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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디지털 전환 실행 과제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만 집착하면 낭패…
실행력 갖추고 ‘혁신괴물’ 경계하라

김영국 | 291호 (2020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오로지 조직의 ‘환골탈태’만을 목표로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 조직의 내부 운영(재고 관리, 고객정보 관리 등)과 외부 운영(영업, 마케팅 등)상 발생하는 비효율성, 사각지대를 발견해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면, 그래서 조직의 비즈니스가 더 나아졌다면, 이 또한 훌륭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같은 업종,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내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 과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편집자주
본 원고에서 인용된 A, B, C 사례는 실제 기업과 무관하며 여러 기업 사례를 각 내용에 맞게 일부 재구성했습니다.


디지털 물결, 마냥 새로운 것만 아니다.

‘1945년 아버지 헨리 포드의 뒤를 이어 포드모터스 사장으로 취임한 헨리 포드 2세는 1960년 새로운 시장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량 생산되는 포드자동차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아버지 세대 고객들의 고령화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 포드 경영진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페라리의 인수를 결정하지만 합병이 결렬된다. 협상 과정에서 페라리로부터 모욕을 느낀 헨리 포드 2세와 경영진(부사장, 마케팅 임원)은 포드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페라리와의 경쟁을 선언한다. 아버지 포드에 의해 구축된 조립 라인 방식의 포드 시스템 위에서 페라리와 경쟁할 수 있는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포드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행이라는 주제로 본 원고를 준비하다 우연히 ‘포드 V 페라리(2019)’라는 영화를 접하게 됐다. 과거 포드와 페라리의 경쟁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오늘날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 즉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지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영 환경에서 혁신의 물결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진행된다. 관리 중심의 합리적 경영 체계를 구축한 포드가 전혀 다른 시장으로 여겨지던 스포츠카 레이싱 시장의 최강자인 페라리와 경쟁하는 모습은 오늘날 전통적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 주어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화두와 일맥상통한다. 기존에 보유한 인력과 기술, 인프라, 관리 체계,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하에서 우리 기업에 ‘환골탈태’를 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경영진에게 있어 여간 어려운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기존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대기업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고민은 헨리 포드 2세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이야기로까지 확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큰 목표를 실행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비즈니스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조금 쉬울 것이다. [그림 1]을 살펴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경험을 혁신하는 운영 부문과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를 만드는 전략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영역이 새로운 기술과 접목할 때 우리는 이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부른다. 이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 내의 혁신이라면 운영 부문의 디지털 경험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 사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등 비즈니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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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유통, 제조 등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고객과 기업의 연결, 분산된 정보의 통합, 내부 자원의 효율화, 내·외부 소통 강화, 데이터 기반 운영, 온·오프라인 연계 등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 경영진의 인식과 추진 방법, 디지털화를 바라보는 관점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필자는 우리 기업이 어떤 관점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접근해야 하는지, 또 우리 현실에 맞게 실행하기 위해 조직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제안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만 도입한다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도달할 수 없다.

사례 1 제조사 A는 10년 전부터 클라우드 기반 업무 서비스를 도입했고, 빠른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너무 이르게 도입하면서 실제 회사 내부 상황과 달리 혁신 기업 이미지를 갖추는 데만 초점을 뒀다. 여전히 실제 업무와 시스템 간 차이가 크고 현장에서 개선 요구 목소리도 높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도입 후 10년이 지난 시점, 다시 한번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담당 부서만 하기에는 벅차고, 불만은 일부 지역에서만 나오는 것이니 새로운 버전의 화면 구성과 일부 새로운 모바일 기능 등을 추가하 는 것으로 한정해 추진하고자 한다.


사례 2 유통사 B는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진행해 왔으며 일부 상품만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오고 있었다. 20년 넘게 사업을 해오면서 제대로 된 고객 정보도 없고, 그동안 많은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했음에도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기존 고객들의 고령화는 가속되고, 신규 젊은 고객의 유입은 더딘 상황에 대규모 투자는 부담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를 먼저 잡고, 고객 소통 및 CS 부문을 디지털화한 후 2∼3년 뒤에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3가지 방향으로 추진해 가면서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면 바꿔 나갈 계획이다.

