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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인도하는 7가지 길

DBR | 17호 (2008년 9월 Issue 2)
폴 B. 캐럴, 춘카 무이
 
기업은 여러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손실을 보곤 한다. 미국 항공사들이 9·11 테러로 인해 비행을 중단해야 했던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지난 25년 간 미국 기업들이 겪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 750건을 분석한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이는 피할 수 있었던 결과임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경우 실패 원인은 많은 기업 문건이 지적하는 실행의 착오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전략에 있었다. 막대한 투자 손실, 수익성 없는 사업 부문의 철수, 파산 등을 수반하는 이 실패들로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보았다. 애석한 것은 경영진이 지난 사례들을 살펴보기만 했더라도 회사를 구하고 투자자들의 곤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연구를 통해 우리는 기업들을 실패로 이끈 일곱 가지 잘못된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인접 시장으로 보이던 분야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사업 분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0년대 북미 최대 스쿨버스 운영사인 레이들로는 구급차 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사의 운송 노하우가 사업 운영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구급차 운영은 사실 운송 사업이라기보다 복잡하고 심한 규제에 얽매인 의료 사업의 일부였다. 레이들로는 계약 협상과 서비스 이용료 회수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상당한 손실을 본 채 구급차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유사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회사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인접 사업 진출은 경영진에게 위험 신호를 간과하게 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일곱 가지의 위험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시너지라는 신기루
기업들은 자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강점을 지닌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전체가 항상 부분의 합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 장애 보험회사인 우넘과 프로비던트의 1999년 합병 사례를 살펴보자. 각각 법인 고객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던 이들 회사의 경영진은 각 회사의 영업인력들이 서로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사실 두 회사는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과 고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우넘의 영업인력들은 법인 영업 정책에 따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일했고, 프로비던트의 영업인력들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을 폈다. 그들은 각각 상이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으며, 교차 판매를 위해 협력해야 할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많은 비용을 요구함과 동시에 복잡한 문제들을 초래했다.
 
합병은 양측에 비용 부담만 높이고 손해배상 거부에 대한 고객들의 반발을 증폭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연이은 법정 소송으로 우넘프로비던트는 기업 이미지와 재정 면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우넘은 합병을 무효화하며 2007년 개인 고객 시장에서 물러났다. 우넘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아직까지도 1999년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넘은 지금도 고객들의 집단소송으로 인한 분쟁에 휘말려 있다.
 
시너지가 분명 존재한다 해도 그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회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퀘이커 오츠는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스내플의 직송 체제 및 개별 유통망을 이용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내플을 사들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17억 달러의 매입 금액이 사실 10억 달러 이상 부풀려진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퀘이커 오츠는 스내플의 유통업자들이 게토레이와 다른 퀘이커 오츠 제품을 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매입 3년 만에 퀘이커 오츠는 스내플을 3억 달러의 금액에 매각했다. 경영진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것 자체에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한다면 시너지를 얻기보다 더 소중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또한 상이한 문화·기술·체제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확실시 되던 시너지 효과도 달성하지 못한다.
 
2. 잘못된 금융 전략
공격적인 금융 정책이 반드시 금융 사기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지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위험은 매우 커서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나아가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으며, 경영진도 막대한 벌금이나 징역형에 직면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부업체와 그들을 지지하던 은행들이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들은 신용이 부실한 사람들에 대한 자금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90년대에 증권가를 주름잡던 그린 트리 파이낸셜은 이동식 주택에 대한 30년 만기 모기지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들 이동식 주택의 수명은 기껏해야 10년이다. 때문에 주택의 현금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한다. 5만 달러에 구매한 뒤 3년이 지나면 집 값은 2만5000달러로 하락하는 반면에 집 주인은 원금만 4만9000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 이르면 집 주인들은 대출금을 연체하기 시작한다.
 
한편 그린 트리 파이낸셜은 연체 및 선납금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 아래 ‘매각 수익’에 입각한 수익 산출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또한 대출 건수에 기반하여 수익이 늘어나므로 주택 구매자의 신용 평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급속한 성장세에 주목한 인디애나의 생명 및 건강 보험회사 콘세코는 1998년 65억 달러에 그린 트리를 사들였다. 자사의 금융 서비스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펼치기 위한 행보였지만 콘세코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콘세코는 그린 트리와 관련하여 거의 3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봄으로써 결과적으로 19942001년에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잃게 되었다. 2000년 4월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힐버트의 사임에 이어 2002년 결국 콘세코는 미국 상법 11조에 입각한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이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이었다.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흥망성쇠와 여기에 얽힌 콘세코의 운명은 우리에게 금융 전략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시사한다. 첫 번째, 이는 부실 신용 모기지와 같이 결함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상품은 단기적으로는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출을 유도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게 한다. 그린 트리의 사업 모델은 회사가 낮은 이율로 단기자금을 융통하고 높은 이율로 자금을 대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기반이 되는 모기지 상품의 결함이 드러나는 순간 그 운영 체제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측면에서 비상식적이고 무모했다.
 
