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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B2P 플랫폼 ‘데이블(Dable)’의 린 스타트업 전략

수익 창출 방법에서 해외 진출 행보까지
시장 툭 건드려 반응 본 후 신속 결정

이방실 | 301호 (2020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SK플래닛 사내 벤처 핵심 인력들이 나와 2015년 설립한 데이블은 개인화 추천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당초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목적으로 창업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언론사를 고객으로 맞으며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로 주력 사업 모델을 바꿨다. 특히 고객사(언론사)에 월 일정액을 과금하던 모델에서 네이티브 애드를 통한 수익 공유 모델로 피버팅(pivoting)하며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설립 2년 차인 2017년부터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재 대만과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 모델 피버팅이나 해외 시장 진출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신속하고 가볍게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후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프로세스를 통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며 적시에 기회를 포착,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184억 원의 매출액을 창출했다.



국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무 기사나 클릭해 끝까지 읽어 내려가 보자. 그러면 대개 기자 바이라인(byline, 필자 이름을 적는 줄) 밑으로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뉴스 독자의 개별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추천 기사들과 네이티브 애드(native ads, 콘텐츠형 광고)로 이뤄진 영역으로, 보통 6∼10개 안팎의 섬네일 이미지가 텍스트 제목과 함께 제시된다.

이런 추천 서비스는 보통 언론사가 직접 제공하기보다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content discovery platform)1 전문 업체들이 맡아 대행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나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 등이 나오는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 상단이나 하단에 ‘by OOO(OOO 제공)’ ‘recommended by OOO(OOO 추천)’ ‘powered by OOO(OOO 공급)’ 따위의 문구를 찾을 수 있다. B2B 기업인 이들이 마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캠페인처럼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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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설립 5년 차인 데이블(Dable) 역시 이런 회사 중 하나로 대량의 사용자 로그(user log)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분석 및 개인화 추천 기술2 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2020년 6월 한 달간 무려 200억 건의 사용자 로그를 분석해 국내외 2500여 매체사(publisher)3 에 실시간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동아일보, SBS 같은 언론사를 비롯해 네이트(Nate)나 줌(Zum) 같은 포털, 인벤(Inven), 인스티즈(Instiz) 같은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블로그와 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184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 회사가 국내 상위 40개 매체사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트래픽 점유율은 61.4%(2020년 3월 기준).4 세계 최대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업체인 미국 타불라(Taboola)나 일본에 기반을 둔 포핀(Popin)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데이블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데이블은 창업 2년 차인 지난 2017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전체 78명(2020년 6월 기준) 직원 중 해외 근무 인력이 18명(23%)으로, 대만과 인도네시아엔 현지 법인까지 설립(2018년)해 지난해 약 17억 원의 매출액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그림 2) 아시아 1등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목표로 “데이터(data)로 할 수 있는(able)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데이블(data+able)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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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추천 기술 사업화 성공한
대기업 사내 벤처 핵심 인력이 창업

데이블은 2013년 2월 SK플래닛 사내 벤처로 출범한 레코픽(RecoPick)의 핵심 인력 4명(팀장 및 팀원 3명)이 회사를 나와 차린 스타트업이다. 레코픽은 SaaS(Solution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솔루션) 방식의 개인화 추천 기술 사업화를 목표로 출범한 조직이었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로 현재 데이블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이채현 대표가 당시 레코픽 팀을 이끌며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주로 쇼핑몰 웹 사용자 로그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레코픽의 기술은 당시 SK플래닛 사내에서 ‘5대 미래 기술’로 선정됐고 2014년 2월 유료화 후 1년 만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비롯해 삼성전자, AK몰, 신세계면세점 등 120여 개 고객사에 적용됐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를 포함해 레코픽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던 개발자 두 명과 사업 개발 담당자는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해 보고 싶었고, 결국 2015년 5월 데이블을 창업했다.

회사 설립 당시 데이블이 하려고 했던 사업 아이템은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매장 연계) 개인화 플랫폼이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레코픽의 개인화 추천 엔진을 적용해 실제 매출이 늘어나는 걸 2년 넘게 경험하고 나니 다음에는 온라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도 로그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들이 정말로 좋아할 것 같은 상품이나 아이템을 추천해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당시 푸시 메시지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에 대한 내용 전달이 아니라 공급자(회사)가 일방적으로 팔고 싶은 상품 내용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데이블은 사용자의 온라인 로그와 함께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정보나 물품 구매 주기, 멤버십카드 사용 내역 등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해 소비자에게 푸시 메시지를 보내거나 다양한 채널에서 상품 할인 정보, 추천 구입 품목을 알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 가령,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비비크림을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서 행사 중이라면 소비자가 해당 매장 근처를 지나갈 때 비비크림 할인과 관련된 푸시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소비자의 구매 기록을 분석해 섬유유연제를 재구매해야 할 시점이 됐다면 오프라인 영수증 하단에 섬유유연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의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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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옴니채널 개인화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와이파이(WiFi) 스캐너를 설치하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럴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곳들이 많았고, 개중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도 신생 스타트업과 손잡기를 꺼렸다. 영수증 하단에 정보(예: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제품과 함께 구매하면 좋은 정보, 재구매 시점이 다가오는 상품 할인 쿠폰 등) 한 줄 집어넣겠다는 아이디어는 실현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시스템 업체들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협조를 구하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제금액을 출력하는 영수증에서 혹시라도 장애가 발생하면 큰 사달이 나기 때문에 관련 업체를 설득해 뭐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이처럼 데이블은 사업 초기 플랫폼 업체들이 흔히 겪는 딜레마에 부딪혔다.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만들려면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자 데이터 분석이 필수인데 정작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자기들이 별도의 투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데이블에서 먼저 개발해 주면 그때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해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 업체 역시 레코픽처럼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개인화 추천 엔진 대신 신생 스타트업인 데이블을 선택할 유인이 부족했다. 이렇게 본래 하려고 했던 사업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던 차에 유통업과는 거리가 먼 회사 한 곳에서 데이블의 문을 두드렸다. 예기치 못한 고객은 국내 한 일간지였다.