두 사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신 디지털 기술의 도입 시기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용 목표다. 각각 다른 산업과 다른 요구사항 같지만 솔루션 관점에서는 비슷한 투자비용과 공수가 들어간다. 제조사 A는 10년 전 디지털화를 할 때도 주 이용 타깃을 고려하지 않아 이후 10년간 힘들게 또는 불편하게 업무를 추진해 왔다. 다시 한번 변화를 노려야 할 이 시점에도 디지털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 기업이나 담당자 입장에서는 가시적으로는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 같고, 비용도 쓰고, 결과도 있으니 잘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줌아웃해서 본다면 제조사 A는 이제는 10년이 아니라 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디지털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유통사 B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다. 하지만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20년간 모으지 못한 정보를 단 1∼2년 만에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할 수도 없다. 고객의 이해 없이는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처분할 방법이 없을 것이고, 새로운 상품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점을 고객 정보에서 찾은 유통사 B는 2∼3년 후 점차 해당 기술의 사용 범위와 기능을 넓히고자 한다. 최종적으로는 자연스럽게 고객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이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사업 영역 내에서 디지털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성 정도는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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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설립된 유니레버는 도브 비누, 바셀린 연고, 립톤 홍차 등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니레버에도 디지털 변혁이 찾아온다. 이 회사도 처음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비전과 목표를 [그림 1]과 같이 전사 업무를 포괄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은 아니다. 최초 시작은 2012년 마케팅 부문에서 시작됐다. “논리보다는 마술로…”라는 구호 아래 9만5000명의 직원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기존 사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셰어포인트(Sharepoint)와 연계했다. 앱 기반으로 브랜드 개발 사용자들이 캠페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 툴킷(Brand Experience Toolkit)을 만드는 것을 1차 목표로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2013년 전 세계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브랜드 센터 도입, 글로벌 팀 간 협업을 할 수 있는 협업 앱, ‘Comms Planner’를 출시, 내부 직원의 업무 효율화에 중점을 뒀다. 이후에는 유니레버와 파트너사를 연계하는 다양한 디지털 툴을 개발해 제공했다.

2015년부터 디지털 기술 기반 자체 혁신 방법을 수립한 유니레버는 ‘며칠 만에 출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디지털 혁신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내부 직원, 협력사 및 파트너사와 함께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프로세스 체계를 갖춘 후 본격적인 대고객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유니레버만의 e-커머스, 객장 지원을 위한 ‘프런트 오피스 혁신(Front Office Transformation)’을 완성했다.

만약 유니레버가 [그림 2]의 2016년의 모습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투자 예산을 잡고, 단계별로 진행했다면 시작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사상은 ‘생각은 크게, 실행은 빠르게’라는 구호로 빠른 실행과 검증, 성공 경험을 통한 성공 DNA 확산을 추진할 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필요한 ‘실행력’을 갖춰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주요 요소만 추려 한 번 적용해 보자.


1. IT 도입이 아닌 전사적 혁신을 생각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떤 관점에서, 어떤 범위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사업부 업무 개선에서부터 고객 편의 서비스 제공,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까지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때 IT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면 충분히 확장하고 변화를 하는 데 한계를 맞게 된다. 사업 초기부터 전업으로 참여하지 않는 현업 부서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고, 몇몇 부서와 이해 상충 이슈까지 발생하면 목소리 큰 조직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 A 사례처럼 우리도 디지털화를 한다고 했는데, 또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는데도 결과는 겨우 잘 사용하지도 않는 시스템 하나 만든 게 된다. 그렇다면 디지털화는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까?