지나치게 빈틈없는 금융 보고 역시 위험하다. 특히 수익 신장과 보너스 개선을 위한 전략을 담고 있을 경우 위험성이 높다. 이런 전략은 외부 감사자의 검토를 거친 경우라 하더라도 금융 사기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다른 공격적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전략은 중독성이 매우 크다. 늘어난 수익에 보내는 투자자들의 환호에 고무되어 회사는 좀 더 기발한 전략을 시도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3. 막무가내의 진로 고수
시장이 보내는 새로운 신호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 아래 투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략으로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경영진은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조치를 취할 시기를 영영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스트먼 코닥은 디지털 사진이라는 위기의 출현 앞에서 자사의 주력사업에만 매달려 있었다. 경영진은 소니가 첫 번째 상업용 전자 카메라인 마비카를 내놓은 1981년에 이미 디지털 기술이 주는 위협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했지만 인쇄 및 전통적인 인화 방식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필름·화학품·인화의 경우 60%의 이윤을 창출하지만 디지털 상품은 이윤이 15%에 불과했으며, 디지털 기술에서는 필름과 재인쇄로 창출되는 지속적인 수익 흐름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들이 진로를 바꾸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규 사업 모델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기존 모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또한 모든 대안을 고려하지 않아 비틀거리기도 한다. 코닥의 경영진은 이미지를 지우거나 인쇄하지 않는 세상이 오리란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따라서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지털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현재 코닥은 온라인 사진 포스팅 시장을 일정 부분 점유하고 있지만 디지털 시장 진출에 미온적이던 대가는 매우 크다. 지난 10년 간 코닥의 주식 가치는 75%나 하락했다. 2007년 현재 코닥은 10년 전 직원 수의 3분의 1만을 보유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졌다.
 
호출기 회사인 모바일 미디어는 호출기가 단 몇 년간 일시적으로 유행한 상품이란 점에서 자사의 전략을 고수한 데 대해 특히나 변명의 여지를 찾기가 힘들 것이다. 휴대전화의 크기가 크고 요금도 비싸던 1990년대 중반에 호출기는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미디어는 휴대전화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던 때에도 다른 호출기 업체를 인수하였고, 아무도 원치 않던 차세대 호출기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고위 경영진의 퇴임에 이어 모바일 미디어는 1997년 1월 파산 신청을 했다. 그러나 호출기 퇴조의 철퇴를 본격적으로 맞은 것은 1999년 모바일 미디어를 사들인 아크 커뮤니케이션스였다.
 
새롭게 등장한 위협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은 비단 첨단 기술 회사뿐만이 아니다. 필로텍스는 베개·이불·타월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수십 년 간 주로 기업 인수를 통해 점진적인 성장을 해 왔고, 1995년에는 거의 5억 달러에 가까운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4년에 미국은 수입 쿼터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은 저렴한 수입품과 경쟁하기 위해 즉시 개발도상국을 통한 외주 생산에 들어갔지만 필로텍스는 규모에 의한 효율성이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로 기업 인수에 두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1990년대 후반에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필로텍스는 외주 생산을 하나의 대안 정도로만 언급하고 있는 반면 1998년 한 해에만 미국 내 공장용 신규 기계 설비에 2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음을 강조했다.
 
두 차례의 파산 신청 끝에 필로텍스는 결국 2003년에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미국 내 공장 운영을 지속한 이유로 미국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근로자 6450명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 섬유 업계 사상 최대의 해고 사태였다.
 
