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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도시 인프라 전체가 타깃” 도요타 급가속, 왜?

이지평 | 289호 (2020년 1월 Issue 2)
MaaS 준비에 박차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 EV(Electric Vehicle, 전기자동차)화 등 신기술을 발판으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자 구글, 우버 등 IT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이들 신흥 세력을 견제하는 한편 새로운 세력과의 제휴 및 협력을 통해 위기와 기회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혁신은 이제 자동차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 전체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자율주행, 카셰어링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자동 브레이크 기능과 같이 기존 자동차의 안전을 보완해주는 기술에 주력해 왔던 일본 기업들도 모빌리티의 혁신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도요타 역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탈피해 ‘모빌리티 컴퍼니’가 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요타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2020년대 초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도요타의 자동차에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모듈(DCM)을 탑재해 자동차를 네트워크화하고 자동차와 통신플랫폼, 데이터센터, 그리고 접속 권한을 주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하나의 패키지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처럼 자동차에 통신 단말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기반으로 카셰어링, 보험, 음식점, 소매점, 관광 및 여행, 숙박, 물류, 대중교통 기관(철도·지하철·버스·항공),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연계해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많은 기업과 협력하지만 서비스와 자동차 내부를 연결하는 길목은 도요타가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집을 나와 해외 출장을 간다고 가정하자. 자동차를 타고 고속전철 역까지 간 후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지에 도착해 현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예약은 물론 결제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러한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전 단계로서 공유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일본 내에 있는 5000개의 소매점포를 활용해 정액제 카셰어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도요타 고객들은 수백만 엔을 주고 자동차 한 대만 구입하고 마는 게 아니라 일정 금액을 매월 지불하면 여러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판매점을 활용해 카셰어링 서비스를 예약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서비스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4만 대에 달하는 시승용 자동차, 판매점의 인력과 주차장을 사용해 고객들에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확보한 각종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이동 서비스의 개발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공유 승차 연합세력 구축에 주력

이러한 MaaS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와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요타는 소프트뱅크, 우버, 바이두 등 세계 각국 기업과의 제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의 제휴에서는 MaaS 전략을 공동 추진하는 모네(Monet Technology)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혼다, 마쓰다, 스즈키, 스바루, 이스즈, 다이하츠, 히노 등의 자동차 회사와 함께 2019년 6월 기준으로 17개 자치단체, 200개 이상의 기업 등이 모네에 참여를 결정한 상황이다.

모네는 고객이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때 스마트폰으로 교통 서비스를 사전에 예약해 이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방식의 지역 공공 교통시스템을 개발해 지자체에 납품했다. 이를 통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2020년대, 자율주행차량을 활용한 배차 서비스를 사업화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에서 주행하는 방대한 차량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해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와 우버의 협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요타와 우버는 각자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양산할 수 있는 자율주행 모듈 개발에 나섰다. 도요타는 2018년 8월에 5억 달러를 우버에 출자했고 향후 카셰어링 전용 완전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21년까지 도요타 자동차를 현재 우버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요타는 덴소, 소프트뱅크그룹과 함께 2019년 4월 우버에서 분사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사업부 ATG(Advanced Technology Group)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 입장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우버는 2018년 3월에 일반 도로에서 진행한 자율주행실험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자율주행 기술 개발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다. 도요타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도요타도 우버의 특장점인 ‘공유 승차 비즈니스’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고객 수송 데이터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자동차의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MaaS 전략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도 자율주행 기술이 불가결하다고 보고 있다. 우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의 기술 제휴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연구개발 거점을 세우고 이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도 설립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AI에 강점이 있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실증 실험인 ‘아폴로’ 계획에도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자율주행 실증실험 실적과 함께 AI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가운데 도요타로서는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혁신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초 기술, 서비스, 하드웨어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인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동화 가속 대비한 전방위 배터리 연합에 주력

한편, 도요타는 자동차 엔진의 전동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연합 세력 구축에 나섰다. 도요타의 과거 전동화 전략은 전기모터와 휘발유 엔진을 겸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집중됐다. 이미 현대차나 폴크스바겐(VW)이 순수 전기자동차(EV)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EV 수출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비 164.7% 증가한 3만584대로 급증하는 등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E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은 2028년까지 70개 EV 차종을 출시하고 연간 3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도요타는 아직 일반 승용차 라인업에서 EV를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도요타의 EV 대응은 다소 늦었지만 ‘도요타가 하면 확실하게 하겠다’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의지로 EV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2020년 중국 시장에 10개 차종의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EV 강화를 위해 파나소닉과의 배터리 사업 제휴 관계를 강화한 데 이어 중국의 유력 배터리 기업인 CATL, BYD, 일본의 GS Yuasa, 도시바 등과도 제휴해 배터리 분야에서 친(親)도요타 기업 연합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CATL와 도요타는 배터리 중심으로 EV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심도 있게 협력하기로 했다. 물론, CATL의 배터리는 품질 등도 고려해서 우선적으로 중국 시장용 자동차에만 탑재될 것으로 보여 일본 시장용 EV에는 당분간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도요타는 여러 배터리 기업과의 제휴로 배터리 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다이하츠, 히노, 스바루, 스즈키, 마쓰다 등과 EV 분야에서도 협력해 기술 교류 시너지를 내고 양산 효과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EV는 한 번 충전해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충전 인프라 설치 상황 등에 따라 차량 사용 방법에 차이가 나고 새로운 판매 전략도 요구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과제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회사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1 스바루와 도요타의 협력사업의 경우 △양사의 기술을 활용해서 중대형 승용차의 EV 전용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도요타의 전동화 기술과 스바루의 AWD(전륜구동) 기술을 활용하고 △EV 전용 플랫폼을 기초로 C세그먼트(세단, 쿠페, 해치백 등)의 SUV 차량을 공동 개발하면서 양사의 브랜드로 판매하게 된다.



또한 EV는 각종 자동차의 기계 구조의 제어를 전기만으로 통일적으로 할 수 있어 반응 속도가 빠르다. 미세한 시차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자율주행 환경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도요타는 이러한 차량 하드웨어에 뒷받침된 고신뢰 기술의 발전과 함께 IT, 서비스 기술을 연결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구글 등 거대 IT 업계가 주도하는 자동차 산업의 게임 체인지에 대응해 나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전자기업들은 과거 아날로그 기술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되는 과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에 위기를 직면한 경험이 있다. 도요타는 이 같은 현상이 자동차 산업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일본 자동차기업과 함께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임자문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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