의외의 고객사 요청으로 시작된
실시간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 언론사, 특히 디지털 뉴스를 담당하는 부서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가 대부분 각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라는 점이다. 당시 사이트 개편을 앞두고 있던 이 일간지 소속 디지털국도 이런 고민의 와중에 데이블에 연락을 해왔다.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기술을 쇼핑몰 상품이 아닌 언론사 뉴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냐는 문의였다. 만약 개별 독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뉴스 사이트 내 체류시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보고 관련 기술 개발 가능성을 문의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사엔 텍스트가 많아서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적용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원래 생각했던 사업과는 방향이 조금 달랐지만 어차피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이 필요했고 시장 발굴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한번 시도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이 일간지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용자 로그, 좀 더 정확하게는 웹 브라우저 쿠키5 를 이용해 사용자를 구분하고, 사용자의 기사 페이지 방문 로그와 기사 제목, 본문 내용 등을 수집•분석해 독자들의 관심사를 파악, 사이트 한 편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카테고리를 만들어 개별 독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자동으로 노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평소에 뷰티 관련 기사를 많이 읽는 독자에겐 ‘여름철 태양에 지친 피부 관리법은?’ 같은 기사를 추천해주고, 부동산 뉴스를 주로 읽는 사람에겐 ‘올 하반기 강남권 인기 분양 소식’ 같은 뉴스를 노출해 주는 식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데이블의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 이 일간지 사이트 방문자의 인당 페이지뷰(PV)가 PC에서 7% 이상 증가한 것. 이 소문을 들은 한 공중파 방송사 역시 데이블에 먼저 연락을 취해 자사에도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 대표는 “두 고객 모두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국내 모든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뒤져 전화번호와 e메일을 알아낸 뒤 1000건 넘게 콜드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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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니 상황이 만만치가 않았다.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기술에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온 초기 고객사들과 달리, 이제는 데이블이 뭘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 언론사들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언론사 담당자들과 미팅 한 번 잡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어렵사리 담당자를 만나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를 모아 ‘인기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독자마다 다른 개인화된 뉴스를 보여준다고 한들 정말 트래픽이 더 늘겠냐?”며 서비스의 효용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욱이 개인화 추천 엔진을 적용하는 대가로 언론사에 월 일정 금액(개인화 추천 로직 계산을 위한 서버 비용)을 청구하는 데이블의 수익 모델에는 대부분 시큰둥해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새로운 언론사 고객을 만날 때마다 시범 서비스 기간을 갖고 A/B 테스트6 를 실시해 자사 개인화 추천 기술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해 나가기로 했다. 정성적인 접근으로는 설득이 어려운 만큼 분명한 데이터를 가지고 영업하기로 한 것. 대부분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인기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A/B 테스트를 하기도 쉬웠다.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서 ‘사람들이 많이 본 인기 뉴스를 보여줬을 때(A)’와 ‘데이블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개인화된 뉴스를 보여줬을 때(B)’를 비교하면 됐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 대부분 언론사에서 자체 인기 뉴스보다 실시간 개인 맞춤형 기사를 제공했을 때 클릭률(CTR)이 평균 25% 높아졌다. 인당 PV는 매체 특성에 따라 대개 10∼20% 상승하거나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림 5) 이렇게 정량적 데이터로 성과를 입증하자 고객들도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데이블은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주요 방송, 일간•경제지, 연예 전문지 등 13개 미디어사의 웹/모바일 사이트에서 월 3400만 명의 독자들에게 맞춤형 뉴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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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서비스에서 네이티브 애드 수익 공유 모델로 전환

