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1. 효과적인 재택근무 솔루션

대면 위주 업무 재편성 계기 삼고
최악 상황 고려한 시나리오로 상시 대비

류종기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Pandemic Planning: 코로나로 기업이 ‘다운’되지 않으려면 1


Article at a Glance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과 2020년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다를까. 신종플루 당시 정부의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까지 국내 발병 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 코로나19는 최고 위기 경보 단계에 이르는 데 국내 발병 후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듯 감염병의 확산 속도에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업무 환경이 확실히 달라졌다.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유연한 모바일, 원격 근무 형태가 언제든 가능하게 됐고, 제조업의 생산 공정 역시 자동화, 무인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감염병 대유행을 가정한 업무지속계획(BCP)을 토대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은 팬데믹 플랜을 가동함으로써 비즈니스 핵심 업무와 기능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1. ‘결근율 최대 50%, 12주간 지속되는 여파가 두 번에 걸쳐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absenteeism as high as 50% for two 12-week periods or pandemic waves)에 대비하는 계획’ 2020년 1월31일, 글로벌 IT 기업 A사는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계획을 전사에 공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으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팬데믹 플래닝(Pandemic Planning)’이었다.

#2.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확진자가 24명이었던 2020년 2월7일, 글로벌 금융회사 B사의 서울지점은 감염병 대유행을 가정한 업무지속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훈련을 경기도에 미리 마련한 대체 사업장에서 실시했다. 훈련 직후 바로 이어 회사는 8주간에 걸친 분산 근무에 돌입했고, 서울지점과 대체 사업장을 동시에 운영하며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은 이 같은 비상 운영 체제를 한 군데도 실시하지 않고 있던 시점이었다.

#3. 글로벌 장비 제조 업체 C사는 2020년 1월부터 공급망 리스크 관리(SCRM) 내 추가 인원을 보충해 공급망 돌발 상황 관리(SCIM, Supply Chain Incident Management) 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C사의 SCRM팀은 전담 인력을 두고 평상시 글로벌 이벤트의 잠재적 파급 효과 및 리스크를 감시, 평가한다. 특히 SCIM 조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향후 24시간 내 선적•수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을 가정하고, 공급망 운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회복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았다. SCIM의 상황 보고와 분석에 따라 C사는 긴급 대응팀 구성, 영향 경감을 위한 복합 기능 조직화, 인력 기동 및 배치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029


전염의 시대, 기업 활동 ‘올스톱’

세계 경제의 상호 연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기업들이 여러 형태의 전염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 금융이나 보건 문제를 비롯해 전염성 강한 이벤트들은 종종 인적 네트워크와 밀접히 연결된 공급망을 통해 번진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산업재해, 테러 공격으로 비즈니스가 중단되는 경우와 달리 글로벌 위기는 여러 국가와 산업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을 준다. 특히 금융이나 보건 이슈는 공포심 때문에 영향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 또 수요만 감소시킬 뿐 아니라 공급과 가격에도 문제를2 일으킨다. 글로벌 위기가 발발하면 거의 모두가 영향을 받지만 그중 약하고 덜 준비된 기업일수록 더 크게 고통받는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도 감염병(Infectious diseases) 대유행은 주목해야 할 10대 리스크로 강조된 바 있다. 감염병 리스크는 전형적인 ‘Low Likelihood, High Impact’의 특징을 가진다. (그림 1) 즉,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경제,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보건방역 시스템은 상당히 발전했으나 아직 SARS, 지카, MERS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보건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 최근 19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초의 종합 보건안전 대응 능력 평가에서 여전히 근본적인 약점들이 노출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어떤 나라도 감염병을 통제할 준비가 완벽하게 완료돼 있지 않으며 감염병 대유행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집단적 취약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030


신종플루 vs. 코로나19 상황, 무엇이 다른가?

