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trategic Management

신산업 지원 정책,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

강신형 | 290호 (2020년 2월 Issue 1)
Strategic Management
신산업 지원 정책,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


Based on “Shine on Me: Industry Coherence and Policy Support for Emerging Industries”, by Panayiotis Georgallis, Glen Dowell, and Rodolphe Durand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Vol. 64(3), 201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유럽 각국은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in-tariff)1 등의 지원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 정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학술 연구는 미흡한 상태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정부의 지원 정책을 산업과 무관한 외생요인으로 간주해 왔다. 즉, 어떤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지 살펴보지 않았다. 일부 연구는 예외적으로 사회적 운동이 새로운 산업의 이점을 대중에게 부각시켜 정부의 지원 정책 도입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산업을 지지하는 사회적 운동은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시작된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는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의 구조적 요인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도입의 선행 요인으로 살펴봤다. 우선, 정부가 지원 정책을 마련하려면 새로운 산업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입안자가 새로운 산업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공감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기존 산업이 이룩한 효율성을 어느 정도 희생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과 비용이 드는 일이다. 본 연구는 새로운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밀도, 참여 기업의 일관된 정체성, 새로운 산업에 영향을 받는 기존 산업의 집중도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실증을 위해 1987년부터 2012년까지 EU 소속 28개국의 태양광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국가를 분석 단위로 삼고 국가별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여부를 종속변수로 설정했다. 독립변수인 참여 기업의 밀도는 매년 국가별 태양광 제조업체의 숫자로 측정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정체성이 얼마나 일관성 있는지는 태양광 제조업체 중 다른 업종에서 진출한 기업 비중을 1에서 뺀 값으로 측정했다. 예를 들어, 석유회사가 태양광산업에 진출한 경우 일관성을 해친다고 이해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기존의 발전산업(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의 산업 집중도를 구해 분석에 사용했다. 그리고 본 연구는 내생성 통제를 위해 도구 변수 모형을 사용함으로써 통계적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기업 숫자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정책 지원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입 기업의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일반 대중은 물론 정책 입안자의 관련 지식 수준도 높아지고 사회적 지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연대 역시 수월해져 새로운 산업이 주요한 경제적 주체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진다. 이 경우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사회적 압력 역시 강해지게 된다.



또한, 새로운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유사하고 이들의 정체성이 일관될수록 정부의 정책 지원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BP나 셸 같은 전통적인 석유 기업이 태양광산업에 진출해 활동하는 경우 정책 입안자가 이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기존 대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질적인 기업이 태양광산업에 많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적극적인 지원을 시행하기 어렵다. 반면, 태양광에만 초점을 둔 신규 업체들이 주로 포진된 국가에서는 태양광이 국가 보호가 필요한 신사업이라는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수월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앞서 살펴봤던 참여 기업의 밀도(즉, 국가별 참여 기업 숫자)와 정부의 정책 지원 가능성은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의 집중도가 높을수록 강화된다는 점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가 집중될수록 신생 기업이 적절한 환경 적소를 찾아 출현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지배적인 기업의 존재로 인해 정부가 취약한 신생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지지를 얻기 수월해진다. 이 경우 태동하는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설득 논리를 만들기도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이 상호작용 효과는 새로운 산업 내 참여 기업 정체성이 일관될수록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기업 모두가 새로운 산업에 특화된 기업일수록 기존 산업과의 구분은 더 뚜렷해진다. 그래야 새로운 산업이 기존 산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정책 입안자가 분명하게 인식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산업을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하는 형태라면 그렇다. 이 경우 신생 기업이 포진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힘을 얻게 되고, 정부의 지원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신생 기업이 새로움의 불리함(liability of newness)을 극복하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너무 초기여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사회적으로 도움 되는 것으로 증명되지 않은 경우 정책 입안자가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하거나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칫 잘못된 정책으로 기존 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기존 기업이나 신생 기업은 정부가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언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에 누가 참여하고 기존 산업의 구조가 어떠한지 등 산업 구조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소개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