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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감동적 고객 경험을 만드는 5가지 마술

스테판 톰키 | 290호 (2020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고객들은 자신의 선택이 가치관이나 윤리적 기준만큼 감정과 감각에까지 부합하기를 원한다. 고객이 지불한 비용보다 더 큰 가치를 주고,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리적 접근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감성적 마법이 필요하다.

고객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으려면 1) 감각을 자극하고 2) 부정적인 경험에 따른 실망을 긍정적인 경험에 따른 기쁨으로 바꿔주고 3) 기대를 뒤집는 놀라움을 계획하고 4)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5) 실제 대조 실험을 수행해 고객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전술을 찾아야 한다.

여행/숙박 예약 서비스를 예로 들면 고객들이 언제 좋은 조건의 예약에 성공해 기뻐하는지, 언제 좋은 숙소를 놓칠까 불안해 하는지, 언제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성취감을 느끼는지 등을 테스트해 고객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따라가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가을 호에 실린 ‘The Magic That Makes Customer Experiences Stick’을 번역한 것입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학생 중 한 명이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여행 첫날 놀이동산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안에 든 돈과 신분증, 티켓도 전부 사라졌다. 그토록 기대했던 휴가가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디즈니 직원 한 명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가 다음 날 가족이 쓸 수 있는 식사 쿠폰은 물론 놀이동산 티켓까지 무료로 건네줬다. 안심한 가족이 놀이동산에서 즐기는 동안 디즈니 직원들이 지갑을 찾아 나섰고, 결국 찾아냈다. 그 임원은 수업에서 열변을 토했다. “정말, 대단한 회사더군요!”

그 후로도 필자는 몇 년간 수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탁월한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데 적용할 원칙들을 개발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그런 일화를 말해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소비할 때 회사와의 접점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고객 경험(CX) 디자인 분야는 최근 빠르게 성장해 왔다. 연구에 따르면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과 그에 따른 긍정적인 입소문은 가격과 기능 못지않게(혹은 그보다 더) 고객의 구매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 이 같은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컨설턴트들은 고객 여정 매핑(journey mapping),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ing), 문제 해결 마인드세트(problem-solving mindsets) 등 영민한 툴과 방법론을 개발해 왔다. 학계에서는 직원 선발, 교육, 보상, 서비스 문화 등 경영 관련 변수들에 초점을 맞춘 고객 관계 모델들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보고서들을 보면 지난 몇 년간 고객 경험 분야에 의미 있는 발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2 첨단 기술과 데이터 분석으로 더 많은 고객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필자도 수업을 하면서 이 분야에 재료 하나가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감정이다. 몇 년 전 수업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고객으로서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말해 달라고 했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건 그들이 선택한 용어들이었다. 그들은 “제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감해 줬어요, 진심으로 걱정해 줬어요, 프로세스를 저 하나에 맞춰줬어요, 저를 신뢰했어요, 논쟁이나 지체 없이 처리했어요, 무한 친절을 보여줬어요, 자신의 일처럼 챙겼어요, 놀라웠어요, 일을 단순하게 만들었어요”와 같은 표현을 했다. 그들 대부분이 기업의 임원들이었지만 일반적인 비즈니스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가치, 효율, 비용-가치 분석 같은 업계 용어 대신 자신의 감정에 미친 효과를 묘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경험을 규정한 것은 놀람, 기쁨, 행복, 안심, 공감과 같은 감정이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다양한 의사결정 요소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더불어 중요한 통찰 하나를 줬다. 고객들은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가치관 및 윤리적 기준만큼 감정과 감각에도 부합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합리적 접근법, 즉 고객이 지불한 비용보다 더 큰 가치를 주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약간의 감성적 마법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여러 기업의 사례를 통해 이런 감성적 접근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의사결정을 부추기고 자극하는 건 감정이다.

