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DBR Brief-Case: GC녹십자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이윤철,이민경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GC녹십자는 디지털 혁신 시대, 조직 내부에 창의, 도전 정신을 고취시키고 구성원들이 기업가정신을 내재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내 MBA 프로그램을 ‘게임 체인저 육성’으로 전면 개편했다. 기존과 전혀 다른 시각과 업무 태도를 견지하게 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을 위해 액션 러닝 과정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조직 내 통점(pain point)과 솔루션을 교육생들이 직접 고객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게 독려했다. 또 스타트업 기업들의 특징인 애자일한 업무 방식 및 마인드세트 체득을 위해 스타트업 방문, 실제 케이스 스터디 강연 등의 교육을 추가해 구체적인 교육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2019년 11월4일, 9개월간 진행된 사내 MBA 액션러닝 과정의 결과물이 발표되는 시간이었다. 충분히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임원진 앞에서 많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해 보였다. 팀별 랜덤으로 선정된 발표자가 발표를 시작했고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심사위원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드디어 마지막 팀의 발표가 끝났다. 최고경영진은 “올해 진행된 모든 과제는 지금 바로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37명의 교육생은 그제서야 긴장했던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Since 2005, 337명의 졸업생, 24명의 국내 MBA 학위 취득’ GC녹십자가 차세대 리더 양성을 위해 운영 중인 사내 MBA 과정, ‘GC MBA’를 설명하는 자랑스런 지표들이다. 한 과정이 무려 15년간 이어져 온 배경에는 끊임없는 교육과정의 혁신이 있었다. 2019년, 사내 MBA 과정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간의 교육과정을 소개한다.



● 디지털 시대,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시도

GC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 제품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주력제품의 성능 개선 및 글로벌 진출 확대,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약 개발 경쟁의 가속화,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활용 확대 등 급속한 경영 환경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부에서는 전반적인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런 변혁의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많은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결국 ‘전략’보다 ‘사람’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GC녹십자의 허은철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빠르고, 젊고, 강한 조직’이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의 창의, 도전 정신을 극대화할 것인가? 또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내재화하고, 실패를 기회로 삼으며, 또다시 도전하게 만들 것인가? 아쇼카와 맥킨지 글로벌연구소가 발간한 『The skilling challenge(2018)』 에 따르면 디지털화가 가져온 기술 격차(skill gap)는 결국 업스킬링1 과 리스킬링2 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GC녹십자는 변화를 추진하고 견인해 나갈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사내 MBA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래된 관행과 관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 정신을 무장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이었다.

DBR mini box: GC녹십자의 사내 MBA 과정, 어떻게 진화했



기업 교육은 조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교육의 결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바로 나타나기 힘들다는 한계로 인해 현장에서는 많은 도전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하나의 교육과정이 15년간 계속 유지됐다는 사실은 놀랍다. 사내 MBA 과정이 조직 내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램 자체가 계속해서 진화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이 과정이 태동했을 당시에는 미래 경영자 양성을 위해 팀장급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경영 지식의 습득과 비즈니스 역량을 향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2007년, 미래 차세대 리더를 사전에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 대상을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자로 확대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MBA 과정을 도입해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했으며 학습한 내용과 사례 연구 결과를 조직에 적용하기 위한 액션러닝 과정이 도입됐다. 교육생들은 양질의 커리큘럼을 온·오프라인으로 학습하고, 교수진으로부터 경영지식을 전수받았다. 과정에 선발된 인원들은 현업과 교육을 병행하면서 때로는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우수 학습자 2명에게 주어지는 사외 MBA 학비 지원제도는 그들을 동기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2007년도부터 추가된 액션러닝 과정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것은 2013년도부터다. 액션러닝 운영시간을 20시간에서 50시간으로 늘려 현장 실천력 강화를 도모한 것이다. 액션러닝은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교육방식으로 적절한 과제의 선정, 상호 보완적인 팀 구성, 경영층과 스폰서의 적극적인 지원, 현업 부서와의 적극적인 소통, 경험과 역량을 겸비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시 가장 핵심적인 필수 조건은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참여다. 이런 측면에서 사내 MBA 과정은 액션러닝 기법을 적용하기에 적합했다. 사내 MBA 교육생들은 중장기 전략 수립, 신사업 기획,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팀별 아이데이션과 치열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보고서를 최고경영진과 임원진 앞에서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고 혁신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경영지식 학습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내 MBA는 게임체인저 육성을 목적으로 액션러닝에 무게중심을 옮겨서 또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필자소개 김영수 GC녹십자 경영지원실 HRD팀 부장 ysookim@greencross.com


