0 시대에 맞는 매칭 엔진을 개발 중이다. 최 대표는 이를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의 초개인화 서비스에 비교했다. 최 대표는 “회사의 채용 니즈에 부합하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올해 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기존 경력직 인재 채용에 들어가던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리멤버’의 3가지 키워드
passive candidate, 플랫폼 솔루션, 그리고 애자일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리멤버를 통해 헤드헌터로부터 몇 건의 연락을 받았다. 공지를 보고 정보를 등록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지만 그걸 보고 실제 연락이 오니 신선했다. 지금까지의 이직 제의는 주로 지인이나 이미 알고 지내는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소극적 구직자’를 찾아내 지원을 유도한다는 개념은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의미한 수준의 추천을 하는 플랫폼은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리멤버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 여부가 흥미로운 이유다.

드라마앤컴퍼니의 리멤버 커리어 사업화 과정을 보면 크게 3가지 포인트가 눈에 띈다. 첫째, ‘수동적 후보자(passive candidate)’ 채용이다. 21세기 인재 경쟁 시대에 핵심급 인재 채용은 고용 브랜드와 수동적 후보자 소싱으로 수렴되고 있다. 수동적인 지원자는 조직 성과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12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i 채용 프로세스는 흔히 ‘깔때기’로 비유되는데 깔때기 입구는 넓히고 채용 절차는 까다롭게 해 우수 인재를 뽑자는 얘기다. 하지만 기존의 채용 공고를 통한 선발 방식으로는 깔때기 입구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지원을 직접 하지 않는 사람도 잠재 후보로 가정하고 소싱을 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여전히 취업난이 심각한 국내 기업 사정상 기존의 잡 포스팅 방식으로도 많은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이 많다고 질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 지원자가 많으면 검증 시간과 비용은 치솟는다. 잠재적 후보자 풀은 넓게 가져가되 전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바로 수동적 후보자 소싱이다.

수동적 후보자를 뽑기 위해 기업들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적지 않다. 과거에 지원했는데 사정상 입사하지 못한 후보를 추적하고, 링크트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가입자가 많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잠재적 후보자를 찾아내 연락해볼 수도 있다. 직원 추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거나 럭셔리한 채용 이벤트를 개최해 명함을 받아 두고 눈도장을 찍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고용 브랜드와 우수 인재 확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당장 급한 충원에 한계가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리멤버 커리어가 설 자리가 생긴다. 쿠팡처럼 전직 헤드헌터와 베테랑 채용 전문가들을 대거 확보해 자체적으로 수동적 후보자를 찾아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플랫폼 솔루션’이다. 리멤버가 기존의 잡포털과 다른 점은 ‘플랫폼’ 방식으로 인재 소싱을 매개한다는 점이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 기존 대형 잡포털들은 근본적으로 광고 비즈니스다. 신문사가 판매 부수를 근간으로 광고 단가를 정하듯 잡포털들은 지원자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유료 채용 공고 지면을 판다. 공고 게재 비용과 후보자 지원 여부는 무관하다. 반면, 리멤버는 구인 기업이나 헤드헌터가 연락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자를 추천해준다. 추천 정확도가 낮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플랫폼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1년 남짓한 기간에 채용 제안 수가 50만 건을 넘었다고 하니 눈여겨볼 만한 성공이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지원을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괜찮은 제안을 해주니 좋고, 꼭 이직 목적이 없더라도 명함첩, 인맥 관리, 관심사 커뮤니티 등 쏠쏠한 부가가치를 무료로 누릴 수 있어 좋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플랫폼 양쪽의 참여자들이 모두 혜택을 느껴야 하고, 사용이 지극히 편리해야 하며, 무엇보다 임계치(critical mass)에 다가서는 것이 어렵다. 한쪽의 사용자(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상대편 사용자들이 충분히 모여 있지 않으면 아예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을 찾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알파요, 오메가다. 배달이나 숙박 업체들은 할인이나 쿠폰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유튜브 같은 경우는 이용자가 일정 규모가 될 때까지는 어떤 과금이나 광고도 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초기에 직접 주문을 받아서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시작을 해서 점차 제대로 된 플랫폼 모습을 갖춰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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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는 명함 관리 서비스 앱으로 시작해서 채용 솔루션으로 방향 선회를 했다. 선회를 했지만 앞선 비즈니스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커리어 솔루션 사업의 핵심 자산이 됐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업을 연결한다는 것은 확실히 독특한 발상이다. 