화장품 산업은 사업부별 브랜드와 상품이 다양하며, 타깃 시장 및 고객층 또한 다변화돼 있다. 화장품 C사의 CEO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문제를 하나씩 풀어 가기로 했다. 국내와 중국, 유럽 시장으로 분산된 직원들 간의 소통을 우선 과제로 삼고, 본인이 먼저 태블릿과 모바일을 통해 소통을 해나간다. 젊은 직원의 반응을 이끌어 내자 하나의 사업부를 선정해 우선순위가 높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 지점 관리 업무를 디지털 과제로 선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했다. 6개월간 진행된 CEO-혁신팀-해당 부서의 혁신 노력으로 내부 업무 간 연계가 시작되고, 소통 채널을 통한 팀 및 소단위 그룹이 만들어져 정보가 유통되기 시작한다. 이제 C사의 CEO는 해당 사업부의 성과를 타 사업부로 확대 적용할지, 내부 서비스를 대외 서비스로 확장해 새로운 고객 비즈니스를 시도할지 디지털화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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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화장품은 디지털화의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 인식-개선 요소 파악-Trial & Errors 방식 통한 문제 해결-새로운 과제 도출-과제 실행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자사만의 디지털화 방법을 구축해나갔다. 큰 영역 안에서 계획은 있지만 직원의 반응과 활용,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 디지털화를 진행하면서 변화 방향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디지털화 과정은 조직 내 강력한 스폰서십, 현업 부서의 필요 및 적극적 참여, IT 부서의 전문성 조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애자일 조직이 아닌 일반 조직이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전사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기존 IT 중심 프로젝트보다 현업 또는 업무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하며 유연한 계획과 예산, 영향 범위의 확장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


2. 애자일, 스프린트 몰라도 일단 실행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스타트업’이란 인식 때문에 린스타트업과 함께 디자인싱킹, 애자일, 스프린트,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등 다양한 혁신 방법론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이노베이터 메소드』의 저자 네이선 퍼 인시아드대 교수는 이러한 혁신론을 다룬 전문 서적 한 권 탐독한다 한들 혁신 프로세스의 일부만 배우고, 또 이를 부분적으로 실행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림 3]과 같이 혁신 아이템의 발굴, 문제 인식, 조직 내 적용,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환 등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많은 연구 이론은 특정 부분만을 강조하거나 다루게 된다. 하지만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현실적으로 각 기업의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혁신론을 배우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풀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일단 뭐든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컨설팅을 하면서 접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벤치마킹 대상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아무리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한다고 해도 해당 사례가 우리 기업에 맞을지,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을지는 기업 문화, 추진 조직, 보유 자원, 실행 방법, 시장 경쟁 구도, 고객의 반응 등 너무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아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는 15만 개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험을 축적해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사례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다양한 개발 용례를 적극 소개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성공 사례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제시하지는 않는다. 앞서 살펴본 제조사 A와 유통사 B의 사례처럼 같은 솔루션과 같은 기능을 놓고도 기업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답은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다.

소비재 식품·음료 기업인 미국 게토레이는 디지털화의 첫 단계를 고객과의 소통으로 보고 ‘게토레이 소셜 모니터링 센터’를 설립해 SNS상에서 운동선수와 고객의 소리를 수집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게토레이센터는 SNS 등 소셜미디어에 집중해 등록한 콘텐츠와 고객 반응에 대해 세밀하게 관리한다. 또 이를 통해 고객 이탈률 감소 및 매출 개선을 달성하게 된다.

반면, 동일 업종의 코카콜라는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타계하고자 그 해법을 영업 문화 혁신과 고객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뒀다. 우선, 기존 보유한 다양한 시스템과 정보로 인해 분산된 고객 정보를 ‘단일의 고객360 View’로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콜센터, SNS 등 다양한 채널로 수집되는 고객 VOC(고객의 소리)를 단일 채널로 수집한 후 현장 직원을 적기에 파견해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갖춘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살펴보자. 1973년 설립된 미국의 다국적 소비재 기업인 에이본(AVON)은 화장품, 목욕용품, 향수, 보석, 의류, 장난감 등을 바탕으로 전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있다. 에이본은 지역별 판매 및 영업 활동을 파악하기 위해 리더 그룹에 집중한 디지털화를 추진하게 된다. 전 세계 17만50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지역별로 어떤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는지, 전년, 전월 대비 효과는 어떤지 모바일로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마케팅 활동에 대한 정보 가시성을 확보, 지역별 마케팅 자원 배분에 활용하고 있다.

