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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비대면 전략

경험을 확장하는 ‘언택트 룰’
코로나는 기존 판 뒤집을 기회

박영은 |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대면의 상황은 국내 시장에 갇혀 있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도, 글로벌 시장에 이미 진출한 기업에도 선두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이라면 콘텐츠를 구현하고 고객과 만날 때는 신기술을 접목한 ‘엔터텍(Entertainmnet + Technology)’ 전략을, 해외에 진출하고 조직 구조를 설계할 때는 경계를 허무는 ‘엔터글(Entertainment + Globalization)’ 전략을 써야 한다. 5G, VR/AR/XR 등의 기술로 새로운 장르와 룰을 창출하고 있는 글로벌 언택트 플랫폼들은 이런 엔터텍의 양상을 보여준다. 아울러 글로벌 온라인 전용 콘서트 전문 회사를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 경계 없는 모듈식 조직으로 거듭나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를 이끌어 가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사례는 엔터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우리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는 미래 5년, 10년 뒤에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을 앞당겼을 뿐이다. 특히 대중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사업 승부수를 걸었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 비대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다. 이 중 콘텐츠를 구현하고 고객과 만날 때는 신기술을 접목한 ‘엔터텍(Entertainmnet + Technology)’ 전략을, 해외에 진출하고 이에 걸맞은 조직 구조를 설계할 때는 경계를 허무는 ‘엔터글(Entertainment + Globalization)’ 전략을 써야 한다.

엔터텍:
기술을 통한 콘텐츠의 구현과 고객과의 만남

팬데믹 이후 5G,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및 확장 현실(XR, Extended Reality) 등의 디지털 신기술이 우리 생활에 더 빨리 스며들었다. 특히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객체를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AR는 현실과의 단절을 택하는 VR의 단점까지 뛰어넘었다. 또 5G처럼 빠르고 끊김 없는 통신 기술은 현실의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객체와 연결하는 AR를 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AR와 VR의 장점을 합친 혼합 현실(MR, Mixed Reality)까지 등장했다.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화면 크기가 한정돼 상대적으로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AR의 단점을 보완해 MR는 사용자로 하여금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이제는 실제와 가상을 통합하고 이를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AR, VR, MR를 모두 아우르는 XR는 가상공간에서도 다양한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인류가 추구했던 새로운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줬다. 실제로는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지만 페루 잉카문명의 고대 요새인 마추픽추를 걷고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세 추적, 360도 뷰, 공간 음향 등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제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려면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언택트(untact)를 뛰어넘는 온택트(ontact)1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러 기법을 혼합한 ‘언택트 장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야 한다.

1. 신기술 기반 ‘온택트 플랫폼’의 등장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미 목소리.”

2020년 10월10∼11일 이틀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MAP OF THE SOUL ONE)’ 콘서트는 온택트 공연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엔터텍의 신세계를 열었다. 이 콘서트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비록 온라인 생중계지만 BTS가 팬클럽 ‘아미’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며 공연할 수 있게 한 ‘아미 온 에어(ARMY on Air)’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대형 LED 스크린 화면에 사전 응모와 추첨을 통해 선정된 팬들의 얼굴이 비춰졌고, 함께 음악을 따라부르는 ‘떼창’과 응원 소리가 무대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공식 응원 도구인 ‘아미봉’도 블루투스를 통해 연동할 수 있도록 해 집에서도 실제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뤄 팬과 BTS 사이의 실시간 소통이 완성되고 함께 호흡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BTS 역시 “이렇게 화면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기분 좋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까 힘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리”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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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BTS의 콘서트는 단지 공연 실황을 고화질 카메라로 온라인 중계하는 단계를 넘어 AR, XR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온라인 공연의 한계로 꼽혔던 관객과의 소통 부족을 극복했다. BTS와 아미가 쌍방향으로 에너지를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한 셈이다. 실제로 4개의 대형 무대와 함께 선보인 AR, XR 기술은 가상의 공간에서도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라이브 스트리밍에 4K와 HD의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고 6개 앵글을 한 스크린에 담았다. 마치 영상통화를 하듯이 각 멤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클로즈업부터 화려한 전체 안무를 한 눈에 만끽할 수 있는 풀샷까지 제공했다. 정해진 화면이 아니라 동시에 재생되는 각기 다른 6개 멀티 뷰 화면 중에 보고 싶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팬들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관객이 온라인에서도 능동적인 주체로서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심지어 멀티뷰는 오프라인에서도 팬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로써 BTS의 온택트 공연은 경험의 ‘대체’에 그치지 않고 ‘확장’을 가져온 차별화의 대명사가 됐다.

