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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의 성공 요인과 향후 과제

김종세 | 289호 (2020년 1월 Issue 2)
2019년 연말, 월드스타 BTS와 송가인을 제치고 가장 많은 시민 추천을 받으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한 인사는 바로 EBS의 ‘펭수’였다. 펭수 화보가 담긴 NYLON 2019년 12월 호 잡지는 품절됐고, 2020년 펭수 달력은 G마켓 상품 접속 페이지 대기자 수만 3만∼4만 명을 기록했으며, 아이돌 서포트 광고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서울 삼성역 지하도에는 펭수 데뷔 300일 축하 지하철 광고까지 붙었다. 실로 그 인기가 신년 최고임을 짐작하게 한다. 사람들은 왜 펭수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펭수의 성공 요인을 캐릭터, 스토리텔링, 마케팅 측면에서 구별해 봤다.


성공 요인1 캐릭터
1) 펭수의 외형
푸근한 곰 스타일의 단순한 외곽 라인이 호감을 준다. 뚜렷한 윤곽선이 없는 디자인은 확대하거나 축소해도 느낌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아 캐릭터 표현을 용이하게 한다. 일본 구마모토현을 알리기 위해 2010년 만들어진 캐릭터 ‘구마몬’처럼 어딘가 어수룩하고 초점 없는 동공, 벌어진 입은 꺼벙한 느낌을 준다. 스스로를 낮추는 듯한 인상은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고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모호한 표정은 어떤 대사와도 잘 어울린다.

캐릭터 소재 가운데 동물은 인물, 로봇, 몬스터, 식물 등에 비해 쉽게 친근감을 준다. 그중에서도 곰과 펭귄은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브라운앤프렌즈의 ‘브라운’, ‘곰돌이 푸’와 ‘뽀로로’, ‘핑구’ 등의 예에서 보이듯 다른 종보다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호감을 사고 있다. 라이언의 경우 사실 갈기 없는 수사자이긴 하지만 곰 같은 외형 덕분에 카카오프렌즈 중에서 가장 늦게 출시됐는데도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펭수나 라이언 모두 남녀 모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중성적인 캐릭터라는 점도 대중적인 인기의 비결이다.


2) 펭수의 내면
배짱과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다. 애드리브도 넘친다. 재치 있게 상황에 응수하는 말과 행동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스테레오타입에 집착하지 않고, ‘척’하지 않으며, 내숭 없는 당당함으로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짜인 극본이나 연출에 따라 연기하는 대신 펭성(펭수+인성)에 몰입해 스스로의 일상 모습까지 기꺼이 팬과 공유, 소통하는 게 매력이다. 또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펭수에 생명력과 친근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한다. BTS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이 같은 소통은 스타와 함께 성장하는 팬덤을 구축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한 모멘텀 역할을 한다.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하는 자세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 희망, 대리만족을 넘어 상호 일체감까지 심어준다.



성공 요인2 스토리텔링
펭수의 스토리텔링 설정도 인기의 한 요소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펭수는 어렵사리 남극에서 헤엄쳐 와 경쟁이 치열한 오늘의 현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EBS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크리에이터 ‘연습생’ 신분이다. 이 같은 펭수의 모습은 넉넉지 못한 환경, 틀에 박힌 사회적 고정관념과 끊임없이 싸우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세상과 좌충우돌 부딪치며 살아가는 펭수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곧 펭수’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를 닮고 싶은 친구라 여기며 펭수의 말과 행동에 공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외양이나 성격 등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에게 보조를 맞추거나 닮아가고 싶어 한다. 심리학자 프리드먼(J.L.Freedman)과 두브(A.N.Doob)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동질적인 이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것을 검증하기도 했다. 펭수와 함께 호흡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제작진이 2030 타깃 고객층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 대변하는 연령대라는 점도 펭수가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헤아리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인이다.


성공 요인3 마케팅
1) 방송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채널 노출
영상 콘텐츠에 있어 최고의 마케팅은 적극적인 노출이다. 뉴미디어에 밀려 레거시 미디어의 힘이 빠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효 시간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노출에 의한 시청률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제작진과 함께하는 현장 참여형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는 EBS1 TV에서 일주일에 4회씩 프리미엄 시간대에 편성돼 노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EBS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도 송출된다. 또한 EBS 아이돌 육상대회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뒤부터는 EBS를 벗어나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JTBC, 라디오, 잡지, SNS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광범위한 노출은 펭수가 여러 미디어 종사자의 환영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펭수가 △동종 업계인 EBS가 독자적으로 기획해 제작한 캐릭터라는 점 △레거시 미디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 성공 사례라는 점 △공영방송 소속으로 정치적 색채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시청자에게 선한 웃음을 준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이는 시청자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펭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춰준다.