4. 유사 인접성
인접 시장 전략은 신규 상품을 기존 고객에게 판매하거나 기존 상품을 신규 고객 또는 신규 경로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조직의 주요 강점을 관련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전략은 많은 경우 진가를 발휘했다. 잭 웰치의 지휘 아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우리는 그릇된 인접 전략이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마저 무너뜨린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방의 강철 공급업체 오글베이 노턴이 대표적 예다.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143년 간 운영된 이 회사는 강철 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강철 공장을 위해 이미 석회암을 사용 중이던 오글베이 노턴에 석회암 사업은 합리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석회암은 용해된 철을 강철로 만들기 전에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여러 제조 과정에서 산업적으로 다양한 용도를 지니고 있었다.
 
오글베이 노턴은 석회암 채석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석회암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 철광석은 대부분 오대호를 통해 운송되었지만 석회암은 고객과의 거리를 고려해 주로 강으로 운송되었다. 석회암을 강을 통해 운송하려면 오글베이 노턴이 단 한 척도 보유하지 않은 작은 선박이 필요했다.
 
오글베이 노턴은 결국 2004년 2월 23일 4억4000만 달러의 부채를 떠안은 채 파산 신청을 했다. 부채 대부분이 석회암 사업 추진으로 발생했다. 이 회사는 파산을 극복했지만 이전과 같은 위치에 다시 오르지는 못했다. 부채 청산을 위해 보유 선박을 따로따로 매각한 오글베이 노턴은 석회 제품 제조 업체인 카뮤즈 노스 아메리카에 인수당했다.
 
우리 연구에서 인접성 전략에 의한 실패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인접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서가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에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인접 시장 전략을 추구하게 된 경우다. 철강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오글베이 노턴의 필사적인 시도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두 번째, 인접 시장에 대한 회사의 전문성 결여로 잘못된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경쟁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우다. 화장품 직판회사인 에이번이 1980년대 초반에 보건 분야로 진출하면서 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에이번은 ‘복지 문화’라는 자사 전략에 따라 당시 의료장비 대여업체와 약물중독 치료센터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 행보는 의료 사업 규제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뤄졌다. 특히 에이번의 핵심 자산인 방문판매인력 활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에이번은 이들 업체 인수로 큰 손실을 보았으며, 1988년 보건 사업 부문 정리를 위해 총 5억4500만 달러를 쏟아 부어야 했다.
 
세 번째, 회사가 자사 핵심 사업의 강점이나 중요성을 과신한 경우다. 성공한 회사들이 이러한 덫에 걸리기 쉽다. 이들 회사는 기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에 비추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들곤 한다. 스쿨버스 운영사인 레이들로는 구급차 사업을 추진할 때 자사의 운송 노하우가 사업 운영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로 이러한 함정에 빠져 구급차 사업체 인수에 열을 올렸다. 결국 레이들로는 구급차 사업에서 무려 18억 달러의 큰 손실을 보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인접성 전략은 기업이 고객에 대한 자사의 장악력을 과신할 경우 실패할 수 있다. 고객들이 자사의 서비스 중 하나를 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서비스를 구매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1980년대 중반 확장을 꾀하던 몇몇 업체들이 이 같은 함정에 빠진 바 있다. 규제기관에서 서비스 요율 인하 압력을 가하자 이들 업체들은 타 산업에서 기회를 모색했다.
 
일부는 고전적 실수를 저질렀다. 자사가 적절한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고성장 시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기존 고객을 토대로 생명 보험과 같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그러나 확보할 수 있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HBR TIP] 재앙을 피하는 방법: 반대자를 기용하라
 
새로운 전략을 고안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어서 의사 결정자들은 쉽게 목적성을 잃을 수 있다. 실패에 대한 강력한 방어 기제를 갖춘 회사조차도 확립되지 않은 가정, 도달할 수 없는 예측, 협의되지 않은 계약에 대한 열기, 결함을 내포한 사고를 인지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줄 질문들을 간과할 수 있다.
 
그린 트리 파이낸셜을 인수한 콘세코의 CEO 스티브 힐버트에게는 약 20년 간에 걸친 수많은 계약 체결로 다져진 엄중한 인수 절차와 뛰어난 전문 인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투자자와 분석가들의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음에도 분명히 위기에 놓여있던 회사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들였다. 회사 내부의 부정적 의견이 무시되거나 묵살당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CEO에게 그의 야심찬 비전(힐버트의 경우 금융 서비스 업계의 월마트가 되겠다는 비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업들에 반대자를 기용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전략 개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민감한 질문도 거리낌 없이 던질 수 있는 반대자의 공식적인 검토를 거치는 것이다. 우편 처리 업체인 피트니 보스는 2000년 이후 80여 개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초기 인수 계획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들을 통한 두 차례의 검토를 실시했다.(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질문 유형을 보려면 ‘모든 회사가 던져야 하는 질문들’ 참조)
 