콘서트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온라인으로 동시 시청하기 위해 전 세계 191개국에서 99만3000명이 유료 시청권을 구입했고, 시청권 매출만 5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오프라인 경험이 다르긴 하지만 100만 명이란 숫자만 놓고 보면 사실상 5만 명이 참석한 콘서트를 20번 개최한 효과다. 6월에 처음 열렸던 ‘BTS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가 온라인 유료 콘서트 사상 최대 관객 수였던 75만 명을 동원했는데, 이번에도 BTS는 자신들의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두 차례에 걸친 BTS의 온라인 콘서트는 오프라인 콘서트가 전면 중단된 아쉬움을 신기술을 통해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대중을 방 안에 가둔 팬데믹의 현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특히 시공간을 확장, 증폭시킨 테크놀로지는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려는 모든 기업에 필수가 됐다. 보통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선두주자(First-mover)는 그에 걸맞은 이점을 누리게 된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시장의 리더가 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자가 진입하기 전에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고객을 고착화(Lock-in)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제품 표준이 돼 전환비용을 높인다. 즉, 기존 이용자가 쉽게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지 못하게 고객을 붙잡아두는 것이다. 물론 선두주자는 늦게 시장에 합류하는 후발주자(Late-mover)보다 더 큰 재정적 부담과 개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초기 움직임에 잘 반응한다면 투자 금액을 회수하고 매력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점적 위치를 갖게 된다.

물론 이점을 상쇄할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고, 처음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따르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과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과감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언택트가 하나의 장르가 되려면 단순히 무대 위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BTS의 콘서트도 음악이나 공연을 녹화만 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기법을 동원해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제 기업들에 남은 과제는 온택트 플랫폼과 연동된 핵심 기술을 어떻게 확보하고 특허 출원할 것인지, 새로운 장르와 기존 기업의 유•무형 자원을 어떻게 적절히 섞을 것인지다. 사실 VR, AR, MR, XR 등의 기술 자체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기에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혼합 현실의 어느 지점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독점적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할 것인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

2. 고객 감동을 선사하는 ‘언택트 룰’의 창출

공연예술계에서도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장의 질서, 즉 ‘언택트 룰’이 만들어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 대중문화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 Over The Top)을 바탕으로 새로 단장한 데 이어 이제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예술 분야도 공연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에 내보내고 있다. 공연 영상의 유료화를 통한 수익화 실험도 한창이다.

새로운 ‘언택트 룰’의 핵심은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이전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을 더하는 데 있다. 그래야 고객의 지불 의사를 창출하고 유료 결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뮤지컬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영상 촬영을 위한 공연을 따로 진행했다. 모차르트의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영상 유료화를 위해 풀 HD 카메라 9대, 지미집 2대 등을 사용하는 등 촬영 규모를 키우고 품질을 높였다. 촬영 기법을 동원해 시청자가 좋아하는 특정 배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주고 48시간 다시 보기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리고 주연 배우인 김준수를 비롯해 주연 배우 각각의 버전으로 유료 ‘네이버 V라이브’에서 공연 관람권을 팔아 배우 캐스팅이 달라질 때마다 뮤지컬을 재관람하는 소위 ‘회전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스트리밍과 주문형 비디오(VOD) 48시간 관람권은 3만3000원으로 주말에 열린 ‘모차르트’ 10주년 기념 공연 VIP석 가격이 15만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회전문 관객들로서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부담 없는 가격에 여러 배우별 버전을 경험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마찬가지로, 국립국악원도 연주자들의 표정과 무용가의 세세한 동작을 360도 전 방향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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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택트 장르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방구석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통합 안내 누리집을 운영하며 모든 비대면 공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맵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산하기관인 국립오페라단은 추석 맞이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를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지난 7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국가별 오페라의 무관중 공연 녹화본을 모두 제공했다. 이러한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소년합창단은 팬데믹으로 매년 하던 세계 공연이 취소되자 창단 522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공연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동안 번갈아 가면서 투어와 현지 공연을 했던 4개 팀을 한꺼번에 무대에 세움으로써 또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이 공연은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이다지오(Idagio)’를 통해 5.9유로(약 8000원)에 제공됐다.

