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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YG엔터테인먼트의 명암… 다시 날아오르려면

전성기 성공 방정식은 ‘능숙함의 덫’
스타 리더십 키우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박영은 | 300호 (2020년 7월 Issue 1)
YG의 명암과 두 얼굴: 과거와 현재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심지어 남미, 중동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는 한류. K-DRAMA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제 K-POP뿐만 아니라 K-MOVIE, K-BEAUTY, K-FOOD 등으로 이어져 한국의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습을 글로벌 무대에 보여주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YG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1996년 ‘현기획’으로 시작한 회사는 1997년 ‘MF기획’, 1998년 설립자 양현석의 별명을 딴 ‘양군기획’을 거쳐 2001년 4월 비로소 지금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됐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 수장으로 있던 YG는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소속 연예인들 덕분에 SM, JYP와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YG의 행보는 경쟁사들과 달랐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앞세워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와 유럽 무대를 장악한 SM, 원더걸스를 미국 무대에 데뷔시키며 1980년 이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진입시켰던 JYP와 달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YG는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 세계 무대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데 매진했다.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지누션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렉시, 휘성, 거미, 빅마마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고, 이후 세븐, 빅뱅, 투애니원(2NE1) 등의 대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말춤의 매력에 빠지게 했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이 말춤은 ‘한국’이란 나라와 ‘YG’란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2014년과 2015년은 YG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 YG는 특유의 독점적 비교 우위와 노하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으면서도 수요가 크고 입지가 뛰어난 시장을 선택한 뒤 철저하게 역량을 내부화하면서 해외로 뻗어나갔다. 이 같은 시장 전략은 ‘가장 YG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양현석 전 대표의 신념의 산물이었다. 이후로도 YG는 위너, 블랙핑크 등 새로운 팀 결성,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개인 아티스트의 디지털 싱글 및 월드투어 콘서트, 여러 가지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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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t Lessons

싸이, 빅뱅, 2NE1 등 개성 있는 스타들을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브랜딩이 워낙 강해 회사 차원의 브랜딩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고민이 있었다. 이에 YG는 ‘우리 회사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Brand Experience Design • BX Design)을 통해 (1) 브랜드에 관한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고 (2) 이를 일관되게 의사소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마케팅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소비자에게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억지로 교육하지 않았다.
2.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깊이 있는 디자인 리서치로 기업의 핵심 메시지를 발견했다.
3.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해 협동 작업을 했다.

# Why Revisit?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 2NE1 등 대형 스타들의 성공과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K-POP 열풍의 중심에 섰다. DBR 128호에 소개한 2013년 당시만 해도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며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사업을 확장 중이었고, 일관성 있는 브랜딩 관리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YG 소속 멤버들의 마약 혐의 논란, 2NE1 해체, 버닝썬 게이트, 양현석 전 대표의 성 접대 및 조세 포탈 의혹, 빅뱅 대성 소유 건물 논란, 경영진 교체 등 잇단 잡음은 이전까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모두 무력화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혔다. 국내 최정상 엔터사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YG에 대한 재분석을 통해 잘나가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경영 지침,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들을 정리했다.

# New Insights

오늘날 YG가 겪고 있는 위기는 전성기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한 결과다. 잘나가는 기업이나 스타가 으레 그렇듯 쇄신을 등한시하는 ‘능숙함의 덫’에 빠졌다.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일관성도 필요하지만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능숙함의 덫을 경계하고 새로운 스타 발굴과 콘텐츠 탄생을 위한 탐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2.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심도 있는 전략으로 채택하고, 계속해서 기업의 초기 비전과 미션을 재점검해야 한다.
3.창업자 등 ‘수장’의 리더십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아티스트 혹은 스타’의 리더십이 공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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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의 현주소:
무엇이 그들의 날개를 부러뜨렸나?

정말 한순간이었다.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것도, 날개가 꺾여 떨어진 것도.