동일 산업군에 있는 미국 로레알은 마케팅 영역 중 고객 정보의 통합에 중점을 둔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로레알이 필요한 시스템도 에이본과 같이 직원을 위한 시스템이지만 사용 목적은 다르다. 로레알은 어떤 고객이, 어디서, 언제,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를 하나의 관점으로 고객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니저 및 매장 직원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에 중점을 뒀다.

이와 같이 벤치마킹은 선도 기업이나 경쟁 기업, 또는 타 산업의 기업이 어떤 기술과 방법으로 디지털화를 하는지 파악하는 용도로는 좋지만 실제 이를 우리 조직에 이식해 잘 사용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동일 업종, 또는 동일 기업 내에서도 부서마다 디지털화에 대한 필요와 요구사항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디지털화의 시작점은 우리 부서,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고객인 직원이든, 직접 매출을 발생시키는 외부 고객이든,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목록화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영업 경쟁력 증대를 통한 사업 기회 지속 발굴, 업무 효율화를 통한 비용 감소 등의 목표 달성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매출 증대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3.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 선결 과제를 해결하라.


“영업할 때 중요한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십수 년 사업을 해왔는데 우리 고객은 누구이고, 고객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시스템은 많은데 정작 내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은 부족한 듯….”
“정보는 모두 개인 PC에 있다는데… 전임자는 인수해준 것이 없는데….”
출처: 『세일즈포스, 디지털 혁신의 판을 뒤집다』, 20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대상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 무엇을 디지털화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 대부분의 답은 내부에서 이미 갖고 있다. 신규 비즈니스 발굴이나 새로운 기술 기반 혁신만을 디지털 혁신의 대상으로 좇으면 성공률도 낮지만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연결고리를 고객에 대한 이해 및 소통 방법, 영업사원을 위한 고객 정보, 부서별 필요로 하는 업무 시스템, 업무 효율화 방법 등 앞서 열거한 내부 문제점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반은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내부 고객(직원)의 소리에 먼저 대응하는 디지털화 과제를 이행한다면 동전의 이면이 곧 우리의 변화된 미래 모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디지털화 대상 발굴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조직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하든, 외부 컨설팅사를 활용하든 대상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 두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부서 간 경쟁이 심하거나 기능 조직으로 분화가 된 조직은 사내 자체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서로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아 협조가 쉽지 않다. 이때는 외부 자원을 활용하게 된다. 해당 기업은 물론 직접 업무를 하는 현업에서 가장 잘 알겠지만 솔직한 이야기는 오히려 외부인에게 더 털어놓기 편하기도 한 듯하다. 이때 컨설팅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는 각 부서의 소리를 수집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더 해야 한다. 내부의 자원만으로 문제를 진단하고자 한다면 이와 같이 타 부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필요사항과 애로사항을 전달받아 정리할 수 있는 중재자(coordinator) 역할이 필수적이다.

둘째, 수집된 요구사항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기다림이 필요하다. ‘정보가 없다’ ‘시스템이 없다’라는 이야기로 수년간 버텨온 조직이 디지털 혁신 과제를 추진하면 단 몇 개월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기대한다.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왜 여태 하지 못했겠는가?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선하거나 다져야 하는 업무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객 정보 기반 영업을 하려면 우선은 고객 정보를 담을 통이 필요하다. 그리고 영업 활동을 통해 해당 정보를 DB화하는 활동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축적된 고객 정보를 유형화하고 분석할 틀을 만들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과정은 무시한 채 ‘고객정보 수집 체계 디지털화’라는 과제만 수행하면 당장 6개월 뒤 산업별, 시장별, 매출별 고객 정보를 뽑고, 과거 정보가 없어 놓친 고객을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추천해 줄 것으로 오해한다.