언택트 룰과 언택트 장르를 창출하고 싶다면 ‘역포지셔닝(Reverse Positioning)’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역마케팅’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전략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장 기본적이거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기능을 과감히 삭제하고 독창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종의 ‘일탈’에 가깝다. 예를 들어, 한참 야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야후나 대부분 포털의 첫 페이지는 수많은 정보와 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이때 등장한 구글은 텅 빈 공간을 택했다.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전혀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구글은 여백을 택하는 대신 경쟁 포털을 압도하는 빠른 검색 스피드를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애플도 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 홍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폰이 없는 경우’라는 태그를 사용했다. 이 역시 애플이 경쟁 제품보다 훨씬 우수한 디자인과 음성, 데이터 저장 장치, 카메라 등의 기능을 갖추고 차별화된 품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기술이 바탕이 된 역마케팅은 고객이 제품만 찾는 게 아니라 회사까지 찾도록 유도한다. 직접적인 제품 및 서비스 구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 효과를 넘어 고객 감동과 감사를 전할 수도 있다. 언택트 시대에도 고객 감동에 더 집중하는 스마트한 마케팅 전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크툰스튜디오(Marketoon Studios)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톰 피시번(Tom Fishburne)은 “최고의 마케팅은 마케팅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역마케팅은 이렇게 잠재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지향하고, 정직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방식이다. 이런 일탈이 통할 경우 기업의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마음에 각인되고, 소비자는 그 기업의 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같은 마케팅은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필수로 알아야 하는 기법이다. 비대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신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콘텐츠의 내용을 전해주기 바쁘다. 그러나 콘텐츠 구매나 플랫폼 서비스 사용을 강요하기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고객에게 감동을 줄 다른 방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엔터글:
해외 진출을 위한 경계 없는 조직 설계

모든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징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으로 대변된다. 이 같은 특징은 코로나로 전 세계가 같은 시름을 앓고 있는 작금의 현상과 매우 닮아 있다. 그중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국가 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관계를 심화시키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교류, 기술 및 시장의 전 세계적 확장을 통해 이뤄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물리적인 이동을 넘어 가상의 공간을 통한 국가 간 교류와 확장이 더욱 지속될 것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국내 엔터사들의 활동 무대가 해외로 더 커질 수 있다. 비대면 상황은 글로벌 시장을 모두 포괄하는 전략,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과 경계 없는 조직 구조의 설계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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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더닝의 절충이론(OLI 패러다임)’2 또는 ‘거래 비용 이론(Transaction cost)’과 같은 전통적인 이론에 기반해 발전해 왔다. 이들은 주로 해외 진출 초기의 진입에만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전통적인 국제경영학은 기업이 외부화(Externalization)를 통해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먼저 쌓은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내부화(Internalization)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화는 수출, 아웃소싱 또는 라이선싱 계약에 기반을 둔 해외 진입 방식이다. 반면 내부화는 투자 회사의 자원, 즉 현금이나 지분 등을 투입하면서 더 높은 위험과 더 많은 통제 권한을 동반한다. 이러한 내부화는 위험과 통제권의 수준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기업 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전략적 제휴를 비롯해 조인트벤처와 같은 합작 투자 혹은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이 있으며, 처음부터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해외에 설립해 100% 소유권을 보유한 계열사를 갖는 ‘그린 필드(Greenfield)’3 방식도 있다.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국제경영에서는 기업이 외부화로 먼저 경험과 지식, 기술을 축적한 뒤에라야 통제력과 소유권을 높일 수 있는 내부화 전략으로 점차 변경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독창적이고 개별적인 각각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제품이 아니라 과거 ‘절충이론(OLI 패러다임)’ 혹은 ‘거래비용 이론’ 등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힘들어 졌다. 특히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은 훨씬 더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돼 왔던 전통적인 모델’을 가지고 억지로 끼워 맞춰 설명하려 하니 뭔가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1. SM 사례: 글로벌 온라인 전용 콘서트 전문 회사 모델