● Bigger game을 위해

2019년 새롭게 리뉴얼된 사내 MBA 과정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육성’을 테마로 진행됐다.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인 ‘게임 체인저’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업무 태도를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좀 더 큰 게임(Bigger game)을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이를 위한 마인드세트는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배를 만들게 하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내 MBA의 변신은 교육생들이 꿈을 가지고, 새로움에 눈을 뜨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학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작은 변화가 아닌 담대한 행동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고 싶은 열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과정은 교육생들이 정말 해보고 싶고 흥미가 생기는 주제, 그래서 새로운 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존에는 경영 지식 학습과 액션러닝 수행이 8대2의 비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리뉴얼된 과정에서는 3대7 수준으로 액션러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비중을 크게 높였다. 모든 과정은 교육 이후 이어질 액션러닝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교육생에게는 처음부터 액션러닝 과제를 염두에 두고 과정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진짜 시도해 보고 싶은 과제에 대해 계속해서 숙고하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콘텐츠에도 변화를 줬다. MBA 과정이지만 전통적인 교과목에서 탈피했다. ‘스타트업 마인드세트’ 강의를 시작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제약/바이오 트렌드, 스타트업 사업 모델링&피칭 실전 노하우, 애자일 경영 등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과목들이 이어졌다. 물론 각 내용은 인사, 마케팅, 전략 등 경영학 과목과 함께 소개가 됐고,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케이스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때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생생한 사례들이 좋은 소재가 됐는데, 특히 관련 콘텐츠를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 현직 기자의 디브리핑 세션은 신선한 접근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는 교육생도 일부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과목들을 보면서 왜 사내 MBA 과정에서 이런 내용까지 다뤄지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제약업계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시도해볼 수 있는 과제가 많지 않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연구개발 중심의 회사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흐름인 것은 알겠지만 우리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등의 구체적인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스타트업,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면서 교육생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다. 계속해서 ‘why not?’과 ‘if… then’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자극했다. ‘지금은 안 되고 있지만 정말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만약 우리를 둘러싼 규제가 풀린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와 같은 접근은 효과적이었다. 과정 종료 후 진행된 설문에서는 ‘최신 트렌드와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장 변화에 맞춰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와 같은 의견들이 많아졌다.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교육생도 있었다. 특히 ‘이러한 변화의 상황에서 보다 더 민첩하고 유연하게,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교육생의 피드백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교육 운영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과정에 참여한 모든 교수진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공유와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과정 설계를 요청했다. 즉, 교수가 A부터 Z까지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지식 전달의 양이 줄어든 만큼 상호 토론과 토의, 건설적인 피드백이 늘어났다. 액션러닝 과정이 진행되는 7개월 동안 시간마다 팀별 진행 과정 및 중간 결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과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았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 현장에 답이 있다!

사내 MBA 과정의 무게중심을 액션러닝으로 옮긴 배경에는 가장 효과적인 배움은 학습자가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는 순간 일어난다는 생각과 아무리 좋은 제안도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액션러닝 과정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 ‘고객 중심’으로 진행됐다.