빠른 시간에 고객이 늘어나긴 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사업 초기 데이블은 언론사 트래픽(서버 비용)에 따라 월 200만 원에서 800만 원의 비용을 부과하는 월정액 서비스 모델을 택했다. 하지만 영업을 하면 할수록 비용 내기를 꺼리며 “돈은 광고를 통해 데이블이 알아서 벌어가라”는 언론사가 점점 늘어갔다. 데이블의 뉴스 추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던 셈이다. 언론사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당장 서버 투자를 늘려야 하는 데이블로선 실로 난감한 요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데이블은 한 고객사를 통해 타불라가 국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2015년 9월 당시 타불라가 국내 언론사에 제시한 모델은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대가로 비용을 청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즉,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공짜’로 쓰게 해 줄 테니 추천 기사 사이사이에 네이티브 애드를 끼워 넣어 독자들이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나오는 광고 수익을 나눠 갖자는 논리였다. (그림 6)

다달이 일정 비용을 청구하는 월정액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 앞에 데이블 경영진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당장 비즈니스 모델만 놓고 보면 데이블이 100%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블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금 당장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접고 원래 하려고 했던 옴니채널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고쳐 타불라와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일단 추천 품질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데이블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자체 광고 플랫폼을 갖춰 타불라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면 데이블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는 타불라와 달리 데이블은 이미 국내 주요 매체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 광고 분야가 데이블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이었다. 반면 타불라는 2007년 설립해 10년 가까이 콘텐츠 디스커버리 분야를 선도해 온 업계 베테랑으로, 당시 매출액만 4억 달러(2015년)가 넘는 글로벌 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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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내부 토론 끝에 데이블은 일단 단순하게라도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 본 후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국내에선 네이티브 애드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한 때였던 만큼, 이른바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실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것. 이 대표는 “배너로 뒤덮여 있는 언론사 사이트에서 추천 기사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로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광고주들이 실제로 돈을 내고 광고를 집행할 만큼 성과가 나오는지를 테스트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완성도가 아닌 신속함에 초점을 뒀다”며 “추천 기사 사이에 광고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고 사용자가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과금이 되는 딱 두 가지 기능만 갖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광고 ‘플랫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플랫폼을 만들어 시범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테스트는 패스트푸드 체인과 영어 교육 업체 두 곳의 광고 소재를 가지고 진행했다. 이 대표는 “다행히 광고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이 꽤 괜찮게 나왔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네이티브 애드가 보편화돼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방문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뉴스를 제공해 해당 영역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를 높인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추천 기사와 동일한 형태로 광고 콘텐츠를 함께 노출하면 광고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낮아져 광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장성을 확인한 데이블은 결국 2015년 12월 기존 월정액 서비스에서 네이티브 애드를 통한 수익 공유7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전환했다. 타불라가 국내 매체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로써 데이블은 그때까지 계속 병행해 왔던 옴니채널 플랫폼 비즈니스 영업을 중단하고 매체사는 물론 광고주 발굴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광고 플랫폼의 본질이 매체사와 광고주라는 플랫폼의 양측 고객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Ⅰ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제휴를 통한 확장’ 참고.) 이로써 당초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지향하며 출발했던 데이블은 신뢰도 높은 언론사 중심의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8 를 활용해 네이티브 애드를 제공하는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업체로 피버팅(pivoting)하게 됐다.


DBR mini box I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제휴를 통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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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온라인 광고 노출 범위를 확대하고 광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제휴를 맺은 매체 네트워크(언론사, 포털, 커뮤니티, 블로그, 앱 등) 외에도 외부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i 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구글 더블클릭 애드 익스체인지(Google DoubleClick Ad Exchange)’에 연동하기 위해 무려 1년을 공들였고, 결국 데이블 대만 법인의 주도로 2018년 8월 ‘구글 더블클릭 제3자 광고 게재(Google DoubleClick 3rd-Party Ad Serving)’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데이블은 세계 최대 수준의 온라인 광고 인벤토리(광고 지면)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를 통해 광고를 송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데이블은 2019년 3월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의 실시간 경매 광고 플랫폼인 카카오 애드 익스체인지(Kakao Ad Exchange)와 자사 네이티브 애드 플랫폼을 연동했다. 이는 데이블이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도 광고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같은 해 6월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재 한국 MSN 사이트에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같은 확장 노력의 결과 현재 데이블을 이용하는 광고주는 2016년 169개에서 지난해 1077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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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네이티브 애드 콘텐츠를 노출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최적화를 진행한다. 개인화된 콘텐츠 광고를 노출시키는 건 물론이고, 똑같은 내용의 광고라도 섬네일 이미지나 제목을 달리해 A/B 테스트를 진행해 사용자 반응을 살펴 조정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최대한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관심 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똑같은 형태로 계속 나가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피로도가 쌓이게 마련”이라며 “광고주가 별도로 동일 비중 노출 옵션을 설정하지 않는 한 광고 노출 횟수 중 일정 비율은 A/B 테스트를 상시 진행해 광고주가 등록한 콘텐츠 중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콘텐츠를 찾는 자동 최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품질 추천 알고리즘으로 시장 확대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바꾼 데이블은 이후 경쟁사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A/B 테스트를 통해 경쟁사 대비 자사 추천 알고리즘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나가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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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국내 주요 일간지인 J사의 경우 2016년 계약 체결 전 약 4주 동안 J사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데이블 및 경쟁사의 개인화 추천 뉴스와 J사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인기 기사의 클릭률을 비교하는 A/B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J사의 자체 분석 결과 J사 인기 기사와 해외 경쟁사의 클릭률은 각각 1.9%, 6%가 나온 반면 데이블은 8%를 기록했다. (그림 7) 2017년엔 Z포털 사이트에서 또 다른 해외 경쟁사와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놓고 약 9일간 A/B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여기서도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19.3%) 클릭률이 경쟁사(15.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대표는 “영향력 있는 매체사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해외 유수 업체보다 더 나은 추천 품질이 증명되면서 이후 영업이 한결 수월해졌다”며 “경쟁사가 하나도 없던 시절보다 오히려 경쟁사들도 함께 영업을 진행하면서 언론사를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져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해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9