잘나가던 YG에 복병이 생겼다. 2019년은 YG에 ‘시련과 위기의 해’였다. 소속 멤버의 연이은 마약 투약 혐의, YG 대표 아티스트 빅뱅의 멤버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게이트’, 양현석 전 YG 대표의 탈세 및 성 접대 혐의, 빅뱅 멤버 대성 소유 건물의 성매매 알선 유흥업소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불안한 모습을 반영하듯 2019년 1월2일 4만5900원으로 출발한 YG 주가는 같은 해 8월26일, 상장 이래 최저가인 장중 1만9300원으로 마감했다. 여러 논란이 무혐의로 끝났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입은 타격은 컸다. 또 주가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최대 주주인 양현석 전 대표의 지분(16.12%) 평가 가치도 2018년 말 1543억 원에서 2019년 7월 말 796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소액주주 및 네이버와 국민연금 등 주요 투자자의 손실 폭도 커졌다.

물론 YG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인 2009년에도 빅뱅의 지드래곤 솔로 앨범 표절 문제나 임직원의 횡령 사건으로 YG는 대중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열혈 팬덤의 필사적인 사수가 표절 문제를 잠재웠고, 공연 및 출연료가 유흥비나 주식으로 사용된 횡령 사건도 국내 기획사들에 만연하는 관행으로 치부되면서 논란이 가라앉았다. 결국 2009년 YG 내부에서 조금씩 불거졌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덮였다. 그리고 YG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면서 쇄신하는 듯 보였다. 여러 가지 사업 다각화로 기업 규모도 양적으로 팽창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만큼 과연 질적으로도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했을까? 아니다. 감춰졌던 YG의 병폐는 10년이 지난 지금 더 큰 악재로 되돌아왔고, 논란은 재점화됐다.

잘나가던 YG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위기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1.능숙함의 덫

첫째, 성공한 기업 혹은 잘나가는 리더나 스타가 빠지기 쉬운 ‘능숙함의 덫’이 있었다. 하던 일을 잘하면 잘할수록 다른 일은 오히려 잘 못 하게 되거나 잘못된 길로 새기 쉽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잘 빠지고, 그 결과는 더 위험하다. 큰 성과를 내 본 경험이 있는 회사 혹은 리더는 또 다른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새로운 능력’을 익히며 쇄신을 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원래 하던 일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성장이 멈추고 그 언저리에는 멈춰버린 성장을 대변하는 여러 돌연변이 상황이 발생한다. 양현석 전 대표를 비롯한 YG의 주요 아티스트들, 특히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문제가 된 멤버들은 그동안 이뤄온 성과를 뒤로한 채 새로운 능력을 일궈내는 대신 이미 익힌 요령과 믿었던 성공 방정식을 답습했다. 일은 능숙함의 덫 속에서 재미없고 지루해졌고, 공허한 공간을 메꾸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세계를 마주하거나 일탈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허미니아 아이바라 교수는 “지금 당신을 그 자리에 올려둔 능력이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라고 했다. 2019년 YG 사태를 초래한 회사 경영진과 아티스트에 가하는 일침으로 적용할 만한 한마디다.