마지막으로, ‘변화 괴물은 되지 말자’. 기술 수용 모델, 변화 관리 모델, 산업 성장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이 우상향 S곡선이나 정규분포를 많이 따른다. 이 모델들을 설명할 때 항상 시작점인 왼편에 초점을 둔다. 오른편으로 갈수록 기울기는 가파르고, 특정 지점을 넘으면 성장동력에 의해 반자동적으로 기울기와 크기가 확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론은 왼편, 즉 시작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시작점에서 그만큼 실패와 좌초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의 과정에도 ‘남이 하면 쉬운 것’ ‘내가 도와주면 저 부서만 잘되는 거 아냐’ ‘일만 또 늘어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부서는 이 단계를 넘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전하는 수많은 내·외부의 변화에 불응하는 ‘변화 괴물’을 만나게 된다. 이때 다시 한번 조직 내 강력한 스폰서십, 현업 부서의 적극적 참여, 편리한 IT 서비스가 필요하다. 기존의 많은 프로젝트는 변화 관리를 부록처럼 다룬다. 프로젝트 수행계획서의 맨 마지막에 위치하는 변화 관리를 제일 앞으로 옮긴 후 프로젝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서비스가 있어도 우리 조직, 우리 직원이 변하지 않고, 우리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디지털 혁신도 또 그저 그런 프로젝트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특정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를 보며 도입 과정과 결과만을 보게 된다. 단순히 유니레버가 ‘생각은 크게, 실행은 빠르게’라는 구호로 진행했다고 해서 ‘빠르게’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유니레버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했으며 단계마다 조직의 필요한 부분을 재정의하고 채워 나갔다. 우리 기업들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애자일을 ‘빠름’이 아닌 ‘민첩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의 민첨함은 때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실제 클라우드 기술은 초기 하드웨어적 인프라 측면에는 비용이 저렴할 수 있으나 서비스형 SaaS의 경우는 전체 비용이 더 늘기도 한다. 이에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은 전통적인 IT 도입 성과인 비용 대비 효과보다는 시장 및 고객에 대응하기 위한 속도, 새로운 서비스, 업무 효율화 등 비즈니스 가치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 디지털화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도 디지털 대상의 발굴과 조직의 진단, 그리고 변화를 실행함과 동시에 시장과 고객, 경쟁사의 대응과 반응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민첩함(빠른 의사결정, 애자일 조직, 유연한 계획 및 예산, 내·외부 자원의 연계/활용 등)도 함께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보유 자원을 활용하고 상시 혁신 체계를 수립하라.

새로운 것은 새로운 부대에 담고 싶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아닌 이상 이미 많은 자원과 인프라에 투자가 선행돼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해서 과거 것을 모두 부정하고 새롭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접하게 되는 공통된 문제가 하나 있다. ‘정보 정합성’, 즉 기준 정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만의 문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제조, 유통, 금융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공통으로 존재하는 문제다. 그 이유는 조직이 발전하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가 살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물론 잘 갖춘 프로세스와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잘 관리하는 회사도 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불리는 신경영 선언 이후, 프로세스 기반의 운영 효율 극대화를 추진하며 대대적인 업무 프로세스 선진화 작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기준 정보와 업무를 표준화했으며 글로벌 ERP 기반 선진 운영 체계를 완성했다.

국내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도전 과제에 직면한 지금 삼성전자는 수십 년간 공들여온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버리고 완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할까?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갖춘 자원과 인프라를 뛰어넘는 혁신을 과감히 추진해야겠지만 삼성전자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서두에서 소개된 포드 사례와 같이 페라리와의 경쟁을 통해 확보한 새로운 기술은 포드의 프로세스와 체계 속에 스며들어 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우리가 보유한 자원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리서치 기관 가트너는 바이모달(Bimodal)IT를 제안한 바 있다. 바이모달IT는 기존 안정성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전통적 IT와 시장과 고객에 대응하기 위한 민첩한 IT의 결합 및 조화를 강조하는 모델이다. 즉, 기존의 시스템을 위해 민첩하고 새로운, 기술 기반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메리어트호텔은 고객 경험 혁신 사례로 유명하다. 메리어트를 통해 기존 자원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메리어트는 디지털화를 위해 우선 고객과 고객의 니즈를 정의한다. 고객이 호텔을 경험하는 시나리오를 비즈니스맨,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성 그룹,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부모로 설정하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공항에 도착하고,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고, 관광을 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전 고객 여정을 함께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호텔 비즈니스는 다른 업종에 비해 사람에 의해 진행되는 부분이 많지만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기존 시스템이 존재한다. 호텔 예약 시스템, 호텔 관리 시스템은 기본이며 식당, 피트니스, 클럽 등 다양한 시설 간 연계도 필수적이다. 분산된 시스템을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것이 메리어트의 디지털 과제였다. 전체적인 영향 범위를 분석한 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과 기존 시스템과 연계가 필요한 부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시스템 변경 부분을 나누고 다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종 간 시스템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방안도 새롭게 고민했다. 메리어트는 1년 이상의 전사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와의 연계를 추진함으로써 선도적인 고객 경험 사례를 남겼다.