물론 CEO들은 단지 외부에 보이기 위해 형식적인 검토 절차를 거치고 실제로는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부 반대자 기용에는 한계가 따른다. 최종 방어 전선을 구축하는 것, 즉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패널의 의견을 통해 마지막 기회를 얻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전략 수립의 최종 단계에 패널을 소집함으로써 전략 수립 과정에서 패널들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되돌리기에 너무 늦지 않은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회사들은 내부 합의에 도달하기 이전에 반대자 검토 과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할뿐더러 잠재적인 문제점 파악을 위해 기업 인수가 완료된 뒤에도 이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반대자 검토 과정의 시기와 관계없이 건설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해 줄 몇 가지 원칙을 알아냈다.
 
제한선을 두되 임원진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라
CEO들은 임원진이 권한을 이용하여 지나친 간섭을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참여자 모두가 지배와 경영의 차이점을 이해하기만 한다면 투명성은 오히려 CEO들에게 더욱 득이 된다. 사업의 경영권을 탐내지 않는 한 임원진은 CEO의 결정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것이다. 어떤 CEO들은 임원진이 반발할 경우 논란이 예상되는 전략에 대한 임원진의 동의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독립적인 검토 절차를 활용하기도 한다.
 
제한된 강령과 명확한 기본 원칙을 확립하라
회사는 검토를 위한 협의가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협의를 통해 알아낸 부정적 사실들이 묻히지 않도록 패널의 검토 범위와 행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은 또한 패널들이 그들 자신의 관심사에 치중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패널들은 완벽한 모델과 회사의 전략을 비교하기보다 ‘정답’에 대한 그들 자신의 선입견을 제쳐두고 현실적인 시각을 견지하여야 한다. 목표는 전략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최선의 대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토 자체를 위한 검토는 지양되어야 한다. 반대자가 심문하듯 한다면 전략을 고안한 관리자들은 방어하는 데 급급할 것이다. 검토는 감정이나 직관이 아닌 사실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사소한 결점이 아니라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략적 측면에 집중되어야 한다.
 
성공을 위한 패널을 조직하라
검토의 신빙성과 효과는 검토 절차를 이끄는 리더의 신뢰성과 입지가 어떠하냐에 달려 있다. 리더는 제안된 전략과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영진의 외부 인사이면서 검토 결과에 아무런 이해 득실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사업 부문의 경영자나 관리자라면 사업 부문 규모에서 반대자 검토 절차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독립적인 외부 임원진이라든지 이미 은퇴하여 사심이 없는 전 경영자와 같이 조직에 대해 꿰뚫고 있는 외부 인사라면 기업 규모에서의 반대자 검토 절차를 이끄는 데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패널진은 기존의 지식들을 되뇌기보다 신선한 시각을 제공해야 한다. 패널은 전문가 집단일 필요가 없다. 좋은 패널은 회사 전반의 가정, 문제점, 전략의 결과 등을 아우르는 폭넓고 열린 질문들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패널이 될 수 없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성급히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이고(전문 지식이 많을수록 이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다른 하나는 남의 말에 대한 수용도가 커서 전략 입안 담당자들의 입장을 곧잘 이해하고 그들의 가정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과정보다 전략에 집중하라
목표는 모든 단계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전략 자체가 완전한지 아닌지를 판명하는 것이다. 패널은 스프레드시트나 슬라이드가 아닌 전략에 대해 상세히 풀어 쓴 문서를 요구해야 한다. 스프레드시트나 슬라이드는 세부 사항을 과장되게 꾸미기 쉽고 읽는 사람의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피트니 보스의 전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브루스 놀럽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파워포인트에서는 명확하게 보이던 요소들이 문장으로 다시 쓰여졌을 때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때마다 크게 놀라곤 합니다. 파워포인트 문서에서는 계약의 조건들이 ‘교차 판매’와 같은 하나의 어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서에는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왜 교차 판매를 하는지를 정확히 명기해야 합니다.”(HBR 2007년 9월호 기사 ‘인수의 법칙’ 참조).
 
다음으로 전략의 기본 전제를 검토해야 한다. 이언 미트로프, 리처드 메이슨, 짐 엠쇼프(또한 우리가 들은 바에 따르면 빈스 바라바)가 창안한 ‘전략적 전제 표면화 및 시험 프로세스’가 이를 수행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 따라 참여자들은 상이한 경험과 관점을 지닌 그룹을 형성하여 전략이 취약성을 드러내는 분야를 찾아내기 위한 논의와 역할 연기를 실시한다.
 