2. 비전과 미션 실종

둘째, YG는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과 미션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자연히 수장과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책임감, 리더십 부재 속에서 윤리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우선순위도 실종됐다. 회사의 미래상, 5년 혹은 10년 이후의 장•단기 플랜은 조직 리더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이정표다. 천천히 가든, 빨리 가든 흔들림 없이 모든 멤버가 일관된 방향성을 따라가야 그게 조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명확한 비전과 미션을 선포식이나 비전 공유 워크숍을 통해 온 YG 패밀리에 확산시켜 모두 함께 인지하도록 해야 정체성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어느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지표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야 구성원 개개인이 조직 안에서 성장을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높은 기대와 열망,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수년 전 양현석 전 대표는 미국 MIT 학생들을 대상으로 K-POP 열풍에 대한 특강을 하면서 YG의 핵심 경영 철학이 ‘패밀리즘(Familyism)’이라고 밝혔다. 갑을 관계를 떠나 소속 아티스트들 간 깊은 음악적 유대와 친밀성, 자체 제작 시스템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의 발언은 오늘날 YG의 비전과 미션 스테이트먼트(statement)의 기초가 됐다. 지금도 YG의 브랜드 비전은 ‘경험을 넘어 영감을 주는 브랜드(Create Experience, Evoke Inspiration)’이고,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새로운 흐름이 되어라(Vibe the New Flow)’다. 그러나 YG는 처음 정립했던 비전과 미션을 서서히 잃어갔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시 들여다보면서 조직을 개편하거나 새 로드맵을 작성하지 못했으며, 사내에 이를 공유하지 않아 경영진과 구성원들도 무감각해졌다.

이정표 없이 방황한 결과 양현석 전 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23년간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음원 사이트의 ‘YG 배제 기능’ 설정 방법을 공유하는 등의 YG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도덕적 소비에 관심이 많고, 가급적 정직하고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능동적 소비자들이 YG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YG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YG는 2009년 처음 구설수에 올랐을 당시, 조직과 운명을 함께할 구성원들을 상대로 가치관과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YG는 왜 존재하는가?’ ‘YG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YG는 무엇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기업처럼 스타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자 욕구 분석도 매우 중요하다. 이해관계자마다 조직에 기대하는 바와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의 접점을 찾고 사회적 가치와 상충되는 비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 YG의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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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랜 B와 트렌드 전략 부재

셋째, YG에는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조직 내 약점을 해결할 ‘플랜 B’가 없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전략 재검토도 미흡했다. 그동안 우리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논할 때 SM-JYP-YG라는 3대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왔다. 이들 ‘빅3’의 스타들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고, 그 아성을 누가 깨뜨릴까 싶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의 K-POP을 이끄는 주역이 더이상 3대 대형 기획사에 국한되지 않음을 방탄소년단(이하 BTS)을 앞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입증했다. 중소 기획사였던 빅히트 소속의 7인조 아이돌 그룹은 그들이 가진 인지도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가면서 성장했고, 연일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BTS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의 발원지는 ‘온라인’이었고 팬덤을 움직인 것은 ‘진정성’이었다. BTS 멤버들은 소셜네트워크상에서 꾸준하게 팬들과 소통하면서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빌보드 소셜 50 차트 1위에 올랐고, SNS 파급력에 힘입어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빌보드 Hot 100 차트 기록을 경신했다. 변방에 있었던 빅히트는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 등 기업 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폭발적인 매출 확장을 이뤄냈다.

BTS와 빅히트가 이렇게 기업 가치를 높이는 동안 YG에는 ‘플랜 B’와 ‘트렌드 기반 전략’이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상품 혹은 스타는 제조업 공장에서 복사해 찍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장만 늘리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2의 빅뱅과 2NE1, 제2의 싸이 같은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공 방식에 더해 타 회사들이 쉽게 훔치거나 모방할 수 없는 ‘그 회사만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 ‘무엇’은 SNS 전략이 될 수도,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과 팬덤 육성이 될 수도, 진정성 있는 마케팅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YG의 경우 성공한 아티스트인 빅뱅과 2NE1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고질병을 극복하지 못했고, 지금은 블랙핑크에 의존하고 있다.

