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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커뮤니케이션

고객이 당신의 e메일을 안 읽는 이유

이수민 |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언택트 영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e메일로 영업 성과를 높이려면 고객의 뇌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첫째,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매력적인 제목을 붙이자. 둘째, 도입부에서 질문으로 상대가 품고 있는 문제를 자극하자. 셋째, 단순한 메시지로 상대방 뇌의 쾌감을 자극하자.



면대면 세일즈가 어려워진 요즈음,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김 팀장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렵게 확보한 연락처로 e메일을 보내도 회신율은 숫자로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적다. 몇 군데 전화를 걸어 메일 수신 여부를 물었더니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상대의 대답은 이렇다. “어떤 메일을 보내신 거죠? 일이 바빠 확인 못 했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지만 팬데믹으로 기업의 존폐조차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적인 언택트 시대에 신규 고객을 만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무엇일까? SNS, 광고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지만, 특히 신규 고객 창출을 목적으로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홍보할 때는 e메일만 한 세일즈 도구가 없다. SNS에 비해 편의성과 확산성은 떨어지더라도 깊이 있는 소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는 세일즈 분야별로 다양하지만 e메일을 보내는 본질적인 목적은 모두 동일하다. 상대가 자신이 보낸 메일을 읽고 연락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연락은 고사하고 스팸 메일로 취급해 읽지도 않는다면 어떨까? 속은 상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응답하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도 매번 반복해서 말이다. 이런 희망 고문에 막연히 갇혀 있기에는 당신과 당신 조직의 상황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데도 말이다.

상대가 당신의 메일을 휴지통으로 보냈다면 그것이 상대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당신의 메일이 의미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지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의 작동 원리에 따르면 의미 없는 것에는 ‘주의(attention)’를 주지 않는 것이 효율적 선택이다. 물론 그 선택이 당신의 의도나 바람과는 다른 결과이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일을 작성해야 잠재 고객이 실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까?

1.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매력적인 제목 붙이기

수없이 많은 정보 처리에 바쁜 잠재 고객의 뇌가 당신 메일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려면 제목이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제목은 휴지통으로 제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떤 제목이 매력적일까?

카네기 멜론대에서 진행한 e메일 제목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자.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여러 종류의 e메일을 살짝 보여준 뒤 어떤 e메일을 읽을지, 삭제할지를 정하게 하고 그 이유를 말하게 했다. 여기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e메일의 제목을 두 가지 요인으로 판단해 볼지, 말지 그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유용성과 호기심이다.1 어떤 e메일이 유용성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까? 자신과 관련이 많은 e메일이다. 당신이 보낸 메일의 제목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느낄수록 클릭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세일즈 타깃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A와 B 중 어느 쪽이 매력적인 제목일까?

A: 석류 한정 판매

B: 갱년기로 불편을 겪고 있는 여성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석류 한정 판매

타깃이 세분화되고 특정된 B가 매력적이다. 갱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이나 그 가족이라면 이런 제목의 메일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타깃이 좁으면 놓치는 고객이 많아져 오히려 손해가 아니냐고. 즉, 갱년기 여성 외의 고객은 놓치면 어떡하냐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낚시로 비유해보자. 모든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는 없다. 잡고자 하는 대상 어종에 따라 각기 다른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갈치를 낚고 싶다면 갈치가 좋아하는 미끼를 써야 하고, 돌돔을 낚고 싶다면 돌돔이 좋아하는 미끼를 써야 한다. 모든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만능 미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세일즈 메일에도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만능 제목 같은 것은 없다. 타깃의 범위는 세일즈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타깃으로 삼는 목표 고객은 애매한 다수가 아닌 특정된 소수로 정해야 한다. 타깃은 좁지만 촘촘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세분화된 제목을 사용하는 것이 메일을 클릭할 확률을 높여준다. 모든 고객을 얻으려고 하면 모든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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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입부에서 질문으로 상대의 문제를 쿡 찌르기