대답이 아닌 질문을 제시하라
검토 목적은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검토팀은 허가를 받은 한 탁상 위에 올려진 환자를 철저하게 난도질할 수 있어야 한다.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검토 절차가 ‘더 나은’ 대답을 제공하는 전략 입안 과정의 되풀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나온 검토의 산물은 검토팀의 협의 내용과 협의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요약 및 통합하는 하나의 보고서 형태를 띠어야 한다.
 
결과를 공개하라
우리는 패널의 리더들이 검토팀이 밝혀낸 내용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흔히 보아왔다. 마지막 결정권은 경영진에게 있지만 적어도 검토팀이 수행한 검토 내용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는 과정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5. 잘못된 기술에 올인
획기적 상품과 서비스가 지닌 위력이 워낙 크다 보니 기업들은 끊임없이 제2의 구글이나 이베이나 아이팟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기술 의존 전략이 고안 단계부터 잘못됐음을 알 수 있었다. 잘못 고안된 전략은 아무리 운이 따르거나 완벽하게 실행된다 해도 회생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실패를 예고하는 전략을 추구할 때 기업들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특성을 보인다.
 
모토로라가 50억 달러를 들여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개통 1년도 되지 않아 파산 절차에 들어간 이리듐 위성전화 사업은 전략 실행 또는 마케팅 실패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사업의 실패는 잘못된 기술 채택에 따른 것이었다.
 
모토로라는 1980년대에 휴대전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듐 위성전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휴대전화는 통화료가 비쌀 뿐 아니라 국제 통화가 불가능했다. 대안이라 할 수 있던 기존의 위성전화 역시 번거롭고 안정적이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이리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큰 실수를 범했다. 휴대전화 기술은 해마다 향상되고 통화료는 저렴해지는 반면에 이리듐 위성전화는 완성된다 해도 1980년대 초반 휴대전화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자사 엔지니어들의 지적을 무시한 것이다. 모토로라는 이리듐 위성전화 기술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시장 조사도 마치 제품을 홍보하듯 진행했다.
 
예를 들어 ‘합리적 가격’으로 국제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물을 때 모토로라는 ‘합리적 가격’이 3000달러의 초기 가입비와 월별 사용료, 값비싼 분당 통화료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당신의 호주머니에 꼭 맞는’ 전화라는 마케팅 문구에서 이 호주머니는 벽돌도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의 호주머니를 의미했다.
 
페덱스는 1980년대 중반에 잽메일 서비스를 추진할 때 이와 비슷한 과오를 저질렀다. 잽메일은 고객과 가까운 위치의 대리점 직원이 문서를 인근 대리점에 운반하면 그곳에서 목적지에 가까운 또 다른 대리점으로 팩스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2시간 안에 문서를 수신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이용료는 문서 5장당 35달러였고, 고객이 직접 문서를 페덱스 대리점으로 가져올 경우 할인 혜택과 함께 좀 더 빠른 배송 서비스가 제공됐다. 당시 팩시밀리는 고가인 데다 전송 품질도 좋지 않아 팩시밀리를 보유한 회사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가격이 낮아지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팩시밀리가 대중화되자 잽메일은 금방 쓸모 없는 서비스로 전락했다. 페덱스는 2년 간의 잽메일 운영으로 3억1700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1986년 잽메일 서비스를 폐기하면서 다시 3억4000만 달러를 날려야 했다.
 
6. 성급한 합병
산업이 성숙하면 그 산업에 속한 많은 기업이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때 묵묵히 버티는 것은 조직의 역량을 규합하고 구매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한 발짝 물러나 다른 기업들이 합병으로 우왕좌왕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나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회사를 인수하는 데서 더 큰 영광을 찾을 수 있겠지만 업계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회사를 팔아 치우고 현금을 챙기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아메스 백화점의 몰락을 예로 살펴보자. 아메스 백화점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이 이 사업에 뛰어들기 4년 전에 이미 지방 중소도시 할인 매장 전략을 선도한 업체였다. 그러나 이 업체는 전국 규모로 확장하려는 욕심 탓에 무모한 행보를 취했다. 월마트와의 경쟁 때문에 아메스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기업 인수를 거듭했다.
 