플랜 B가 없다 보니 회사는 인기 그룹 멤버들 중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대로 와르르 무너지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2NE1은 박봄 사태와 공민지 홀대로 인해 공중분해되면서 해체됐고, 2NE1의 해체는 YG로 하여금 더더욱 빅뱅에 올인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았다. 여기에 빅뱅의 여러 멤버는 YG의 1세대 아이돌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보다는 계속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팬들과 사회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들이 좋은 음악으로 그동안 많은 영향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더 큰 물의가 빚어지기 전 빅뱅 스스로도, YG 차원에서도 진지하게 대책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겼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의 문제는 시간과 함께 묻혔고, 다른 YG 뮤지션들의 음악적 공백기는 길어졌다. YG의 이미지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YG는 어떻게 하면 고객 생애를 따라가면서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아티스트가 발휘할 수 있는 춤과 노래 실력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은 아티스트를 데리고 있는 엔터사들이 지녀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에 아티스트들이 좋은 인성을 가지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기획사의 책임이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활용과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더 하고, 팬클럽과 같은 브랜드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글로벌 팬덤 확장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공백기를 줄이고, 어떻게 최적의 채널을 통해 고객 이탈률을 낮출지, 어떻게 충성도가 다른 고객들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YG는 앞으로 어떻게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YG가 그동안 이뤄낸 것들이 엄청나며, 앞으로 폭발할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세부 전략을 거론하기에 앞서 YG는 마인드세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좋은 벤치마킹 예가 1993년 삼성의 ‘신(新)경영 선언’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은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다.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거둔 성공에 취해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물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이건희 회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고, 현지 매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아 한쪽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삼성 제품들을 발견했다. 이후 1993년 6월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회장은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마누라,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1995년에는 삼성의 불량 무선전화기를 모두 모아 임직원들의 불량 의식도 함께 불태울 것을 제안하고, 화형식을 통해 15만 대, 총 150억여 원어치의 제품을 전량 폐기 처분했다. 삼성이 명실상부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된 배경으로 이 같은 품질 경영으로의 마음가짐 변화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YG도 눈앞의 성장과 양적 목표 달성에 치중하다 보니 인성 교육, 윤리 의식, 시너지, 장기적 생존 전략 등 질적인 요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2020년 새로운 시대(new decade)가 시작됐고, 마인드세트는 재정비하면 된다.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점검하면서 올라가면 된다. YG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필요한 시그니처 전략은 7가지, ‘R.E.V.I.V.A.L’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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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의 위기 극복을 위한 7가지 전략: R.E.V.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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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 Revisit Vision & Mission
(단기, 중기, 장기 플랜 재평가 및 재점검)

‘바라보는 곳이 있는가, 어떠한 길을 가고자 하는가? 옳은 길을 걷고 있는가?’ 기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면 기업 수장에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은 물론이고, 조직원들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장단기적으로 어떠한 길을 걸어갈지 바라보는 목표와 세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중 비전(Vision)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향후 10∼20년 이후를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것이고, 미션(Mission)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존재 이유, 현재 사업에 필요한 사항과 실현 방안에 대한 것이다. 이런 비전과 미션에는 기업가의 경영 철학에 바탕을 둔 조직의 숭고한 목적,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이상, 조직 구성원의 열망이 포함돼야 한다.

지금 YG에 필요한 것은 기존에 세운 비전과 미션의 재점검이다. 2019년 YG는 회사 존재 자체를 휘청이게 한 각종 위기에 봉착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하다. 비전과 미션은 한 번 정립되면 끝인 ‘일원 혹은 단일 순환 학습(Single-loop learning)’ 대상이 아니다. Argyris(1977)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소개했듯 성과에 대한 피드백과 목표의 반복된 수정을 통한 ‘이원 혹은 이중 순환 학습(Double-loop learning)’의 대상이다. 마찬가지로, YG도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기본 목표의 밑바탕에 있는 가정을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창조적, 성찰적, 질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고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기업의 DNA를 기본부터 다시 바꾸는 작업, 이것이 바로 YG가 다른 전략을 논의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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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 윤리경영의 시작, ‘환경, 사회적 책임 및 지배구조’ 경영)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이미지’로 그 가치와 존폐가 결정되는 조직이다. 소속 아티스트, 가수나 배우 등 엔터테이너의 이미지가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동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확인돼 왔다. YG가 2019년 겪었던 부정적인 사건들이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YG가 어떻게 사회에 공헌을 하면서 함께 존속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윤리경영의 시발점인 ESG(환경, 사회적 책임 및 지배구조)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관련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Business Round Table)’은 2019년 8월 “주주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을 종료하고, 향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주주 제일주의’를 버렸다. 이런 사회적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일부 글로벌 자산 운용사는 ESG를 소홀히 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에 자리매김하려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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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문제가 된 YG의 이슈들도 기업 내부적으로는 윤리경영과 관련이 깊지만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책임과 연결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ESG는 YG가 가장 심도 깊게 다뤄야 할 전략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먼저 ESG를 내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과 내부 관련법을 개발해야 하며, 이 같은 목표를 실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를 투자자, 소속 아티스트와 종업원, 문화 소비자, 언론, 환경, 시민단체,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선포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기간 동안 그 수행 결과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한 평가등급을 받을 때 YG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지지도 확고히 할 수 있다.