국내 엔터사의 리더로서 글로벌 한류를 이끈 선봉장,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해외 진출은 1997년 시작됐다. 그동안 SM은 전통적인 글로벌 진입 전략을 따라왔다. 소속 가수 중 여성 3인조 S.E.S.를 일본과 대만 시장에 진출시켜 성공을 거둔 뒤, 13세의 신인 BOA(보아)를 2001년 일본에 진출시켰다.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SM은 글로벌 캐스팅과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일본, 중국, 미국 등에 지사를 세웠다. 2011년에는 태국 최대의 복합 미디어 통신 네트워크 그룹인 트루비전그룹(True Vision Group)과 첫 해외 합작 법인인 SM 트루(True)를, 2014년에는 홍콩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디어아시아그룹(Media Asia Group Holdings Limited)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법인을 만들었으며, 같은 해에 에이백스뱅가드 및 유니버설뮤직 재팬과 디지털 음악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3자 합작회사 에브리싱재팬(everysing Japan)도 설립했다.

그러던 SM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콘서트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해외 진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글로벌 온라인 전용 콘서트 전문 회사인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Beyond LIVE Corporation, 이하 BLC)’을 세우며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온라인 공동 사업의 전초기지를 만든 것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전용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의 기획과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데, SM의 콘텐츠 프로듀싱 능력, JYP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크리에이티브, 네이버의 기술 결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행보는 자체 플랫폼 확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4월 코로나가 확산됐을 때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열린 온라인 전용 콘서트도 ‘비욘드 라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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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기 SM의 해외 진출은 기업이 국내 시장에 먼저 안착한 뒤, 해외 경험을 쌓아가면서 전략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전통적인 국제경영학 이론에 부합했다. 그러나 이번 전문 회사의 설립은 단지 새로운 플랫폼 론칭이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비대면 시대에는 물리적 경계를 단번에 초월할 수 있다는 것, 이로써 ‘엔터테인먼트 해외 진출’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의미를 가진다.