A/B 테스트 후 실제 매체사에 서비스를 적용한 후에는 예상만큼 클릭률이 계속 나오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 나갔다. 가령, A/B 테스트 때는 언론사에서 자체 개발한 추천 솔루션(예: 15%)보다 데이블 솔루션(예: 20%)의 클릭률이 더 높게 나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실제 서비스를 본격화하니 20% 클릭률은 고사하고 15%도 안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 것. 고객사는 당연히 항의했고 데이블 개발팀은 곧바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해당 뉴스 사이트의 클릭률은 원래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연예 등 주제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파악했다. 즉, A/B 테스트 때는 원래 클릭률이 높았던 스포츠 카테고리에만 추천을 적용했고, 계약 체결 후에는 전체 지면의 뉴스에 모두 적용하다 보니 평균 클릭률이 떨어진 것. 결국 고객사의 오해는 풀렸고 지금도 여전히 데이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데이블은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데 있어 개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중요한 고객의 요청사항이라고 해도 해당 기능을 전체 고객의 과반수가 쓸 것 같으면 개발하고, 그렇지 않다면 개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가령, 카테고리별 가장 인기 있는 기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은 많은 언론사에서 필요할 것이라 보고 피드백을 받는 즉시 기술 개발에 돌입했지만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에는 광고가 나가지 ‘않게’ 해 달라는 모 대기업 고객사의 요구는 거절했다. 이 대기업은 CEO가 소위 ‘오너 리스크’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로 지면을 장식하는 경험을 종종 하다 보니 부정적인 뉴스와 함께 제품 광고가 나가기를 원치 않는,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업체였다. 이 대표는 “나름 수긍이 되는 요구사항이긴 했지만 몇몇 대기업 외에 대부분 고객사에선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사로부터는 “기자별 트래픽을 뽑아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문제였지만 데이블은 이 건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 개발 의뢰 목적이 기자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라는 게 곧바로 느껴졌는데 이런 방식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에 높은 점수를 주기 쉬운 구조라 기자들의 반발이 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데이블은 이런 고객사 요청에 착안해 ‘정독 뉴스’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길이가 긴 기사임에도 독자들이 스크롤바를 내려 끝까지 읽어 내려간 기사가 단순히 글 초반 몇 줄만 읽고 나간 기사보다는 좀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한 기능이다. 이 대표는 “인기 뉴스나 추천뉴스 등에 비해 클릭률이 높지는 않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기능이라고 자부한다”며 “미디어사 내부적으로 기사 콘텐츠의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림 8)