3. V: Value of Customer Lifetime
(고객 생애 가치 지표를 고려한 진화 경영)

1923년 10월16일,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 형제에 의해 설립된 디즈니. 미키 마우스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기업이 된 디즈니 제국의 승승장구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요인이 바로 디즈니의 캐릭터가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자라서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고객의 생애와 함께 진화해 온 시그니처 캐릭터들이 디즈니 성공의 주역이라는 의미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어떠한가? 물론 한국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YG 같은 리딩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고객 생애 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를 고려한 진화 경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디즈니와 같은 시그니처 아티스트를 필두로 성공 기반을 닦을 수 있다.

고객 생애 가치란 어떤 고객이 평생에 걸쳐 제품의 판매와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를 금전적으로 환산한 수치다. 이는 조직의 경쟁 우위와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한 고객의 단발성 구매에 집중하는 대신, 그가 평생에 걸쳐 구매한 가치를 합산하는 식이다. 이 같은 산정 방식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과 해당 기업 간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나아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품의 구입 빈도와 구매 금액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게 한다. 즉, 고객 1인당 생애 가치를 어떻게 증폭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YG가 고민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YG는 소속 아티스트들을 통해 만들어 내는 모든 문화 상품은 물론이고 2차, 3차 머천다이징 상품,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 행동 및 구매 패턴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고객 생애 가치와 수명을 예측해 합리적인 1인당 유입 비용(Cost per Acquisition)도 산출해 봐야 한다. 이렇게 회사가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행동 패턴을 예측해야 고객 확보와 유지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강화될수록 회사가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고객 세부 데이터를 고려한 마케팅과 캠페인으로 ‘고객 맞춤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최적의 비용으로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고객 생애 가치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에 필요한 최적의 채널을 확인해 고객 이탈률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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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 Innovative Ambidexterity: Exploitation vs. Exploration (양손잡이 경영의 한 수)

“능숙함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기존의 것을 계속 심화시키는 한편, 탐구를 게을리하지 말 것!” 마이클 터시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2004년 봄, 찰스 오레일리 3세와 공동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글 ‘양손잡이 조직(The Ambidextrous Organization)’에서 변화에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 비결은 ‘양손잡이 경영’에 있다고 주장했다. 책 『리드 앤드 디스럽트(Lead and Disrupt)』를 통해 양손잡이 경영 실현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들은 약 10년간의 리서치를 통해 혁신에 성공한 기업과 몰락한 기업을 나눈 뒤 그 원인을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두 그룹을 가른 것은 ‘기존 자산과 기능을 활용하는 능력(exploitation)’과 ‘새로운 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원을 재구성하는 능력(exploration)’을 함께 갖췄는지 여부였다. 즉,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혁신이 뛰어난 기업일수록 양손잡이 경영을 잘 실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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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YG에 이 ‘양손잡이 경영’을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첫째, 구조적으로 지식의 심화와 탐구 기회를 식별하고 포용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새로운 스타 발굴과 콘텐츠 탄생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성공 공식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조직 시스템과 룰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위 경영진도 새로운 벤처를 지원하고 육성함으로써 기존 사업과 새로운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 둘을 동시에 균형감 있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처럼 높은 차원의 균형 감각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YG도 기계적이고 공식화된 조직 구조를 해체하고 획기적인 혁신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조직 구조를 다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 다른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합쳐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모델과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의 조합을 시험하고 탐색하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잘나갈 때는 눈앞의 이익을 좇고, 현재 실적이 잘 나오거나 개선되는 부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이 경우 자칫 탐색을 게을리하게 돼 지식의 영역이 좁아지고, 결과적으로는 혁신이 정체된다. YG 역시 한창 잘나갈 때 능숙함의 덫에 빠졌고, 이 덫에서 헤어나오려면 이제라도 양손잡이 경영을 실현해야 한다.