감염병 발생은 통상적으로 제1단계(해외 발생기), 제2단계(국내 발생 초기), 제3단계(감염 확대기→만연기→회복기)를 거쳐 제4단계(소강기)를 거친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에는 [표 1]과 같이 정부의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까지 국내 발병 이후 6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 코로나19는 최고 위기경보 단계에 이르는 데 국내 발병 후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기업 비즈니스 업무 환경도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유연한 모바일, 원격 근무 형태가 언제든 가능하게 됐고, 제조업의 생산 공정 역시 자동화, 무인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2020년 2월23일 전후로 많은 대기업, 금융회사는 기본 감염 관리 활동은 물론 필수 인원 제외 재택근무, 층별 인력 재배치, 대체 사업장 등 가용 시설로의 인력 분산 배치, 출근 시간 시차 조정 등의 비상 체제를 빠르게 가동했다. 신종플루 유행 때에 대기업들조차 임직원 개인위생 강화나 감염자 격리 정도의 소극적 활동에만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우 2009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감염 확진자나 의심자가 발생하거나 일부 부품 조달이 잠시라도 중단되는 경우 생산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어 여타 산업에 비해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더더욱 감염병 대유행 시 취할 수 있는 조치나 방안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현재 많은 기업은 자체 비상 계획 또는 정부에서 기업에 제시한 ‘감염병 발생 시 기업 업무지속계획 표준안’(2020년 2월23일 산업통상자원부 공표)에 따라 기업 내 감염 관리와 함께 다음의 4가지 업무 지속 방안을 점검, 실행에 옮기고 있다.

• 감염병 발생 시 기업 주요 분야의 지속을 위한 주요 인력, 기술 등 업무 파악
• 다수의 결근 사태 대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 재편성 등 직원 관리 계획 수립
• 자재 및 물품 부족 상황 대비 및 물품 공급업체 관리 계획 수립
• 결근율 상승 및 유언비어에 대비한 직원, 거래처, 고객 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체계 수립

앞서 언급한 감염병 발생 단계로 봤을 때 현시점은 이미 제3단계인 감염 확대기다. 따라서
1, 2단계에서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에 신경 쓰기보다는 당장 기업의 주요 분야 지속을 위해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하고, 영향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감염병 대유행의 주요 특징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주요 부문별 예상되는 이슈와 대응 전략 방향 등 필수 고려사항들과 선진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이해를 돕고자 한다. 3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

우선 기업은 감염병 대유행이 일반적인 재해 재난과 다른 다음의 특징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정부의 권고 지침과 더불어 [표 2]의 기업 내 부문별 예상 이슈와 팬데믹 대응 방안을 참고해 기업 특성에 맞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로, 영향 기간이다. 지진, 홍수, 대형 화재 등의 재해는 수일 또는 심하면 수주에 걸쳐 기업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감염병 대유행은 한 번 유행하면 최소 8주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염 확대기→만연기→회복기’를 거치더라도 소강기 이후 제2파, 제3파 등으로 몇 차례 대유행이 지역을 옮겨가며 반복한다.

둘째로, 피해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재해가 발생하면 건물, 장비, 시스템, 네트워크, 물자 등 물리적 자원 손실이 피해의 대부분인 데 비해 감염병 대유행은 인적 자산인 임직원이 받는 직접적인 피해가 가장 크다. 감염률 25% 이상, 임직원 결근율 최대 40% 이상까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셋째로, 피해 범위다. 재해가 발생하면 보통 특정 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동일 재해권이 아닌 한 대체 사업장 등을 활용하면 업무 재개가 가능하다. 반면, 감염병 대유행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다른 거점 업무지역이나 대체 인력의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상 상태로 업무가 복구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즉, 광범위한 지역이 동시다발적, 혹은 순차적으로 전염되고 물자, 장비 등 자원을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지원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기존 재해로 인한 영향, 피해와 많은 차이점을 보일 수 있다.

넷째로, 업무 정상화의 어려움이다. BCP가 도입된 기업의 경우 재해 발생 시 업무 중단 시간이 길지 않다. 고객 접점에 있는 주요 비즈니스의 경우 빠르면 몇 시간 안에, 지원, 기획 업무의 경우 수일 안에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염병 대유행의 상황에서는 영향 지속기간, 범위 등으로 인해 업무 재개 우선순위에서 밀린 비즈니스가 몇 개월씩 중단된 상태에 머물 수가 있다. 이 경우 빨리 복구된 중요 비즈니스에도 결과적으로 지장을 주게 돼 추가적인 업무 중단 비즈니스가 속출할 수 있다.