인간의 인식과 행동에 대한 연구들도 고객 경험이 논리와 이성만큼 감정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신경학자인 도널드 칸(Donald Calne)은 자신의 저서인 『이성의 구조: 합리성과 인간의 행동(Within Reason: Rationality and Human Behavior)』에서 “감정이 이성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이성은 결론을 낳고, 감정은 행동을 낳는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리학자인 리처드 라자루스(Richard Lazarus) 또한 자신의 저서인 『감정과 순응(Emotion and Adaptation)』에서 이런 측면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인지(사고), 감정(느낌), 동기(행동)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이때 감정이 인지와 동기의 중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라자루스에 따르면 어떤 사건(여기서 사건이란 지진을 겪는 것부터 신발을 사는 것까지 모든 것이 해당된다)이 발생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기에 앞서 인지적 평가와 감정적 반응이 먼저 일어난다. 이런 프로세스는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에서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들과 관련해 설명한 여러 연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성적인 로봇이 아니라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무언가를 과소평가하고, 쓸데없이 일을 미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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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자들의 이론과 연구 결과들은 정량적으로도 증명된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서 수행한 연구는 고객 충성도가 합리적인 요인보다 감정적인 요인들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3 CEB마케팅 리더십 자문위원회(CEB Marketing Leadership Council)가 구글과 함께 수행한 또 다른 연구를 보면 B2B 의사결정에서도 이런 원리가 작동한다. 이들은 36개 브랜드와 관련된 3000명의 B2B 구매자 대상의 설문 조사와 50개의 B2B 마케팅 조직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호적인 결정을 내릴 때 개인의 가치관이 기업의 가치관보다 두 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4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논리와 이성에 호소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이는 엄청난 보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갤럽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감정적 연계성을 최적화한 조직은 경쟁사보다 매출총이익에서 26%, 매출 성장에서 85% 더 높은 성과를 냈다.5 이런 조직들은 가격에 덜 민감하고, 경쟁사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은 더 낮고, 제품을 추천하고 재구매할 가능성은 3배 더 높은 고객들을 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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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를 찬양하라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라. 당신의 회사는 고객 불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가? 아니면 고객의 기쁨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가? 당신은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연구 내용들을 되새기며 모든 기업이 감정으로 충만한 역동적이고 즐거운 고객 여정을 창조하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고객 불평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고객과 회사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고충을 없애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은 고객들이 구매 여정에서 겪는 일 중 상당히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이는 계속 평범한 기업으로 남게 되는 근시안적 전략이다.

오늘날의 고객 여정은 몇 개의 접점을 만들어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객들이 계속해서 선택지를 체계적으로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연일 반복되고 확장되는 여정을 거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다양한 견해를 고려한다. 또 다른 사람, 다른 제품 및 서비스와도 상호 작용한다. 어떤 회사 웹사이트를 방문한 뒤 실제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감정, 인지, 동기부여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이 한데 뒤섞이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양가적이든 한 회사에 대한 느낌과 기억,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할 기회도 바로 이런 가변성에서 나온다. 이때 원칙과 표준화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늘 똑같은 것을 고집하면 쉽게 잊히기 때문이다. (그림 1)

이런 점에서 고객 여정을 다양한 긍정적 감정으로 채웠을 때 기업이 받을 보상도 커진다. 이런 여정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남기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며, 요즘처럼 고객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를 일으킨다.6 가변성을 수용하는 회사는 디즈니월드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끔찍한 경험조차 기회로 만들어 버린다.7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효율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해 고객에게 놀라움과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긍정적 감정이 지배적인 감정으로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이제 경영상의 도전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 어떻게 고객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객 경험에 감정 불어넣기

고객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 접점에서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신 기업은 고객들이 언제라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체 여정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고객 여정에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5가지 방법을 확인했다.

1. 감각 자극하기. 감각을 자극하면 놀람, 신뢰, 기쁨, 심지어 기대감 등의 감정까지 유발할 수 있다. 현명한 기업들은 자동차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여러 제품을 통해 고객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페라리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은 효율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을 구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 디자인은 운전자의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정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8 시각적으로 근사한 차체, 흥분되는 엔진의 굉음 등이 모두 이런 경험이다.