5. V: View of Dynamic Capabilities
(동적 역량론을 통한 고급 경영 전략 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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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 개념인 ‘동적 역량론’은 데이비드 티스 UC 버클리대 교수의 논문을 통해 세상에 처음 나왔다. 데이비드 티스, 개리 피사노, 메이 슈엔 교수가 공저한 ‘동적 역량과 전략 경영(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논문에 소개된 이 개념은 오늘날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빠르게 대응해 나가기 위해 내부 및 외부 역량을 통합, 구축, 재구성하는 기업의 능력을 가리킨다. 이는 기존의 ‘핵심 역량(Competitive Advantage)’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빠른 경영 환경 변화 속 기업 생존과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데 필요하다. 이 개념의 실체가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동적 역량은 결코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

특히 YG처럼 경영 위기에 처해 ‘우선 멈춤’ 상태에 놓인 기업에 동적 역량은 필요하다. 일단 경영이 정지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재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YG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내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기 위해 외부 지식을 조직 내부로 끌어들여야 한다. 다양한 지적 능력을 결집시키려면 보유 자원의 재배치도 고려해 봐야 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이해와 동참을 통해 설계, 구축되는 혁신 시스템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고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지금은 빨리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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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 Analysis of Trends using Big & Small data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이용한 트렌드 경영)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자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이미 상시화됐다. 예전에는 기획사 대표 혹은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기획되고 생산이 됐다면 지금은 기획 전부터 소비자의 성별과 나이, 취향, 소비 패턴, SNS(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공유 현황과 접속 상태, 기분 등에 대한 빅데이터가 고려되고, 이것이 의사결정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개별 소비자로부터 트렌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거대한 패턴을 도출하고, 이를 카테고리로 나눠 더욱 세분화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개별 포지셔닝에 맞춘 콘텐츠 품질 관리, 흥행 여부를 미리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트렌드 경영은 업계 화두가 됐다.

그러나 YG가 ‘빅데이터’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스몰데이터’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에서 누락된 스몰데이터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와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탐정이 여러 가지 단서를 가지고 추리를 해나가듯 개개인의 사소한 행동에서 나오는 정보, 취향과 생활양식에서 나오는 소소한 정보도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빅데이터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거대한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의미 있는 개인의 정보는 쉽게 놓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도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반면 스몰데이터로 엮인 고리는 개인의 취향과 특징이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빅데이터의 빈 곳을 메꿔주는 역할을 한다.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낮고 불확실한지 알고 있으면 쉽게 이해가 된다. 2018년 기준 한국에서 개봉된 상업 영화 중 과연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몇 편이나 될까? 2018년의 평균 추정수익률이 -17.3%임을 감안할 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YG가 생산해내는 음악, 드라마 등도 같은 처지다. YG가 콘텐츠 기획에 앞서 거대한 패턴을 보는 빅데이터뿐 아니라 빅데이터의 빈 곳을 메꿔주는 스몰데이터, 그리고 이 둘의 ‘컬래버레이션’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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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L: Leadership Business
(‘수장’의 리더십과 ‘스타’의 리더십 경영)