미리 구상하고 시작했다면 대단한 선견지명이고, 비즈니스를 하다가 알아차린 것이라고 해도 매우 유연한 대응으로 평가할 만하다. 링크트인은 사용자 개인이 커리어 프로필을 직접 입력하도록 하고 이미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들이 검증한 ‘친구 맺기’ 방식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링크트인이 서비스를 론칭한 지 6년 뒤인 2009년 10월에 5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 수치가 전 세계 영어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멤버의 300만 가입자 플랫폼은 대단한 업적이다. 양도 양이지만 질이 더 중요하다. 자기 명함을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커리어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검증된 인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애자일’이다. 변혁의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들에 요구되는 것은 주어진 일을 좀 더 짧은 시간에 한다는 의미에서의 속도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방향을 바꾸는’ 속도다. 스포츠로 비유를 한다면 100m를 0.1초 더 빨리 뛰는 차원이 아니라 미식축구 공격수가 태클을 거는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해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 뛰는 것과 같은 민첩함이 중요한 것이다. 애자일한 기업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바꾸는 데 뛰어난 특징을 갖는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서 디지털 광고, 인공지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책을 팔다가 상품 영역을 대폭 확대하고, AWS를 세워서 클라우드의 강자가 됐다. 넷플릭스는 우편으로 CD를 배송하는 것에서 시작해 전 세계 콘텐츠 비즈니스 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업력에도 리멤버가 방향을 바꾸는 혁신에 성공한 것도 애자일 문화를 조직에 잘 도입했기 때문이다.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론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일과 비즈니스를 처리하는 근본 태도로서의 ‘애자일함’을 생각했다. 선도 기업이 잘 만들어 놓은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형편과 상황에 맞게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명함 인식도가 문제가 됐을 때 OCR 기술을 고도화하기보다 사람이 입력하도록 하고, HR 플랫폼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할 때 일단 MVP(최소기능제품)를 선보였다. 각 시점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내부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점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리멤버는 애자일한 조직문화와 빠른 피벗을 통해 채용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할 기본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글로벌 HRM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멤버 커리어로서는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이 공존하는 셈이다. 어쩌면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특히 국내 시장 내 경쟁자들의 출현은 리멤버 커리어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리멤버와 마찬가지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원티드와 블라인드의 약진은 리멤버 커리어에는 신경 쓰일 수 있는 포인트다. 물론 원티드의 경우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인재풀이 IT 분야에 국한된다는 점이 약점이고 블라인드의 경우 익명으로 사용하던 서비스라는 한계가 있어 실명으로 프로필 등록을 유인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탄탄한 기술력과 우수한 인재풀을 갖추고 있는 경쟁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채용 시장에서 링크트인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리멤버는 링크트인의 사업 모델이 한국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채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가설이 계속 유효한 것은 아니다. 링크트인은 이미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버전을 서비스한 지 오래됐고, 한국의 우수 인재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영어로 작성해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또한 한국의 우수 인재들은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지역 기업들의 헤드헌팅 타깃이 되고 있다. 링크트인 매출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탤런트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베테랑급 B2B 영업팀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과 함께 또 다른 인재 수요를 대변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들은 이미 상당수 링크트인 서비스에 대한 연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리멤버와 달리 링크트인은 최종 수요 기업을 주로 타기팅한다. 그런 의미에서 리멤버 커리어가 지금까지는 주로 서비스 기획과 개발에 조직 역량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차별화된 영업 전략에 대해 고민할 때다.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 hotdog.kevin@gmail.com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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