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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코로나 위기로 주목받는 ‘시나리오 경영’

여준상 | 296호 (2020년 5월 Issue 1)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특히 그동안 경험치 못한 사회적 봉쇄, 거리 두기로 인한 인간 심리, 행동의 변화는 기업 경영 곳곳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비접촉,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져온 새로운 일상(new normal)에 적응하고 있다. 일찌감치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대학가도 초기 혼란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해볼 만하네’라는 멘트가 나올 정도다. 이는 인간의 행태적 반응 커브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커브 중 하나인 역U자형(U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양)을 연상시킨다. 처음엔 낯설었던 일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중간에서 최적의 적응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동안 해보지 않아 생소하게 여겨졌던 온라인 쇼핑, 온라인 강의, 영화 스트리밍이 이젠 일상이 됐고,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이 늘어났다.

집단주의적 문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 개념이 약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대규모, 집체적 소비문화가 소규모, 개별적 소비문화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의 장점을 깨닫게 되면서 소규모 취향 중심의 삼삼오오 문화가 자리 잡게 될 수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싱글족, 혼자 소비, 소확행, 스몰 문화 등과 맞물리면서 이런 변화는 Z세대, 밀레니얼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폭넓게 나타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 차원에서도 온라인, 모바일 기반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처리가 진전될 것이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영업이나 고객 접촉 부서는 이번 사태로 상당한 도전을 받았기에 앞으로 이런 도전에 대비한 언택트 경영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AI, 로봇 기반의 무인화도 코로나 이후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대면 접촉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쳐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인간의 자리를 바이러스 프리(virus-free)인 기계가 꿰차게 될 것이다.

옛것으로 치부되던 로컬라이제이션의 부활도 예상된다. 유사시에 먼 해외보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 자원을 공급받고 해결하려는 공급망 관리상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봉쇄와 거리 두기는 가까운 것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정작 가까운 데서 발굴할 수 있는 것도 글로벌 라이제이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너무 멀리서 찾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 내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지면 어떤 글로벌 위기가 닥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지역 내 다양한 유망 파트너를 발굴, 계발하는 것도 위기 시 외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나리오 경영의 중요성도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초불확실성 환경에서 늘 위기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 구성과 운용 능력도 필요하다. 시나리오에는 기존의 상식과 틀을 깨는 극단적인 예상과 역발상적 대응이 녹아 있어야 한다. 초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미증유의 사안이 반영되는 틀 깨기 경영이 필요하다.

공포관리이론에 따르면 극심한 공포에 노출된 뒤 인간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좀 더 미래를 준비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만큼 인간이 경영하는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후, 보다 겸손하고 성숙해진 소비 사회와 기업 경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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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서비스마케팅학회 학회장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현재 한국서비스마케팅학회 11대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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