현재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경쟁사들과의 A/B 테스트에서 성능 우위가 입증될 만큼 고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데이블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업 초기 거의 2∼3개월 주기로 알고리즘을 계속 업데이트한 노력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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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을 기반으로 한다. 협업 필터링이란 수많은 사용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A와 비슷한 사용자들을 찾은 다음, 그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구매한 아이템을 A에게 추천해주는 방법이다. 데이블도 처음엔 협업 필터링 방식으로 콘텐츠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협업 필터링으로는 사용자들의 유사성을 제때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용자 중 하루에 기사 한 건만 보고 나가는 사람들은 대략 전체의 60∼70%에 달한다. 이 하루치 데이터를 가지고 비슷한 사용자를 찾는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 최소 30일 치 로그는 뒤져서 기계적으로 분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서버 수십 대를 써도 분석해야 할 사용자가 워낙 많아 한 번 계산하는 데 10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예측한다 해도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가령, 평소엔 재테크 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오늘은 연예 뉴스나 스포츠 뉴스에 끌려서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기존 관심사만 반영되는 협업 필터링만 이용하면 계속 재테크 뉴스만 보여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이에 따라 데이블은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실시간성’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즉, 뉴스 콘텐츠의 특수성과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과거의 콘텐츠 사용 이력은 물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사용자 선택까지 반영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즉, 평소 재테크 관련 뉴스를 즐겨 소비하던 사용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이 순간엔 요리 관련 뉴스를 클릭해 보고 있다면 먹방 관련 콘텐츠를 곧바로 추천해주는 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실시간성을 반영한 개인화 추천 방식을 적용하자 일반적인 협업 필터링만 사용했을 때보다 클릭률이 10% 정도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특정 사안에 관심이 있어도 한두 개 정도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재테크 뉴스를 한참 읽던 사람들이 갑자기 스포츠나 연예, 요리 등 다른 뉴스를 클릭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데이블은 초기에 이 점을 간과해 사용자의 관심사가 재테크로 파악되면 추천하는 콘텐츠 모두를 재테크로 채웠고, 특정 가수에 관심이 있다고 분석되면 해당 가수 관련 뉴스만 주구장창 보여줬다. 이미 사용자의 관심사가 소진된 토픽의 뉴스만 퍼부었으니 서비스 초기엔 언론사 편집자들이 설정해 놓은 인기 뉴스의 클릭률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가 종종 나오기도 했다고. 이 대표는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발생한 실수였다”며 “알고리즘에 실시간성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바뀌면 바로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데이블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천 뉴스에 ‘의외성’을 가미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재테크 관련 뉴스를 주로 소비하는 사용자라도 스포츠 뉴스나 정치 뉴스 등을 한두 개씩 보여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했다. 가령, 10개의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이 중 5개는 평소 사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과는 다른 의외의 콘텐츠를 끼워 넣었다. (그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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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외의 소재를 넣어 콘텐츠 다양성을 넓히면서 데이블은 개인화 알고리즘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해 나가도록 개선했다. 가령, 부동산•재테크 뉴스만 보던 독자가 데이블 알고리즘이 임의 추천한 콘텐츠 중 스포츠 뉴스는 일정 수준 이상 노출이 됐지만 사용자가 클릭하지 않았고 정치 뉴스는 클릭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스포츠 뉴스(많이 노출됐으나 클릭 미발생)는 리스트에서 제거하거나 자동적으로 후순위로 배치하고 정치 뉴스(클릭 발생)는 사용자의 실시간 관심사에 포함돼 노출 비중이 늘어나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지속적으로 변경해 나갔다. (그림 10) 이 대표는 “이렇게 자동화된 학습 시스템을 통해 추천 데이터가 고도화되면서 초창기 추천 엔진 대비 약 17% 정도 클릭률이 늘어났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추천 로직에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해 클릭률을 개선함으로써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DBR mini box II ‘관련성 vs. 최신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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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I
관련성 vs. 최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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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개인화 뉴스 추천 외에 관련 뉴스 추천 알고리즘 역시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관련 뉴스는 사용자 간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추천 뉴스와 달리 콘텐츠(기사 내용) 간 유사성을 토대로 한다.

사업 초기 데이블은 기사가 작성된 시기와 상관없이 서로 관련성이 높은 기사를 추려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가령,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가 선제 타점을 올린 기사라면 한 달 전 뉴스라도 추 선수가 홈런을 친 뉴스를 관련 뉴스로 추천했다. 그러다 고객사(언론사)의 지적을 받고 ‘최신성’을 반영하는 형태로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앞서 예로 든 스포츠 뉴스의 경우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단 며칠만 지나도 구문(舊聞)이 돼 버리는데 보도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천을 하다 보니 자칫 ‘낚시’로 오해받을 수 있는 뉴스까지 들어가 사용자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관련성은 높아도 오래전에 보도된 기사(예: 한 달 전 추신수의 홈런 뉴스)보다는 관련성은 좀 떨어져도 따끈따끈한 기사(예: 또 다른 한국인 메이저 리그 선수인 김현수 관련 최신 뉴스)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해 클릭률 개선 효과를 이끌어냈다.

물론 관련 뉴스에 최신성을 반영하는 게 언제나 가능한 것도, 항상 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가령, 시사 주간지나 월간지 같은 경우엔 일간지에 비해 기사의 절대량도 적고 발행주기가 길기 때문에 최신성을 반영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또한 사회나 문화 관련 뉴스는 몇 달 전 벌어진 뉴스를 추천해 줘도 사용자들이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고. 이는 매체 특성과 뉴스 카테고리에 따라 관련 뉴스 알고리즘에 최신성을 어느 정도 반영해 최적화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현재 사이트마다 짧게는 1일부터 길게는 1년에 이르기까지 추천 기사 풀 선택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데이블은 지난 2017년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대만, 인도네시아(이상 2017년), 베트남(2018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상 2019년) 등 대한민국을 넘어 주변 아시아 국가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 언론사 트래픽은 한정적이고, 언론사 외에 포털이나 블로그, 커뮤니티, 앱 등 다양한 매체사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해도 국내 시장에만 집중한다면 어차피 3∼4년 안에 성장 정체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차피 데이터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만 집중할 이유도 없었고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테스트를 통해 개인화 추천 기술과 관련해선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며 “문제는 어느 나라부터 공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경쟁 강도와 시장 규모, 성장성 등을 고려해 어느 나라에 진출해야 할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종 후보 국가로 현재 시장 규모가 큰 일본과 향후 중국 시장으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만,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는 인도네시아 세 나라가 추려졌다. 하지만 나라별로 뚜렷한 장단점이 있어서 정작 세 나라 중 어느 곳에 먼저 진출해야 할지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고. 가령, 일본은 세 나라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인도네시아는 경쟁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성장성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됐다.