매력적인 제목으로 상대의 클릭을 이끌어냈다면 이제 당신의 글을 읽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힘 있는 도입부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문제 쿡 찔러보기 방식이 효과적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것은 낡은 스마트폰의 기능 불만족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고,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미래의 수입 불안정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비용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해결을 보류하고 있을 뿐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자신의 아픈 구석이다. 살짝 찌르기만 해도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말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화를 받은 사람의 70%가 “대출 필요하시죠”라는 말에 넘어갔다고 한다.3 어려운 경제 환경으로 돈이 궁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대출 필요하시죠”라는 말은 통화를 끊기 힘든 강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절박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문제를 찌를 때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다음 글을 비교해보자

A. “이번에 출시되는 신차는 자율주행 기능이 있어 졸음운전 방지를 도와드립니다.”
B. “운전 중 졸음이 쏟아져 사고가 날 뻔하거나 견디기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지 않았나요?”

글을 읽는 사람이 자동차 구매를 위한 잠재 고객이라면 어느 문장에 더 끌릴까? B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전 중 쏟아지는 졸음으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두 문장 모두 졸음운전이라는 문제를 건든 것은 동일하지만 효과는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이 무엇일까? 질문이다.

A는 단순히 현상과 솔루션을 서술했다. 문제를 찌르기는 하지만 끝이 뭉툭한 꼴이다. 찌르는 효과가 덜하다. 반면 B는 다르다. 질문으로 끝을 날카롭게 만들어 찔렀다. 고객의 아픈 구석을 자극하는 효과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도입부에서 상대의 문제를 질문 형식으로 기술해보자. 문제를 자극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상대는 당신의 메일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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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순한 메시지로 고통 줄이고 쾌감 올리기

우리 뇌에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부위가 있다. 변연계(limbic system)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쾌감과 보상 중심부로 동기(motivation)가 생성되는 곳이다.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위도 있다. 전두엽 바로 아래에 있는 뇌섬엽(insula)으로 고통과 통증과 관련된 부위이다. 치통과 같은 물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연인과 이별할 때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때도 활성화되는 곳이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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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또 다른 작동 원리는 고통은 피하고 쾌감은 늘리는 것이다. 고통은 행동을 억제하고, 쾌감은 행동을 촉진하는 동기를 만든다. 상대가 당신의 글을 읽는 행동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측좌핵을 활성화해야 한다. 물론 반대로 뇌섬엽은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아래 두 가지 형태의 메시지를 읽어보자. (그림 3) 어느 쪽이 읽기 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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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읽기 힘든 글씨체를 사용했고 문장도 꽤 길다. 마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쉼 없이 달리는 것처럼 읽기가 힘들다. 뇌의 입장에서는 고통이다. 반면에 B는 문장이 짧고 그림을 활용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읽는 데 소모되는 인지 에너지가 적다. 뇌는 이것을 쾌감으로 받아들인다.

A와 B의 차이는 메시지의 표현 형태가 복잡하냐, 단순하냐의 차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A처럼 메시지가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 때는 뇌의 고통 중심부가 활성화되고 B처럼 단순한 메시지를 읽을 때는 쾌감을 느껴 보상 중심부 활동이 촉진된다고 한다. 복잡한 메시지는 뇌섬엽을 자극해 읽고 싶은 동기를 떨어뜨리고, 단순한 메시지는 측좌핵을 활성화해 읽고 싶은 동기를 촉발한다. 인지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리 뇌는 가능한 에너지를 적게 쓰려 하고, 그것을 보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텍스트를 고객이 알아서 친절하게 읽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간결한 문장을 활용해 단순화시키자. 상대의 뇌는 그것을 보상으로 여기고, 그 보상이 당신의 글을 읽게 만들 것이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잡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세일즈 글쓰기 워크샵’ ‘전략적 사고와 프레임워크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 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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