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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Sports

실리콘밸리는 왜 NBA에 투자했을까

이종성,권태근 |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NBA가 과거엔 지역 제조업 경영자들에 의해 운영됐다면 현재는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가와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들은 한 명의 스타가 팀의 운명을 바꿀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이라는 농구의 특성과 축구 다음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용이한 스포츠라는 점에 착안해 NBA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NBA는 빠르게 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NBA 경영자들은 포화 상태에 있는 미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같은 NBA의 혁신적인 변화에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NBA의 최대 해외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향후 NBA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잦은 선수 트레이드로 인해 특정 팀을 오랜 기간 응원해 왔던 지역 팬들의 반발이 생겨난 것도 NBA의 과제로 남아 있다.



스포츠 구단이 창출한 혁신은 근본적으로 구단의 오너십(Ownership)과 관련이 깊다. 이 부분은 구단주의 경영 철학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구단주의 본업이나 모기업의 업종별 특성과도 깊은 관련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 프로 축구 리그로 발돋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비약적 성장에도 이른바 ‘슈거 대디(Sugar Daddy)’로 불리는 러시아와 중동의 큰손 투자가들과 이미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 운영의 노하우를 터득했던 미국 스포츠 투자가들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다. 슈거 대디의 대표 주자는 맨체스터 시티를 유럽 정상급 클럽으로 만든 카타르 출신의 만수르이며 미국 투자가 가운데는 MLB(북미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로 리버풀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존 헨리가 있다.

오랫동안 프로야구단 운영을 모기업 홍보와 모기업 제품의 광고에 주로 활용했던 일본 프로야구에서 결정적 변화가 일어난 것도 2000년대 초반 일본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단주들의 등장과 연관돼 있다. 이들이 집중했던 부분은 야구장의 소유권 또는 광고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일본 굴지의 IT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홈구장 후쿠오카 돔을 과감하게 매입했고 2014∼2020년 6번이나 재팬 시리즈 정상에 올라 일본 프로야구의 소프트뱅크 왕조시대를 열었다. 또한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도 2005년 야구단을 창단하며 야구장 광고권을 비롯한 상업적 권리를 획득했고 2013년 일본 정상에 올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2013년 프로야구 1군 무대에 데뷔한 NC 다이노스는 IT 게임 업체가 모기업인 구단답게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단 초기부터 기존의 선수 출신 전력분석원은 물론이고 선수 출신이 아닌 야구 데이터 분석가까지 포함한 데이터 팀을 구성해 ‘데이터 야구’의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이는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구단 오너십 변화를 통해 괄목할 만한 혁신을 이룬 리그는 단연 NBA(북미프로농구)다. NBA는 금융공학을 신봉하는 월스트리트 투자가들과 실리콘밸리 경영인들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IT를 활용한 첨단 데이터 분석과 과감한 선수 트레이드로 리그의 산업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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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NBA 구단주 지형도와
변모한 트레이드 문화

2010∼2015년 무려 13명의 NBA 구단주가 바뀌었고 이때부터 NBA의 경영 혁신은 본격화됐다. 기존 NBA 구단주들은 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으로 성공한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지역정서에 민감했으며 구단 운영의 목적을 단지 수익 사업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사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NBA 구단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글렌 테일러는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NBA 구단주였다. 그는 결혼식 대행업을 통한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 최대 규모의 인쇄업체까지 운영했던 경영인으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구단주가 됐다. 2014년에는 미네소타주를 대표하는 지역신문인 스타 트리뷴의 경영이 악화돼 매물로 나오자 이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NBA 시장에 진입한 구단주들은 대부분 금융 투자 그룹이나 IT 업계 출신이었다. 이들은 과거 NBA 구단주처럼 경제적으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증권이나 IT업에서 터득한 경영 방식을 구단 운영에 접목했다.

그들이 집중한 부분은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단 성적과 수익을 상승시킬 수 있는 과감한 트레이드였다. 마치 선수를 체스의 말처럼 다루는 이 같은 방식은 NBA의 오랜 팬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구단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 있었다.

유럽 축구와 달리 이적료를 통한 현금 트레이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NBA는 팀 전력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선수 트레이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 문화에 익숙한 NBA의 구단주들은 이때부터 매년 2월에 막을 내리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였다. 2015년에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이뤄진 거래가 역대 최다였다. 무려 43명의 NBA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는 29명의 선수가 트레이드됐던 2005년에 비해 거의 50% 이상 상승한 수치였다. 2015년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34명, 30명이 트레이드 대상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구단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도 트레이드 대상에 대거 오르기 시작했다. 2015년 14명에 해당되는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이 거래됐으며 2020년에는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15개가 트레이드됐다.