결국 이 대표는 어느 한 곳을 선택하기보다 각 나라당 한 명씩 현지에서 인력을 뽑아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에서 하는 시장 조사와 토론에는 한계가 있고 간접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도출한 예상은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빠르고 린(lean)하게 모든 나라에 진출해 대략 6개월간 성과를 확인한 뒤 사업 철수든, 확장이든 다음 단계의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실제 해외 시장에 진출해보니 예상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에 맞춰 좀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더 경쟁이 치열했을 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데이블처럼 현지 법인은커녕 사무실도 없이 재택근무하는 현지 인력 1명만 채용해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신감을 표했다. 경쟁사 대비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해도 신빙성을 의심하기 일쑤였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본 법원에서 소송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하려고 할 정도였다고. 이 대표는 “일본 시장은 애초에 현지 인력 한두 명을 채용해 가볍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며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대신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발 빠르게 변경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사업을 본격화하기엔 글로벌 사업을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재정적으로나, 인력 운용 측면에서나 부담이 너무 커서 비용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예상했던 대로 미래 성장성이 매우 크다는 점 외에 네이버나 다음 같은 압도적 포털의 부재로 인해 개별 언론사의 트래픽이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추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이 성숙돼 있지 않아서 네이티브 애드를 집행할 광고주를 섭외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점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인도네시아 대형 미디어그룹과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온라인 광고 전문 인력들을 뽑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전략을 취했다. 현재 데이블은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사인 리푸탄6(Liputan 6) 등 200여 개 매체사와 제휴(2020년 6월 기준)를 맺고 있다.

세 나라 중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대만은 예상과 다른 ‘효자 시장’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데이블 대만 법인에서 올린 매출액은 약 15억 원으로, 데이블이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인 전체 매출액의 87%가 이곳에서 나왔다. 올해 회사가 대만 법인으로부터 기대하는 예상 매출액은 무려 70억 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3년 전 해외 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했을 때만 해도 대만은 디지털 광고 시장은 성숙해 있지만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곳이라고 판단했다”며 “향후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출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월 매출액 1억 원을 돌파한 데이블 대만 법인은 1년 만인 지난 6월 월 매출액이 5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현재 ET투데이(東森新聞雲), 나우뉴스(今日新聞) 등 170여 개 매체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와의 제휴를 주도적으로 진행했을 만큼 광고 인벤토리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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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사업 계획 및 도전 과제