2. 빅히트 사례: ‘본 글로벌’과 경계 없는 모듈식 조직

앞서 엔터텍 사례로 소개된 BTS의 온택트 공연은 빅히트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가 개발해 운영하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해 송출됐다. 위버스는 2019년 6월 론칭 이후 1년 만에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가입자 900만여 명을, 2020년 9월 말 기준 가입자 1500만 명을 모으며 글로벌 팬덤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위버스의 차별점은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공연과 관련된 모든 활동, 즉 티켓 결제부터 관람, 공식 상품 구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한 번에’ 가능케 한 것이다. 위버스와 연결된 숍(Weverse Shop)에서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한다. 팬 멤버십부터 공연 이용권,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화보집, 공식 상품 등 머천다이징 종류도 다양하다. BTS 콘서트 이용권 역시 위버스샵에서 판매됐다. 멤버십이 있는 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하기 위해 이용권은 멤버십 회원에게는 2만9000원에, 비회원에게는 3만9000원에 판매됐다. 이런 가격 전략에 힘입어 공연을 앞두고 약 1만여 명의 새로운 비회원이 유료 팬 멤버십에 가입했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공연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은 위버스와 위버스샵에 있는 ‘공연 바로 시청하기’를 클릭해 공연을 즐길 수도 있게 했으며 별도 공지된 URL을 통해서도 공연 당일 라이브 스트리밍 웹페이지에 접속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글로벌 통합 플랫폼 덕분에 두 차례의 콘서트는 동시 접속자 약 75만 명과 100만 명을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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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위버스는 ‘글로벌 비대면 팬덤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전 세계 팬과 아티스트가 바로바로 쉽게 댓글이나 포스팅을 남길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는 빅히트 소속 가수들과 팬과의 최정상 소통 전략을 보여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븐틴, 뉴이스트 등의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에 빅히트는 더 다양한 그룹을 기획•관리, 음원•음반, 공연 기획 및 제작을 할 수 있게 됐고, 위버스 역시 곧바로 이들 가수의 커뮤니티를 열어 글로벌 비대면 팬덤 문화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처럼 2020년 봄부터 빅히트가 보인 발 빠른 행보는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조직 구조의 관점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태생부터 글로벌을 지향하는 ‘본 글로벌(Born Global)’ 조직으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본 글로벌이란 국내 시장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성장한 뒤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설립 초기부터 여러 국가의 정보와 자원을 사용하고 콘텐츠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형태를 말한다. 본 글로벌 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글로벌 리딩 기업들에 비해 가용 자원이 적기 때문에 몇 가지 핵심 활동만 내부화하고, 나머지는 외부화해야 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문화적 갈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 조정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 글로벌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연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관리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경계 없는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계 없는 조직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GE(General Electric)의 변화를 주도한 전직 CEO 잭 웰치가 주장한 이래 줄곧 기업들의 관심사였다. 잭 웰치는 마케팅과 재무 등 부서 간 존재하는 수평적인 경계, 일반 직원과 관리자 등 계층 간 존재하는 수직적인 경계, 기업 내부와 고객, 공급사, 규제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외부적인 경계, 국가 간 지리적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장벽 없는(Barrier-free) 조직’ ‘모듈식(Modular) 조직’ ‘가상(Virtual) 조직’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조직이 아니라 더 개방적이고 지식과 정보가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조직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경계 없는 조직의 필요성이 비대면 상황에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디테일한 방법은 기업 규모와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상 경영 상황일수록 기업들이 경계를 허물면서 빠르게 변신하고, 조직 내부 및 외부 고객과의 관계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버스는 경계 없는 조직 중에서도 ‘모듈식’ 조직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빅히트는 팬들을 바라보는 철학만 일치하면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가리지 않았다. 온라인 유료 콘서트도 빅히트와 MOU 업무 협약을 맺은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 모바일(Kiswe Mobile)’이 맡아 진행했다. 하나의 화면 안에서 6개의 앵글로 콘서트를 중계할 수 있었던 것도 키스위가 가진 ‘멀티뷰 라이브 스트리밍’ 원천 기술과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한 멀티채널 융합 기술덕분이었다. 키스위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내보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빅히트는 그들의 빠진 퍼즐(기술)을 협업을 통해 채워 넣었다.

빅히트는 적절한 외부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외부 공급 업체의 지식과 전문성을 아웃소싱함으로써 핵심 기술을 추가하고 동시에 조직 학습을 가속화했다. 원래 모듈식 조직 모델은 제조업 분야에서 제품 및 서비스의 단위를 모듈식으로 관리하는 데서 시작됐으나 내부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자본과 소규모 관리팀으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빅히트는 글로벌 통합 플랫폼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원스톱 서비스’ 제공, ‘글로벌 비대면 팬덤 문화’ 조성, 아웃소싱과 기술 협업을 통한 ‘모듈식 조직 설계’라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해외 진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3. 영화제 사례: 온•오프라인의 결합과 탈경계의 시작