이런 이유로 한 시즌 NBA 판도는 시시각각 변하는 증권시장처럼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결정 나는 경우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잦아졌으며 몇 번의 트레이드로 특정 팀이 갑자기 우승 후보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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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리빌딩 프로젝트와
휴스턴 로키츠의 ‘모리 볼’

월스트리트 투자 그룹과 실리콘밸리 IT 전문가들이 함께 구단주로 참여해 NBA 구단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인 구단은 ‘보스턴 셀틱스’다. 보스턴 셀틱스는 1986년까지 16번이나 우승한 NBA의 최고 명문 구단이었지만 ‘백인의 희망’으로 불렸던 래리 버드 은퇴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침체기가 계속되던 2002년, 보스턴 셀틱스는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의 공동 회장인 스테판 파글리우카, 벤처캐피털 업체 하이랜드캐피털(Highland Capital)의 파트너 위크 그로스벡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그의 아버지 어빙 그로스벡이 4300억 원을 투자해 보스턴 셀틱스 구단을 인수했고 곧 지분을 투자 업계와 IT 기업 인사들에게 넘겼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일하면서 배웠던 금융공학적 투자 기법과 IT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을 ‘보스턴 셀틱스 살리기’에 곧바로 적용했다.

셀틱스 재건을 위해 구단주 그룹이 선택한 단장은 농구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던 선수 출신의 대니 에인지였다. 대니 에인지 단장은 NBA의 전통적인 팀 리빌딩 방식을 버렸다. 전통적으로 NBA는 서로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승률이 높은 팀으로 만드는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대니 에인지는 슈퍼스타 1명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우선적으로 농구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젊은 선수와 드래프트 지명권을 트레이드를 통해 모았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구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슈퍼스타급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오기 위한 일종의 미끼였다. 팬들은 29%의 승률에 머물러 있는 보스턴 셀틱스를 비난했지만 구단주 그룹은 대니 에인지의 접근 방식을 지지했다. 역대 NBA 우승 팀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 결과 대니 에인지의 판단이 맞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때를 기다리고 있던 대니 에인지는 트레이드를 통해 대형 스타 선수인 레이 앨런과 케빈 가넷을 보스턴 셀틱스에 합류시켰고 마침내 2007-2008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 셀틱스의 리빌딩 방식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많은 NBA 구단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유명한 채권 중개인으로 휴스턴 로키츠의 구단주가 된 레슬리 알렉산더는 발 빠르게 벤치마킹에 나섰다. 그는 대니 에인지의 수제자이자 데이터 분석가 대릴 모리를 단장으로 영입했다.

데릴 모리는 그의 모교인 MIT 슬론스쿨에서 2006년부터 매년 스포츠 애널리틱스 콘퍼런스를 주최했을 정도로 스포츠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지대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대니 에인지의 트레이드를 통한 슈퍼스타 영입 방식을 활용했다. 하지만 여기에 데이터 분석가답게 한 가지 요소를 추가했다. 그는 3점 슛을 잘 넣을 수 있는 스타 선수의 영입에 방점을 찍었다.

모리는 NBA 통계 자료를 분석하면서 3점 슛이 팀의 기대 득점과 승리 확률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당시까지 30%를 넘지 못했던 3점 슛 성공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그가 리그 최고의 3점 슈터로 손꼽히는 제임스 하든 영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었다.

모리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하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8-2019시즌에 득점왕에 오른 하든은 1경기 평균 5.1개의 3점 슛을 성공시켰으며 성공률은 36.8%였다. 3점 슛을 통한 승리 확률 상승의 신봉자가 창조한 휴스턴 로케츠는 2018-2019시즌 1경기 평균 3점 슛 시도 횟수가 무려 45.4회나 될 정도였다. 실제로 모리 단장이 열어젖힌 NBA의 3점 슛 시대는 2018-2019시즌에 만개했다. 역대 최다인 2만7955개의 3점 슛이 터져 나왔으며 이는 1980년대(1980∼1989년)에 나온 3점 슛 2만3871개보다 많은 수치였다.

휴스턴은 모리 단장 부임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리그 승률 2위 팀이 됐고 평균 관중도 1만8000명을 기록하며 NBA의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한때 야오밍의 성공을 통해 중국 내 인기에 의존한 구단 경영 방식을 답습했던 휴스턴의 변신은 이렇게 완성됐다. 비록 모리 단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필라델피아로 옮겨가게 됐지만 그가 남긴 혁신 경영 스타일은 ‘모리 볼’이라는 명칭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왜 월스트리트 투자가와
실리콘밸리 경영자는 NBA에 투자했나?

그렇다면 왜 월스트리트 투자가와 실리콘밸리 경영자는 다른 미국 프로스포츠가 아닌 NBA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을까?