다섯째, 재난 사회의 특성이다. 일반 재해의 경우 업무 영향 분석(BIA, Business Impact Analysis)에 따라 기업이 수행하는 여러 비즈니스의 복구 우선순위를 미리 매겨두고, 그 순위에 따라 업무를 정상화하면 된다. 그러나 감염병 대유행 시에는 고려할 사항이 더 많다. 감염이 임직원과 고객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로 확산될 수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사회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에 있어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까지도 고려해 지속돼야 할 비즈니스와 계속해서 중단된 상태로 있어야 할 비즈니스를 가려야 한다.

032


글로벌 기업의 팬데믹 대응 사례

서두에서 언급한 글로벌 IT 기업 A사의 팬데믹 플랜 수립 및 운영 사례를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자.

평상시 A사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라는 체계를 통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주요 핵심 업무와 기능이 사전에 정해진 수준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다음의 네 가지 영향 시나리오(impact scenario)를 기준으로 A사는 BCM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 평상시 위기관리팀과 각 영향 시나리오의 주무 대응부서, 그리고 현업 부서가 참여하는 모의 훈련을 통해 대응 역량을 점검했다.

[1] 주요 사업장(시설) 사용 불가_영향 시나리오(Site: Scenario 1 - Workplace unavailable)
[2] 임직원 손실(대량 결근)_영향 시나리오(People: Scenario 2 - Workforce unavailable)
[3] IT 시스템 중단_영향 시나리오(IT: Scenario 3 - IT unavailable)
[4] 광역 재해 발생_영향 시나리오(Regional : Scenario 4 - Regional disaster)

A사는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다음을 가정하고, 해당되는 각 영향 시나리오의 세부 고려사항을 추가로 정의해 대응에 임하기로 했다.

• 감염병으로 최대 임직원의 50%가 결근하거나(staff absenteeism up to 50%)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
•감염병 유행 초기에는 수 주간(multiple weeks)의 감염병 대유행이 몇 차례 반복될 수 있음을(expect multiple waves of infection) 예상
•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면 몇 달간 지속될 수 있으며(could last many months), 대유행이 소강기로 접어들다가 다시 몇 번의 확대, 만연기를 거칠 수 있음(contain peaks followed by periods of reduced illness)을 예상
• 정부 방역정책에 따라 비상시 필수 대응 요원을 제외하고는 자원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도(government-ordered reduction of people at nonessential places of employment) 계획에 포함함
• 감염병 대유행 상황은 특히 감염되지 않은 직원이라도 출근을 원하지 않거나 일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consider employees being unwilling or unable to work, even if they do not become ill themselves) 고려해야 함


034


코로나19 발생 후 실제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1월 중순부터 A사는 인트라넷 상단에 ‘Novel Coronavirus(COVID-19) Update’라는 메뉴를 만들었다. 매일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이곳에 업데이트됐으며 동시에 회사의 위기관리팀(CMT, Crisis Managemen Team)이 이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 조치를 취하기 위해 가동됐다는 사실이 공지됐다. 평상시 비즈니스 연속성 체계를 운영하고 훈련을 진행하는 글로벌 BCM팀이 아니라 위기 시에만 가동하는 CMT가 소집됐음을 알린 것이다. 나아가 이 메뉴를 통해 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보건안전팀(Corporate Health & Safety)은 해외 출장, 집회 참석, 직원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했고, 글로벌 BCM팀은 A사의 모든 고객 및 협력사의 문의에 대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를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가 A사 내부에서 ‘Health Hazard Emergency’로 명명한 보건 위기에 해당하는 만큼 관련 주제 전문가들이 모인 보건안전팀이 상황 분석과 판단을 주도했다. 이 팀은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몇 개국의 사업장에 재택근무 지침을 내리는 한편 미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팬데믹에 대응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으로는 서두에서 언급한 글로벌 장비 제조 기업 C사가 있다.

