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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

지능화된 ‘디지털 노동’이 서비스 혁신

김광석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검토해야 할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RPA 솔루션 밴더가 제공하는 상품을 비교 분석해 자사의 니즈와 프로세스에 적합한 솔루션을 선별해야 한다. 둘째,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RPA로 대체할 것인지, RPA 적용 시 투자수익률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앞으로의 업무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셋째, 파괴적 혁신 기술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대체될까 염려하는 조직 내부 반발을 고려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넷째, 전사적 인적 자원 운영 방안을 재설계해야 한다.


인간의 노동을 기술이 대체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이 기업 경영 전반에 침투하면서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의 개념이 새롭게 부상했다. 농산업에 스마트팜이, 제조 현장에 스마트 팩토리가 보급됐듯이 사무 공간 등 서비스 영역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가 속속 도입돼 인간의 일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이다.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자연어로 소통하는 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그동안 간단하고 반복적인 작업에만 주로 쓰였다. 그러나 머신러닝의 발달로 금융권에서 로보 어드바이저가 자산을 관리해주고 챗봇이 콜센터 상담사를 대체하는 등 RPA가 점차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지능화된 디지털 노동은 앞으로 기업 경영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RPA란 무엇인가?

RPA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표준화돼 있고 규칙적인 업무를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RPA에서 ‘로보틱’은 물리적인 로봇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인지적인 일을 대신하는 컴퓨터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그동안의 RPA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정형화돼 있고 루틴한 지원 업무(Back-office)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으나 RPA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AI와 결합하면서 비정형적이고 복잡한 일선 업무(Front-office)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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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는 기술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기초 프로세스 자동화다. 반복적인 거래나 업무를 규칙 기반(rule-based)으로 프로그래밍해 자동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2단계는 지능형(고급) 프로세스 자동화로, 이미 축적된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RPA 솔루션의 정확도와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통해 비정형화된 데이터까지 핸들링할 수 있다. 마지막 3단계가 바로 인지 자동화다. 빅데이터와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을 활용해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준에 이른다. 스스로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하면서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탐색한다.

조직에 RPA를 도입하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직원들이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정보가 사람에 의해 오염, 손상되는 인적 오류를 방지하는 등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입력 오류를 예방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저부가가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단순 반복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와 차별적 비즈니스 가치 발굴에 집중할 수 있다. 넷째, 무인 사무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정보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 진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경제적 편익도 기대된다. 첫째, 고령화 및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인적 자원이 위험하고 기피되던 업무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셋째, 유연근무가 가능해지고 초과 근로시간이 줄어 개개인의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개선할 수 있다. 넷째,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자동화로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이게 되면 기업, 산업 차원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RPA 시장 동향

세계적인 아웃소싱 분석 기업인 HfS리서치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RPA 시장은 2016년 약 6억1200만 달러 규모였으나 성장을 거듭해 2022년에는 43억800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크게 RPA 소프트웨어와 RPA 서비스로 양분된다. 먼저, RPA 소프트웨어 시장은 RPA 솔루션 플랫폼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RPA 밴더는 RPA 개발 플랫폼을 만든 다음 교육을 이수한 개발자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RPA를 직접 개발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들 밴더 중 일부는 RPA 관련 서비스, 즉 컨설팅이나 설계/구축 업무까지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공급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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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 서비스 시장은 RPA 솔루션을 도입하기에 앞서, 혹은 도입한 후 필요한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시장이다. 가령, RPA 솔루션의 본격적인 도입 전에는 어떤 업무를 RPA로 대체할 것인지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RPA 도입 시 어떤 정량적 효과가 기대되는지, 투자수익률(ROI)이 어떻게 변할지를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도입한 뒤에는 기존 인력에 대한 변화 관리, 프로세스 개선 및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RPA 솔루션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컨설팅펌들이 주로 이런 RPA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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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는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블루프리즘(Blue Prism), 유아이패스(UiPath) 등이 있다. RPA 서비스는 기술 수준별로 (1) 기초 자동화(Basic Automation) (2) 지능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 (3) 인지 자동화(Cognitive Automation)로 구분된다. 현재까지는 기업들이 기초 자동화 도입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선도적인 3개 회사가 가장 경쟁력이 있고 큰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RPA 수요가 고급 기술로 확장됨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IP소프트(IPsoft)와 아라고(Arago)란 회사는 지능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 단계의 RPA에 포지셔닝하고 있고, IBM 왓슨(IBM Watson), 울프럼 알파(WolframAlpha) 및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 Mind)는 최상위 단계인 인지 자동화(Cognitive Automation) 단계의 RPA에 포지셔닝 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솔루션 밴더들도 점차 인지 자동화로 포지셔닝을 바꿔나가고 있는 만큼 시장을 누가 장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영국 IT 업체인 하비내시(Harvey Nash)가 수행한 세계 86개국 4498명의 CIO 설문 조사 결과, 초대형 기업 대부분이 디지털 노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내비쳤다. IT 예산 규모가 2억5000만 달러 이상인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62%가 디지털 노동에 투자하고 있거나 향후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금융 산업에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생체인식 기술 등의 핀테크와 맞물리면서 RPA의 활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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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A 도입 사례