현재 데이블이 지향하는 목표는 ‘아시아 1등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이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선 데이블이 현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인화 추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대만에서도 2위 사업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억677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데이블과 제휴를 맺은 인도네시아 한 언론사의 트래픽이 국내 상위 3개 매체사 트래픽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이 대표는 “물론 인도네시아에선 아직까지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매체사로부터 확보한 광고 인벤토리를 실제 광고로 채우는 비율은 낮다”며 “당연히 광고 수익성도 한국이나 대만보다 떨어져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크고 성장성이 높아 선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최적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커머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맞춤 광고를 지원하는 카라멜AI(karamelai) 서비스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주 고객으로 삼는 카라멜AI는 개인화 상품 추천과 광고(특히 리타기팅 광고, Retargeting ads10 ) 서비스가 결합된 모델이다. 즉, A 쇼핑몰 방문 고객의 실시간 관심사를 반영해 (A에서) 개인화된 상품을 추천해주고, 해당 고객이 B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도 A에서 구매 확률이 높았던 상품에 대한 광고를 표시해 줌으로써 A 쇼핑몰에 재방문할 기회를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다. (그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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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이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에 굳이 광고 모델을 결합한 이유는 훨씬 높은 매출 성장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과거 레코픽 서비스를 이용했던 한 소호(SOHO)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예를 들었다. 레코픽의 개인화 추천 엔진을 쓰는 대가로 월 16만 원씩 내는 건 매우 아까워하던 업체가 추석맞이 온라인 광고 마케팅 비용으로는 무려 1000만 원을 아낌없이 쓰더라는 것. “온라인 쇼핑몰 업체 상당수는 광고 마케팅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해 비용을 과감히 지불한다. 반면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쇼핑몰이 이미 획득한 고객(쇼핑몰 사이트 방문자)의 구매 확률이나 객단가를 조금 더 높여주는 정도의 기능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화 추천 엔진 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월정액은 아낄수록 좋은 ‘비용’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매출액을 높이려면 광고 서비스 모델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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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놓고 영업을 하지 않았을 뿐 데이블은 회사 출범 후 소규모로나마 온라인 쇼핑몰 대상의 월정액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계속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광고 서비스 모델을 결합한 카라멜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즉, 지금처럼 일평균 PV당 매월 일정 금액을 책정하는 모델이 아니라 개인화 추천 기능은 고객사에 공짜로 제공하되 데이블에 최소 100만 원 이상의 광고비를 집행토록 유도하는 모델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데이블은 올 상반기 아이디어스(핸드메이드/수공예 제품 전문 쇼핑몰), 데코뷰(인테리어 소품 쇼핑몰), ODE(패션 쇼핑몰)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올 하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데이블의 주 수익원인 네이티브 애드(전체 매출액의 97%) 사업을 위해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광고주 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데이블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광고 콘텐츠는 월평균 700∼800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일부 업종에 특화돼 있다. 국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금융, 건강, 뷰티 카테고리에 속한 광고주가 소진하는 광고비가 절반 이상이다. 이렇게 특정 카테고리 광고주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광고 최적화 수준을 높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가령, 사용자나 콘텐츠 특성상 골프 광고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을 때도 광고주 풀이 한정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 광고를 보여줘야 하는 식이다. 광고 최적화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업체당 최소 광고 집행 예산이 적더라도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광고주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광고 대행사를 중간에 끼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대형 광고주 외에 중소 상인들로 구성된 소액 광고주(롱테일 광고주)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광고 진행 절차와 캠페인 운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은 별도 웹사이트(support.dable.io)도 개설했다”며 “소액 광고주가 대행사는 물론 데이블 전담 직원의 도움 없이도 적정 예산 범위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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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데이블은 공동 창업자 4명이 대기업에서 사내 벤처를 함께 운영했던 경험에 힘입어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 후 흔히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레코픽)과 언론사(데이블)로 고객사는 달랐지만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기술 개발부터 플랫폼 운영, 추천 엔진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던 상태였던 만큼 여느 스타트업과는 출발선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블은 사업 초기 개인화 추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고객사(언론사)를 대상으로 자사 기술력을 입증해 나가야 했다. 이때 데이블은 정성적 접근보다는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A/B 테스트를 적극 활용했다. 온라인상에서 대조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고객사의 의사결정 과정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좌우되지 않고 과학적이고 증거에 기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데이블의 이 같은 접근은 보기 좋게 적중했고,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자원이 열악한 스타트업임에도 고객 기반을 신속하게 늘릴 수 있게 해준 촉매제가 됐다. 또한 데이블이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함에 있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토대로 작용했다.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사업은 광고주와 매체사라는 서로 다른 두 집단 사이의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플랫폼 비즈니스다. 이는 어느 한쪽 고객 집단의 크기와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다른 쪽 고객 집단에서도 효용을 크게 느껴 덩달아 성장하게 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network effect)가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흔히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업 초기 양면시장을 형성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닭과 달걀의 문제(chicken-and-egg problem)’11 에 부딪히곤 한다. 결국 닭과 달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 고객 집단 중 어느 쪽을 먼저 공략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데이블은 매체사를 우선 공략했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 트래픽이 과도하게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고객사를 상대로 A/B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고, 트래픽 기반으로 일정액을 과금하던 개인화 추천 엔진마저 무료로 제공하는 유인책을 제공했다. 이렇게 데이블은 매체사 네트워크에서 먼저 일정 규모를 확보해 닭과 달걀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양면시장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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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데이블이 원래부터 의도했다거나 어느 한순간 벌어진 일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테스트를 수행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때론 경쟁사 비즈니스 모델까지 적극 모방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이는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의 역학 구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신규 시장에선 전통적 전략 이론이 아니라 ‘평행놀이(parallel play)’ 전략이라는 전혀 다른 프레임워크를 따라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로리 맥도널드(Rory McDonald)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슬린 아이젠하트(Kathleen Eisenhardt) 스탠퍼드대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12

맥도널드와 아이젠하트 교수는 대개 신규 시장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마치 서너 살 된 아이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무리 지어 놀며 세상을 탐색하고 테스트하는 방식(평행놀이)’으로 시장에 접근해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놀지만 그렇다고 함께 놀지는 않고, 다른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따라도 하지만 결국엔 원래 자신이 하던 놀이에 집중하는데, 우버나 인스타그램처럼 신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혁신 기업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더라는 것. 이들은 1) 사업 초기 차별화 대신 적극적인 ‘빌려오기(모방)’ 전략을 취했고, 2) 끈질긴 테스트를 통해 확실하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템플릿을 만드는 데 헌신했으며, 3) 때론 잠시 멈춰 기다리는 ‘비즈니스 모델의 의도적 미완성’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게 두 석학의 분석이다.

데이블 역시 이런 접근을 통해 성장해 온 회사다. 우선 차별화 전략에 매몰되지 않고 경쟁사의 모델을 빠르게 빌려오며 자신들만의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5년 전 국내에선 개념조차 생소했던 네이티브 애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사인 타불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모방한 게 대표적 예다. 우물쭈물하다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면 자칫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시에 데이블은 끊임없는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회사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나갔다. 협업 필터링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에 실시간성과 의외성을 보강해 나가고, 머신러닝 고도화로 추천 품질을 높여가면서 핵심 역량을 공고히 내 나갔다. (DBR mini box III ‘전략적인 유연성과 창발적 전략의 추구’ 참고.)