페라리는 안락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양질의 가죽 같은 고급 인테리어 소재를 쓰는데 이를 위해 경쟁사 제품들보다 차체가 5∼10㎏ 정도 무거워지고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감수한다. 또 페라리는 차가 좁은 모퉁이를 돌거나 측면으로 속도를 내야 할 때 운전자가 제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첨단 기술, 엔진 배치, 타이어 크기, 휠 움직임의 미묘한 차이 등을 실험한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카를 모는 사람들은 자동차 뒷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면 공포감을 느끼지만 페라리를 모는 사람들은 자신이 새로운 차원의 고성능 차량을 조종하는 뛰어난 운전자라 믿으면서 힘과 성취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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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가 터보 과급기가 장착된 488 모델의 엔진 소리를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쓴 이야기를 들으면 이 회사가 얼마나 감정에 철저히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페라리는 수년간 터보 엔진 차량이 휘파람처럼 짜증 나는 소리를 내고 흡배기 사운드 특유의 짜릿한 느낌을 주지 못해 운전하는 즐거움을 떨어뜨린다는 걱정에 빠져 있었다. 페라리에 있어 사운드는 차량 구매자들이 기대하고 즐기려는 필수 요소였다. 실제로 고객들이 차량의 사운드에서 성능을 연상한다는 증거도 있었다. 그렇다면 페라리 엔지니어는 어떻게 터보 엔진 차량으로 즐거운 운전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페라리의 엔지니어 3명과 운전자 3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사운드 시뮬레이터를 가지고 2년간 풀타임으로 일했다. 이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에는 배기계 파이프 직경을 63㎜에서 70㎜로 키우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은 회사 엔지니어나 관리자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굉장히 컸다. 실행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투자가 다른 회사의 눈에는 과도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운전 경험을 좌우하는 고객의 감정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한 페라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488 모델은 엔진 소리와 성능 면에서 찬사를 받고 상을 휩쓸었다. 2018년에는 경쟁사 포르셰의 고향인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올해의 국제 엔진상(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을 수상했고, 미국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롭리포트(Robb Report)가 발표하는 2016년 올해의 차로도 선정됐다. 페라리가 가장 빠르거나 편안한 차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페라리는 세상에서 가장 스릴감 넘치면서 럭셔리한 자동차를 만드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최상의 조합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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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자극한다 해서 감각적인 제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각에 호소한 일부 모범사례들을 봐도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이 부각된다. 애플 제품들이 좋은 예다. 오리지널 제품인 맥부터 에어팟,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사랑하는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뒤에 첨단 기술을 숨겨 왔다. 애플과 같은 경지에 오른 경쟁사는 거의 없었다. 제품 기능별로 따져보면 삼성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지만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는 애플을 따라잡지 못한다.

감각적 단순함이 갖는 힘은 기업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투표로 측정하는 핀란드의 스타트업 해피오얼낫(HON)에서도 통했다. 9 이들에게 가장 큰 난제는 설문 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응답을 받는 일이었다. 길고 지루한 설문 조사를 작성할 만큼 시간과 의지를 가진 고객이 드물기 때문이다.

HON은 시각적, 촉각적 단순함을 극단적으로 높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는 백화점이나 공항, 식당, 약국, 슈퍼마켓 등 상점 출구 근처에 4개의 커다란 버튼이 있는 터미널을 설치했다. 녹색 버튼은 웃는 얼굴, 빨간 버튼은 찡그린 얼굴이었다. 더 활짝 웃는 버튼과 더 찡그린 버튼은 더 어두운 색조로 돼 있었다. 그리고 터미널에는 4가지 버튼 중 자신의 경험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을 하나 눌러 달라는 자그마한 표시가 적혀 있었다. HON은 이런 터미널 설치로 하루에만 수천 명의 응답을 얻어냈으며 세계 100여 개국에 설치한 해피오얼낫 버튼을 통해 6억 개 이상의 고객 응답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옐프, 트립어드바이저, 아마존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고객평가보다 더 많은 숫자였다. 회사는 눈에 띄는 색상도 중요하지만 버튼을 누를 때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촉감도 이런 엄청난 참여율을 가져온 동인이라고 평가했다.