기업 인수는 아메스의 최대 강점인 머천다이징 구축에 득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회계 등 지원 업무 체제 미흡이라는 취약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아메스는 1985년에 할인 체인인 G. C. 머피 인수 후 적절한 재고 확인 시스템이 없는 탓에 상당량의 물품 감소, 정확히 말해 절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불만을 품고 있던 머피의 직원들이 운송 트럭에서 상품을 빼내고 모든 상품이 제대로 출하된 것처럼 보고했기 때문이다.
 
1987년 아메스는 판매 금액 기준으로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보았지만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회사가 G. C. 머피와의 통합에 고전하고 있을 때도 아메스 임원진은 8억 달러라는 높은 금액에 또 다른 회사인 자이레를 인수했다. 1990년에 파산 신청을 한 뒤 회생하고도 아메스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이 업체는 힐스 백화점 인수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00년 다시 파산 신청을 했고, 이듬해 끝내 해체되고 말았다.
 
기업 합병에는 몇 가지 과오가 따르게 마련이다. 첫 번째, 기업을 인수할 때 그 기업이 가진 문제점들도 함께 딸려 오는 경우이다. 아메스는 자사가 인수한 업체들이 결함이 많다는 사실을 수 차례에 걸쳐 간과했다.
 
두 번째, 합병으로 인해 조직의 복잡성이 커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망칠 수 있다. 기존의 규모에 적합하던 조직 체계가 기업의 몸집이 불어나면서 붕괴될 수 있다. 유에스 항공은 서부 진출을 위해 1987년 3억8500만 달러로 퍼시픽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인수했고 이후 16억 달러에 최대 경쟁사인 피드몬트 항공을 인수했다.
 
유에스 항공은 1년 만에 규모가 거의 3배나 커졌지만 이 항공사의 정보 시스템은 늘어난 규모를 감당하지 못했다. 항공사의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고, 월급날이면 전산 장애가 속출했으며, 승무원들은 늘어난 비행 일정으로 과로에 시달렸다. 합병 이전에 유에스 항공과 피드몬트 항공은 업계 평균보다 67%포인트 높은 운영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이들의 운영 수익은 평균치보다 2.6%포인트 낮았다.
 
세 번째, 기업들은 그들이 인수한 회사의 고객들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정의에 변화가 생길 경우에는 특히나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 아메스는 굳이 월마트와의 정면 대결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제한적인 상품 라인을 공급하는 지방 유통 업체로서 충분히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분석에 따르면 아메스는 애석하게도 그러한 위치를 유지하기보다 월마트와 같은 규모가 되는 데에만 치중했다.
 
[HBR TIP] 모든 회사가 던져야 하는 질문들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미리 전략을 검토했다면 우리의 연구 대상이 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불행한 행보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다. 내부자이건 외부자이건 간에 반대자들이 검토 절차를 통해 지적해야 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현실적인 전략인가?
우리가 연구한 회사들 가운데 그린 트리 파이낸셜은 신용 부실 고객들에게 이동식 주택에 대한 30년 만기 담보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번영을 구가했다. 이들 이동식 주택은 현금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며 수명이 기껏해야 10년 정도였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 질문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린 트리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가격에 콘세코에 매각되었고, 결국 콘세코는 이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어떠한 전략이든 당당히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1면을 장식한다면 어떻겠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금융 사기나 이와 비슷한 위기일발의 순간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이코가 자사가 언론의 감시 아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기업 인수를 위해 무리한 회계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략은 또한 시련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로언 그룹은 장례식장 인수에 열을 올리던 시기에 많은 투자자를 유치했지만 사망률이 낮아지자 결국 무너졌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가 연구한 많은 실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회사인 우넘이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프로비던트와 합병했을 때 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우넘 경영진은 합병을 추진하기 불과 얼마 전에 자사가 바로 프로비던트의 핵심 사업 영역에서 후퇴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때 반대자가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사업에서 발을 뺐는가? 개인 및 기업의 신체 장애 고객 간의 교차 판매 역량에 대해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피상적으로 바라본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고객사 중 하나는 잘못된 합작 회사 추진으로 인해 큰 실패를 겪었다. 10년이 지난 뒤 이 회사 관리자들은 모든 종류의 사업 협력에 대해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고 내린 결정이겠지만 그들은 사안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고집한 것이다.
 