평상시 2008년부터 C사는 14개의 공급망 돌발 사고 관리 플레이북(playbook)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C사의 BCP인 플레이북은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다룬다. 이 플레이북에는 다양한 장소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중단 형태들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때문에 C사 내부적으로는 “같은 상황에 두 번 처하게 된다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일반적이다. 똑같은 실수의 반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존 플레이북에서 연관이 있는 요소를 끌어오는 동시에 SCRM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북을 만들어낸다. 즉, 개별 사건마다 자체 대응 및 공급 업체 대응이 잘 이뤄졌는지를 사후 평가하고, 그 교훈을 바탕으로 기존 플레이북을 개선하거나 새 플레이북을 만들어 재발을 방지한다.

C사의 플레이북에는 위기 상황에서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의 유형들이 열거돼 있다. 즉, 지역 내 얼마나 많은 공급업체가 있는가, 그들이 어떤 부품이나 제품을 만드는가, 그들이 사건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가, 공급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예비 대책이 있는가, 현장에 미치는 실제 영향의 크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다. 플레이북에는 또한 템플릿, 체크 리스트, 기타 공급망 중단의 관리•경감을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들도 담겨 있다. 최근에는 이 체계의 이름이 GBR(Global Business Resiliency)로 변경됐다.

아래는 2009년 C사가 실제 이 플레이북에 있는 팬데믹 대응 시나리오를 매우 상세하고 정교하게 가정한 뒤 진행했던 연례 모의 훈련이다.

2009년 10월15일 중국 광둥성, 상하이, 베이징에서 급성 호흡기 질환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같은 달 21일 학교와 대학에는 임시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C사의 SCRM팀은 즉시 SCIM 조직을 소집, 대기하게 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를 평가했다. 신종플루 감염 확산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같은 달 25일 SCIM 조직의 상태는 ‘대기’에서 ‘가동’으로 격상됐다. SCIM 조직은 C사에 미칠 잠재적 파급에 대해 상세한 리스크 평가를 시행했으며, 이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튿날인 26일, C사는 몇몇 특정 시설의 자재 관리자들에게 부품 재고가 완성 부품을 추가로 만들기에 충분한지를 분석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공장 폐쇄에 대비한 완충 장치를 만들기 위해 몇몇 시설의 생산을 최대 초과 근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SCIM 팀원들은 운영 상태 및 신종플루 발생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공급업자들과 접촉했다.

결국, 10월27일 WHO 경보 수준이 격상됐고, 29일에는 중국 국가주석이 모든 사업체에 5일간 문을 닫을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물 것을 권장 받았다. 이에 C사는 광저우 현장을 11월2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C사는 심각한 감염병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전 평가, 의사결정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해도 회사 매출과 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충분한 재고를 확보할 수 있었다. SCRM팀의 후속 조치들 덕분에 광저우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다른 도시로는 전염되지 않았고, SCRM팀은 WHO의 전면적 경보 수준에 의존하는 대신 도시별 상황 모니터링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다행히도 중국 정부가 우려했던 것만큼 감염병이 치명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민간 회사들, 대학, 학교들은 다시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C사는 사전적 재고 축적을 멈췄고, SCIM팀은 경고 수준을 ‘감시 국한(감시만 하는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비록 이후에도 감염병이 세계 전역으로 계속해 번져나갔지만 해당 지역의 위기감은 줄어들었고 C사는 사건의 사후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C사는 연례 BCP 훈련을 통해 실제 플레이북이 잘 돌아가는지를 점검하고, 업무 중단의 교훈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C사는 이런 훈련을 토대로 재해, 재난 발생 시 자원을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한편, BCP, 즉 플레이북의 효과성과 완전성을 테스트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C사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미 설 연휴 전부터 중국에 위치한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이로 인해 연간 생산 계획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GBR을 실행하는 한편, SCIM 조직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업무 지연을 최소화하고 생산 차질을 빚은 제품의 대체 방안 마련에 집중했다. 현재 중국 공장은 재가동을 시작했다. 물론 감염 관리 등으로 인해 아직 조업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지는 못한 상태다. 그러나 C사는 이 상황이 길어지더라도 플레이북과 연례 모의 훈련을 통해 준비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체 부품을 조달하고, 여타 지역에서 여유 생산 공정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즉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감안,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따른 조처를 한 것이다. C사는 또 코로나19로 인해 어떠한 생산 시설과 제품이 영향을 받고 있는지, 위기 대응 조직이 이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투명하게 홈페이지, 공급업체 포털을 통해 공개했다. 고객과 협력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036


‘프로젝트 C’, 팬데믹 리질리언스를 준비하라!

