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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Management

카톡에 올라온 가짜 뉴스를 ‘진심으로’ 믿는 이유는 뭘까

이정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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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Management
카톡에 올라온 가짜 뉴스를 ‘진심으로’ 믿는 이유는 뭘까

Moravec, Patricia L.; Minas, Randall K.; and Dennis, Alan. 2019. “Fake News on Social Media: People Believe What They Want to Believe When it Makes No Sense At All.” MIS Quarterly, (43: 4) pp.1343-1360.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20년의 뉴스는, 누가 썼는지, 어디에서 나왔는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너무나 많은 ‘뉴스’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생산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사람들은 카톡으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페이스북으로 가족들의 생일파티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뉴스를 전달받게 된다. 그리고 뉴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음에 들거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공유를 하고, 그 순간 그 뉴스는 아무런 근거 없이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받게 된다. “내 친구 OO가 보내준 뉴스인데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면서.

이러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전파는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급속도로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짜 뉴스임이 분명한 경우에도 마치 진짜인 듯 퍼져 나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서로 오해하고 심지어 싸우게 만든다.

본 연구는 이렇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뉴스들이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에도, 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이를 진실이라고 믿는지 이유를 알아봤다.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는 소셜미디어 뉴스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것이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한 뒤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했다. 이러한 방식은 설문, 행위 관찰 등의 연구 방법에 비해 인간의 무의식적 사고 체계를 확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거짓 뉴스를 진실이라고 믿는다는 사실에 대해 최소한 이성적으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뇌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할 경우 좀 더 솔직한 답변을 뇌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게 된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실험은 크게 두 가지 실험 결과를 보여줬다.

첫째,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뉴스의 경우 아무리 그 내용이 가짜라는 경고가 있어도 이는 사람들의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이는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소셜미디어 뉴스를 볼 때 사람들은 먼저 ‘빠른 직관’을 사용해 내용을 판단하고, 만약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경우 기쁘게 그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 무시하고 넘어간다. 만약 뉴스의 내용은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지만 그것이 가짜 뉴스라는 정보가 입력될 경우, ‘느린 이성’ 시스템을 작동시켜 그 혼란을 해결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여기서 느린 이성은 가짜 뉴스라는 정보를 무시한 채 내용이 진짜라고 믿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느린 이성의 역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진짜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으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즉, 가짜 뉴스라는 정보를 무시하고 싶은데, 빠른 직관으로는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으니 느린 이성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결국은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애써 무시하려는 노력’이 실제 뇌 속에서 그대로 일어난다.

둘째, 원래 갖고 있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는데 그 이유 역시 느린 이성을 이용해서 이를 믿으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치관이라는 것을 갖고 있고, 특히 페이스북처럼 개인 맞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경우 아무래도 개인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뉴스가 더 많이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더욱더 취사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전파는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더 강화시키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제3자의 가짜 뉴스 판별 노력은 뉴스 소비 당사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전파는 안타깝게도 원래 갖고 있는 자신의 (어쩌면 편향된) 가치관을 선택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이것은 뇌가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이나 교육 등으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연관돼 언급되는 내용이 있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는 자신의 (편향된) 가치관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뉴스를 소비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로 인해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뉴스들에 대해 점점 덜 신뢰하고, 더 비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의 전파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더 많이 속을수록, 아예 모든 뉴스를 거부하고 불신하게 되는 시기도 빨리 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뉴스의 정당한 생산과 올바른 소비는 다른 방식으로 보호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소개 이정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 jung.lee@hufs.ac.kr
이정 교수는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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