2. 실망을 기쁨으로 바꾸기. 회사가 아웃라이어를 가치 있게 여긴다면 한 호텔 관리자가 다음 사례에서 했던 것처럼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 가족은 대륙을 횡단하는 오랜 비행 끝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도에 있는 타지그룹(Taj Group)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프런트 담당 직원이 우리의 예약 내역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의 야간 관리자는 우리가 쉴 수 있도록 바로 객실로 안내했고, 예기치 않게 발생한 불편함에 미안해하며 업그레이드까지 해줬다(고작 5분도 기다리지 않았건만!). 그는 신용카드 번호나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음 날 잠에서 깼을 때 문제는 해결돼 있었고 호텔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호텔을 예약한 여행사의 실수였다.

우리는 세부 내용만 다를 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골자는 언제나 같다. 야간 관리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문제를 해결했고, 그 결과 수년간 기억에 남을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했다. 이처럼 직원들을 고객 감정에 맞춰 서비스하도록 교육하면 그들도 고객의 감정 상태가 변하는 것을 알아채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민첩한 대응은 고객의 기분을 실망에서 기쁨으로 빠르게 바꿔주고, 이는 경험의 고착도(stickiness)를 높이는 극적인 반전을 만든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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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경험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마술사들은 실망과 혼란에서 행복과 확신으로 빠르게 바뀌는 감정의 가치를 잘 안다. 그들은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바꾸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어떤 마술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마술의 비밀을 눈치챘거나 속임수를 잡아냈다고 믿게 한 다음, 결과적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든 채 마술을 끝낸다. 하지만 마술사의 속임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순간적인 실망감은 마술사의 놀라운 기술에 대한 짜릿한 기쁨으로 빠르게 바뀐다. 마술사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트릭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실망감에서 기쁨으로의 변화, 이런 감정적 전환이 관객들에게 더 큰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자는 관객들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 뿐이지만 후자는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3. 놀라움을 계획하기. 좋은 마술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더 개입할 수 있도록 관객의 기대를 뒤집는다. 예를 들어, 유명한 마술사인 더그 헤닝(Doug Henning)은 미녀 조수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술을 개발했는데, 이때 조수의 몸을 지지하는 장치는 물을 뿜어대는 분수 덕분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는 관객이 이런 비밀을 눈치챌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묘기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고 분수대를 끈 것이다. 분수를 껐는데도 조수는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고, 이는 헤닝의 마술쇼를 익히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기업도 마술사처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문제에 대해 기대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제시해서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스릴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제품과 서비스에 충성하고 만족하는 추종자 집단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런 놀라운 순간들은 보통 아주 사소한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때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소니의 CEO였던 히라이 가즈오(Hirai Kazuo)는 2011년 회사의 TV 사업을 회생시키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10 소니 신규 TV 제품의 디자인은 아름다웠지만 케이블 선들이 노출돼 있어 전체적인 외관은 흉측하다는 일부 고객의 지적이 있었다. 이 사실을 접한 히라이는 새로운 제품 디자인이 보고될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케이블 선들이 아직 보이는데 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이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듣는 데 3년이 걸렸다. 히라이 사장이 엔지니어들에게 가르치려 한 메시지는 고객들에게는 사소한 디테일이 중요하며,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니가 절대 시장에서 이기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었다.

소니는 결국 케이블을 숨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히라이의 예상대로 고객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너무 싫어하면서도 감내해 온 선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놀라운 사실에 기뻐했다. 최근 소니 회장직에서 물러난 히라이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니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은 ‘와우, 이거 정말 쿨한데’라는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중략) 이제 우리는 제품의 기능적인 사양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적 경험을 놓고 경쟁합니다.”