전략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반대 의견들이 의사 결정자에게 도달하고 있는가?
우리는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사례에서 조직 내 누군가는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가 정작 의사 결정자에게는 도달하지 못했다. 우넘에서도 많은 직원이 체험을 통해 개인 고객 시장 진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러한 우려는 전략 결정자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행사하지 못했다. 또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IBM의 직원들은 OS2가 윈도에 대적할 만한 프로젝트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생각은 고위 경영진에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IBM은 OS2 개발로 20억원의 손실을 봤다.
 
정례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전략에 반하는 의견을 묵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여과되지 않은 의견들이 직접적으로 상부에 전달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원들을 대상으로 신규 상품 출시 시기를 예측하도록 하는 무기명 설문을 실시한다. 그룹의 리더들은 이러한 설문이 불시에 실시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실을 정직하게 보고하게 된다. 이러한 설문은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만 경영진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규모로 인한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평가했는가?
기업들은 종종 규모의 힘을 과대평가하고(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막강한 구매력을 확보하는 등 기대했던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복잡성을 과소평가한다. 규모가 두 배로 커졌을 때 기업들이 이전과 같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1987년에 유에스 항공이 회사 규모를 세 배로 불렸을 때 이 회사의 정보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대안을 고려하였는가?
중요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코닥은 1980년대나 1990년대에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할 수 있었고, 디지털 분야에 좀 더 빨리 진출함으로써 카메라 및 프린터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거나, 사진 웹사이트나 휴대전화 카메라 시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필름 및 인쇄 부문에서 코닥의 최대 라이벌인 아그파와 후지는 이와 같은 전략을 취했다.
 
내기를 걸 만큼 확신이 있는가?
신생 회사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한 투자가 고든 벨은 그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회사의 경영자들에게 매우 노골적인 태도를 취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어떤 회사의 실적에 대해 예측한다면 그는 하나의 수치를 골라잡아 CEO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기하겠습니까? 저와 1000달러를 걸고 내기하는 게 어떻습니까?” CEO가 망설인다면 벨은 그가 확신이 없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적이 좋지 않은 CEO가 내기에 응하지 않았을 때 벨은 심지어 그를 해고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개념은 예측 시장, 즉 특정 전략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정직한 평가를 반영하여 주식이 사고 팔리는 주식 시장과 같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7.
거의 모든 종류의 몸집 불리기
몸집 불리기는 수많은 소규모 업체를 끌어 모아 이들을 하나의 거대 업체로 규합함으로써 좀 더 큰 구매력, 높은 브랜드 인지도, 낮은 자본 비용, 더욱 효율적인 광고 등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몸집 불리기의 3분의 2 이상이 투자자를 위한 가치 창출에 실패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많은 몸집 불리기 시도가 금융 사기 등 부정 행위로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MCI 월드콤, 필립 서비스, 웨스터 에너지, 타이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을 더 깊숙이 파고 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교훈을 되새기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로언 그룹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캐나다에 기반을 둔 장의업체 로언 그룹은 19701980년대에 장례식장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1989년에 이르러 로언 그룹은 131개의 장례식장를 소유한 회사가 되었으며, 그 이듬해 135개의 장례식장을 추가로 인수했다. 매출이 껑충 뛰어올랐으며,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노쇠로 ‘사망의 황금기’가 올 것이라며 이 회사의 밝은 전망을 예측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정작 회사가 얻은 것은 많지 않았다. 로언 그룹은 시신의 염, 운구, 접수계원 운영 등 일부 부문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이는 한정된 지역에 국한된 것이었다. 장례 업계의 규제가 심한 점도 규모의 경제 실현에 장애가 되었다. 한 지역의 법규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족들은 지인의 소개나 이전의 경험에 의존하여 장례 업체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해서 매출이 크게 신장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방 업체로서의 이미지가 더 유리했다. 이러한 까닭에 회사는 종종 소유권이 로언 그룹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한편 유족들에게 좀 더 값비싼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이를 테면 저가의 관에 ‘복지 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하는 판매 방식으로 회사는 그나마 있던 평판마저 손상시켰다.
 
규모 신장은 회사의 자본 비용 향상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장례사업은 위험이 낮고 지속적인 업종이었으므로 이미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했다. 오히려 장례식장을 인수하고 통합하는 데 든 비용이 규모를 늘림으로써 얻은 이익을 훨씬 초과했다.
 