코로나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영화 부문이다. 특히, 영화를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였던 각종 국제영화제가 위협받고 있다. 1930년대 처음 국제영화제가 생긴 이래 칸, 베니스, 베를린 등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은 해외 시장 진출을 가장 빠르게 해주는 익스프레스 열차와도 같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영화들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장소이며, 입소문이 시작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도, 세계 곳곳에서 몰린 배급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계 축제의 취소, 연기, 축소는 이 같은 첫 만남의 순간을 제한하면서 극장 시대의 종말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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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영화제가 올스톱된 것은 아니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2020년 10월21일부터 30일까지 부산 센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25회 부산 국제영화제에는 코로나로 2주 연기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68개국에서 192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다만 기존보다 출품작 수가 줄었고, 상영관도 영화의전당 6개 관으로 제한됐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유료 좌석의 25%만 입장이 허용됐다. 상영 횟수도 1편당 1회를 원칙으로 했으며 해외 게스트 초청도 할 수 없었다.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상황이었지만 덩치보다 내실을 기하겠다는 영화제의 목표는 수준 높은 영화들을 엄선해 역대급 라인업을 갖춤으로써 달성됐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인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선댄스에서 큰 화제를 낳은 ‘미나리’,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이 부산에서 공개됐다.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칸 국제영화제의 주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칸 2020섹션’에서는 프랑수아 오종의 ‘섬머85’, 내년도 아카데미 유력 노미네이트 작품인 ‘암모나이트’ 등 화제작도 상영됐다.

또한 한국 영화의 경우 ‘게스트와의 만남(GV)’ 참여도도 높았고, 코로나로 현장에 오기 힘든 해외 게스트들은 현지와 온라인 연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베트남, 태국 등 해외 현지와 부산에서 동시에 작품을 상영하고 양국 관객이 실시간 온라인으로 함께 GV를 보는 등 국경을 뛰어넘는 새로운 유형의 영화제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의 큰 화젯거리는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 ‘사냥의 시간’의 국내 최초 극장 상영이었다.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영화제나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첫선을 보이며 OTT를 통한 개봉 방식의 물꼬를 텄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영화제나 극장이 관객과의 ‘첫 만남의 자리’가 된다는 공식은 깨지게 됐다. 실제로 코로나는 영화 관련 기업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난해에 비해 관객 수가 70∼8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신작을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등 OTT를 통해 개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상영관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을 택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는 관람료를 1000∼2000원 인상하고 전국 직영점 119개 중 35∼40개인 약 30%를 추후 3년 안에 줄이기로 결정했다. 결국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영화제와 상영관은 ‘집 안의 극장’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것인가? 어느 지점에서 타협과 절충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상영업자 등 업계 관계자들은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0년 들어 10월15일까지 제작, 개봉 등이 진행된 한국 영화 119편, 해외 영화 16편 등 총 135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추가 집행된 비용만 이미 329억 원에 달한다. 이 추가 비용은 대부분 프리 프로덕션(34억 원), 프로덕션(73억 원), 포스트 프로덕션(72억 원) 등 실질적인 제작 단계에서 발생했다. 코로나로 국내외 야외 촬영이 취소되면서 추가 세트 제작, 스튜디오 임대, CG(컴퓨터그래픽)와 DI(디지털 색보정) 등에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사와 방역, 촬영 지연 등으로 인해 배우나 스태프의 인건비도 늘었다. 이 밖에도 후반 작업 기간 연장으로 인한 추가 비용, 개봉 연기로 인한 홍보나 마케팅 비용 등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는 비용도 계속해서 불어났다. 이 같은 비용은 결코 특정 영화 기업이 짊어지거나 전략을 잘 짜서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팬데믹으로 변화된 영화 생태계 자체나 한 영화를 둘러싼 영화 기업들 간의 자금 순환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또한 콘텐츠 수급에 있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우리는 비대면 시대에 동영상 플랫폼이 탈경계화돼 가고 있다는 현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은 유튜브, 네이버TV, 아프리카TV, 카카오TV 등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면서 플랫폼 간 경계를 지우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영화 기업들은 다른 영화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게임 등 다른 장르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한정된 시간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영화가 기존의 관객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결합을 넘어 플랫폼을 넘나드는 탈경계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4. 중소 엔터사 사례:
가상 조직을 통한 비대면 온라인 협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비대면 상황 속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 진출을 주도하기엔 인적, 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의 여러 중소 엔터사가 해외 기업과 협업을 통해 시장을 함께 발견하면서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가령, 미국 뉴저지에 있는 ‘스튜디오 PAV’는 2020년 8월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 ‘온캐스트(ONCAST)’를 기반으로 K-POP 신인 그룹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2020 K-STAGE 콘서트’를 기획했다. K-POP 아티스트들 중 각국 현지에서 주목받는 팀들을 선별해 미국, 캐나다, 남미, 유럽 등에 선보이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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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언급된 경계 없는 조직의 유형인 ‘가상(Virtual) 조직’의 사례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기업이나 주체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일하는 방식이다. 즉, 독립된 기업들이 서로 연결된 상태로 기술, 비용, 시장에 대한 액세스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처럼 각자는 해외 진출이 어려운 중소 엔터사라도 정부나 해외 다른 기업과 가상 조직을 구축하면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학습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물론 가상 조직은 영구적일 수 없으며 가상 조직의 일원이 되려면 각 기업은 반드시 자신만의 핵심 역량을 갖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보유한 강점과 파트너사의 강점을 혼합해 일치시킬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가상 조직에 참여한 기업은 통제 권한의 일부를 포기하고 상호 의존적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집단 지성을 발휘해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다.