‘리더십’은 전통적으로 군대를 지휘하거나 대제국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그게 아니더라도 종교 및 사회적 지도자들이 조직을 이끌거나 영리든, 비영리든 기업을 이끄는 수장에게만 필요한 능력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도 리더십은 CEO에게만 요구되는 능력으로 간주돼 왔다. 전형적인 ‘사장’ 스타일을 가진 SM의 이수만 대표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철저한 인큐베이팅 시스템 안에서 가수를 키워내는 능력을 갖췄다. 특히 CT(Culture Technology)를 발판으로 SM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해외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그의 ‘오너 리더십’은 크게 발휘됐다. JYP의 박진영 대표는 자신이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리더에 가깝다. 직접 곡도 쓰고, 노래도 부르며, 무대 안무도 가르친다. ‘현장감’이 필수인 행동 대장 스타일이다. YG의 양현석 전 대표는 이들보다 늦게 리더로 발돋움한 만큼 SM과 JYP 대표의 특징을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밀리’를 강조하면서 소수 정예만을 발탁해 실력파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혹독하게 훈련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뒤에는 다양한 관련, 비관련 사업 다각화를 통해 노련한 경영인의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기업을 이끄는 ‘수장’의 리더십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개별적인 ‘아티스트 혹은 스타’의 리더십이 함께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공장에서 똑같이 제조되는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가진 감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수장의 말처럼 이 세계에서는 개별적인 아티스트 한 명, 한 명이 리더가 돼 각각의 고유한 색깔이나 영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책임감, 자신에 대한 책임감, 공인으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고려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것이야말로 YG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스타 리더십’이자 YG의 미래를 이끌 ‘딴따라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계속해서 팀 위주의 아이돌을 육성해 내고 있으며 각 아이돌 그룹은 자신들을 대표할 리더를 갖고 있다. 맏언니나 맏형 같은 연령이나 사회생활 경력, 즉 누가 연습생 생활을 더 오래했는가에 따라 리더가 결정되기도 한다. YG의 대표 아티스트인 빅뱅의 지드래곤처럼 그룹의 개성과 성격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멤버가 리더가 되기도 하고, 블락비의 지코,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 세븐틴의 에스쿱스와 같이 음악이나 춤 등 실력을 인정받고 팀의 음악적 색깔을 입히는 데 공헌한 이들이 리더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더 선정의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YG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필요한 리더십은 바로 수장이 가져야 할 리더십과 아티스트 혹은 스타 개개인이 가져야 할 리더십, 둘의 공존이다.

엔터테인먼트 세상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란 일반 제조업에서 요구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타들의 인성과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그들이 속한 그룹과 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기업의 가치와 주식 가격까지 결정되는 시대다. YG에 속한 모든 개개인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이끄는 기업으로서 YG가 보여줬던 2019년 수장의 리더십과 스타의 리더십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YG엔터테인먼트는 R.E.V.I.V.A.L. 전략을 통해 다시 일어서고 부흥할 저력을 갖고 있다.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온 지구촌에 위기가 왔고 ‘우선 멈춤’ 상태가 됐지만 불황이 깊을수록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파괴력도 커질 수 있다. 폭풍이 지나가면 YG는 살아남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방식과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변화가 느렸던 YG의 모든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다음 단계의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개구리가 힘차게 뛰기 전 움츠리는 ‘숨 고르기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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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은 프린스슐탄대 경영학과 교수 ypark@psu.edu.sa
박영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의 경영대학 교수이며, 이 대학의 전략센터(Strategic Planning & Development Center) 센터장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와 박사(전략 및 국제경영 전공)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중동에서 부는 한류 바람을 몸소 체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영 전략에 관한 논문 및 저서를 활발히 집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경영학(2019)』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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