중국발 코로나19 감염병의 국내 발생 초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유행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감염병 대유행이 빠르게 진정되는 상황을 바라되 기업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한 팬데믹 플래닝을 생각해 대비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팬데믹은 영향 기간, 대상, 범위 등에 있어 그 어떤 재해 재난보다 충격이 길고 크고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사회적 재난이라는 특수성과 개별 기업의 관리,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으로 인해 통상적인 BCP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 대유행의 주요 특징과 발생 단계별 예상 이슈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이해하고 기업 특성에 맞는 대응 조치를 취한다면 절대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리스크 관리 및 리질리언스 분야의 석학 MIT대 요시 셰피 교수가 (DBR 280호에 실린 ‘글로벌 공급망과 리스크 관리: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해법 찾아야’ 참고.) “학습하는 회복 탄력적 기업이 되라”고 당부한 것을 인용해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자세를 강조하고자 한다. GM(제너럴모터스)에서는 그간 GM이 겪은 대형 이벤트에 알파벳 글자를 가지고 프로젝트 이름을 부여해 왔다. ‘프로젝트 D’는 2005년 자회사 델파이의 파산 사태, ‘프로젝트 J’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프로젝트 T’는 2011년 말 태국 대홍수, ‘프로젝트 E’는 2012년 핵심 공급 업체였던 에보닉 공장 화재, 그리고 ‘프로젝트 S’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였다. 대부분 GM의 글로벌 공급망을 심각하게 교란•중단시키고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 프로젝트들인데, 이들은 GM 조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셰피 교수가 직접 인터뷰한 GM의 한 임원은 프로젝트 J를 회고하면서 “솔직히 프로젝트 D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일단 한번 위기를 겪고 나면 이후 모든 상황에 대해서 매우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극복 중인 기업들에도 이번 사태는 ‘프로젝트 C’가 될 것이다. 지나고 나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자신의 비즈니스, 주요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이해관계자, 비즈니스의 취약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떠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더 빠르게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적 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DBR mini box : 팬데믹 플랜의 주요 구성 요소

감염병 대유행 위기가 발생하면 CEO는 사내 공지를 통해 현 비상 상황을 모든 임직원이 인식하도록 공표해야 한다.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한 방침, 방향성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업무 우선순위 선정 원칙 등을 BCP 등 형태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구성 요소들을 고려해 팬데믹 대응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1] 계획, 절차 마련(Plans and Procedures)
: 감염병 대유행 대응에 특화된 실행 계획, 절차 마련, 기존 비상 계획과 연계

[2] 핵심 기능 정의(Essential Functions)
: 중단 없는 연속성 확보가 절실한 비즈니스 조직, 업무, 시스템 관련 업무에 대한 정의, 복구 우선 순위화 및 필요 자원 확보 (공급망 안정화 포함)

[3] 권한 위임(Delegation of Authority) / 승계 체계 수립(Orders of Succession)
: 기업 전략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체계 마련 / 책임, 리더십, 거버넌스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지역적으로 분산된 업무 승계 체계 마련, 유지

[4] 대체 업무 운영 시설(Alternate Operating Facilities)
: 본사 등 주 업무 장소 사용 불가를 전제로 대체 장소, 원격 근무 체계, 관련 시스템 구성

[5] 커뮤니케이션 채널(Interoperable Communications)
: 전사 조직 관점에서의 대내외 주요 이해관계자(고객 포함), 핵심 조직과의 의사소통과 지원 요청 등을 가능하게 하는 비상시 연락망 등 통신채널 유지 및 정보 파악, 그리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비상운영센터(EOC, Emergency Operation Center) 수립