하나의 디지털 서비스 도입은 고객 관점에서는 앱 기반 서비스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지만 호텔 관점에서는 고객 접점인 앱을 시작으로 고객을 인지하는 CS(Customer Service) 시스템, CS에서 받은 고객 요청을 처리하는 기존 예약 시스템까지 전사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이때 기존의 자원과 새로운 자원의 연계 및 소통을 뗄 수가 없다. 디지털화가 오랜 시간 진행된다면 결국 최적화된 최신 인프라로 대체되겠지만 디지털 도입기인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채워가는 방법을 상시 혁신 과정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5. 완벽히 준비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은 없다.

리더십, 조직, 실행 구조를 갖춰도 다시 한번 문제에 봉착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빙하의 상단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추진력을 상실하고, 조직 내 이식이 어려운 이유는 빙하 깊숙이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의 한계, IT 구조의 한계, 보유 역량 및 경험의 한계, 부서 간 기능 세분화 및 업무 프로세스의 한계, 비용의 한계 등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디지털화를 위한 프로젝트나 조직을 만들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됐다면 이제 우리는 겨우 출발 선상에 선 것이다.

막상 일을 추진하다 보면 우리 회사는 ‘중장기 방향이 없다’ ‘디지털 전략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국내 리더들의 관리 지향 성장은 중장기의 방향성을 과거의 성장 패턴과 전년 대비 성장을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과거 하던 일을 관성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할 뿐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영지표는 ‘2020 국내 No. 1’ ‘2030 해외 진출’ 등 변화보다는 기존 사업 구조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디지털 전략은 그 실행 과제와 내용이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거나 오랜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 기존에 접근하던 방식과 다른 경우가 많다 보니 전사 관점에 총체적 방향을 수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리더의 명확한 비전에 따라 하향식으로 디지털 과제가 진행되면 일단 이를 실행하는 실무 담당자는 추진 동력을 확보한 상태이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그 어떤 기업이 이렇게 잘 갖춘 상태에서 과제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담 조직 중심의 상향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또한 강력한 지지층, 변화에 대한 동료들의 동조가 없다면 한두 번 시행 후 좌초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향식 방식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조직이 큰 그림(비전 및 방향)을 그리고, 단계별로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실패에 대해 질책하지 않고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혁신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매년 외치는 위기 경영, 이번은 정말 다르다는 경영진의 신년 인사는 올해도 어렵다는 무기력함만 들게 할 뿐이다. 위기의 시대에도 항상 새로운 경쟁자는 등장했으며 모두가 힘들다는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나타난다. 적어도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자 열정으로 뭉친 디지털 조직에 찬물을 끼얹지만 않는다면 우리 조직도 디지털화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디지털 혁신만이 살길이다, 조용완, 2019
2. 이노베이터 DNA, 제프 다이어, 할 그레거슨,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2012
3. 세일즈포스, 디지털혁신의 판을 뒤집다, 김영국, 김평호, 김지민, 2019
4. 이노베이터 메소드, 네이선 퍼, 제프 다이어, 2015
5. 가트너의 ‘바이모달 IT’가 갖는 의미와 그 한계, Bernard Golden | CIO, ITWORLD, 2015.02
6. 『The Change Monster』, Jeanie Daniel Duck, 2001


김영국 PwC Consulting Financial Services본부 이사 veryhappyian@gmail.com
필자는 한양대 경영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17년간 유통, 서비스, 제조, 제약, IT 분야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일즈포스, 디지털 혁신의 판을 뒤집다(2019년, 베가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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