(1) 과제 공감 및 명확화

이것이 액션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과정은 총 6개 팀으로 구성됐다. 1팀과 2팀은 R&D 부문, 3∼5팀은 여러 부문이 섞인 통합팀, 6팀은 생산 부문이었다. 적절한 과제 선정이 액션러닝의 성공 여부에 핵심적인 요소인 만큼 과제 명확화와 상호 공감 단계는 앞으로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먼저, 개인별로 작성한 액션러닝 희망 과제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어떤 과제가 좋을지 협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팀별로 합의한 내용을 주임교수와의 논의를 거쳐 최종적인 팀 과제로 확정했다. 주제가 정해진 팀은 과제 명확화 작업에 들어갔는데 그 단계에서는 과제 선정 배경 및 필요성, 사내 현황 및 문제점, 경쟁사 현황, 내·외부 고객의 요구사항, 도출해야 할 구체적 결과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주제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팀은 ‘사내벤처제도’를 제안한 4팀이었다. 4팀은 처음에 ‘애자일한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다소 넓은 범위의 주제로 시작했다. 하지만 과제 명확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가·보상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갔고, 계속된 논의 끝에 최종 주제인 ‘조직활성화를 위한 사내벤처제도 제안’으로 방향을 변경하고 주제를 좁혀 나갔다.


(2) 팀 활동 계획 수립

액션러닝 과정은 철저하게 팀별 자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도권과 자율권이 보장된 만큼 준비 없이 참여하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구조다. 어찌 보면 이 부분이 교육생에게는 가장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내 MBA 과정에 참여한 인원들은 소속 본부장의 추천을 받은 과장급 이상의 중간관리자들로 100시간이 넘는 교육 프로그램과 현업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6개 팀 모두 세밀한 향후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7개월간의 일정과 역할 분담, 초기 과제 연구를 위한 자료조사 목록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On-site 스마트 재고 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6팀은 공장에서 관리되고 있는 기타 자재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로 했다. GC녹십자는 공장이 전국 3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에 6팀 구성원의 근무지도 모두 달랐다. 각 공장의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고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자주 하기 어렵다는 점은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6팀은 이런 점을 고려해 최대한 공식 일정 앞뒤로 집중적인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고, 필요한 경우 화상회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3) 벤치마킹 및 필드트립

벤치마킹과 필드트립은 이번 과정에서 특히 강조한 프로세스다. ‘현장’과 ‘고객’을 키워드로 내세운 만큼 강의장에서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물론 연구 문헌, 참고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직접 방문할 기업이나 대상을 선정하고, 일정을 조율해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내·외부 data 공유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과제를 진행한 1팀은 벤치마킹 대상을 세 그룹(계열사를 포함한 내부, 동종 업계, 선진 기업)으로 분류해 관련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펫 사업 진출 전략’을 주제로 과제를 진행한 5팀은 타깃 고객이 될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했고,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와의 미팅을 통해 사업 타당성 검토까지 진행했다. 많은 팀이 이 과정에서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현장의 이슈와 기회 요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4) 핵심 문제 및 개선안 도출

팀별로 설득력 있는 ‘한 방’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In-license 후보 평가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2팀은 R&D에서 외부 과제 도입 시 활용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이 과제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이를 위해 2팀은 과거 진행됐던 자사 연구 과제와 현재 진행 중인 과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2팀이 만든 플랫폼에 과거에 진행했던 연구 과제들을 대입해봤더니 9개 과제 중 4개의 후보 과제가 탈락했다. 그리고 실제로 시뮬레이션에서 탈락한 4개 과제는 상업성이 부족하거나 특허 이슈로 개발·도입이 중단된 과제였다. ‘만약 우리가 후보 과제를 도입할 당시 이러한 평가 플랫폼이 있었다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런 동시에 자신들의 제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5) 개선안 분석 및 정교화