2) 셀럽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인지도 확산
펭수 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그때그때 장소에 맞는 상황 설정, 연습생 펭수의 일상생활을 토대로 제작된다. 그러나 때로는 유명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들과의 공동 제작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컬래버하는 셀럽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언론의 조명도 받게 되면서 펭수 인지도가 확산된다. 구독자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펭수를 소개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2020년 1월5일에는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참여한 펭수와 방탄소년단(BTS)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펭수는 BTS와 춤과 노래 호흡을 맞춤으로써 전 세계 아미에게 펭수의 존재와 의미를 알렸다.

또한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도 해당 부처 정책을 외부에 재미있게 홍보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이 컬래버를 계기로 정부 부처뿐 아니라 산하 기관,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펭수와의 협업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정식 컬래버가 아닌 패러디물도 이슈 확산에 기여했다.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의 펭수 패러디물인 ‘괭수’, 인사혁신처의 펭수 짝퉁 ‘펑수’는 악의적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님에도 펭수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가져왔다. 이슈화가 된 덕분에 펭수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고, 노이즈를 일으킨 당사자들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에는 법제처 캐릭터 새령이와 괭수, 펑수 등 펭수 인기에 숟가락을 올린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펭수 연예 대상식을 열기도 했다. 해당 영상 ‘Ep. 78 펭수 연예대상 수상 가능? 파자마 어워드2’는 7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3) 온·오프라인 이벤트, 팬들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확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게시물을 포스팅하고 댓글에 반응하는 것은 펭수가 팬들과 소통, 공감하는 방식이다. 댓글을 쓴 팬들이 펭수의 작은 반응 하나에도 감동을 받고 펭심(펭수+팬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펭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특별 영상과 만남,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연일 팬 커뮤니티의 결속을 다지고 펭클럽(펭수+팬클럽)을 확장한다. 캐릭터도 연예인과 같아 눈에서 멀어지면 쉽게 잊힌다. 펭수는 이렇게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꾸준히 노출하고,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향후 과제


펭수 콘텐츠는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EBS는 제작 이외의 요소, 사업을 위한 상표권 등록, 짝퉁에 대한 사전 예방 대책 강구 등에 대해서는 주의를 덜 기울인 측면이 있었다. 이는 담당자의 역할이 제작 부문에 더 편중돼 있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초기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에 앞으로는 라이선싱 사업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진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 사업자들의 조언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대기업과의 컬래버도 좋지만 중소상공인들에게도 적절히 안배를 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약자를 배려하는 펭수의 세계관과 맞지 않을까 싶다.

플랫폼과 편성 권한을 보유한 방송사가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일반 외주 제작사나 콘텐츠 제공자들에겐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그런데 이렇게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작가, 촬영, 편집, 효과, 소품, 그래픽 등의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보유한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뿐 아니라 사업 영역에서까지 균형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형 방송사의 갑질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다.

펭수가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캐릭터로 성장해야 한다. 캐릭터의 세계관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지만 트렌드에 발맞춰 색상과 디자인, 영상 포맷에는 일부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라이브 쇼 포맷에서 벗어나 다른 애니메이션, 뮤지컬, 토크쇼 등의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적 요소를 발굴할 필요도 있다. 시장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또 어떤 캐릭터가 새로 생길지,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바닥을 탄탄하게 다지지 않고 급성장한 콘텐츠와 캐릭터가 빠르게 추락해 사라지는 것을 수없이 목도해 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펭수 브랜드의 관리와 유지다. 캐릭터 비즈니스는 로열티를 축으로 하는 고수익의 부가가치 산업이며, 롱 셀링 비즈니스가 가능한 매력적인 산업이다. 동시에 오랜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것 같은 공감 비즈니스이자 감성 비즈니스이다.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캐릭터 기획과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지속적인 공감과 소통을 해줘야 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는 중국 토종 캐릭터가 아닌 2018년 1월 중국에 진출한 일본 캐릭터 ‘구마몬’이다. 펭수와 비슷한 몸매의 소유자다. 온라인 스티커를 비롯해 봉제인형 등 각종 완구, 액세서리, 의류, 생활용품, 모바일 게임 등 수백여 종의 캐릭터 상품이 유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 카페도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EBS 김명중 사장은 2020년을 펭수 세계화의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펭수가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서 중국 및 해외 시장에까지 널리 알려져 한류의 한 축인 K캐릭터 확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엣헴 엣헴 신이 나는, 펭수펭수 우주스타.”


필자소개 김종세 우쏘 대표 jongse.kim@oosso.net
김종세 대표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베이비리키’의 한국 에이전트인 우쏘의 대표이사이자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 교수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으며, 숭실대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데이콤을 거쳐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에서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내 첫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사업을 기획 추진해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아이코닉스, 오콘, EBS,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함께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 마케팅하다가 2006년 아이코닉스에 합류했으며 2014년 서울시와 함께 ‘타요 버스’를 선보이며 공공 캐릭터 프로모션 영역을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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