이런 가상 조직은 참여 기업의 역량과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비대면 전략이 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중소 엔터사들이 한정된 자원으로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경계 없는 조직의 마지막 축인 ‘장벽 없는(Barrier-free) 조직’도 적용해볼 만하다. 이런 조직은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여러 경계를 제거해주며 ‘소수 임원 혹은 잠재력 높은 개인에 대한 투자’가 ‘모든 개인의 재능을 활용’하는 투자로 관점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같은 조직 구조는 창의성과 혁신성이 요구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더욱 적합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리더라면 이런 장벽 없는 조직을 만들어 내부 직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내부 및 외부 고객의 의사소통 흐름을 원활히 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쟁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결론 및 시사점

글로벌 대혼란기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콘텐츠의 구현 방식과 관객과의 접점, 해외 진출 방식과 조직 구조 등을 모두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즉, 전통적인 경영학 이론에서 벗어나 테크놀로지를 더하고, 국가 간 경계를 무너뜨려 다양한 전략의 조합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위기 상황에서 기존의 전략을 과감히 철회하는 ‘턴어라운드(Turnaround)’가 필요하다. 턴어라운드는 기업 수명 주기의 어느 단계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제품이 성숙기 혹은 쇠퇴기에 이르렀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너무 쇠퇴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외부에선 어떤 시장과 고객이 여전히 매력적인지 식별하고, 내부에서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역동적인 사례들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각 기업에 적합한 전략들을 ‘조합(combination)’해야 한다. 하나의 전략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여러 대안적인 방식을 혼합하고 기업의 가치사슬에 걸쳐 다양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합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전략의 오류나 시간 지연(time lag), 혹은 인내가 필요할 때 포기하지 말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는 종종 통신장애, 시간 차 혹은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지금은 판을 뒤집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마련해보자. 마찬가지로,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삶에 대한 새로운 지혜와 전략이 간절해진다. 과감하게 울타리 밖의 세상으로 나와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를 창출하고 시장을 독점할 새로운 시장의 룰을 만드는 선두주자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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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의 경영대학 교수이다. 이 대 학의 전략센터(Strategic Planning & Development Center) 센터장을 지냈으며,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와 박사(전략 및 국제경영 전공)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연구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심사위원, 지역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심사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중동에서 부는 한류 바람을 몸소 체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영 전략에 관한 논문 및 저서를 활발히 집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경영학(2019)』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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