[6] 주요 문서, 데이터 관리(Vital Records and Databases)
: 업무 전면 중단을 가정해 핵심 업무 복구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자료에 대한 백업, 소산 보관 등 관리 체계 수립

[7] 인적자원 관리(Human Capital)
: 비상시 핵심 업무 재개를 위한 백업 요원 확보뿐 아니라 구성원 안전보호(safety), 건강 유지, 감염 시 치료(심리치료 포함) 등 복지 측면까지 고려한 HR 대응 계획 마련

[8] 통제/지시 이양, 이전(Devolution of Control and Direction)
: 인력 손실이 큰 경우 담당 업무 이전이나 통제, 리더십의 이양, 교대 등에 대한 방안 마련

[9] 교육훈련/테스트 수행(Test, Training and Exercises)
: 내부 구성원을 포함하는 주요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대응, 복구 테스트 수행, 핵심 역할을 하는 담당자,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훈련 체계 수립

[10] 복구, 정상화 활동(Reconstitution)
: 위기 종료 후 핵심 업무 복구를 중심으로 정상화 및 복귀 단계에 대한 활동 계획 수립

[11] 추가 실행 계획 마련(Additional Actions)
: 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대비한 재무적 영향과 자금 확보 관점에서 지속적 점검(현금 및 재고자산, 보험 및 차입 가능 한도, 자기 자본 상황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안전 재고, 대체 조달원을 활용하고 공급, 조달 업체들과 협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기업 시민으로서 공급망, 산업, 지역사회와 정부, 지자체 이해관계자들의 위기 극복 지원에 동참)


참고문헌
1. Coronavirus is disrupting global value chains. Here's how companies can respond, Francisco Betti, Per Kristian Hong, 27 Feb 2020, World Economic Forum
2.https://www.weforum.org/agenda/2020/02/how-coronavirus-disrupts-global-value-chains/
3. COVID-19: Implications for business, Mckinsey, Matt Craven, Linda Liu, Mihir Mysore, and Matt Wilson, March 2020
4. https://www.mckinsey.com/business-functions/risk/our-insights/covid-19-implications-for-business
5. This is the impact of the Coronavirus on business, Richard Smith-Bingham, Kavitha Hariharan, 21 Feb 2020, World Economic Forum
6.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2/why-is-coronavirus-a-global-business-risk/
7. The Global Risks Report 2020
8. https://www.weforum.org/reports/the-global-risks-report-2020
9. ‘감염병 발생 시 기업 업무지속계획 표준안’ (2020년 2월24일) 산업통상자원부
10.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Flu Resources for Business
11. https://www.cdc.gov/flu/business/index.htm
12.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위험 가능성 인지부터 첫 피해까지.. '발견리드타임'을 현명하게 보내는 법, (DBR 189호, 2015년11월Issue2), 요시 셰피
13. https://dbr.donga.com/article/view/1401/article_no/7303
14. [극한 환경에서의 전략] '다이내믹 리질리언스': 민감성, 민첩성' 창조적 파괴 시대의 생존 필수 비법, DBR 220호 (2017년3월 Issue1)
15.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8010


필자소개 류종기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한국방재학회 이사 resilience@korea.ac.kr
필자는 한국시스템안전학회와 한국방재학회 이사이며, 미국 리스크관리협회(RIMS, The Risk Management Society) 정회원 및 리스크 관리 전문가(RIMS-CRMP)다. 역서로는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극복의 조건』과 『리스크 인텔리전스: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경영』이 있다. 휴넷CEO에서 ‘X를 경영하라: 기업 리스크 관리, 리질리언스 전략’ 시리즈로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 류종기 류종기 | 리스크관리협회 한국대표

    필자는 리스크관리협회 한국대표이자 EY한영 컨설팅본부 ESG, Enterprise Risk 담당 상무.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리더, 딜로이트 안진 기업리스크자문본부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기후재난, 탄소중립, ESG를 연구 및 강의했다.
    resilience@korea.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