고객들에게 이런 놀라움을 주려고 직원들을 열심히 독려하는 회사들이 있다. 인도 델리에 있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오베로이그룹(Oberoi Group)은 직원들이 문제를 기회로 바꿔 투숙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줄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11 그리고 팀원들은 지원받은 예산으로 기쁨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이 호텔 직원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그런 식으로 3만 건 이상의 문제 해결 사례를 만들어 냈다. 또 다른 장비 회사는 회사의 별도 승인 없이도 현장 직원들이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당한 예산을 배정한다. 회사 임원들은 이를 ‘기억할 만한 경험을 위한 예산’이라고 부른다. 직원들에게 자원 활용 권한을 부여하면 고객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키워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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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달하기. 잘 전달되고 자주 반복되는 좋은 스토리는 회사와 고객을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구전적 서술은 지금까지 학습과 사회화, 지식 전달의 주요 수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토리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말하도록 길들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의 브랜드 체험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는 회사는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고 고착도 높은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동독에 뿌리를 두고 근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계 제조회사 아 랑게운트죄네(A. Lange & Sohne)의 예를 보자.12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발터 랑게(Walter Lange)는 그의 증조부인 F.A. 랑게가 설립했지만 수십 년간 존재감을 상실한 회사의 부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혁신과 장인정신에 중점을 두고 1994년에 회사 최초로 손목시계를 출시하면서 랑게를 세계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 만들었다.

랑게는 자신의 브랜드가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제품 가격에 걸맞게 혁신, 우수함, 근면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 회사가 전한 스토리는 바로 랑게 시계의 조립과 관련된 것이었다. 랑게 시계는 전부 수작업으로, 그것도 두 번 조립된다. 첫 번째 조립이 끝나면 시계는 다시 분해된다. 각 부품을 깨끗이 닦은 다음, 다시 조립 작업에 들어간다. 두 번째 조립을 할 때 시계 장인은 첫 번째 조립 내용을 바탕으로 미세한 조정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얻는 유형의 혜택은 시계 정확도를 하루에 1∼2초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형의 혜택이다. 랑게의 이중 조립 공정은 기업과 제품의 본질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는 랑게가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이고, 경쟁사들이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과정을 통상적으로 거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다. 한 번 조립한 시계와 두 번 조립한 시계의 차이를 분간할 수 있는 고객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랑게의 마케팅 자료, 고객과의 사적인 교류, 그리고 가장 효과가 강력한 입소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서술된다.



스토리텔링 기법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석영 시계의 등장으로 기계식 손목시계가 구식 취급을 받게 된 이래 기계식 시계 산업을 부활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라이언 라파엘리(Ryan Raffaelli) 교수가 시계 산업의 고위 임원들과 시계장인, 도매업자, 소매업자, 역사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등 136명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기계식 손목시계 산업의 부활은 전통 기술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의하는 인지 프로세스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13 기계식 시계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값싼 석영 시계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도록 은유와 비유 등의 문학적 장치를 이용했다.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시계를 팔지 않습니다. 저희는 꿈을 팝니다.” 시계를 인체에 비유해 고객과 그들이 보고 있는 시계의 기계적 부품에 감정 이입하도록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라파엘리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기계식 시계의 움직이는 밸런스 휠을 ‘심장 박동’에 비유하면서 시계 기어를 매일 태엽을 감아서 ‘먹이’를 줘야 하는 ‘유기체’의 일부로 묘사한다. 한 CEO는 ‘기계식 시계에는 영혼이 있고, 심장이 있고, 생명이 있고, 그 안에서 숨 쉬는 무언가가 있습니다’라고도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묘사하면 시계는 본질적으로 주인공이 되고, 그 결과 고객들은 인간적인 차원에서 그 브랜드와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런 종류의 스토리텔링은 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감성적 마술에 속한다. 보통 마술사들은 묘기가 절정에 다다를 때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여러 단계를 밟아 나가게 한다 “자, 카드를 고르세요. 저는 뒤를 돌아보고 있을게요. 선택한 카드를 다시 섞어 놓으세요…” 식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기억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고, 마술사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에는 신경을 끄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런 식으로 관객의 관점을 재구성하면 마술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꿔 새로운 현실을 구성해준다. 마찬가지로, 좋은 스토리텔링도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해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