올 하반기 데이블이 공식적으로 선보일 카라멜 AI는 의도적 미완(未完) 상태로 남겨뒀던 커머스 관련 사업을 최적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이블은 2015년 연말까지도 옴니채널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 관련 영업을 계속했었다. 제대로 된 광고 플랫폼 개발을 끝내고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옮겼을 때도 커머스 관련 서비스는 소규모로나마 계속 진행하며 때를 기다렸고, 드디어 개인화 추천에 광고 서비스 모델을 결합한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비해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생소한 분야였던 광고 플랫폼 개발에 처음 도전할 때 MVP 접근을 취한 것이나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무턱대고 해외에 사무소나 법인을 만들기보다 최소한의 현지 인력을 채용해 시장 반응을 살피는 등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한 점도 데이블의 성장에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을 피버팅하는 것이나 해외 시장 진출 문제는 회사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이같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데이블은 탁상공론식 결정을 내린다거나 계속 고심만 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보다 실제 시장의 반응을 신속하게 살펴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함으로써 위기를 최소화하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DBR mini box III
전략적인 유연성과 창발적 전략의 추구

데이블의 사업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전략적 목표와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최초의 계획이나 목표를 고집하지 않고, 외부 피드백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며 유연한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데이블 창업자들이 최초에 계획했던 사업은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데이블은 다른 생태계 구성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고객사들의 외면에 직면했고, 그 결과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사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이때 데이블은 예상치 않았던 대안을 찾게 됐다. 바로 언론사 요청으로 시작한 기사 추천 서비스다.

개인화 기사 추천 서비스는 주로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는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서비스와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화가 쉽지 않아 보였던 서비스였다. 이때 데이블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옴니채널 서비스가 직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최초 전략에 계속 초점을 맞춰 기업의 자원을 집중하거나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애초에 큰 관심이 없었던 기사 추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기업 자원을 할당해 보는 것이었다. 데이블은 두 번째 옵션을 택해 전략 방향을 수정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데이블의 전략적 유연성과 최초 전략의 수정은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창발적 전략은 의도적 전략(intended strategy)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의도적 전략이란 ‘외부 환경 분석 → 내부 역량 분석 → 환경과 역량 분석에 기반한 최적의 전략 수립 → 수립된 전략의 면밀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적 합리성에 기인한 전략의 개념이다. 반면 창발적 전략은 전략 실행 과정에서 외부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정해가는 접근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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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성공적인 창발적 전략의 예는 혼다의 1950년대 미국 시장 진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혼다는 뛰어난 기술적 역량과 고효율의 대규모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1950년대 일본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혼다는 1959년 미국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다.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혼다는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 소비자들과 달리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형 오토바이는 혼다의 우수한 기술 역량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선택지로 보였다. 이에 따라 혼다는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를 내놓으며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치밀한 분석에 따른 의도적 전략의 예다.

하지만 막상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난 후 혼다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에 부딪힌다. 우선 미국 소비자들은 일본 브랜드의 대형 오토바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오토바이 제품에서도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 미국 도로에서 장거리 고속 주행을 할 경우 일본 시장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한 것. 결국 혼다는 저조한 매출과 지속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몇몇 소비자와 딜러들이 혼다의 소형 스쿠터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해 왔다. 혼다 캘리포니아 법인은 소형 스쿠터(슈퍼컵) 몇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소형 스쿠터들은 판매 목적이 아닌 직원들의 이동 수단으로 들여왔던 것이었다. 혼다 입장에선 일본 시장에서나 팔릴 법한 소형 스쿠터에 미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혼다 경영진은 소형 스쿠터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일상적인 운송수단으로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 즉시 혼다 경영진은 대형 오토바이에 초점을 맞췄던 전략을 포기하고 소형 스쿠터 중심으로 마케팅과 판매 전략 방향을 수정했다.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대형 오토바이와 소형 스쿠터는 완전히 다른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전혀 다른 마케팅과 유통 모델을 요구하는 제품이었다.(데이블의 사례에서 옴니채널 서비스와 기사 추천 서비스의 차이도 이와 유사하다.) 소형 스쿠터 시장에서의 놀라운 성공은 점차 고가의 대형 오토바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혼다는 미국 시장 진출 후 불과 10년 만에 시장점유율 43%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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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은 과거를 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혼다의 경영진이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최초의 전략대로 대형 오토바이 판매를 고수했다면 미국에서의 성공은 물론 오늘날 혼다라는 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데이블도 전략 추구 과정에서 직면한 피드백을 무시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정하는 유연성을 통해 기사 추천 서비스라는 훌륭한 수익모델을 발견하고 그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혼다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데이블은 옴니채널 서비스에서 기사 추천 서비스로의 전환 외에 또 다른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줬다. 바로 수익 모델을 월정액 기반에서 네이티브 애드 기반의 수익 공유 모델로 바꾼 것이다. 데이블은 디지털 광고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과감하게 수익 모델을 전환했고, 이는 타불라 및 다른 국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데이블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데이블 사례는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인 시장 분석과 역량 분석에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기꺼이 그에 따라 전략의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창발적 전략의 추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일수록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이 내린 최초의 결정과 전략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데이블과 혼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자들은 (특히 벤처기업 창업자일수록) 자신의 전략적 판단과 제품을 지나치게 과신하기보다는 전략의 실행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귀를 기울이고 전략적 방향을 기꺼이 수정하는 겸손하고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진구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경영학과 교수 Jingoo@ntu.edu.sg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 전략 분야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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