게다가 로언 그룹이 다른 업체들을 사들일 당시 예상한 것과 달리 사망률은 늘어나지 않았다. 몇 년 간 급속하게 후퇴한 로언 그룹은 매력적인 인수 제안을 거부한 뒤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앨더우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기도 한 로언은 처음 제안 받은 인수 가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헐값에 다른 업체에 인수 당했다.
 
몸집 불리기는 기업 인수의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처음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성장이므로 기업들은 한 달 내에 하나, 둘, 또는 네 개의 업체를 사들이면서 여기에 수반되는 기업 문화 또는 운영 상의 문제들을 함께 떠안는다. 투자자들은 이 시점에 수익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기업의 수입에 관심을 집중하고, 경영진은 일단 몸집 불리기 전략이 안정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수익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결과 운영 비용이 부풀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가 기업 인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기에 매각하는 회사들은 더욱 높은 가격을 부른다. 실제 로언은 회사들을 사들일 때 많은 경우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지불했다. 다른 사례로 질레트 홀딩스 및 다른 회사들이 1980년대에 지역 TV 방송사를 규합하는 몸집 불리기를 시도했을 때 방송사들은 그들의 현금 흐름 대비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1년 동안 12개 방송사를 사들인 뒤 6개 방송사를 소유한 업체를 또다시 인수한 질레트는 결국 1991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마지막으로 몸집 불리기 전략은 피할 수 없는 고난의 시기를 맞아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집 불리기는 자금을 두고 펼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다른 업체들을 주식으로 사들인다면 이러한 기업 인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그대로 유지되어야만 한다. 또한 다른 업체들을 현금으로 사들인다면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로언 그룹은 단지 사망률이 조금 주춤한다는 이유로 맥없이 무너졌다.
 
질레트의 경우도 예상치 못한 TV 광고 부진이 파산의 원인이었다. 그러므로 몸집 불리기 전략을 실행하고자 한다면 먼저 얼마만큼의 타격을 감당해 낼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부채를 통해 자금을 융통할 경우 2년 간 자금 흐름이 10%나 20% 또는 50% 감소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주식으로 기업을 인수할 경우 주가가 50%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다수의 기업 연구는 성공적인 기업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특성·전술·전략을 일반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본받을 만한 점들을 찾기 위해 건전한 기업의 경영 방식을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다른 이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자료에 주목하고 있다.
 
즉 성공한 회사가 한 것과 같이 하고자 노력하다가 실패한 회사들이 바로 그것이다. 적절한 동기가 있다면 회사들은 실패를 통해 배워나갈 수 있다. 항공사들이 타 회사들보다 재앙을 더 잘 예방하는 이유는 바로 회사 직원들이 고객과 운명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전략을 추구하다가 수백만 달러를 잃은 회사들로부터 얻는 교훈에 커다란 가치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HBR TIP] 본 연구에 대하여
 
우리의 연구는 19812005년에 있었던 미국 기업들의 주요 실패 사례에 집중하였다. 접근성과 형평성이 보장되는 자료를 활용함과 동시에 결과를 일반화하기에 충분할 만한 숫자의 기업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는 중대한 투자 손실, 수익성 없는 사업 부문의 해산, 파산이 발생한 경우 이를 ‘실패’로 정의하였다.
 
로이터, 톰슨 파이낸셜, 뱅크럽시 닷컴 등 유수의 정보 제공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는 2500여 건의 실패 사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였다. 또한 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매각된 회사와 같이 DB 상에 나타나지 않는 실패 사례를 찾기 위해 문헌 검색을 병행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 매니지먼트&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의 리서치 담당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750건의 주요 사례를 추출했다. 1억 달러 이상의 규모에 이르는 파산, 손실, 운영 중단이 있기 전 마지막 분기 동안 적어도 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체의 파산을 기준으로 삼았다.(R&D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제외)
 
우리는 분석을 통해 355건의 사례에서 실패의 주요 요인이 전략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영진에게 실패가 임박했음을 경고할 수도 있었을 적신호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또한 개인 인터뷰, 법정 문헌, 지방 신문 주요 기사, 비즈니스 스쿨 사례 등을 참조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폴 B. 캐럴(paul@billiondollarlessons.com)은 ‘빅 블루스: IBM의 복귀’(크라운, 1993)의 저자이자 콘텍스트 매거진의 창립자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춘카 무이(중국명 머우춘자, chunka@billiondollarlessons.com)는 ‘킬러 앱의 분출’(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프레스, 1998)의 공동 저자이자 시카고 소재 다이아몬드 매니지먼트&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의 펠로(fello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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