우선, 농구라는 스포츠의 종목적 특성을 꼽을 수 있다. 한 팀에 5명으로 구성돼 있는 농구는 한 개인의 뛰어난 활약이 팀 성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스트롱 링크 스포츠(Strong-link sport)’다. 이는 한 팀이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적으로 10번의 패스를 통해 골을 넣기 때문에 팀 조직력이 다른 팀 스포츠에 비해 중요한 위크 링크 스포츠(Weak-link sport)인 축구와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농구는 한 명의 슈퍼스타 영입을 통해 가장 빠르게 팀 성적을 뒤바꿀 수 있는 스포츠다. 물론 야구의 투수나 아메리칸 풋볼의 쿼터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 팀의 구성원 숫자가 농구보다 많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다소 반감된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팀을 리빌딩할 수 있는 농구는 월스트리트 투자가나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종목이었던 셈이다.

또한 농구가 축구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기라는 점도 이들에게는 중요했다. 농구는 세계화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미국의 프로스포츠 리그인 MLB(북미프로야구)와 NFL(내셔널풋볼리그)은 제한된 국가에서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해외 시장 확대가 용이하지 않다.

NBA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제외하면 가장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다. 그 비중은 MLB, NFL, NHL 등을 압도하고 있다. 리그의 국제화와 상업화 전략에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리그에 대한 해외 관심도가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박지성이나 손흥민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지 않았다면 한국인들의 프리미어 리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월스트리트 투자가나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에게 NBA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 ‘야오밍 효과’와 깊게 관련이 돼 있다. 외국인 선수 최초로 NBA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움직이는 만리장성’ 야오밍은 NBA 구단주들에게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선명하게 각인했다.

야오밍의 대성공 이후 NBA는 해외의 농구 유망주를 어떻게 NBA 무대로 끌어들일 것인지에 집중했다. 현재 NBA 유소년 아카데미 3개가 중국에서 운영 중이며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인도, 세네갈에서도 유소년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미래의 해외 NBA 스타들의 보고가 될 수 있는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NBA는 아프리카 9개국의 팀이 참가하는 바스켓볼 아프리카 리그도 창설했다. 이 같은 NBA의 국제화 전략은 새롭게 NBA 구단주 자리에 오른 월스트리트 투자가나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가속화되고 있다.

설령, 해외 아카데미를 통해 기대했던 만큼 NBA 스타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아카데미 출신자들이 NBA에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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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의 미래와 그들에게 남겨진 과제

해외 시장에서 확장성이 큰 NBA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전국적으로 60만 개의 농구 코트가 존재하는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축구 굴기’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NBA의 인기는 높다.

NBA 구단주들은 특정 종목 경기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해당 종목 경기 관람에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68배나 높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구가 축구 다음으로 팀 스포츠로는 참여 스포츠 인구가 많으며 전 세계 각지에 분포돼 있다는 점도 그들이 해외 유소년 아카데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NBA 구단주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 전략에는 어려움도 함께 존재한다. 특히 NBA의 최대 고객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NBA는 상업성과 정치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한 대처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NBA의 데이터 혁명과 3점 슛 시대를 주도했던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대릴 모리는 이 같은 갈등의 주인공이 됐다. 모리 단장은 홍콩 시위 사태가 심화되던 2019년 10월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을 지지한다”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민의를 살폈어야 했다”고 응수했으며 NBA 중계권을 확보한 CCTV와 텐센트의 중계 스케줄에서 휴스턴 경기를 제외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베이징에 있는 NBA 공식 스토어 진열대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휴스턴 상품이 사라졌다.

그동안 선수나 구단 임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표적 리그로 평가받던 NBA는 거대한 시장인 중국을 의식해 “NBA는 선수, 임원, 구단주의 언행을 규제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위기를 피해 나가려고 했다. 또한 N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는 모리 단장의 메시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으며 휴스턴의 ‘슛 도사’ 제임스 하든은 “우리는 중국을 사랑한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른바 중국에 대한 NBA의 ‘자기 검열’이 본격화된 셈이었고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중국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NBA의 상업주의를 비난했다. 특히 경제적 이익 때문에 흑인 인권과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NBA가 이중잣대를 활용한다는 비판은 2020년 NBA가 ‘흑인의 인권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기치로 내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면서 거세게 일어났다.

대중국 문제뿐만 아니라 NBA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 문제도 있다. 새로운 세대의 구단주들이 NBA를 지휘하게 되면서 빠른 팀 리빌딩을 위해 깜짝 놀랄 만한 대형 스타들의 트레이드 숫자가 늘어났다. 이는 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효율적인 전략임에는 분명하지만 팬들의 불만도 커졌다.

마치 선수를 한 인간이 아니라 카지노의 칩처럼 교환 가능한 재화로만 생각한다는 불만이다. 워낙 트레이드가 잦아지면서 특정 팀을 응원하고 있는 NBA 지역 팬들은 “우리에게는 이젠 프랜차이즈 플레이어가 없으며 단지 우리는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데이터를 신봉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NBA 경영 문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한 명의 스타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조연급 선수로 이뤄진 저비용, 고효율의 팀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종성 교수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면서 스포츠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국 드몽포트대(DMU)에서 스포츠문화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스포츠문화와 경영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포츠 문화사』 (2014)와 『A History of Football in North and South Korea』 (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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