액션러닝의 마지막 단계는 철저하게 현장 피드백에 집중했다. 바다를 동경하고 꿈을 꾸었다면 이 단계에서는 끝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팀이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을 염두에 두고 보다 세밀하고 진지한 작업을 이어갔다. ‘메디뱅킹 플랫폼’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3팀은 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제안했는데 이 팀은 다른 팀들에 비해 초반부터 주제 선정과 명확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 편이었다. 비슷한 콘셉트로 금융·자산관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도 생겼고, 이미 기술적, 법률적 검토도 마친 상태였다. 마지막 단계인 현장 피드백을 통해 정교화 단계를 거치면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팀은 관련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몇 차례 피드백 세션을 가지기로 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3팀이 받은 첫 질문은 ‘메디뱅킹 서비스가 왜 필요한가?’였다. 실제 소비자들은 건강검진 결과 활용에 큰 기대나 불만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가’를 묻는 당연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3팀은 누구도 즉답을 하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고객 관점에서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고 수많은 검토를 했는데 왜 바로 답변하기가 어려웠을지, 1차 피드백에서 충격을 받은 3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건강검진의 여정을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건강검진 병원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첫 단계부터 검진을 실시하고 결과지를 수령하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1년 뒤 다시 반복되는 과정을 단계마다 실제 고객의 입장이 돼 차근차근 밟아 봤다. 건강검진과 관련한 불편한 경험, 그리고 그때 고객은 어떤 생각(thinking)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feeling)를 따라가 봤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3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통점(pain point)이 있었다.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니즈의 공백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통점은 곧 기회가 된다. 3팀 팀원들은 드디어 메디뱅킹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악된 모든 통점별로 이를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은 시장에서의 차별화 포인트에 초점을 맞췄다. GC녹십자의 역량과 사업 적합성에 관해 심도 깊은 토의가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야 목표 시장규모와 초기 침투 고객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활성화 전략과 성장 전략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떻게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지와 같은 세부계획이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수립될 수 있었다. ‘이런 프로세스를 조금 더 빨리 진행했다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실제 소비자 의견을 들어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이번 과정에서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 기업 교육의 혁신을 시도하다

액션러닝은 미니 컨설팅 과정이다. 전통적인 교육과정은 지식의 전달과 학습으로 구성되지만 액션러닝 과정은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현업 문제를 선택하느냐,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학습이 이뤄진다. 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도출되는 솔루션을 혁신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코칭하는 주임교수의 판단만으로는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부주임교수인 김지희 항공대 교수와 개별 과제 하나하나에 대해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방향성을 점검하는 철저한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진행했다. 그리고 지도교수진이 설정한 방향과 팀원들이 도출한 해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 치열하게 토의하고 논쟁했다.



37명의 졸업생은 이번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 대표가 돼 보기도 했고, 전문 컨설턴트가 돼 보기도 했다. 때로는 내부 임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했고, 또 외부 고객의 입장에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주제를 되짚어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과정의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마인드세트를 갖춘 37명의 ‘게임 체인저’를 양성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애자일하게 행동하라는 이야기를 백 번 듣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번 과정은 기술혁신 및 의료산업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과제를 선택하고 이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교육과 컨설팅이 융합된 형태로 진행된 만큼 교육생의 역량 향상은 물론 교육의 결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시도였다. 따라서 임직원 역량 개발과 현업 적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다른 기업 HR 부서에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이미 ‘치료/병원’ 중심에서 ‘예방/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정밀 의료, 인공지능과 의료진단, 사물인터넷과 원격 진료 등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혁신의 시대에 빠른 학습과 현장 적용을 지향하는 사내 MBA의 액션러닝 방식은 기업 교육을 혁신한 훌륭한 사례라 생각된다. 혁신의 단초가 된 이번 기회가 이제는 현장에 적용돼 새로운 생명을 얻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lyc@kau.ac.kr
이윤철 교수는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경영전략전공 교수 및 기획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20/20 예측경영』 『합병 후 통합전략』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2011년도부터 지금까지 GC 녹십자의 사내 MBA 과정의 주임교수로 참여하며 임직원들의 성장과 개발을 돕고 있다.

이민경 GC녹십자 경영지원실 HRD팀 과장 mklee1@greencross.com
이민경 과장은 대웅제약, 경농을 거쳐 현재 GC녹십자에서 HRD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 코치로도 활동 중이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마스터코치의 10가지 중심이론(공역)』과 『멘탈력(공역)』을 번역했다.


DBR이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립니다

DBR은 독자 여러분들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케이스 스터디 형태로 직접 기고할 수 있는 ‘DBR 브리프 케이스(DBR Brief-Case)’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실무자, 전체 전략을 수립/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위 임원, 컨설팅·자문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을 면밀히 지켜봐 온 학계 및 컨설팅 관계자 등 전문 영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쓰는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원고는 dbr@donga.com 으로 보내주시면 심사 및 편집진의 윤문을 거쳐 DBR에 게재됩니다.
인기기사