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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Back to Europe’ 이탈리아 기업 리쇼어링 사례

프라다도, 아르마니도 돌아왔다
효율성보다 안정성 기준으로 생산 기지 ‘유턴’

유지윤 |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백 투 이탈리아(Back to Italy)” 세계적인 액세서리 브랜드 ‘훌라’, 럭셔리 기업 ‘프라다’ ‘페라가모’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유명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수년 전부터 해외에 있던 공장들을 자국으로 유턴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2018년에 총 39건의 리쇼어링이 이뤄졌다. 이 기업들은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이탈리아 내부에서 완성하고 ‘Made in Italy’ 라벨을 붙였다. 이를 통해 품질 관리와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는 사업 환경 개선과 이탈리아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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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록다운(이동금지령) 및 셧다운(비필수산업 영업 중지)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세계화의 모토하에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있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효율성’을 중심으로 세계로 흩어져 있던 제조 및 생산 공정이 ‘안정성’을 중심으로 가치가 제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에서는 본격적인 리쇼어링(Reshoring)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 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4년부터 해외에 있던 생산공장을 다시 국내(이탈리아)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어떠한 이유로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온 것일까?

이탈리아의 리쇼어링 기업 추이

이탈리아는 경직된 노동 환경과 높은 에너지 비율, 그리고 기업의 세액 부담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은행(World Bank Group)에서 매년 실시하는 각국 사업 환경 조사(Doing Business)에 따르면, 2019년 이탈리아 내 기업의 실효 세율은 59.1%로 한국(33.2%)의 1.8배에 달한다. 이렇게 경직된 노동 환경, 높은 고정비용 등을 이유로 많은 이탈리아 기업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 루마니아, 체코 등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낮은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업체들이 다시 이탈리아 국내로 들어오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럭셔리 기업인 프라다(PRADA), 액세서리 업체 훌라(Furla), 토털 패션업체 보테가베네타(Bottega Veneta), 고급 요트의 대명사 아지무트(Azimut)까지, 더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지만 언급된 업체들이 모두 리쇼어링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토대로 해외에 있던 생산 공장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이른바, 리쇼어링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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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산하 EUROFOUND에서 발표한 보고서 ‘Reshoring in Europe; Overview 2015∼2018’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2014∼2018년 총 39건의 리쇼어링이 이뤄졌으며, 이는 유럽 내에서 영국(44건)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 중 5건을 제외한 34건은 모두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아퀼라(Aquila)와 볼로냐(Bologna)대와 밀라노공과대(Politecnico di Milano)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이탈리아 기업 175개가 국내로 생산지를 이미 이전했거나 향후 이전을 결정했다고 답해 국내로의 회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서 리쇼어링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의 리턴을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이로 인해 급증하는 실업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남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2014년부터 기업의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 33%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27.5%, 그리고 24%로 단계적으로 인하했고, 신규 노동법(Job Act)을 통해 노동 환경 개선으로 노사 간 불필요하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방지했다. 중앙정부의 꾸준한 법제 개혁으로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지방정부, 특히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부 지역에서 기업의 세액 공제, 인건비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 유치에 힘썼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정책은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탈리아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을까?

이탈리아는 리쇼어링을 위해 전반적인 국내 사업 환경 개선과 함께 장기적으로 이탈리아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2009년 이탈리아산 재료로 이탈리아에서 100% 제조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에만 ‘Made in Italy’ 로고를 붙이기로 법제화하면서 제조업의 본격적인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품목의 경우 원료부터 제조공정까지 100%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용이치 않았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는 한편 이탈리아 주력 수출 제품의 국내 생산력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원산지 관리를 위해 섬유•패션, 가죽 제품, 가구 품목에는 완화된 원산지 규정을 법제화해 발표했다. 제품 전 생산 공정의 원산지를 명확히 하고 이 중 각 부분에서 2단계 이상을 이탈리아에서 처리하는 제품에 ‘Made in Italy’ 로고 부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원산지 브랜드 전략의 결과는 제조업 분야별 리쇼어링 기업의 숫자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5년(2014∼2018)간 이탈리아 제조기업 중 국내로 생산 기지를 유턴한 총 34건을 분석해 보니 이 중 섬유•패션이 11건, 가죽제품 4건, 가구 3건으로 전체의 53%에 달했다.