5. 대조실험 수행하기. 고객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으려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들도 고객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을 예측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기업이 자문해 봐야 할 질문은 “무엇이 효과적일까?”가 아니라 “무엇이, 어디서, 언제, 누구에게 효과적일까?”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중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면, 구글과 빙이 사람들의 웹 경험을 개선하려고 수행했던 시도 중 고작 10∼20%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14 이 숫자를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실수다. 하이테크, 미디어, 소매업, 금융서비스,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스마트한 기업은 대조실험과 그런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얻는 교훈이 감정적으로 강력한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안다.

여행 예약 통합 서비스인 부킹닷컴(booking.com)은 사용자 경험 최적화와 이와 관련된 실험에 끈질기게 집중한다. 어느 시점이든 부킹닷컴 직원은 1000건 이상의 실시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1800개 주력 상품과 기술직 직원들의 약 4분의 3이 이런 실험과 관련돼 있다. 대부분의 실험은 회사가 사용자에게 두 가지 경험을 제시하는 소위 A/B 테스트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서 A는 보통 대조군(control group)에 해당되는 기존 시스템이고, B는 새로운 배치나 새로운 가격 모델, 새로운 고객 커뮤니케이션 문구 등 고객을 위해 뭔가를 개선하려고 변형한 처치군(treatment group)에 속한다. 고객들은 두 실험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되고 이렇게 나온 결과 지표들이 비교된다. 둘 중 테스트에서 이긴 쪽이 새로운 시스템이 된다. 이는 향후 또 다른 변경 사항이 같은 테스트를 거쳐 그 자리를 대체할 때까지 지속된다.

일부 테스트의 목적은 고객들에게 놀라움이나 기쁨(정말 좋은 조건의 예약에 성공했을 때처럼), 두려움(좋은 조건의 숙소를 놓쳤을 때처럼), 혹은 성취감(여행을 성공적으로 꾸렸을 때처럼) 같은 감정들을 이끌어 내는 전술을 발견하는 것이다.15 부킹닷컴은 이런 실험들을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예약 폭주!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와 “잔여 객실 단 3개!” 같은 문구들은 더 많은 고객이 이 사이트에서 당장 예약을 하도록 자극한다. 이런 메시지들이 사용자들의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사이트에 들어왔을 때 고객들이 느낀 불안감을 좋은 가격에 머물 곳을 찾을 수 있다는 만족감으로 바꿔준다. 이런 테스트들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테스트 10개 중 9개는 전환율 등 회사의 KPI를 개선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을 통해 부킹닷컴은 여행의 마찰을 줄여주자는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약 10년 전, 마술사인 제이슨 랜달(Jason Randal)이 제자인 케빈 바이너(Kevin Viner)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전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JR: “자네는 파티나 쇼에서 뭘 하는가?”

KV: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JR: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

KV: “마술을 합니다.”

JR: “그러니까, 실제로 하는 게 무엇인가?”

KV: “카드 마술이나, 밧줄 마술, 동전 마술 같은 것들을 합니다.”

JR: “아니, 정확히 무엇을 하는가?”

KV: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JR: “쇼나 파티에서 마술 공연을 할 때, 내 목표는 늘 사람들의 감정을 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것이라네. 마술은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거든. 그 목표를 마음속에 분명히 새겨 놓으면 그냥 마술을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쇼를 할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공연을 할 수 있다네.”


현재 전 세계를 돌며 마술쇼를 펼치는 바이너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스승의 가르침이 공연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줬다고 밝혔다. 바이너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은 절대 잊히지 않을 멋진 경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스테판 톰키(Stefan Thomke)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바클레이 하딩(William Barclay Harding) 경영학 교수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10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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