실제로 글로벌 주요 금융사들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RPA를 도입해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의 대표 보험회사인 취리히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이 대표적이다. 취리히보험그룹은 사내 컴퓨터에 RPA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보험 계약 관리, 보상금 지급 등 주요 업무 처리에 걸리는 속도와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호주의 대형 은행인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도 마찬가지로 RPA를 통한 무인화로 대출 업무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정보 입력 과정에서 사람이 가져올 수 있는 입력 오류를 최소화했다. RPA를 도입하면서 비영업부서의 비용을 낮추고, 업무상 과실을 대폭 줄이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업무 처리 과정의 투명도를 높인 것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골드만삭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금융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AI 분석 업체인 ‘켄쇼(Kensho)’에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런 뒤 켄쇼의 AI 검색 알고리즘을 활용해 국내외 주요 경제 지표, 기업 실적 및 신제품 발표, 주가 동향 등 금융시장 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RPA 적용 이후 골드만삭스의 업무 처리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숙련된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해야 했던 복잡한 금융 데이터 분석을 단 5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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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RPA 적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RPA를 활용해 반복적인 카드 국제 정산 업무를 자동화했다. 원래 정산 업무를 구성하는 일들을 보면 시스템이나 웹에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취합, 복사, 계산하는 단순 업무가 70%에 달한다. 복잡한 업무도 사실은 이러한 단순 업무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합쳐진 것에 불과하다. 신한카드는 RPA를 도입하면서 이렇게 반복적으로 이뤄지던 국제 정산 업무 프로그램 실행부터 ITF 파일 다운로드, 변환 및 저장, 전송 등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그 결과 지원부서(Back Office)에서는 전체 업무에 드는 비용의 23%가량이 줄었다. 향후 3∼4년 안에는 RPA 적용 범위가 확대돼 전체 비용의 46%까지도 절감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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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NH농협은행도 개연 여신 자동 기한 연기, 은행조회서 작성 및 회신 같은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RPA를 도입했다. 향후 서류 관리 통합 플랫폼을 마련해 서류를 100% 디지털 기반으로 접수하고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자금세탁방지(AML) 모니터링 업무에 RPA를 도입함으로써 해당 업무의 약 10%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사 관리(HR)에 RPA를 도입한 사례도 있다. 국내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Midas IT)는 ‘AI 역량검사 솔루션’과 화상 면접 플랫폼을 개발해 기업들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수만여 개의 입사서류들을 분석해 기업들의 채용 과정을 자동화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채용이 늘면서 올해 이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이 지난해 대비 약 4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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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취해야 할 RPA 도입 전략

기업들은 RPA 도입에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다양한 RPA 솔루션 밴더가 제공하는 상품을 비교 분석해 자사의 니즈와 프로세스에 적합한 RPA 솔루션을 선별해야 한다. 시장에 다양한 RPA 솔루션 밴더가 각각 특색 있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별 여건과 전략에 따라 최적의 공급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둘째, RPA 솔루션 밴더를 선정하기 전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RPA로 대체할 것인지, RPA 적용 시 ROI는 어떻게 될 것인지, To-Be 프로세스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특히 RPA 솔루션 벤더 선정 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따져봐야 한다.

셋째, RPA 도입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요인도 검토해야 한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RPA와 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며, RPA가 기존 작업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사적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에 따른 전사적 인적자원 운영 방안을 재설계해야 한다. RPA는 제조 인력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인력의 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 따라 RPA를 통해 대체되는 인력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재배치될 수 있도록 교육 및 조직의 변화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프로세스 통폐합에 따른 조직 운영 체계 재검토도 요구된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 교수 gsk@hanyang.ac.kr
김광석 교수는 서울대 경영연구소에서 산업과 기업 경영을 연구했고,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및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으로 실물경제 분석과 경제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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