리쇼어링 기업 사례

세계적인 액세서리 브랜드 훌라(Furla)도 이와 같은 이유로 2014년 리쇼어링을 단행했다.

1927년에 설립돼 이탈리아 볼로냐에 본사를 두고 있는 훌라는 가죽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훌라는 제조원가 절감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인근 지역에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제품 공정의 일부가 아시아 현지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들은 아시아 시장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중저가의 사용하기에 무난한’ 이탈리아 제품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아시아의 소비자들은 디자인부터 마감까지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 제품을 원하고 있었다. 이를 인지한 훌라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 시설을 모두 이탈리아 본사 인근 볼로냐 지역으로 이전했다. 생산 공정의 100%를 모두 현지에서 진행해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매출도 늘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리쇼어링 이후 2014년 훌라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성장했으며, 2018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5.3% 증가해 5년 만에 2배의 매출액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80%는 해외에서 판매가 이뤄져 훌라의 브랜드 전략은 리쇼어링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이러한 예는 이탈리아 고급 요트 제조사인 아지무트요트(Azimut Yachts)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지무트사는 이탈리아 최대의 슈퍼 요트 제조업체로, 30m 이상 대형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크루즈 요트에 있어서는 절대 강자로 불린다. 아지무트는 단일 규모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모터요트 생산 시설을 이탈리아 아빌리아나(Avigliana)와 비아레지오(Viareggio)에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수요가 증가하자 시설 확보를 위해 터키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신규 생산 라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고급 요트의 외장재 및 내장재 모두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사용되기에 이에 따른 물류비용이 새롭게 생산 원가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요트 내부에 설치되는 가구와 생활 편의 시설은 물론, 조립에 필요한 나사까지 크고 작은 부품들 중 현지 조달 가능한 부품이 거의 전무했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가구 및 부품을 터키로 이송해서 터키 공장에서 생산 및 조립을 한 뒤 다시 이탈리아나 수출지로 요트를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이렇다 보니 가구의 색상이나 크기 등 미세한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제품 납품에까지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결국 아지무트는 터키의 생산 라인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제품의 납품 일정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복귀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럭셔리 기업인 프라다(Prada)는 2011년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중국 자본 유치와 함께 중국에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중국 신흥 부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이름을 높이면서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생산•공급•판매 라인을 중국 내에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프라다는 중국의 럭셔리 시장 축소에 따른 판매 감소와 홍콩 주식시장의 주가 하락,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문제점에 직면했다. 이에 기업 차원에서 대대적인 생산 라인 조정에 나섰다. 가죽 및 섬유 클러스터가 위치한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생산 노하우를 지닌 전문 인력을 배치해 이탈리아에서 진행되는 공정을 늘려나갔다. 패션 분야는 유행의 흐름에 민감한 만큼 이탈리아에서 제품 출시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관리를 강화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프라다의 최고경영자는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제품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정 과정에 따라 해당 노하우와 기술이 있는 곳으로 배치가 돼야 하며 이를 통해 품질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Made in Italy’는 단순히 하나의 라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이 포함되는 것으로 결국은 국내 공정을 늘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럭셔리의 발상지가 아닌 ‘Made in China’로 제작되는 프라다 가방은 중국 고객들에게조차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이외에도 신발로 유명한 페라가모(Ferragamo), 럭셔리 패션 분야의 조르지오아르마니(Giorgio Armani),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대표 기업인 사필로(Safilo), 패션의 베네통(Benetton) 등 수많은 업체가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생산 시설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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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메이드 인 이탈리아여야 하는가?

기업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것을 단순히 브랜드 전략만으로 혹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 지원만으로는 결정하지 않는다. 기업의 생산 공장이 위치한 중국,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고, 물류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 절감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자국 내 생산으로도 충분히 비용 절감이 가능한데다 오히려 꾸준한 관리를 통한 품질 향상까지 가능하기에 리쇼어링을 단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례로, KPMG가 이탈리아 리쇼어링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기업의 리쇼어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마케팅 및 회사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될 경우다. 이 경우가 바로 ‘Made in Italy’ 브랜드 평가에 따른 사유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퀄러티 컨트롤과 제품의 부가가치, 그리고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이탈리아 산학 연합 조사 기관인 Uni-CLUB MoRe가 리쇼어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리쇼어링의 주요 이유로 물류비용 절감(24%), ‘Made in’ 정책에 따른 제품 부가가치 상승(22%), 퀄러티 컨트롤(21%), 해외 생산지의 인건비 상승(18.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은 ‘Made in Italy’, 즉 원산지 마케팅이 가져올 수 있는 부가가치다. 이탈리아는 원산지가 이탈리아라고 표기하는 것이 자국의 경쟁력이라는 확신 아래 원산지 표기 의무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2005년 자국 생산 중소기업의 제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중 하나였으며 원산지 표기 의무화를 통해 자국 생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향상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원산지 표기 의무화 정책을 유럽연합(EU) 차원으로 법제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는데 2010년 10월 유럽의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승인돼 결실을 맺는 듯 보였으나 최종 법제화에는 실패해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탈리아는 주변국을 설득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해 2014년 4월에는 유럽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통과됐다. 그러나 최종 통과 목전에서 주변국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럭셔리 제품 분야의 제조업이 약한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 법제화에 또다시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원산지 표기 의무제를 통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두 번의 고배를 마셨음에도 원산지 표기 법제화를 위해 EU의 공통된 가치 형성에 힘쓰고 있다. 이탈리아 제조업의 공동화 위기에서 탈피하고, 나아가 중소기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면서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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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리쇼어링 전략

이탈리아가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 기업의 리쇼어링을 지원하고 있다면, 인근 국가인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의 2대 제조 국가로 전 산업에 고른 발달을 보이고 있는 독일은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해외 생산 기지의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정책 추진으로 5G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 접목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을 통해 제조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있다. 즉, 정부 주도하에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은 새로운 IT를 생산에 접목해 스마트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 생산 공장이 지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인 노후 설비 및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낮은 생산 라인 가동률을 해결하고 설비의 운영 및 유지를 통해 미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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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IT와 생산을 접목한 새로운 솔루션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보시(Bosch)는 고정된 벽과 바닥, 천장 안에서 유연하게 작동하는 ‘자율 로봇’을 선보였으며 제조 기업과 IT 기업 간의 협업으로 스마트 팩토리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2014∼2018년 5년간 독일의 리쇼어링은 총 17건으로 이탈리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중 제조업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독일의 리쇼어링은 총 14건에 달하며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2016년 기준 약 5700억 유로를 기록해 이탈리아의 2배 이상이다. 이는 주력 제조업의 분야가 달라 발생한 결과로 이탈리아 리쇼어링 제조기업은 패션 분야에 치중한 반면 독일의 리쇼어링 제조기업은 기계, 전기, 전자제품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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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쇼어링이 능사만은 아니다. 2019년 3월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로 생산 기지를 유턴한 지 3년 만에 스피드 팩토리 운영을 폐쇄함으로 노동집약형산업의 자동화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 아디다스 측은 폐쇄 결정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나, 또한 단순히 리쇼어링 효과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확보된 기술을 연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기존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서 미뤄볼 때 선진국에서 생산할 경우 투입 비용 대비 생산성이 낮았다는 점, 그리고 생산 공장이 위치한 아시아 지역에서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처로 (리쇼어링보다는) 현재 있는 공장의 생산 자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방향을 바꿨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결국 아디다스 독일 공장은 2020년 4월 최종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살펴볼 때, 설비 자동화에 따른 인건비 절감만으로 리쇼어링의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리쇼어링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에, 혹은 경제 성장이 목적이기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및 법인세, 규제 문제 등과 같은 노동 환경 개선과 브랜드 신뢰도, 설비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약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리쇼어링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브랜드 가치의 제고에서 이뤄졌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이뤄졌다. 서로 각기 다른 방법이나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해 새롭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한국의 리쇼어링은 어떠한 가치 부여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은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서 이제 한국 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에 다시 한번 의미를 부여하고,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식 리쇼어링 또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윤 KOTRA 밀라노 무역관 jy.yu@kotra.it
유지윤 무역관은 2011년 KOTRA 밀라노 무역관에 현지 직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이탈리아 시장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면서 해외 각국의 경제 및 시장 동향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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